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39
캉캉캉-!
두 사람의 칼날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번뜩이는 불빛은 화려함을 자아냈다.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소리와 검이 부딪칠 때마다 터지는 섬광은 두 사람의 싸움을 절로 머릿속에 그리게 했다.
촤라락-!
두 사람이 물러서며 검을 휘둘렀다.
서로의 옷자락을 베어 내고는 거리를 벌렸다.
태공진은 잘려 나간 옷자락을 손에 쥐고 펄럭였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고는 어이없이 웃었다.
“자네, 천무제를 따르는 거 아니었는가? 나와 칼을 부딪친다는 것은 곧 그분에 대한 배신인데 말이야…….”
“놀고 있다, 가증스러운 새끼.”
“……하하, 그 성격은 여전하군. 그런데 내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찌 알았는가?”
“간단하다. 지난번 붙었을 때 네놈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마치 내가 네놈을 죽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지.”
“흠…… 고작 그런 것으로?”
천무광은 인상을 찌푸렸다.
태공진은 틀림없이 남주련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대로 시간을 끌기만 하면 절대 지지 않았을 텐데, 의심스러울 정도로 급하게 검을 휘둘렀고 여러 허점을 드러냈다.
또한 천무광의 칼에 맞아 쓰러졌을 때도 이상했다.
처음에는 시신을 여우가 수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에 나 있는 흔적들을 살펴본 결과 그것은 아니었다.
여우가 나중에 되돌아온 흔적을 찾았고, 또한 시신이 묻힌 곳 역시 찾아냈다.
땅을 파 보니 그곳에는 틀림없이 시신이 묻혀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역변술을 이용해 태공진으로 변해 있는 이름 모를 자의 것이었다.
그 모든 상황을 통틀어 종합해 보았을 때, 태공진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으며 반드시 몸을 숨겨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들이 팔선들의 계략인가?
아니다.
만약 그러했다면 남주련이 그렇게까지 날뛰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생각되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태공진의 배신.
“언제부터였냐?”
“뭐가 말인가?”
“천무제 그놈 밑에서 긴 거 말이다.”
“하하,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정말 몹쓸 친구로구먼…….”
태공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천무광이다.
본디 성격이 불같은 자이니만큼 천무제의 대단함을 생각하며 내뱉지는 않을 것이다.
태공진이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래도 좋다네. 계속할 생각인가? 아니면 물러갈 텐가?”
천무광이 게슴츠레 눈을 좁혔다.
그것을 본 태공진이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돌연 휙 하고 무언가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인간이다.
하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강시라 해야 맞는 것일까?
이윽고 곧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천무광은 저도 모르게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거지 같은 놈이…… 무슨 짓을……?”
눈앞에 서 있는 강시.
시뻘건 장발을 휘날리며 생기 없는 눈동자를 보내는 자. 틀림없이 한때나마 이 중원을 뒤에서 조종하고 무신과 맞대결을 벌였던 혈마다.
“다시 묻겠네. 계속할 텐가?”
“…….”
“아니, 아니지. 나는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네. 대체 왜 자네가 이곳에 와 있는지 말이야.”
태공진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눈에 새긴 천무광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온 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것.
상황 하나하나가 내키지 않아 저도 모르게 활화산처럼 화가 치밀었다.
또한 태공진을 이곳에서 내보낼 수 없다.
저 강시 역시 완성시킬 생각은 없다.
그만큼 혈마를 이용한 강시는 위협의 대상이다.
“딱히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뭔가?”
“……죽은 놈은 저승으로 가야지. 이승에 있어선 안 되는 거거든.”
천무광은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공진의 행동으로 보아 그가 천무제를 섬기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천무광이 배신하기 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태공진은 어떤 눈으로 보았을까?
삼천을 배신하고 뛰쳐나가 강해지겠다는 일념으로 천무제의 밑으로 기어들어 간 천무광의 모습을.
또한 마지막 대결을 벌였을 당시,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계획대로 움직여 주는 천무광을 바라보며 얼마나 비웃음을 머금었을까.
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았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죽어라.”
“허…… 이것 참 재미있는 소리를 또 들었군.”
천무광과 태공진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무표정한 강시가 천무광을 향해 덤벼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 * *
사도학은 며칠 동안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수차례 운공을 하며 기운을 다스려 보았지만, 마치 직접 뼈와 장기를 때리는 것 같은 단우현의 손길을 막을 수 없었으며, 그 통증마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무신.
전 무림을 통틀어 천하제일인이며 고금제일이라 불리는 자.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이번만이 아니라 몇 차례 붙어 보기까지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침상에 누워 있던 사도학이 주먹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그 고통이 골수까지 치밀어 올라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무런 도움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던 단우현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자네 정말 괜찮은 것인가?”
곁에서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남궁천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무리 봐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없었기에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사도학은 신경 쓰지 않았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구야? 사도학이라고!”
“허, 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는 남궁천은 느닷없는 사도학의 행동이 참으로 기이했다.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는 하였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레 심경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눈에 독기마저 깃들었다.
남궁천은 그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좀 쉬는 게…….”
“그럴 시간이 없다니까! 큭…….”
“어이쿠…….”
소리를 지르던 사도학이 크게 휘청였다.
현기증을 느낀 것인지 문틀을 붙잡은 그가 호흡을 골랐다. 그러한 모습 하나하나가 남궁천이 보기에 굉장히 위태롭게 보였다.
“잠깐 기다리게. 자네 그렇게 하다간 주화입마가 올 걸세.”
“주화입마는 무슨…….”
주화입마라는 것은 단순히 운공을 하다 빠져드는 것만이 아니다. 내공이 역류하여 빠질 수도 있으며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주화입마이다.
그렇기에 무인들이란 무릇 심신(心身)을 경건히 하는 것에 가장 큰 힘을 쓰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이 마음과 행실을 바로잡음으로써 정신을 견고히 하여 주화입마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사도학은 그 선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남궁천이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대로 수혈을 짚어 사도학을 재우려 했다. 강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사도학.
심지어 남궁천과 사도학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격차가 존재하는 바, 또한 이미 주화입마 초기 증상으로 인하여 기감마저 바짝 날이 서 있는 사도학이다.
그가 재빠르게 등을 돌려 손을 휘둘렀다.
펑!
허공에서 남궁천의 기운이 상쇄되어 사라졌다. 자그마한 소리이기는 하지만 방 안을 가득 메울 정도는 되었다. 짧은 미풍이 불며 작은 돌풍이 휘날렸다.
남궁천과 사도학의 머리카락 거칠게 날아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천천히 기세를 풀어헤쳤다.
“뭐 하는 짓이냐?”
“지금은 이 자리에 있게나.”
“내가 네놈 말을 들어야 한다고?”
“허허허,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인데 너무 고깝게 듣는 것 아닌가?”
“하!”
“음…….”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시뻘겋게 눈이 달아오른 사도학은 마치 남궁천을 씹어 먹을 듯 바라봤다.
그 시선이 너무나도 날카로워 오랫동안 사도학을 보아 왔던 남궁천조차 마치 다른 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큰 사달이 벌어질 것 같았다.
“자네 지금 상태로 가 봐야 단 가주께 맞아 죽기밖에 더할 것 같은가?”
“큭!”
사도학의 눈에 맺혀 있는 살기는 진짜배기다. 그것을 단우현이 감지하는 순간, 장난으로 주먹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죽일지도 모른다.
단우현은 위협이 된다 생각하는 즉시 그것을 배제하려 드는 사람이니까.
이대로 나가 봐야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
사도학은 정말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가? 또한 조금 전 내뱉은 남궁천의 한마디에 무척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기세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검붉게 흘러나오는 마기를 느끼며 남궁천이 바짝 긴장했다.
지금까지 사도학을 상대한 적은 많았지만, 오늘만큼 진심인 적은 없었으며 이렇게까지 어두운 기운 역시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침상 옆에 가지런히 놓아 두었던 검을 들어 올렸다.
제왕검형의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일촉즉발(一觸卽發).
“시끄럽구나.”
그 순간,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의 시선이 빠르게 돌아갔다.
동시에…….
뻐걱!
“커어억…….”
누구보다 먼저 고개를 돌린, 그리고 가장 문에 가까이 있던 사도학은 무엇 하나 하지 못한 채 복부를 얻어맞았다.
빙글빙글 세상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며, 저도 모르게 토악질이 터졌다.
“우웩!”
“어디서 그런 살기를 보이느냐? 제정신이 아니로군.”
단우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또 한 번 손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새우처럼 꺾여 있던 사도학의 몸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혼절한 것인지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있었으며, 눈은 반쯤 뒤집혔다.
“으음…….”
남궁천은 그것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실제 눈앞에서 보게 되니 괜스레 마음이 더 쓰렸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쓰러진 사도학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 괜찮은 것인가?”
“독기가 어려서 그런 것이다. 한 대 맞았으니 정신이 돌아왔을 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남궁천은 사도학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도학 정도나 되는 이가 자존심이 구겨지고 주화입마에 빠질 만큼의 말을 단우현이 했단 말인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는다 했다.”
“누구에게 말인가?”
“앞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말이다.”
“……!”
그 한마디에 남궁천은 몸을 굳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도학에게 내뱉은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어떤 이들이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나타나게 된다면 이미 자신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괴물들이란 소리였다.
남궁천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것참…… 무서운 말일세. 허허.”
애써 웃음을 지어 보았지만, 불길한 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머물렀다.
그 어떤 이들이라 하여도 천하오황이라는 자들이 얼마나 격 높은 수준의 무인인지 알고 있다면, 단우현의 말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