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19
“냄새 한번 역겹군.”
“치우지도 않았으니 그렇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사내들이 코를 틀어막으며 인상을 썼다. 역겨운 냄새가 미친 듯이 퍼지고 있으니 두통이 날 지경이다.
몇몇 이들은 벌써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들의 눈에는 탐욕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모르는 놈이 있는데?”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비천웅을 바라봤다.
어린아이 혼자 있을 것이란 생각과는 다르게, 기이한 느낌의 사내가 있으니 괜스레 불안감이 들어 손에 쥔 칼에 힘이 들어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거리를 벌리며 혹여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것 같았다.
이 호촌 사내들은 모두 사냥꾼들이다.
곰을 비롯하여 많은 위협적인 짐승들을 잡아 생계를 꾸려 나갔으니, 어느 정도 전투의 기본을 알고 있었다.
방심하지 않는다.
비천웅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그러했다.
아이가 두려움에 떨며 비천웅의 등 뒤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곧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이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고작해야 열 살짜리 아이가 생각할 법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부모를 잃고 얼굴마저 흉측하게 변해 버린 이 아이는 목숨마저 포기한 듯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도망갈 길이 없는 것은 이미 안다.
그렇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 무슨 일로 오셨어요?”
“네년!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 있지?”
“아무것도 없어요!”
고개를 저으며 격하게 부정했다.
숨기고 있는 것 따위는 없다.
아니, 있다고 한다면 비천웅 정도일까? 하지만 다친 사람을 돌봐 준 것이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아이, 아니 여은월은 강한 부정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이 사내들이 돌아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거짓말하지 마, 이것아!”
쩌렁쩌렁-!
장갑을 낀 한 사내가 큰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비천웅이 눈앞에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주위에 있는 다른 사내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다가와 아이를 붙잡아 끌었다.
그러나 강하게 반항을 하자 저도 모르게 손이 날아갔다.
짝-!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작은 아이의 몸이 허망하게 바닥으로 엎어졌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소리 안 들려? 숨겨 놨잖아, 네 어미 아비가 남겨 놓고 간 재산들…….”
“당신들이 다 가져갔잖아! 하나도 없다고!”
여은월은 반항하며 소리쳤다.
죽음을 코앞에 둔 탓인지 무서울 것 하나 없어 보였다. 사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 어딜 봐도 열 살배기 어린아이로 보이지 않았다.
사내가 이를 갈았다.
“이년이!”
짝!
또다시 손이 날아갔다.
아이의 몸이 바닥으로 엎어지고 배를 향해 발을 후렸다. 퍽! 소리와 함께 새우처럼 고꾸라지고, 몰아쳐 오는 고통에 신음이 새어 나왔다.
결코 어린아이를 상대로 행할 만한 짓이 아니었다.
“…….”
비천웅은 그 장면을 똑똑히 눈에 새겼다.
엎어져 있는 아이는 조금 전 얻어맞은 것만으로도 생사를 오가고 있을 정도였다. 입에서는 피거품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으며, 눈은 이미 뒤집혀 있었다.
그런데도 사내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가만 지켜보던 비천웅은 곧 쯧 하며 혀를 찼다.
“그만해라.”
“뭐야?!”
퍽!
사내가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 그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괴사가 벌어진 셈이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마저도 자신들의 동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목이 툭 떨어지는 순간, 몸뚱이에서 솟구치는 피를 멍하니 바라봤다.
“뭐…… 뭐야?”
“지금…….”
사내들은 여전히 그 영문을 알지 못했다.
눈앞에서 한 사람이 죽었다. 목이 잘리고 몸뚱이는 엎어져 꾸역꾸역 피를 토해 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어째서일까?
의문을 머릿속에서 해소하려는 순간, 비천웅이 손을 뻗었다.
사내가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 하나가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다.
“겨…… 격공섭물……!”
“고, 고수다!”
“으아아아아악!”
도망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동료들마저 밀어내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림에 대해 모르는 사냥꾼 출신이라 하여도, 손조차 대지 않고 물건을 취하는 것은 엄청난 고수만 가능한 일이라는 건 안다.
호촌에 있는 수많은 사냥꾼이 한꺼번에 덤빈다 하여도 이길 수 없는 괴물임을 알기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내달리며 도주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도에 지나지 않았다.
푹!
“컥!”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살황 비천웅이 칼을 뽑았고 살심을 품었다.
설령 다른 오황이 이 자리에 있다 한들, 그들은 결코 저 칼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다.
서거거걱!
찰나였다.
사내들이 몸이 베이고 그 목이 떨어지며 생과 작별을 하는 순간은.
애초에 무공조차 익히지 못한 이들이 살황의 손길을 피해 달아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 차마 이 오두막을 벗어나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고혼(孤魂)이 되었다.
비천웅은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
이윽고 고개를 돌려 쓰러진 아이를 바라봤다.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쓰러진 아이. 눈동자는 물론이고 그 몸뚱이조차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애초에 연약했던 아이였으니, 사내의 폭력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죽어 가고 있는 여은월의 표정을 눈에 새겼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이라도 하였는가?
어떻게 해서든 밝게 웃어 보려 했다.
그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고 있었던 비천웅은 조심스레 아이를 어미와 아비의 시신 곁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릴 수 없었다.
아이를 회복시킬 단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생을 붙잡아 줄 공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된 것도 아니었다.
“기분이 영 아니로군.”
단소미를 구했을 때와는 다르다.
구하지 못하는 생명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결정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조금 더 빨리 나섰더라면, 아니 애초에 아이에게 접근시키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것들이 달라졌을까?
한순간의 망설임이 모든 걸 좌우한다. 비천웅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였다고 생각했다.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길을 끝내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비천웅은 단검을 바로 쥐었다.
“하다못해…… 복수는 해 주마.”
그의 검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리하면 복수는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
비천웅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 * *
“이쪽입니다요.”
단우현은 장삼태와 함께 호촌의 뒷골목을 걷고 있었다.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이곳은 마치 폭풍전야를 예견하는 듯하였다.
“너무 조용하군…….”
“불이 난 탓에 다 그곳으로 간 것 아닙니까요?”
“…….”
단우현은 동쪽을 바라봤다.
아직도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이 감각이 섬뜩했다.
“하여튼 세상 참 이상한 곳 많습니다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그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다니……. 한 사람도 아닌 마을 전체가 말입니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러믄요. 하지만 나중에 홍 대인께 언질이라도 해야겠습니다요.”
장삼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가문을 몰락시키고 그 돈으로 산다니? 사람이라는 것이 돈에는 눈이 멀 수밖에 없는 족속이라 하지만, 이것은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마을 전체가 그러하니 그 또한 토악질이 나올 정도다.
마음 같아선 전부 싸잡아 죽이고 싶었다.
“멀었느냐?”
“아니, 이 앞입니다요.”
장삼태가 앞서나가며 한곳을 가리켰다.
뒷골목에서 가장 안쪽.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에 지어져 있는 허름한 오두막이 보였다. 상당히 가까이 가는 순간,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을 맡은 장삼태가 헛구역질했다.
“우웩! 이게 무슨 냄새입니까요?”
“시취다.”
“억……!”
장삼태가 시퍼렇게 죽은 안색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시취가 난다는 것은 곧 썩어 가는 시체가 있다는 말. 그것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걸었다.
이렇게 독한 시취를 맡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단우현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시취와 함께 풍겨 오는 피 냄새였다.
“뭐 하는 것이냐? 들어가지 않고.”
“저, 정말로 들어갑니까요?”
“들어가려고 온 것이지 않으냐.”
“시체가…….”
“…….”
단우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장삼태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언의 단우현이다.
차마 불만을 토하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취가 역하게 풍기자, 장삼태는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뭘 하는 거냐?”
“자…… 장주님…… 시, 시체가…….”
“안다.”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은 시체가 있다는 말.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장삼태를 밀어 넣었다. 장삼태는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마터면 시체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였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날카롭게 단우현을 노려봤다.
“아니 진짜-!”
“한 사람이로군.”
단우현은 장삼태의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에 널려 있는 시체를 일일이 확인하며 이곳에 아이를 제외한 다른 이가 있었음을 확신했다.
“깔끔하구나. 군더더기 없는 솜씨야.”
“그런 것도 확인합니까요?”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죽은 이들의 시체를 지그시 지켜보며 잘려 나간 단면을 확인했다.
그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윽고 시선을 돌린 단우현은 천으로 덮여 있는 두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악취의 원인이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장삼태가 기겁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 곁에 누워 있는 아이를 확인했다.
“저기 아이가…….”
“안다.”
시큰둥하게 대꾸한 단우현이 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흉측한 몰골을 눈에 새기면서도 손을 뻗어 그 맥을 확인했다. 미약하게 뛰는 맥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 살 수 있습니까요?”
“그래.”
단우현은 살려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그런 망설임은 없었다.
오로지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천일조화공을 불어넣으며 그 미약한 숨을 붙잡았다.
“너는 당장 마을로 돌아가라.”
“저, 저만 말씀이십니까요?”
“그래, 불온한 낌새가 있다면 바로 알리거라.”
“아, 알겠습니다요.”
단우현의 목소리가 무겁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가?
장삼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습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무슨 사달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윽고 장삼태가 밖을 나간 순간.
단우현은 축 처진 아이를 안아 들며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한 놈이라…….”
그의 눈빛이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