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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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록산은 악산(惡山)이란 별칭으로도 유명했다.
지형이 가파른 탓에 산을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오는 것 또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악양에서 남쪽에 있는 상담(湘潭)으로 가기 위해선 이 악록산 옆에 나 있는 소로를 지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라, 운이 나쁘면 산적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웠다.
그런 길목을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장삼태는 다소 어색한 표정이 가득했고,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단우현은 어느 때보다 태평한 표정으로 경치 구경을 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곳이구나. 이 근처에 집을 지었으면 더 나았을 것을.”
“산적들도 바글바글하게 몰려들고 말입니다. 아주 좋았겠지요.”
“응? 다소 말투가 비꼬는 것 같구나.”
“아니, 글쎄! 내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믿어 주지도 않고, 더군다나 누명을 벗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산적 소굴이라니? 왜 그럽니까 정말?”
장삼태는 불만이 많았다.
무죄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그것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었지만, 막상 도박장이나 하오문 지부도 아니고 산적 소굴로 향하게 되었으니 불안할 따름이었다.
“무서우냐?”
“암요! 무섭습니다! 무죄고 나발이고 목이 날아갈까 두렵습니다.”
“흠…… 만약 소미가 산적에게 잡혔다고 하면 어쩔 거냐?”
“그야 당연히…….”
뛰어 들어갈 것이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그 아이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보호하겠다 다짐을 하였으니, 목숨 아까울 것 없이 달려가 구해 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이 인간이 있으니 절대 죽을 리는 없을 테지만.’
산적보다 더한 인간이 눈앞에 있으니 목숨을 잃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그런 놈들과 상대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계속 수련을 해 왔지 않았느냐?”
“고작해야 삼류 무공으로 무슨…… 소미한테도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권무진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도 가르침을 내리면서 저만 찬밥 신세이지 않습니까?”
“질투하는 게냐?”
앞서가던 장삼태가 우뚝 멈춰 섰다.
질투하냐고?
두말하면 잔소리다.
“생각해 보십쇼! 장주님이 배불리 먹는 게 누구 덕입니까? 접니다! 제가 하루 종일 부엌에서 맛있는 밥을 해 주지 않습니까! 장주님하고 소미가 입을 옷을 빠는 건 누굽니까? 바로 접니다! 게다가 틈틈이 마당도 쓸고, 소미도 봐주고! 잡일은 다 제가 다 합니다! 제가 없으면 장원이 안 돌아간다고요!”
“하하하.”
단우현이 크게 웃자 장삼태는 더욱 뿔이 났다.
한껏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제 취급은 동네 개새끼만도 못하니…… 당연 질투가 나고, 얼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구나. 그럼 원하는 것이라도 있느냐?”
신세 한탄을 하던 장삼태가 눈을 빛냈다.
원하는 것이 있냐고?
당연히 있었다.
왜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고도 도망을 가지 않고 남아 있겠는가? 물론 단소미의 영향이 크기도 했지만 그보다 갈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해지고 싶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단우현의 곁에 있으면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도망을 친다 해도 빚 때문에 단우현에게 잡혀 왔을 테지만 말이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렇군. 그럼 강해져 봐라.”
“예?”
뜻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갑자기 사람이 강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순간.
쇅쇅쇅-!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퍽!
이내 단우현이 장삼태의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그에 크게 휘청인 장삼태가 옆으로 밀려나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엎어졌다.
푸푸푹!
조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곳에 몇 발의 화살이 꽂혔다.
“이게 뭐여?”
누군가 단우현과 장삼태를 노리고 쏜 것이 분명했다. 장삼태가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한쪽에서 쯧 하는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우르르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 시발! 그냥 화살 맞고 뒤졌으면 좋았잖아.”
수풀을 가르며 나타난 사내들의 모습을 본 장삼태는, 왜 갑자기 화살이 날아왔는지 깨달았다.
드디어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쩌지? 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장삼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뭐…… 하십니까?”
“맞았다, 화살에.”
그는 세 발의 화살을 손에 쥐고 주저앉아 있었다. 화살에 맞았다는 사람이 피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데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조차 없었다.
‘도대체 이 양반은 또 무슨 미친 생각을 하는 거야?’
그 순간, 장삼태의 눈치를 본 단우현이 아! 하는 짧은 신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아. 이. 고. 아. 파. 라. 나. 죽. 네.”
“…….”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내뱉는 말을 들으며 장삼태는 미간을 짚었다.
도대체 이 인간이 왜 저러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은 탓이다.
그사이, 산적들은 점점 거리를 좁혔다.
그들은 마치 포위망을 형성하듯 단우현화 장삼태 주위를 둘러쌌고, 이윽고 칼을 겨누며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라!”
장삼태는 멍청한 눈으로 산적들을 바라보다가 칼날이 목에 닿을 듯 다가오자 정신을 차리며 숨을 삼켰다.
“이제 어쩝니까?”
“쿨럭! 뭘 어쩐단 말이냐.”
“그 말도 안 되는 연기 좀 그만하고, 어쩔 생각이냐고요!”
장삼태의 신경질에 단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 때문인지 산적들의 눈매가 좁아졌다.
더욱더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더니 이내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것 같은 매서운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느냐! 감히 이 곡중을 무시하다니!”
곡중이란 자가 들고 있는 것은 대도(大刀)였다.
내공은 이류나 삼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지만, 제법 외공을 단련한 듯 온몸이 우락부락한 근육질이었다.
장삼태가 주춤하며 물러서려고 할 때, 주저앉아 있던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강해지고 싶다면서? 실전만큼 빠르게 실력이 느는 방법은 없다. 기억하고 있느냐?”
“예?”
“네가 익힌 모든 것들을 말이다. 하나하나 되새김질해라. 그리고 네 발이 빠르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될 것이다.”
말을 마친 단우현이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장삼태가 식은땀을 주륵 흘리며 이를 갈았다.
“이런 시벌!”
눈앞에 있는 산적들의 수는 무려 십여 명.
경공만 대단할 뿐, 다른 건 삼류 수준인 장삼태에겐 상당히 많은 수였다.
그렇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주먹을 굳게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그 모습을 본 곡중이라는 자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한 놈은 뒤진 것 같은데, 그냥 포기하지?”
“시벌, 네놈 눈깔에는 저게 진짜 뒤진 걸로 보이냐?”
“이런 미친놈을 봤나?!”
곡중이 대도를 고쳐 쥐었다. 어디서 빌어먹다 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투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가 빠드득 이를 갈며 단박에 다가갔다.
대도를 크게 휘둘렀다.
부웅-!
세차게 휘두른 대도의 소리가 격하게 들려왔다.
‘빠른 발!’
반대로 장삼태는 단우현의 가르침을 귀에 담았다.
그는 단우현의 말대로 경공 덕에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무인을 상대로 이긴 적이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건 고작해야 산적!
‘강해지고 싶다면 도망치지 마라.’
굳게 마음을 먹으며 정면을 바라봤다.
대도가 제법 빠르기는 하지만 권무진이나 단우현의 주먹보다는 느렸다.
삭-!
자신감을 어느 정도 되찾은 장삼태가 일보를 내디디며 몸을 날렸다.
쾅-!
“엉?!”
맨땅에 대도를 내리친 곡중이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던 장삼태가 느닷없이 시야에서 사라졌으니까.
그것은 주위에 있는 수하들 또한 마찬가지인 듯, 모두 눈이 동그래져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퍽!
“컥!”
느닷없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삼태가 정권을 내질렀다.
곡중의 등을 가격한 그의 주먹이 깊게 파고들었다. 하나, 원체 주먹에 힘이 없는 탓에 상대를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불시에 기습을 당한 곡중이 휘청이는 순간.
“이 새끼가?!”
다른 산적들이 장삼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산적은 산적이구나.’
장삼태는 자신의 일격이 먹혔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그가 장원에 머무른 시간이 벌써 반년.
그간 단우현에게 시시때때로 들었던 조언과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들을 하나둘씩 떠올렸다.
쇄에에엑!
‘뒤!?’
뒤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 그에게는 두 다리가 있었다.
땅을 박차 허공으로 몸을 날린 그가 제비처럼 몸을 뒤틀더니, 착지를 하기 무섭게 화살을 날린 이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의 움직임엔 기이막측한 보법 따윈 없었다.
그냥 빠르게 달려가 주먹을 내질렀다.
퍼거걱-!
“꺼어억!”
콰다다당-!
힘껏 내지른 주먹에 맞은 사내의 몸이 뒤로 훌쩍 날아갔다.
몇 번 땅을 뒹굴다 나무에 부딪치더니 축 늘어지는 꼴을 보면, 혼절했거나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하아, 하아.”
장삼태는 숨을 골랐다.
고작해야 산적 나부랭이 하나 처치했지만, 이것으로 조금 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하나.
쇄에에엑!
촤아악!
“큭!”
어느새 다가온 곡중의 대도가 아슬아슬하게 허리를 스쳤다.
뒤로 물러서며 다시금 경공을 펼치려 하자, 사방에서 달려든 놈들이 그가 발을 움직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고작해야 발재간 따위를 믿고 까불었더냐!”
곡중이 흉신악살처럼 사나운 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악양에서 가까운 악록산에 산채를 차리고도 여태껏 살아남은 이유는 산적들 중에서도 상당히 노련한 데다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삼태의 허접한 무공 따윈 금세 꿰뚫어 볼 눈도 지니고 있었다.
“이놈은 경공밖에 펼치지 못하는 쓰레기다! 움직일 틈을 내주지 마라!”
“옙!”
커다란 대답이 장삼태의 귓청을 울렸다.
순식간에 찾아온 위기였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로 두 걸음.
단우현의 목소리였다.
장삼태가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인형처럼 우측으로 두 걸음 움직이는 순간, 공격을 이어 가던 곡중은 물론이고 장삼태조차 눈을 부릅떴다.
절묘한 움직임에 곡중의 칼날을 피한 건 물론이고, 그의 품으로 파고든 것이다.
“으랴랴랴럇!”
반격의 실마리를 잡은 장삼태가 그대로 박치기를 했다. 장삼태의 단단한 머리가 곡중의 안면을 들이받았다.
빠각-!
“커어억!”
곡중의 코뼈가 으스러지고 한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균형을 잃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장삼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따라붙어 매섭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