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15
“우와아아아아아!”
기세를 탄 이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꿰뚫을 듯 올라갔다.
누구도 이들의 진격을 막을 수 없으며, 누구라 한들 이들과 맞서고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정사 연합의 힘은 이미 맞설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숨어 있던 이들마저 속속 합류를 시작하였고, 사천 격전으로 인하여 뒤집힌 판세를 다시금 되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피 튀기는 싸움이 연일 벌어지고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혈천에 몸을 바친 낭인들은 물론이고, 음지에 숨어 있던 수배자들까지, 상당한 고수들이 한데 모여 있다.
혈천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정사 연합의 기세를 누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말로 듣기는 했지만…… 정말…… 엄청나군.”
한 무리의 존재들 때문이다.
가장 앞에 선 이들.
구파일방을 비롯하여 팔대세가라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눈앞에 두고도 전혀 기죽지 않고 선두에 서서 싸우는 존재들.
특히 귀면자라 불린 이의 손에서 뿌려지는 강맹한 장력은 막을 수 있는 자가 없고 또한 피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마치 분노를 쏟아 내는 듯, 혈천 무리를 종횡무진하며 그들의 기세를 꺾고, 짓눌렀다.
그의 뒤로는 권무진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 역시 한때나마 중원에서 유명했던 고수 중 한 명. 마치 귀면자를 지키는 것처럼 달라붙어 보호하며 상대를 베어 버렸다.
가로막는 이들은 없다.
아니, 가로막을 수가 없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아 살아남은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남궁소혜.
그녀가 선두에 서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본디 그 천재적 재능을 모르는 이는 없었을 테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궁소혜는 과거와는 너무나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남궁세가가…… 이번에는 검후를 낳는군.”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열었다.
싸우는 도중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남궁세가의 고유 검술을 펼치며 나아가고, 때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무공을 이용해 우위를 점해 나갔다.
누구도 그녀의 실력에 의문을 달지 못했다.
우아하며 압도적이고 패도적이며 강렬했다.
뒤에서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이 광경을 바라보며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팔대세가의 모든 이들이 남궁세가를 넘어서고 싶어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불가능했던 이유.
바로 남궁세가가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다.
이 중원 땅을 호령할 새로운 검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버님!”
“그래, 보고 있다.”
남궁용은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눈에 새겼다.
검황이 사라졌다 하여 많은 이들이 남궁세가의 몰락을 기대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이 중원에 이름을 날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이들이 또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였음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남궁용 역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딸아이이긴 하지만…… 정말 엄청나구나, 하하하하!”
남궁용은 크게 웃음을 내질렀다.
그것에 남궁세가 전체가 같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죽지 않았다. 새로운 남궁세가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가르쳤느니라.”
“알고 있습니다.”
그때, 남궁세가 후미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남궁천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가면 탓에 그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역시 남궁소혜의 활약을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였다.
“아악!”
그때, 남궁소혜가 수 명에게 둘러싸여 기습을 받았다. 다행히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뒤로 밀려 나가는 그 표정에 낭패가 깃들었다.
남궁천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 망할 녀석들이!”
쩌렁쩌렁-!
내뱉어지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일갈과 동시에 뻗어 나간 힘이 상대의 전신을 흔들었다. 남궁소혜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던 이들은 한순간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남궁천이 내달리며 검을 휘둘렀다.
“이런, 이런…….”
남궁용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전장으로 들어선 남궁천이 순식간에 주변을 휩쓸어 버리는 그 모양새는, 호남단가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하하, 이대로만 몰아치면 하남을 되찾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어느새 피 묻은 칼을 털어 낸 황보원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정사 연합의 힘은 나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반면, 혈천의 저항은 약해져 가고 있었다.
이는 그들의 전력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방심하지 마시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니.”
황보원의 기분을 깬 것은 다름 아닌 당중악이었다.
사천당가 역시 최전선에서 무수히 많은 전공을 쌓고 있다.
유독 호남단가와 남궁소혜에게 가린 탓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았지만, 가장 열심히 전장을 누비고 있는 이들 중 한 곳임은 틀림없다.
호남단가 다음가는 전공을 세우고 있는 당가의 위세 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네.”
남궁용마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해야 중경을 도로 되찾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호북을 밀고 혈천의 세력을 모조리 도려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어쩌면…….”
남궁용은 생각했다.
이들은 단순한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혈천이 지닌 모든 힘이 하남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남궁용은 힐끗 한쪽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제갈현을 바라봤다.
시선을 마주한 순간, 마치 생각이라도 읽은 것처럼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싸움만큼은 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당한 굴욕을 모조리 갚아 줄 것이다.
* * *
“결국,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겁니까요?”
마차를 몰고 있는 장삼태는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단우현이 함께 움직인 여정이었음에도, 아무런 소득조차 얻지 못한 것 같았다.
심지어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단우현의 힘을 드러내었으니, 호남단가 입장에선 손해만 잔뜩 본 것 같았다.
“얻은 것이 왜 없느냐? 풍경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으니 좋은 유희지 않았느냐?”
“…….”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태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자그마한 창문 사이로 단우현의 얼굴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와 그 표정은 정말로 이 모든 것을 단순한 유희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장삼태는 아니다.
‘지랄…….’
혈천이 사천으로 몰려든다 하였을 때도 단우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무천풍이 나타나지 않고 금왕수의 재보를 몰랐더라면, 이번 사천 여정은 애초에 존재치도 않았을 것이다.
단우현의 목적은 처음부터 돈이었으며, 그것이 실패하자 그저 유희라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애써 달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모든 생각을 대놓고 내뱉을 수 없으니, 장삼태는 속으로 삭이며 그저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금 올라가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슬슬 날이 저물어 갑니다. 노숙을 하시겠습니까요?”
장삼태는 노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노숙을 하기 위한 물품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장삼태 혼자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기왕이면 마음 편한 객잔에서 머무는 것이 좋았다.
“마을은 있느냐?”
“반 시진 정도 가면 자그마한 마을이 하나 있습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미 보았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근방에 마을 하나가 있다는 것 정도는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반 시진을 마차로 간다는 것은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이기는 했지만, 노숙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장삼태가 단우현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제발!’ 하며 마을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렇군……. 아직 해가 있으니 반 시진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구나. 마을로 가서 객잔을 잡는 것이 낫겠구나.”
“암요! 이 장삼태가 후딱 가서 좋은 객잔을 잡겠습니다, 헤헤헤.”
장삼태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더욱 세차게 마차를 몰았다.
오랫동안 마차를 몬 탓인지, 아니면 본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빠르게 나아가고 있음에도 마차는 크게 덜컹거리지 않았다.
단우현이 웃음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서서히 날이 어둑해지고 있는 시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때, 단소미의 곁에서 가만 잠을 자고 있던 여우가 눈을 떴다.
그 여우가 움직임을 보이자, 지금까지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었던 사도학의 눈동자가 구미호를 좇았다.
곤히 자는 단소미의 품을 벗어나 단우현의 무릎 위로 폴짝 올라왔다.
“거참, 신기하단 말이야.”
“뭐가 말이냐?”
“아니, 이거 정말 구미호가 맞기는 맞아? 지난밤까지는 꼬리가 아홉 개였는데 이제는 하나밖에 없잖아?”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냐?”
“당연히 이상하지…….”
구미호에 대한 전설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꼬리를 숨길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본 것이 단순한 환각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실제 지금 여우의 꼬리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어느 누가 본다 한들 그저 새하얀 여우에 지나지 않았다.
“별걸로 다 고민을 하는군.”
“더군다나 묘하게 네놈을 잘 따르잖아.”
기실 사도학이 관심 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구미호든 뭐든 단소미의 관심을 받는다면 내단을 취할 수 없다.
하지만 관심 있어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여우는 기이할 정도로 단우현의 곁에 붙어 있었다.
마치 새침데기 어린아이처럼 아닌 척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은 채 맴돌고 있으니, 백호와 백묘를 생각해 본다면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단순한 동물이다. 그저 본능에 충실한 것일 테지.”
캬릉-!
동물이라는 말에 여우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마치 반박하는 것처럼 쏘아보며 이빨을 들이밀었다.
단우현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뻗어 그 주둥이를 붙잡았다.
안간힘을 쓰며 앞발로 단우현의 손을 밀어내려 해 보지만, 여우의 힘으로 단우현의 손을 밀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말입니다요.”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인가?
마차를 몰고 있던 장삼태가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보지도 않고 마차를 몰고 있는 그의 실력은 가히 극에 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뭐냐?”
“본능에 충실하다는 건…… 발정이 났다는 겁니까요?”
“…….”
장삼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물었다.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은 결국 발정이 난 짐승이 사람에게 풀어내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하하! 전설 속 영물이라 해도 하는 짓은 수캐랑 똑같습니다요!”
큰 웃음이 터졌다.
천하의 구미호가 사람에게 발정이나 풀려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웃긴 일이 아니던가?
그때, 단우현의 손을 억지로 푼 여우가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 마부석을 향해 뛰어갔다.
동시에 쾅! 하며 마차가 크게 들썩였다.
“끄아아아악!”
단우현이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급히 세 아이를 붙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