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4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남궁소혜는 마른침을 삼켰다.
오황과 무신의 대결이라? 세상에 어떤 이들이라 하여도 이와 같은 일을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목검으로…….’
저 정도 수준이 되는 이들이라 한다면 목검조차 진검처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우현이 지니고 다니는 낚싯대만 보아도, 그가 휘두르는 것으로 수십 명을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정도이니, 애초에 목검이니 진검이니 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무신과 다른 사람의 싸움이라면 말이지…….’
하지만 상대는 오황.
단우현만큼은 아니지만 현 중원에서 최고봉에 올라와 있는 다섯.
그들 역시 나뭇조각 하나로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올라와 있는 자들이다.
그런 상대들이니만큼 목검과 진검의 차이는 명확할 터.
이 싸움에서 단우현은 다소 불리함을 초래했다.
“그래도 자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호가 주먹을 꾹 쥐며 뚫어지게 상황을 바라봤다.
단우현이 강하다는 사실은 안다.
그것이 검황이나 다른 오황에 필적한다거나, 혹은 그들을 뛰어넘을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이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바람을 타고 찌릿찌릿 전해져 왔다.
고수와 고수의 싸움.
그러나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들을 눈에 새기게 될 것이다.
무호의 시선이 연무장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승패를 판가름하기에는 그가 봐 온 것들이 너무 없다. 그저 막연하게 강한 이들이 붙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나 마나지.”
그때, 장삼태가 귀를 후벼 팠다.
무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이미 싸움은 끝났다는 듯이 한 사람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검황이나 사도학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장삼태를 돌아봤다.
그가 피식 웃었다.
“이 세상에 장주님을 이길 사람은 없다고.”
자신 가득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동시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먼저 달려든 것은 사도학이었다.
상황을 살피고 있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본능이 앞선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사정없이 마기를 끄집어내며 거리를 좁혔다.
검붉은 마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 광경은 같은 오황이라 하여도 기겁할 정도로 무섭게 솟구쳤다.
온몸에 찌릿찌릿 전해지고 있는 사도학의 힘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갈가리 찢어 그 흔적조차 남게 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쾅!
이윽고 그 힘이 단우현에게 부딪쳤다.
거센 힘이 파도를 타고 흐르듯 온 주변을 집어삼켰다. 그 여파가 어찌나 강한지 지켜보고 있는 자들은 차마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나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누구라 한들 이 힘을 받고 살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생각과는 다르게 먼지가 걷히며 보이는 광경에 모두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지른 사도학의 주먹이 막혔다.
그 한 수를 막은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의 목검이다.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당장 부러져 나갈 것 같았던 목검은 한 치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며 사도학의 힘을 흐트러트렸다.
그것에 경악할 겨를도 없이 적무성이 나타났다.
사도학을 치기 전에 막겠다는 일념인가?
뻗어 들어온 칼날이 단우현의 목을 노렸다.
사악!
그러나 스쳐 지나간다.
동시에 단우현의 목검이 기이하게 꺾이며 사도학을 끌어당겼다.
“윽!”
깜짝 놀란 것은 비천웅이다.
기습을 노리고 있던 비천웅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그 궤도를 사도학이 가로막은 것이다.
재빠르게 칼날을 트는 순간.
단우현이 목검을 튕겼다.
사도학의 몸이 어이없이 튕겨 나가며 비천웅을 밀어내었고, 동시에 꺾인 목검은 그대로 적무성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끄억!”
내공 한 줌 실려 있지 않은 것 같은 목검이었으나, 적무성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강맹한 기세가 느껴졌다.
위압 가득한 힘은 저도 모르게 등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게 했다.
남궁천의 검이 묵직한 기세를 머금고 단우현을 향해 뻗어졌다. 그것은 사도학이 내뿜은 마기와 동등하였고, 어찌 보면 그 이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 경악이 절로 터질 정도다.
하지만 단우현은 찔러 들어오는 칼날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칼날에 실린 힘이 얼마나 묵직한지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에게 있어서는 자그마한 일이라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건 제법이로군.”
카앙-!
단우현이 목검을 휘둘러 칼날을 쳐 냈다.
목검과 진검이 부딪쳤음이 분명한데도 소리가 격렬했다. 마치 실제 칼날을 부딪친 것 같은 그 울림에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우현이 목검으로 그 칼날을 쳐 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무천풍의 장력이 단우현을 향해 쏟아졌다.
쾅쾅쾅쾅-!
연이어 굉음이 들렸다.
온 주위를 파괴할 만큼 쏟아지는 격렬한 힘.
자욱한 흙먼지를 띄어 올리고 잔재들이 휘날려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원하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오로지 단우현을 향해 떨어진 장력이 분명한데도, 정작 본인은 어느 한 곳 상처 입은 곳이 없었으며, 옷자락 하나 찢겨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곁에 있던 사도학과 남궁천이 그 장력을 피하느라 거리를 벌렸을 정도다.
“제법 틈을 잘 노렸지만, 아직도 감각이 좀 떨어지나 보군.”
“윽! 하…… 한 대도 안 맞았어?”
“맞추려고 쏜 것이냐?”
“억?!”
이죽거리는 단우현의 말에 무천풍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무리 감각이 떨어진다 하여도 수 발의 장력 중 한 발이 안 맞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틀림없이 그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기에 더욱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괴물이냐, 네놈은?”
“너희들이 수준이 낮은 것이다. 보거라.”
단우현이 발로 바닥을 툭툭 두들겼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아는가?
모든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봤다.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더냐, 오황이라는 것들이?”
마치 실망했다는 듯 단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단우현은 지금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격렬한 공세가 뻗어 들어온다 하여도, 그 자리에 선 채로 상대의 공격을 무마시키고 이끌고 밀어내 버린 것이다.
모든 이들이 기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천하오황이라 불리는 이들이 모두 모여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그 광경.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우위를 가지고 올 것이라 믿었던 자들마저 이 경악스러운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 * *
“이건…… 말도 안 돼…….”
무호는 정녕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오황이다.
이 중원에서 저들만큼 강한 자는 없다고 한다.
그런 이들 다섯을 모아 놓고 고작 홀로 상대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어느 고수를 데려다 놓아도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상황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어이없는 시선으로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호남단가의 인물들이 아무런 말 없이 연무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조차 마치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라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무호는 오히려 그들에게 소름이 돋았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니?
사람의 담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카카캉!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섯 명의 고수들이 연거푸 강공을 퍼부으며 단우현을 압박해 나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단우현의 목검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흘러 들어가며 상대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끌고 들어와 상대의 궤적을 틀어막고, 가볍게 내지른 목검에 의하여 모든 흐름이 끊겨 나갔다.
그야말로 천외천.
어떠한 이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크하, 이래서 장주님이 최고라니까!”
장삼태가 소리를 내지르며 박수를 쳤다.
눈으로 보는 것에 한계가 있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들이었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여 절로 시선이 갔다.
저들이 내뿜는 여파가 계속해서 그들을 향해 몰아치고 있었지만, 그런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에 열중했다.
“단가주도 그렇지만 비천웅의 움직임은 실로 놀랍군. 눈으로 보이지도 않아.”
“저게 오황…….”
그때, 권무진과 마장강이 숨을 삼켰다.
이 중원에 사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든 오르고 싶은 경지. 그러한 이들이 눈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그 경외심과 떨림, 설령 보고 배울 수 있는 경지마저 아득히 초월했음에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이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무호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칼이 빠르다, 혹은 누가 이기고 있고 누가 지고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 상황이었다.
그때.
꿀꺽꿀꺽-.
장삼태가 무언가를 마시더니 육포를 씹었다.
질겅질겅 씹어 삼키더니 무엇이 그리 기분 좋은지 소리를 쳤다.
“잘합니다! 우리 장주님, 최고다!”
카카카캉!
격렬한 소리, 내지르는 칼, 뿜어져 오는 강맹한 기세들.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마치 축제라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숨겨 가지고 온 것인지 술병을 손에 쥐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육포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무……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깜짝 놀란 무호가 소리를 쳤다.
이런 것을 바라보면서 구경하듯 술을 마시다니?
무인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장삼태는 오히려 이상한 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무호를 쏘아봤다.
“왜?”
“아니, 지금 이런 게 들어갑니까? 무인으로 예를 차려야 하거늘…….”
“싸움 구경하는데 예의고 나발이고 뭐가 중요해?”
장삼태는 또다시 술병을 나발 불었다.
그러고는 육포를 집어 입에 넣고 껄껄 웃었다.
때마침 단우현의 검에 사도학이 널브러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하여, 속에 품고 있었던 무언가를 털어 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무호가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던 그때.
또다시 장삼태가 술을 나발 불었다.
“원래 싸움 구경이든 불구경이든 이렇게 봐야 제맛인거…….”
파캉-!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하며 술병을 입에 가져다 대던 장삼태는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느닷없이 술병이 깨지며 그 파편이 뺨을 스쳤다.
“뭐…… 뭐야?”
“…….”
동시에 사나운 기세가 느껴졌다.
“히끅!”
딸꾹질을 한 장삼태가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무장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던 격렬한 싸움은 어느새 멈춰 버렸으며, 여섯 명 모두의 시선이 장삼태를 향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장삼태가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바닥에 떨어진 육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드…… 드시렵니까요?”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저벅저벅 사신의 발걸음 소리와 악귀 나찰과도 같은 얼굴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