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36
“어…… 없어요!”
이른 아침 느닷없이 다가온 단소미는 이제 막 잠에서 깬 단우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다급해 보였기에 단우현은 정신을 차리며 숨을 골랐다.
“그래, 뭐가 없어졌느냐?”
“미호가 사라졌어요!”
“아…….”
단우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미호는 틀림없이 그 여우를 말함이다.
어젯밤 이곳을 떠났으니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 여우를 주워 온 것은 단소미였고, 백묘나 백호만큼 귀여워해 주었으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단우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라 말을 해 줘야 할지 난감했다.
“제 갈 길을 찾아간 것일 테지.”
“집도, 친구도, 가족도 없을 텐데요.”
“…….”
단우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물론 동물이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천하의 구미호를, 그것도 천 년 동안 살아온 그것을 마치 천애고아나 친구도 없는 미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괜스레 여우가 불쌍해지는 순간이었다.
“동물들이란 게 원래 그렇단다. 자기 짝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
“백호랑 백묘는…… 이곳에 있는데…….”
“그것들은 이곳이 제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겠느냐?”
단우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단소미를 달랬다.
아쉬워하는 눈빛이 역력하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어찌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단소미가 풀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좋은 곳으로 갔겠죠?”
“……그, 그래, 좋은 곳으로 갔을 거다.”
“이곳에서 지낸 것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죽지 않았다만?”
“네에? 저도 죽었다고는 말 안 했어요. 설마 죽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단소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곧 고개를 젓는 단우현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죽은 것을 몰래 단우현이 치운 것은 아닌가 오해하였지만, 말을 들어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단우현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깼냐?”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끼익 방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시꺼먼 흑의를 걸친 사도학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잡념을 떨쳐 내는 것처럼 고개를 저으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보면 모르나?”
“그래, 봐서 안다. 그보다 잠깐 시간 좀 내줘라.”
사도학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고개를 까닥이며 단우현을 불러냈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단우현은 영문도 모른 채 사도학을 따라 방을 나섰다.
장원에 나 있는 길을 따라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가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따라가다 보니 목적지가 어디인지 대강 알 수 있었다.
장원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
한때나마 남궁소혜가 연무를 하던 장소다.
주위는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의 흔적 역시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칼춤을 추기에는 장원 내에 있는 연무장보다 안성맞춤이었는데, 그 이유는 힘을 과하게 써도 딱히 부서질 만한 물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도학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신음을 삼키더니, 등을 돌려 단우현을 바라봤다.
무심한 시선이다.
여전히 감정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라보는 순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마주 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사도학은 단우현과 자신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만큼 공포가 엄습했다.
저도 모르게 씩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무슨 짓이지?”
“간단하다.”
“뭐가 말이냐?”
“강해지고 싶다.”
단우현이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강해지고 싶은 사람이야 무수히 많이 널려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들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이미 자신만의 무공을 창안할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 사도학이다.
그런 이를 향해 단우현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오늘부터 한 시진씩.”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원래 사람이 강해지려면 더 강한 사람하고 붙어 봐야 하는 법이거든.”
“그래서?”
단우현은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학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단우현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쯧쯧 혀를 찼다.
“진짜 말귀 못 알아먹는 놈일세.”
“어쩌라는 거냐?”
단우현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고 덤벼 봐야 소용조차 없는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것 역시 아닐 거다.
단우현의 입장에선 오히려 사도학이 이해되지 않았다.
“앞으로 하루 한 시진씩 나랑 붙어 보자.”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한 치 승부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무언가 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괜한 심력 낭비라는 것을 알기에 단우현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의미 없는 일이다.”
“그건 내가 정하는 거고!”
사도학이 마기를 뿌렸다.
천마신공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
남궁천이 사도학을 상대하기 위해 제왕검형을 창안하였다고 한다면, 사도학 역시 조금 더 높은 경지를 위해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였다.
천마혈천기(天魔血天氣).
혈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탓에 그 이름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동방구가 지어 준 이름이니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마혈천기야말로 사도학이 가지고 있는 전력이었다.
“오호…….”
단우현이 흥미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마치 천무광의 기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의 기운 역시 검붉은 느낌이었는데, 악귀의 사이함이 느껴지는 천무광과는 다르게 사도학은 극한의 어둠이 느껴지고 있었다.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얻는 것이 있을까 싶다만…… 재미있어 보이니 어울려 주마.”
“그런 건 내가 정한다, 이 자식아!”
사도학이 단우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두 사람의 기운은 한없이 퍼져 나갔다.
장원까지 꽤 떨어져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비천웅과 무천풍은 두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장삼태가 가지고 온 밥을 먹고 있던 비천웅이 번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찌릿찌릿-!
온몸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짜릿한 감각.
고수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느낌.
아직 몸조차 성하지 않은 비천웅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마당이 보였다.
그곳 툇마루에 앉아 있던 무천풍이 부들부들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제길…… 괴물 같은 놈들이네! 진짜.”
“……두 사람인가?”
“그래, 이놈아. 그러고 반말하지 말라고! 네놈이 단 가주 놈이냐?”
“…….”
비천웅은 대답 없이 서쪽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거센 기운.
마치 돌풍이 몰아치고 폭풍우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또한 깊은 어둠마저 느껴지고 있었는데, 이는 마치 천무광과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감각이었다.
비천웅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 시벌……! 자는 사람 깜짝 놀라게 말이야. 하려면 다른 데 가서 하시지.”
그때, 투덜거리며 장삼태가 밖으로 나왔다.
한참 동안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지진이 일어나며 거센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있다.
감각이 예민하지 않을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무신도경을 익힌 뒤부터 상당히 날카로워진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천웅이 그런 장삼태를 바라봤다.
보통 자신의 주군을 상대로 저러한 말을 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뭘 보쇼?”
“…….”
비천웅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날카롭게 말을 건네는 장삼태의 기세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의 비천웅을 향해 내뱉는 말이었기에, 혹시 단우현의 뒤를 이을 만한 고수는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 차림새가 제법 묘했다.
입고 있는 옷은 허름한 장삼이었고 그의 몸을 아무리 훑어보아도 그리 단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걸음걸이 또한 그리 대단치 않았다.
비천웅이 힐끗 무천풍을 바라봤다.
“아아, 저놈 종놈이야, 종놈. 신경 쓰지 마라. 그냥 미친놈이니까.”
“미친놈이라니요? 어르신 밥 챙겨 주고, 청소해 주는 놈이 접니다! 그런 소리 하시려거든 안 듣는 데서 하쇼!”
장삼태가 삐진 듯 소리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딴에는 무천풍을 챙겨 준다고 열심히 챙겨 주었는데, 돌아오는 것이 영 아니니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무천풍이 깜짝 놀라 허겁지겁 장삼태를 붙잡았다.
“아니, 아니야! 내가 미안하네. 다 늙은 놈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헹! 혼자 밥 잘 차려 드쇼!”
장삼태가 옷깃을 쥐고 있는 무천풍을 거칠게 털어 내며 등을 돌렸다. 성큼성큼 걷고 있는 그는 아무런 미련조차 없어 보였다.
다급한 것은 다름 아닌 무천풍이었다.
청소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더러운 곳에 있어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호남단가에서 장삼태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식사.
싸구려 재료를 사용한다 하여도 최상의 진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장삼태의 손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무천풍이 봤을 때, 요리 하나만큼은 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의 요리를 먹지 못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다시금 풀을 뜯어먹으며 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장삼태의 뒤를 서둘러 따라갔다.
천하의 무천풍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비천웅이 그것을 가만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웃었다.
“어이없군…….”
그런 말을 내뱉던 비천웅은 깜짝 놀랐다.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을 죽이며 살아온 그이기에 이러한 상황에 놀라워하며, 자신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응?”
그때, 비천웅은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 왔는지 주변에 몇몇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젊은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이 비천웅을 확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비비며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왜 여기 있는가?”
이윽고 뒤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비천웅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우두커니 서 있는 남궁천이 보였다.
하남에서 드디어 도착하였는지 짐들이 가득했다.
당장 노곤한 여정의 피로를 풀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우뚝 멈춰 선 채 비천웅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쩌다…….”
“아! 돌아오셨습니까요? 저 인간은 또 장주님이 주워 왔습니다요!”
“하…… 참, 천하오황을 다 주워 오는구먼…….”
비천웅이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장삼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 때문인지 비천웅은 인상을 찌푸렸다.
‘물건이 아니다만?’
반박하고 싶었으나 그놈의 체면이 뭔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