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52
“헉…… 헉…….”
장삼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널브러져 있는 사내들의 수는 열 명은 되었다.
하나같이 일류인 듯 칼날은 정교했고 그 움직임 역시 상당했다.
그런 이들을 제압한 장삼태는 자신이 벌인 일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지 숨을 고르면서도 계속해서 널브러진 이들을 바라봤다.
‘강해졌어…… 정말로.’
장삼태는 실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삼류조차 되지 않은 실력으로 언제나 도망만 다니며 살아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일류 고수는 될 법한 이들 열 명을 상대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제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 이야기이지 않은가?
단우현과 그 다섯 노인들에게 배운 것들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장삼태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사이, 홍원창이 입을 열었다.
“어…… 엄청나구먼…… 자네…….”
“흥! 이 정도야 간단하지! 안 그렇수?”
“하하, 정말로 대단해. 이제는 나 같은 건 발끝에도 못 미칠 것 같군.”
홍원창이 한 말은 사실이었다.
한때만 하여도 두 사람의 실력은 비등했다.
경공을 펼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종이 한 장 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우현의 곁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으며 급성장한 장삼태는 이제 어엿한 무림인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크큼! 그건 그렇고, 이놈들은 뭐요? 왜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습격을 받고 있는 거요?”
“으음…… 일단 자리가 자리이니 다른 곳으로 가세나.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좋지 않을 것 같군.”
홍원창이 주위를 둘러봤다.
많은 이들이 소곤거리며 현 상황을 바라봤다. 관부의 인물들이 이렇게 습격을 당했으니 그 놀라움이 오죽할까?
더군다나 장삼태가 보여 준 무예 또한 범상치 아니하였으니,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어디에 다른 습격조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
홍원창의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딜 가려는 겁니까요?”
“그야 당연히…… 주군이 있는 곳 아니겠는가?”
“…….”
장삼태가 미간을 짚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괴 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홍원창이 다른 일을 또 들고 와 버린다면, 단우현의 심기가 몹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 * *
“…….”
“…….”
“…….”
세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홍원창과 장삼태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단우현은 기가 찬 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장삼태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요괴를 알아보러 보냈더니 재미난 것을 주워 왔구나.”
“주…… 주군, 주워 오다니요!”
홍원창은 식은땀을 흘렸다.
평소 잘 반겨 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싫어하는 눈치다. 심지어 또 요괴는 무엇인가?
그런 전설 속 이야기가 실존할 리가 없지 않은가.
“좀 반겨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너는 올 때마다 귀찮은 일을 들고 오기 때문이다.”
“……그건 틀림없습니다만.”
홍원창이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감을 가져다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숨을 골랐다.
결국 그 정적을 참지 못하고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서 습격을 당했습니다요. 이 장삼태가 가서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벌써 시체가 되었을 겁니다요.”
장삼태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그만큼 자신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말투와 행동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단우현이 그것을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무슨 이유로?”
“그…… 그것이 말입니다…… 역귀(疫鬼)라는 자를 아십니까?”
“처음 듣는군.”
“아주 오래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살인귀입니다. 그런데 북경에서 그러한 자가 목격되었고, 또한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황성 한복판에서 말입니다.”
“허…… 미친놈이네, 그거.”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황성 한복판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천자를 능멸한 것과 동일시되는 일이다. 만약 붙잡힌다면 몇 대의 목이 걸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호남에 있어야 할 홍원창이 북경으로 불려간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에 있었다.
“죽은 이는 정이품의 고관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폐하의 신임을 얻었던 자이지요.”
“해서?”
“그런데 그 시신을 조사하는 와중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신이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단우현의 눈매가 변했다.
마치 그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떤 말조차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홍원창의 말을 귀에 담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역귀의 행방을 찾은 것입니다. 그 뒤를 쫓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이한 자들이 습격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용케 살아남았군…….”
“운이 좋았습니다. 많은 수하가 죽었고 죄 없는 이들이 저를 감싸 주다 죽었습니다.”
홍원창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역귀라는 자가 어떠한 자인지 그 역시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사실 소문만 무성하였지 실제로 본 이들은 극히 적었으며 수하가 있다는 사실마저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고수들을 데리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홍원창이 아닌 동창이나 금의위를 보냈을 것이다.
“내 참…… 한쪽은 요괴이고 한쪽은 귀신입니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장삼태가 혀를 내둘렀다.
황성 한복판에서 살인했다는 것도 웃기고,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그것을 쫓기 위해 이곳까지 내려왔다는 것 역시 바보처럼 느껴졌다.
장삼태였으면 다소나마 위험이 느껴졌다면 직접 움직이지 않고 다른 이를 보냈을 것이다.
그때,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홍원창을 바라봤다.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뜸을 들이더니,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겪었구나.”
“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홍원창이 식은땀을 닦아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쫓기고 돌파하고 경각에 걸린 목숨을 어떻게 해서든 이어 보려 수많은 노력을 하며 이곳까지 왔다. 이제는 더 어찌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목숨을 포기했던 그때 장삼태가 나타나 구해 준 것이다.
홍원창에게 있어서는 오늘만큼 운이 좋은 날은 없었다.
그가 울먹이며 단우현을 향해 다가왔다.
북받친 감정들이 눈에 맺히고 그것을 위로받기 위함인 것 같았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순간.
팟-!
“……?”
장삼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홍원창이 칼을 뻗었다.
그것도 장검이 아닌 손목에 숨겨 놓았던 비수다. 휘두른 칼날은 단우현을 스치고 지나갔고,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뚫어지게 홍원창만을 바라봤다.
“안타깝구나. 연기는 제법이었다만…….”
“큭!”
단우현이 역으로 홍원창의 비수를 잡아채고는 그대로 그어 냈다.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으나, 눈앞에 있던 홍원창의 잔상은 그대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
장삼태는 그 어이없는 상황을 지켜만 봤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머릿속으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그저 단우현의 움직임만 눈에 담았다.
동시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객잔 전체가 크게 뒤흔들렸다.
쿠르릉!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벽면이 크게 부서지고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눈으로 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
“뭐여?”
장삼태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새 방 안에는 단우현과 홍원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요?”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당문혜가 안으로 들어섰다.
이윽고 방을 둘러보며 새하얗게 얼굴이 질렸다.
난장판이다.
벽에는 구멍이 나 있고 온갖 집기들이 쓸려 바닥을 뒹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너무나도 놀라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느닷없이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으로 장삼태를 바라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뭐야, 이거?”
장삼태가 두 눈을 껌뻑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 * *
“쳇…….”
“발상은 좋았다…… 사실 정말 속을 뻔했으니 말이다.”
어딘지 모를 지붕 위에 올라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조금 전 일격으로 인한 충격이 남은 것인지, 홍원창은 입고 있는 옷 대부분이 찢겨 나갔으며 입가에는 피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천하의 단우현이 휘두른 일격에도 경상으로 그친다는 점에서, 홍원창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찌 아셨소?”
“바람이 알려 주더군.”
“하하…….”
홍원창이 어이없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바람이 무언가를 알려 준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가?
아무리 대단한 무신이라 하여도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천무제조차 그러지 못하지 않은가.
우드득-!
그때, 홍원창의 얼굴이 순식간에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뼈가 튀어나올 것처럼 여기저기 솟구치며 다시금 본래의 형상을 찾아갔다.
이윽고 그 자리에는 홍원창의 모습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으며, 창백한 인상의 꼽추 사내가 서 있었다.
“흉면쌍살 중 한 명이로군…….”
“……흐흐, 처음 뵙겠소. 흉면쌍살의 일인 흉면귀라 불리고 있소. 이렇게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한 영광은 없을 것 같소만.”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군.”
단우현은 지그시 흉면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친다 하여도 놓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날카로움은 도를 더해 갔다.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아무리 흉면귀라 하여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마주 보고 있으니 더 대단한 것 같구려. 이 흉면귀 하나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소만…….”
흉면귀는 그런 말을 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창백한 안색, 심지어 붉은 입술로 말을 내뱉을 때마다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니, 어둠만 짙어진다면 정말로 요괴나 귀신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단우현은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놈은 어디에 있느냐?”
“글쎄…… 이곳은 나 혼자라…… 잘 모르겠소만?”
“흠…….”
단우현이 신음을 흘렸다.
본디 두 명이지만 한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들은 적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가 또 있다는 말과 같은데, 그런 이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주리를 틀어야 입을 열 놈이로군.”
“하하하!”
흉면귀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무신이라 하여도 방심을 한다면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였거늘, 그 계획이 너무나도 간단히 뭉개져 버렸다.
그렇다고 놈과 지금 당장 부딪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뻘건 입술을 더욱 비틀어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소만…… 괜찮겠소이까?”
“뭐가 말이냐?”
“그 홍원창이라는 자…… 죽을지도 모릅니다만?”
흉면귀는 단우현이 한 걸음을 내디디려다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깨달은 흉면귀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몸을 날렸다.
동시에 온 사방에서 기이한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흉면귀의 도주를 도울 생각인 것인가?
적잖은 힘을 지닌 자들이다.
그들이 단우현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서거거거걱!
온 사방에 피가 뿌려지며 육신은 그 조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사라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던 자들의 피다.
그러나 자신의 수하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흉면귀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멀어지며 강한 공력이 담긴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울려 댔다.
“빨리 찾지 않으면 죽을 것이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