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48
“우와…… 크다…….”
“너네 집이 더 크다니까.”
단소미가 유백의 집 앞에 선 채 입을 벌렸다. 그 크기도 크기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소미의 시선을 자극한 것은 무수히 많이 오가는 사람들이다.
커다란 장원답게 안을 지키는 이들이 상당했다.
하인들과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수를 세어 본다면 능히 수십 명은 될 법했다.
호남단가 역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기는 하지만, 이리도 많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니 이곳보다는 휑한 느낌이 들었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덕분에 내부가 꽉꽉 들어찬 느낌이었고, 또한 어디를 본다 하여도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단소미는 그것이 무척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엄청 많다, 그치?”
“그래, 엄청나네. 마치 무림세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홍진랑이 힐끗힐끗 주위를 둘러봤다.
하인이나 시녀들만이 아니다.
여기저기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자들 중 칼을 찬 이들 역시 상당히 많았다. 틀림없이 무공을 익히고 있는 이들이며 또한 겉으로 보기에도 다부진 체격이 보통 실력이 아닌 듯했다.
“하하, 유씨세가는 무림세가는 아니지만 나름 무공에는 자신 있는 곳입니다. 소가주께서 그런 말씀은 안 하셨습니까?”
“처음 들어요.”
아이들을 안내하고 있는 자.
유공혁이라 불리는 자는 이곳에서 사는 이들 중에서도 상당히 직급이 높아 보였다. 그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땅에 닿을 만큼 머리를 숙일 정도였으니, 아마도 총관 같은 높은 직위에 있는 자가 아닌가 싶었다.
단소미와 홍진랑, 주지약은 유백을 떠올리며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 곳의 자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봐야 주지약만 못할 테지만.
“소가주님께서는 안쪽에 계십니다.”
유공혁이 고개를 숙이며 한쪽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전각이었는데, 아마도 유백의 방이 있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세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혹 바쁜 시기에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가 싶어서다. 하지만 이내 유공혁이 크게 웃음을 지으며 단소미의 등을 두들겼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소 일이 있기는 하지만 유백 님이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들이니 말입니다.”
“아, 그래요?”
“예.”
유공혁이 돌연 웃음을 멈추고는 단소미를 바라봤다.
지그시 한 차례 쳐다보다 이내 등을 돌렸다. 돌리는 순간 보이는 옅은 미소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럼 들어가 볼까?”
단소미가 힘차게 이야기를 하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뒤를 따라 아이들이 줄을 이어 들어섰다. 유백이 있는 방의 문을 살짝 여는 순간.
그가 무언가를 열심히 살피고 있는 게 보였다.
이내 완벽하게 문이 열리자 깜짝 놀란 유백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뭐야, 너희들? 여긴 어떻게 왔어?”
“헤헤, 놀러 왔지.”
유백이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허둥지둥 보고 있던 서찰을 가렸다. 이윽고 우르르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하아- 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집에서 일을 좀 보려 했는데…….”
“민폐였어?”
“아니, 아니야. 마침 한숨 돌리고 싶기도 했고…….”
유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마 내쫓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 아이들이 방 안 곳곳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우와…… 무슨 칼이 이렇게 많아?”
그때, 주지약이 반짝 눈을 빛내며 벽면을 바라봤다.
온 사방에 진검들이 걸려 있었다.
중원에서 흔히 보던 칼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보였다. 각양각색의 특이한 검들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다.
“내 취미야, 칼 모으는 게 말이야. 이건 동방에 있는 나라에서 가지고 온 것이고…… 이건 바다 건너 있는 섬 나라에서 가지고 온 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칼을 수집한 듯, 보이는 수만 하여도 능히 오십여 자루가 넘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제대로 손질을 해 놓은 듯 날카로워 언제든 실전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단한데……? 돈도 엄청 들었겠어.”
“하하, 우리 집이 돈이 좀 많아.”
“…….”
“…….”
“…….”
유백이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장난삼아 한 말이었는데 시선들이 곱지 않았다.
“노, 농담이야…… 너희들만 하겠어?”
유백이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돈 자랑을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애초에 이 호남 땅에서 가장 부자는 호남단가였고, 그 다음가는 이가 영친왕부의 주지약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돈 자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으음! 그건 그렇고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밖에도 안 나오고?”
단소미가 분위기를 바꿀 생각으로 물었다.
사실 유백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러한 것 따위는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말을 뱉지 않으면 어색한 상황이 통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
“찾고 있는 것도 좀 있고…… 확인할 것도 좀 있고 말이야.”
“찾는 거?”
“그래, 엄청 중요한 무언가…….”
유백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그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책상 위에 있는 서찰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 표정은 알게 모르게 평소 그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헤에-’ 하며 단소미가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럼 확인할 것은?”
“아…… 누가 갑자기 사라졌거든…… 그 확인.”
유백이 지금보다 더욱 깊은 표정으로 지그시 서찰을 매만졌다. 이윽고 번뜩 정신을 차린 것인지 고개를 휙 돌려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냥 그런 거야.”
* * *
“엉?”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도학이 앞에 있는 네 사람을 지그시 바라봤다. 자신이 이야기해 놓고도 당황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수련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자네 혼자서 우리 넷을 말인가?”
“그래.”
“……우리가 우습나?”
비천웅이 고까운 표정으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단우현 정도나 되는 천외천의 고수라 한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도학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종이 한 장 차이.
그런 이들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이들을 무시하고 있는 말과 동일시되었다.
그렇기에 비천웅의 시선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그가 뿜어내는 기세에 수련하고 있던 여은월이 덜덜 몸을 떨었다.
“미쳤냐?”
“미쳤지.”
적무성과 무천풍마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단우현에게 다섯 명이 깨진 것이 바로 며칠 전이다.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건만, 사도학이 이러한 말을 하니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공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던 무천풍마저도 한껏 기세를 풀어헤쳤다.
그만큼 사도학이 한 말이 이들의 자존심을 긁은 것이다.
일대일이라 한다면 확실히 사도학이 우위에 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자, 진정들 하게나. 자네 도대체 그런 의도를 가진 이유가 무엇인가?”
그 상황을 중재시킨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이다.
조용히 말을 하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그 역시 상당히 참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도학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제법 살벌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일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사도학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도발이 더욱 큰 힘을 내준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웃음을 지었다.
“뭐 간단한 이야기다. 더 강해지려고.”
“……그런 이유로 우리와 붙어 보겠다?”
비천웅이 슬쩍 단검을 들어 올렸다.
기실 기습과 암살만큼은 사도학조차 따라올 수 없는 자이다. 또한, 한때나마 사도학과 붙어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힌 적도 있으니, 제대로 한다면 어쩌면 사도학 역시 질 수 있는 존재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허허, 이것 참…… 난감하군. 느닷없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쿠르르릉-!
온 주변에 오황들의 기운이 흐르고 넘쳤다.
울렁울렁 일렁이는 힘들이 바람을 타고 주변을 휩쓸어 대니 여은월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쳐야 했고, 기이한 낌새를 눈치챈 이들이 속속 연무장을 향해 다가왔다.
제갈연을 시작으로 남궁소혜와 마장강, 그리고 권무진과 무호까지.
주르륵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는 것조차 간신히 유지하는 그들은, 이 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뭐가 어찌 된 거지?”
“당장 터질 것 같은데요?”
“도대체가…….”
남궁소혜가 미간을 움켜쥐었다.
단우현이 없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일이다.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그 여파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칫 단우현이 돌아온 뒤 호되게 욕을 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남궁소혜가 싸움이 벌어지기 전 말리기 위해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번뜩!
무언가가 번쩍였다.
마치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것처럼 보였다.
멀뚱멀뚱 서 있던 남궁소혜는 곧 그것이 비천웅과 사도학의 충돌 탓임을 알아차렸다.
주르륵!
두 사람이 똑같이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사도학이 웃고 비천웅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거봐, 할 거잖아.”
“죽는다…….”
“이런이런…… 멋대로 시작하지 말게나. 좀 진정들 하게!”
남궁천이 언성을 높이며 두 사람을 만류했다.
그 순간 느닷없이 무언가가 남궁천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캉!
한순간의 발검으로 그것을 막아 냈다.
외팔이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빠른 몸놀림이었고, 칼을 휘두른 이는 명백한 격차를 느낀 것인지 두 걸음 물러섰다.
남궁천이 힐끗 시선을 돌려 적무성을 바라봤다.
“뭐 하는 짓인가?”
“아니, 뭐…… 다들 하는 것 같으니까…… 사실 궁금하기도 하잖아? 네놈과 내 차이.”
“허허허…… 이것 참…….”
“안 그래도 단우현 그놈과 한판 붙은 뒤부터 깨달은 게 좀 있어서 몸이 근질근질했거든…… 오늘 풀어 보지, 뭐.”
적무성이 우득우득 몸을 풀었다.
빤히 남궁천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행동 하나하나 어떠한 검술이 나올지 혹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그러한 것들을 모두 머릿속에 담고 파악하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파앙-!
느닷없이 적무성을 향해 장력이 쏟아져 왔다. 깜짝 놀란 적무성이 몸을 날리는 순간, 그가 떠오른 허공으로 검붉은 지법이 쏟아졌다.
“야, 이 미친놈아!”
“누가 일대일이래?”
사도학이다.
그가 뻗은 장력과 지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적무성이 소리를 쳤고, 동시에 이죽거리며 말을 내뱉은 사도학을 향해 비천웅이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난장판.
네 사람이 동시에 얽히고설키니 그야말로 어느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음이다.
무천풍만이 멍하니 서 있었다.
처음 느꼈던 사도학에 대한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 터지는 폭음과 강한 기세를 온몸으로 받으며 숨을 골랐다.
이내 머리를 벅벅 긁적임과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남궁소혜를 비롯하여 호남단가의 인물들이 가득 보였다.
“뭣들 하냐? 오지 않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히죽 웃었다.
모든 이들이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