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6
“뭐야, 갔어?”
“네.”
한데 모여 있는 이들이 다소 황당한 시선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장삼태와 단우현이 보이지 않았던 탓에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나갔다 하니 놀란 모양이다.
소미를 제외한 누구도 그들이 나간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그러하였고, 어떠한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어디를?”
“몰라요. 그냥 다녀오신다고만…….”
단소미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되지 못했다. 또한 그 표정을 보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단소미는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아마도 그것은 남궁소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랫동안 남궁소혜를 지켜봐 왔던 단소미는 그녀가 단우현에게 어떠한 감정을 품고 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우현이 그것을 받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궁소혜는 얌전히 때를 기다리며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힐끗 그녀를 바라보니 자그마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움직였으니 필시 어떠한 일이 생긴 것일 테고, 그것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감당되지 않는 것들이니만큼 홀로 나갔을 거다.
떠나는 단우현의 뒤를 눈치 빠른 장삼태가 쫓아갔다든지, 혹은 잠을 자고 있던 장삼태를 단우현이 납치를 한 것인지.
후자라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누군가 그 곁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안도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이에요. 걱정은 필요 없겠죠.”
“얼굴은 아닌데?”
제갈연이 묘하게 조소를 날리며 남궁소혜를 찔러 봤다. 그 한마디에 깜짝 놀란 남궁소혜가 얼굴을 붉히며 쏘아보니, 제갈연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들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예전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은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가볍게 내지른 칼질 한 번에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정도일 것 같구나. 허허, 참…….”
남궁천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떠한 일이 생기면 생겼다고 말을 해 주는 것 역시 좋지 않은가?
함께해 온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할 사이 또한 아니다.
이야기를 해 주지도 않고 나간 단우현이 괜히 원망스러운 그였다.
아마도 사도학 역시 마찬가지일 터.
나름대로 단우현과 친분을 두텁게 쌓았으며, 또한 알 게 모르게 가르침마저 받아 온 사이였던 만큼 사도학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어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돌아오겠지. 그보다 삼태 녀석이 없으니 당장 문제가 생기잖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사도학을 보며 적무성이 입을 열었다.
사실 가장 급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장삼태의 부재로 인하여, 이 넓은 장원을 청소하고 관리할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혼자서 열 명분의 일을 하는 놈이었던 만큼, 그 빈 자리가 상당히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저요, 저요! 제 방은 제가 치울 수 있어요! 요리도 조금 해요!”
단소미가 크게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을 피력했다. 그러나 요리는 둘째치고 방을 치울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적무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 개판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 * *
“아니, 장주님! 이건 미친 짓이라니까요!”
장삼태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인상을 썼다.
혈천이나 혈마신교나 하는 것들은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무제인지 뭔지 하는 것은 틀림없이 팔선, 즉 인간의 경계선을 넘어선 존재들이지 않은가?
그런 이들을 상대한다고?
이건 죽음 확정이지 않은가?
“네놈이 따라간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래서 이제 안 간다고요!”
“너무 늦었다!”
“아아아아! 보내 줘, 보내 달라고!”
장삼태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단우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사람의 죽음 따위 영 관심 없다는 식이기는 하지만, 여차하면 구해 주고 살려 주기까지 한다.
그러한 사실들을 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단우현의 곁에만 붙어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전설과 전설의 싸움에서 구해지고 자시고가 어디에 있겠는가?
며칠 전에도 보아라.
오황과 무신의 대련 아닌 사투에서 쏟아지는 파편들만으로도 사람을 죽게 아래 충분했다.
당시 단우현이 힘 조절을 하지 않았더라면, 연무장은 허허벌판이 되었을 것이고 구경하고 있던 이들은 모조리 엎어져 중상 혹은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 그 도가 지나쳤다.
선인과 무신의 싸움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 아닌가?
인외(人外) 싸움이라면 장삼태는 결코 껴서는 안 됐다.
“허헝…… 제가 가서 뭐합니까?”
“시체라면 거둬 주마.”
“아니, 그냥 버려둔다면서요?!”
“흔적이라도 남으면 말이지.”
단우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 한마디에 장삼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는 자칫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니던가.
이미 단우현의 무지막지한 힘을 보았던 장삼태로서는 그 이야기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깨닫고 있었다.
두려움에 몸부림을 치며 달려 나가려 했지만, 어느새 단우현의 손에 뒷덜미가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 되었다.
“무서워할 것 없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네놈이 이긴다면, 천하오황도 두렵지 않을 테니.”
“그 전에 내가 죽는다니까, 미친놈아!?”
“…….”
“아니, 뭐……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요. 애초에 제가 그 사람들을 이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장삼태가 덜덜 몸을 떨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스운 농담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사람이 선경에 오른 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단 말인가?
“뒤졌으면 곱게 뒤질 것이지 왜 선계에 오른 놈들이 지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겁니까!?”
“가서 직접 물어봐라.”
“아이고, 참…… 미친 소리 좀 곱게 하시지…….”
빠각!
장삼태가 머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번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단우현을 쏘아봤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려는 그를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하려는 듯 결심했다.
“장주님…….”
“그래.”
단우현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는 검집째였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알 게 모르게 위압감이 들었다.
“애초에 말입니다만…… 그런 놈들과 엮어서…….”
스릉-!
“좋은 일도 있지요. 아, 그 왜 있지 않습니까? 신선지경에 오른 놈들 다 때려잡고, 아주 하늘의 제왕이 되셔야죠!”
“…….”
단우현이 기가 찬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중얼중얼 떠들고 있는 장삼태는 단우현에 대한 찬양을 그치지 않는 중이었다.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헤실헤실 웃음을 지으며 아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우현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네놈 입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헤헤, 사람이 바뀌면 당장 죽는다 하지 않습니까요?”
“그거 다행이로군.”
“하지만 정말로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이 삼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소미가 시집가는 것도 봐야 하고 장가도 가야 하고…….”
“갈 생각이었나?”
“물론이지 않습니까요?!”
장삼태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쳤다.
당연히 갈 생각은 있다.
홀로 단소미만을 바라보며 지내는 것 역시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보다 소미에게 어린 동생을 보여 주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단우현이 묘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매향과 말이냐?”
“에?”
단우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매향과 엮으려 하면 펄쩍펄쩍 날뛰던 장삼태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오늘은 조용했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심지어 그답지 않게 얼굴마저 붉어져 있었다.
단우현이 그 모든 상황을 종합하고 판단하고는, 장삼태를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했냐?”
“…….”
화들짝 놀란 장삼태가 어버버 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
사도학이나 적무성의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를 단우현이 한 것이다. 다소 어이없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했군.”
“아! 뭡니까? 그건!”
“왜, 이상한 거냐?”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긴 한데…… 너무 대놓고 묻는 거 아닙니까요?”
“평소 잘 빼던 놈이 너무 조용하기에 사고 쳤나 싶어 그런 것이지.”
“평소 잘 물어보지도 않는 주제에…….”
단우현이 힐끗 장삼태를 바라봤다.
장삼태가 살짝 얼굴을 돌리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인지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 있잖습니까요?”
“뭐가 말이냐.”
“술…… 술 말입니다. 이번에 호연세가에서 들어온 술이 참 맛있었지 않습니까요.”
“그렇지.”
장삼태가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당시를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이서 마지막까지 마시다가…… 그…….”
“덮쳤구나.”
“덮쳐졌습니다!”
“……?”
단우현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사내가 여인을 덮치는 일은 흔히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술을 마셨으면 응당 사내 쪽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 역이라 말을 하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끄으으응…… 제가 매향을 여자로 안 보고 있었잖습니까요?”
“……그래?”
“그렇습니다. 무…… 물론, 가끔 제외하면요.”
“그래서?”
단우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끔이라도 여자로 보였으면 여자로 보이는 거다. 그것이 아니라 발뺌을 하는 것은 단순한 나이 차이 때문에 장삼태가 거부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지금 하등 상관없었다.
“술 취해서 뻗으려는데 갑자기 훌렁훌렁 옷을 벗기더니…… 흑흑…….”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장삼태가 당시 일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처음으로 여인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이 여간 창피한 모양이다.
하지만 단우현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 마냥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이내 고개를 저으며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책임을 져야지.”
“그러니까요! 죽을 수가 없단 말입니다요!”
“그래?”
단우현이 으흠- 하며 짧은 신음을 흘렸다.
장삼태 역시도 이제는 자신이 보호해 주어야 할 이가 생긴 것이다. 물론 단소미라는 아이가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이야기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수련을 해야겠구나…… 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예?”
“너도 무신도경을 익히고 있지 않으냐?”
“그야…… 뭐…….”
장삼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고 싶은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지만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그 무시무시한 무공을 익히게 되기는 했다.
“그것을 완벽히 다루어 보자.”
“엑?”
장삼태가 얼빠진 표정으로 우뚝 걸음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