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5
늦은 밤, 사도학은 자신의 거처에서 단우현과 벌였던 일전들을 떠올렸다.
단순히 최선을 다해 대련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단우현은 명백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약점을 보여 주며, 어떻게 해야 더 상승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상상 속 그의 눈앞에는 단우현이 있고, 자신은 주먹이나 검을 내질렀다.
그러나 단우현을 맞히지 못하고 오히려 반격을 당하는 상황만 그려졌다.
그것이 사도학의 모든 것들을 더욱 자극하고 확실하게 그 실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었다.
명상하는 사도학의 얼굴에는 흥건하게 식은땀이 흘렀다.
“좋군.”
밖에 나온 단우현은 곳곳에서 이러한 기척들을 느끼고 있었다. 다섯 사내 전부가 한 걸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이것으로 호남단가는 한층 더 강한 전력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것에 만족하듯 단우현은 달빛 아래 앉아 술을 마시며 웃었다.
그의 눈빛은 장원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었다. 한데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로 훌쩍 떠나갈 것 같은 이의 눈빛이었다.
‘만년빙정이라…….’
실제로 북해빙궁에 빙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 북해 땅에서도 아주 성스러이 여기는 물건으로, 사람이라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땅에 숨겨져 있다.
내부는 극한지기가 흘러넘치는 탓에 들어서는 순간 숨결조차 얼어붙었다.
그렇기에 훔쳐 갈 수 있는 이가 없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천무제 정도나 되는 고수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어떠한 이유이든 간에 천무제가 그것을 손에 넣었다면, 여우 구슬을 얻는 것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단우현에게, 그리고 이 호남단가의 사람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테지.’
단우현은 마음을 먹은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그의 곁에 놓인 한 자루 검.
어느새 싸 놓았는지 모를 자그마한 봇짐.
그것들을 손에 쥔 단우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움직여 단소미가 있는 방을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곤히 자는 소미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는 아이.
그 표정만 봐도 행복함이 넘쳐 흘렀다.
단우현은 천천히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으음…….”
자그마한 신음을 낸 단소미가 느닷없이 손을 뻗어 단우현을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것은 마치 떠나려는 단우현의 마음을 깨닫고 붙잡기 위한 행동 같았다.
이윽고 천천히 단소미가 눈을 떴다.
“으응?”
다소 흐릿한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점차 시야가 뚜렷해지자 단우현이 봇짐과 검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들짝 놀란 단소미가 멍하니 입을 열려는 순간.
“다녀오마.”
느닷없이 단우현의 말이 들려왔다.
단소미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른 때보다 더욱 부드러운 분위기.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와닿을 때가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말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단우현의 표정이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이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느껴졌다.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단소미는 눈물을 집어삼키며 생긋 웃음을 지었다.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이미 모든 것들을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단소미는 체념하듯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단우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새겼다.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결심.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느낌.
그렇기에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였지만, 그것만으로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어선 단우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탁 하고 방문이 닫히는 순간, 단소미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떠나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홀로 애타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그마한 아이는 불길함과 불안감을 억누르며 단우현을 기다리겠다, 그런 다짐을 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준비를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기다릴게요…… 아빠.”
아이의 자그마한 외침이 속삭이듯 울려 퍼졌다.
* * *
단우현의 발걸음에 더는 망설임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호남단가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 길을 가지 않을 수는 없다.
단우현 외에는 해결할 자가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혈천 정도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니,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생각조차 없었다.
저들은 저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많은 것들을 해내었고 또한 지켜 내었으니, 남은 것은 단우현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데려가려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러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어디를 그렇게 가십니까요?”
그의 길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다.
다소 고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려는 단우현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돌아가거라.”
“어디를 가시냐니까요? 이 장삼태, 매일 말하지 않았습니까. 장주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간다고.”
“이번 일은 네 손을 넘어선 것들이다.”
“위험합니까요?”
장삼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빛이 그의 모습을 비추었다.
퉁퉁 부어터진 얼굴.
여기저기 얻어맞은 흔적이 가득한 모습이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래, 죽는다.”
“죽을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래.”
단우현은 결코 거짓말을 하는 자가 아니다.
그가 죽는다고 이야기를 하면 정말로 죽는다. 이것이 상대를 평가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내린 결론이니만큼, 이번만큼은 장삼태의 손을 떠난 일이다.
장삼태가 머리를 긁적였다.
죽는다고 단언하며 이야기를 하니 괜스레 오싹함이 들었다.
지난번 일도 그렇지만 당시 단우현은 죽을 수도 있다, 라고 말을 하였지 죽는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우현이 다시 등을 보이며 걸어갔다.
장삼태는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한 채 지그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윽고 쭉 기지개를 펴고는 천천히 단우현의 뒤를 따랐다.
앞서 가고 있던 단우현이 걸음을 멈췄다.
“왜 따라오느냐?”
“죽는다면서요?”
“그래.”
“어차피 이 삼태 목숨은 장주님 것인데, 장주님이 죽으면 나도 죽는 거 아니겠습니까요?”
“……매향과 소미가 있다.”
“소혜와 어르신들이 있으니 괜찮을 테지요.”
장삼태는 휘파람을 불며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불안했다.
단우현의 모습을 보고 있는 순간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스쳤다.
그것은 지난번 장백산 사건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만큼은 단소미보다 단우현이 더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장주님은 이 장삼태 없이는 안 된다니까요. 밥은 어디서 드실 것이고, 잠은 또 어디서 잘 겁니까요? 옷도 빨아야 하고…….”
“하하.”
중얼거리는 장삼태는 의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반드시 쫓아가겠다는 그의 결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단우현이 슥 손을 뻗으려는 순간.
삭!
순식간에 장삼태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느새 나무 위로 올라간 그를 단우현이 지그시 바라봤다.
“이번만큼은 재우면 안 됩니다요! 이 장삼태! 반드시 쫓아가겠습니다요!”
“…….”
단우현이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우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격렬하게 반항을 하는 장삼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럴 힘마저 빠져 버렸다.
결국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말했지 않았느냐. 죽는다고.”
“말했습니다요! 이 삼태 목숨은 장주님 것이라고!”
장삼태가 눈을 부릅뜨며 언성을 높였다.
비록 시작은 단소미 때문이기는 하였지만, 장삼태는 이 호남단가에 살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과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간의 나날들이 힘들기는 했어도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였으며, 그러한 삶을 내준 단우현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기실 단우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도둑질이나 하며, 그러다 어딘지 모를 길가에 쓰러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신세다.
장삼태는 매섭게 단우현을 쏘아봤다.
그 시선에는 결코 자신의 결심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네놈의 시체를 챙길 여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헤헤, 이 삼태도 장주님 시체 챙길 여력 없습니다요. 우리 수틀리면 서로 버리고 도망가도록 합의하죠?”
“……주둥이만 살았구나.”
단우현이 기가 찬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도대체 어떤 담을 가지고 있어야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는가?
어이없는 상황이기는 하였지만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된 여정이 될 테지만 가자꾸나.”
“힘들었던 게 한두 번입니까요?”
이미 결심을 굳힌 장삼태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을 따라가는 것에 있어, 힘들지 않고 위험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희희낙락 웃으며 슬그머니 단우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린 어디를 가는 겁니까요?”
“절강이다.”
절강이라는 말에 장삼태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번뜩 놀란 얼굴로 단우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바다가 있는 곳이 아닙니까?”
“땅도 있다.”
“…….”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땅이야 당연히 있는 법이다.
장삼태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자, 단우현이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다소 걸음걸이가 빨라진 느낌이다.
“아니 뭐…… 땅도 있을 테죠. 어쨌든 이 삼태, 바다는 처음 보겠습니다요.”
“그렇다면 세상의 넓음을 깨닫게 될 거다.”
“그 정도입니까요? 듣기론 그 바닷물을 열 바가지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하던데…….”
“그럴 테지. 죽으면 수명이나 병 따윈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억!”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고작해야 물을 마시는데 왜 사람이 죽는가 싶어서다. 하지만 단우현은 대답해 주지 않고 성큼성큼 앞을 보며 걷고 있었다.
장삼태가 쪼르르 그 뒤를 따라가며 투덜거렸다.
“아니, 뭐…… 물 열 바가지가 무슨 대수라고 그럽니까요?”
“마셔 보면 안다.”
“……독입니까?”
“그럴지도.”
들려오는 단답에 장삼태가 지겨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말을 하면 표정이나 말투 등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단우현은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절강은 뭐 하러 갑니까요?”
“천무제를 잡으러 간다.”
“천무제? 뭐 하는 인간입니까요?”
그러한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우현에게 시비를 걸었을 테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이 아닌가 했다.
“한때…… 팔선의 우두머리였던 자다.”
팟!
장삼태가 몸을 날렸다.
단우현의 곁에 있던 그가 어느새 보이지 않았으며, 고개를 돌리니 호남단가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장삼태가 보였다.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땅을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