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32
“뭐…… 뭐야?!”
“꺄악!”
느닷없이 나타난 두 사람으로 인해 아이들은 당황했다. 여은월이 재빠르게 단소미를 잡아끌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결국, 방해할 셈이냐?”
“…….”
땅에 내려앉은 두 사내가 서로를 마주 봤다.
둘 모두 서로를 견제하는 눈빛이다.
그때, ‘쾅!’ 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백호가 단소미와 여은월의 앞에 섰다.
일촉즉발(一觸卽發).
누구라 한들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다.
백호가 내뿜는 살기, 사내가 뿜어내는 기세, 비천웅의 날카로운 기운.
이 세 가지가 뒤죽박죽 섞여 온 주변을 흔들었다.
“도대체…… 뭐야?”
“아저씨?”
단소미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백호의 등 뒤에서 부르르 떨었다. 조금 전부터 느꼈던 기척이 이 두 사람 때문이었던가?
칼을 쥐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또한 시선이 비천웅을 향해 돌아갔다.
분명 자신을 구해 준 그 사람이었다.
여은월 역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도 억지로 겁을 먹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한 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백호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
나아가는 순간 죽는다.
그러한 경고를 보내는 것 같았기에 단소미 역시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가라.”
“네?”
비천웅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는 여은월을 향해서 하는 말이다. 말을 내뱉는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쥐어짜는 듯한 감각.
극심한 고통이 몰아쳐 오지만 모든 기운을 이용해 그것을 막아 내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한다.
이미 나서기로 결정하였으니 결코 물러설 수 없다.
하다못해 일다경이라도!
버틸 수만 있다면 이 아이들을 도망치게 할 수 있다.
그러한 생각에 집중하며 칼을 쥐었다.
“멍청한 놈.”
흑의를 두른 사내는 붉은 눈을 빛내며 어이없이 웃었다. 같은 살수라고는 하지만 비천웅과 사내의 차이는 상당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천무제를 바로 곁에서 모신다는 것은, 오황이라 불리는 이들마저 뛰어넘는 천재들이라는 말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죽어라.”
사아악-!
사내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 어느새 앞에 다가와 있었다.
다가왔다고 깨닫는 사이, 칼날은 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깜짝 놀랄 여력도 없이 비천웅이 목을 뒤로 젖혔다.
칼날이 아슬하게 살을 갈랐다.
촤악!
피가 튀었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좋지 않은 상처다.
비천웅이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는 단소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쾅!
백호가 그것을 두고 볼 리가 없다.
거칠게 발을 휘둘러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남궁천이나 사도학조차 이길 수 없는 백호가 사내를 이겨 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백호의 거대한 발톱을 가볍게 피해 낸 사내는 어느새 단소미 앞에 선 채 칼을 휘둘렀다. 그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으며 또한 휘둘러진 칼에는 자비조차 없었다.
촤아악!
“으윽!”
하지만 사내의 칼은 단소미에게 닿지 않았다.
촤악!
어느새 단소미를 밀친 여은월의 등이 깊게 베였다.
빠져나온 칼날이 어린아이의 피를 머금고 번뜩였다.
목표를 놓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다시 한번 휘둘러 단소미의 머리를 가르려 했다.
그때.
촤악!
“윽!”
단소미의 품에 있던 백묘가 뛰어나오며 사내의 얼굴을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절정 고수조차 당해 낼 수 없는 일격을 지닌 백묘인 만큼, 사내 역시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다행히 손톱이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인 기습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비천웅이 달려들었다.
비천웅의 검이 매섭게 사내를 노렸다.
촤촤촤악!
순식간에 번뜩이는 칼날.
몇 번을 휘둘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사내의 정신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강했던 것인지, 살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도 비천웅을 놓치지 않았다.
푹!
“커억!”
칼날이 비천웅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비천웅은 억지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를 썼다. 심장과 머리가 억눌리는 극심한 고통은 그의 기세마저 흐트러지게 했다.
비천웅은 온 힘을 짜냈다.
“가라! 어서!”
단소미를 바라보며 격렬하게 소리쳤다.
내뱉는 말에 힘이 실렸고, 그대로 사내를 잡아끌었다. 다 죽어 가는 이의 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악력이 사내를 붙잡았다.
“이 녀석!”
깜짝 놀란 사내가 이를 갈며 손에 힘을 주려 하는 순간.
푹!
비천웅의 품속에 있던 비수 한 자루가 그의 단전을 꿰뚫었다.
“끄아아아악!”
사내는 괴성을 내지르며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내력을 느끼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쳐 보았지만, 점차 빠져나가는 힘은 어떻게 해서든 붙잡을 수 없었다.
비천웅이 흐릿한 시선으로 히죽 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백호가 단소미와 여은월을 이끌고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 하하…….”
비천웅은 웃었다.
벌써 몇 번째 맞이하는 죽음인지.
그러나 오늘과 같은 감정은 일찍이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 자식-!”
쩌렁쩌렁-!
아직 힘이 다하지 않은 사내가 쩌렁쩌렁 소리를 쳤다. 극심한 통증을 억누르며 매섭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비천웅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하지만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기이할 정도로 강한 힘이 그를 밀어낸 탓이다.
엄청난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물러서게 되었다.
“뭐…… 냐?”
“뭐냐니…… 사람이다만?”
그 자리에는 한 사내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시선을 보내는 자. 어찌나 무심하던지 보는 순간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 마치 천무제를 말이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이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렸다.
“나, 나는…….”
“시끄럽다.”
서걱!
번뜩임을 눈에 새긴 것은 한순간이었다.
눈으로 무언가를 보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커억…….”
천무제의 곁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사내는 쏟아져 나오는 피를 억누르지 못하고 토악질을 했다.
시선이 기이한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같더니, 이윽고 자신의 하체가 꾸역꾸역 피를 내뿜는 것이 보였다.
촤아아아악!
쏟아져 내린 피가 온 사방을 적셨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했던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며, 그저 역겨울 정도로 처참하게 찢긴 시체만이 그 자리에 존재했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은 단우현 한 사람.
그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
단우현의 시선 끝에는 미약게나마 목숨을 붙잡고 있는 비천웅이 있었다.
* * *
“뜨거운 물! 뜨거운 물을 가져와! 깨끗한 천도 말이다!”
무천풍과 사도학이 허둥지둥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장삼태와 매향이 부리나케 움직이며 그것들을 가져다주었다. 곤히 누워 있는 여은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숨통이 끊어진 것 같아 보였다.
“으허허헝…….”
단소미가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터트렸다. 그저 악양에 다녀오려고 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여은월은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드니 괜스레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때, 사도학이 단소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뻗어 나간 지풍은 단소미의 수혈을 짚어 아이를 잠재웠다.
“괘…… 괜찮은 건가요?”
“그래, 시끄러운 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지. 일단 방에 재워 놓거라. 지금 급한 것은 이 아이다.”
사도학과 무천풍은 조심스럽게 여은월의 상처를 살폈다. 평범한 상처가 아니다.
상처를 입은 순간 맹독이 퍼지며 빠르게 목숨을 앗아 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운이었는지 아직 장기에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일단 내가 공력으로 독을 몰아내겠네. 자네는 이 아이의 상처를 돌보게.”
무천풍의 말에 사도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공력을 불어넣는 순간, 사도학의 손이 움직이며, 베인 상처들을 치료해 나갔다.
그래 봐야 피를 닦아 내고 찢긴 곳을 꿰매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세상에…… 누가 아이를 이렇게…….”
매향이 기가 찬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자칫 잘못하여 단소미마저 이러한 꼴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따라가지 않은 자신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함께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방패막이라도 될 수 있었던 것을.
이런 짓을 한 이를 향한 분노가 끝없이 솟구쳤다.
“괜찮을 거다. 우리 어르신들이 누군데 아이 하나 못 고치겠어?”
“당신…….”
장삼태마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 보이던 장난기 다분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자못 진지한 모습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장삼태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올 수 있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으니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장주님! 은월이가!”
“안다. 호들갑 떨지 말거라.”
“아, 아이가 죽어 가잖아요! 아무리 장주님이라고 해도 조금은……?”
매향이 거칠게 소리를 치며 단우현에게 따지고 들려 했지만, 그가 어깨에 누군가를 메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문득 말을 멈추었다.
그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는 단우현의 옷까지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자…… 장주님?! 그놈은 누굽니까? 피, 피가!”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니, 시벌! 이런 상황에서 호들갑을 안 떨 수 있습니까요!”
장삼태가 답답한 듯 소리를 쳤다.
아무리 강심장인들 이 상황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소미가 습격당했고, 여은월은 죽기 직전이며, 갑자기 사라진 단우현은 다 죽어 가는 시체를 둘러업고 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희안한 광경이었다.
“방 하나를 내주거라. 이자는 내가 보도록 하지.”
“으…… 은월이는?”
“저 두 사람이라면 괜찮을 거다. 소미는 재웠느냐?”
“에, 예, 사 어르신께서…….”
“그래…….”
단우현의 모습이 너무나도 침착하다.
제 딸이 습격을 받고 충격을 받은 상황인데도 어찌 저런 침착함이 나올 수 있는가?
하지만 장삼태는 단우현의 말에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침착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 눈빛.
단우현은 지금 몹시 화가 나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