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58
“끄으으으…….”
강자중은 신음을 삼키며 눈을 떴다.
골이 띵하고 아픈 것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기이한 자들이 보였다.
네 명인지 다섯 명인지, 시야가 너무 흐릿한 탓에 몇 명인지조차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거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하들은 어디로 갔지?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려 보려 하였지만, 그보다 몰려드는 것은 극심하게 치미는 고통이다.
“끄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질렀다.
손톱이 빠져나가는 그 감각과 통증이 골수까지 치밀었다.
어떤 질문조차 하지 않고 그저 가하는 고문은 강자중의 정신을 점점 더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살려 놓으라 했으니 적당히 해야 돼. 괜히 혼나지 말고.”
“걱정 말라고. 죽지만 않으면 되잖아. 죽지만.”
사내들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오문 내에서도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자들.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이들이었다.
극심한 고통을 주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고, 이러한 고문 속에서 사람을 죽지 않게 만드는 법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내는 또 하나의 손톱을 가볍게 뽑아내며 물었다.
“끄아아악!”
“자, 말해 봐라. 북경에서 왜 그자를 죽였는지…… 네놈은 누구이고 가족은 어찌 되는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것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토설하기 전에는 여기서 나가지 못할 거다.”
말을 해 보라 재촉을 하지만 사내는 딱히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단지, 또 하나의 손톱을 뽑아내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를 바라보며 즐거운 듯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 *
“으음…….”
홍원창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집어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
“내가 살았나 보군.”
“죽다 산 거지. 나 아니었으면 진즉 죽었을 거다.”
힘없이 웃음을 짓고 있는 홍원창을 보며 장삼태가 이죽거렸다.
홍원창에게 흥미가 없는 것인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그가 깨어난 것을 기뻐하는 이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었다.
홍원창이 그런 마음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맙네.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는데 말이야. 하하.”
“웃음이 나오냐 인간아? 그러게 평소에 무공 연무 좀 하라니까 말을 안 들어. 말을.”
“으음…… 그건 좀 뼈아픈 말이로군.”
홍원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때는 매일같이 포졸들과 대련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단우현에게서 받은 무예를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늦은 것인지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류 고수 정도의 실력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단하다 말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그저 상대를 잘못 만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장삼태가 투덜거렸다.
“다음에 볼 때는 시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젠장…… 실력 없으면 돈으로 좀 괜찮은 호위라도 사라고!”
“하하, 생각해 보겠네.”
장삼태의 날카로운 말을 들으며 홍원창은 꼭 그렇게 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번 일을 겪다 보니 호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홍원창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이다.
그가 힐끗 눈을 뜬 홍원창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다가와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괜찮은가 보구나.”
“시, 심려를 끼쳤습니다.”
“아니다. 네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지.”
이번 일은 홍원창의 손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단우현을 습격하기 위해 흉면귀가 홍원창을 붙잡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으니, 그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은 단우현이다.
그렇기 때문인가?
아무 말 없이 가만 홍원창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탓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정적을 깨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자는 어찌 되었습니까?”
“역귀 말인가?”
“예.”
“하오문 고문실에 있다. 지금쯤이면 사람 몰골이 아닐 테지.”
“하오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홍원창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이다 보니 고문을 하더라도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 만큼 그러한 것들을 단념하며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하오문에서 정보를 끄집어내 천도회로 넘길 것이니.”
“하지만 그는……!”
“천도회에서 황실과 알아서 교섭을 보지 않겠느냐? 너는 그저 그들에게 받을 것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바…… 받을 거 말입니까…….”
홍원창이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단우현의 생각을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역귀 강자중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은 상당했다. 한때나마 무림맹까지 그자 목에 돈을 걸어 두었으니, 단우현은 천도회와 황실에까지 그 돈을 받을 심산인 것 같았다.
저 돈에 대한 무서운 집착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강자중에게 잡히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더냐?”
홍원창은 정신이 확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들며 그의 뇌를 후려쳤다.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는 것과 동시에 소름이 돋고 오금이 저리는 자의 얼굴.
그것은 인간 같지 않았으며 인외(人外)의 인물 같았다.
그 강렬한 인상,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머릿속에 그리며 홍원창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름 아닌 단우현의 질문이기 때문이다.
“차, 참으로 기이한 자였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포졸들과 수하들을 모조리 죽이고는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
단우현과 장삼태가 진중한 시선으로 홍원창을 바라봤다.
그 당시를 떠올리고 있는 홍원창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강자중을 보고 그를 향해 침을 뱉을 때 보였던 용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저 호랑이 앞에 선 토끼처럼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두려움이 각인된 것이다.
“제 머리를 만지는 순간 보았습니다. 그자의 얼굴이 점점…… 저와 비슷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마치 제 기억을 뽑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군…….”
단우현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홍원창의 모습을 한 흉면귀를 보았을 때, 단우현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정말로 눈앞에 홍원창이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그렇기에 처음에는 어떠한 의심조차 할 수 없었다.
“어휴, 하지만 역시 우리 장주님입니다요! 역용한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요?”
“역용이 아니다.”
“예?”
단우현의 말에 홍원창과 장삼태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꾸는 것이 역변이라 함인데, 그것이 아니라 하며 뭐라 해야 하는가?
하지만 단우현 역시 정확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기본적인 역용술과는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정말로 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아니, 역용이 아니면 도대체 어찌 아셨습니까요?”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역용이 아닌 다른 무언가인들 꿰뚫어 본 것은 틀림없다.
장삼태마저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으니만큼, 단우현의 대단함은 틀림없는 것일 터.
하지만 단우현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바람이다.”
“바람……?”
“그래…….”
만약 흐르는 바람에서 느꼈던 미약한 이질감을 놓쳤다면, 설령 단우현이라 하여도 기습을 당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바람…….’
단우현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흉면귀의 몸에서 흘렀던 아주 묘한 느낌의 바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였기에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우현은 그런 바람을 가진,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언제나 곁에 붙어 허허 웃음을 지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자.
단순한 착각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천무제는 나무를 깎고 있었다.
자그마한 단검을 이용해 무언가를 조각하고 있었는데, 전부 깎아 놓은 것들을 한데 모아 세워 놓으니 마치 누군가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그 정성이 가득했다.
옷자락은 물론이고 얼굴에 새겨진 주름마저 표현한 것이, 색을 입히기만 한다면 정말로 사람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시 아름답구나.”
천무제는 그것을 감상하며 상념에 빠졌다.
이윽고 가장 가운데 있는 조각 인형을 바라봤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신 단우현을 조각해 놓은 것이다. 곁에는 남주련으로 보이는 여인, 또한 한때나마 모든 이들을 속이고 함께했던 태공진의 모습.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천무광.
이러한 이들의 조각은 실로 아름다워, 시장에 내놓는다면 상당한 금액에 팔리지 않을까 싶었다.
이윽고 자신이 조각하고 있던 것을 단우현의 곁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한 아이였다.
단소미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답다?
확실히 조각 자체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조각에서 보이는 단우현의 날카로운 눈빛은, 지금과는 판이해 다른 이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천 년 전 보았던 그 단우현.
살기가 가득하고 오로지 죽음을 뿌리는 존재.
그런 이의 시선이 단소미의 조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단소미를 바라보는 단우현의 시선이, 절대 저러하지는 않을 터인데 마치 그러한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천무제가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단소미의 조각을 매만졌다.
이리저리 한참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러한 말을 중얼거린 천무제는 아주 오래전, 단소미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아주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처럼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곧.
스르륵!
만지고 있는 단소미의 조각상.
그 머리부터 서서히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갔다.
가루가 휘날리고 어느새 조각상의 모습은 존재치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구먼…….”
천무제는 그러한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아 있는 남은 조각상들을 흡족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등을 돌렸다.
내딛는 그의 발걸음에는 힘이 실렸고, 이내 천무제가 머무는 거처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윽고 천무제의 시선에는 수많은 이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천무제는 그런 이들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든든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아군.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따르고 숭배하며 오로지 천무제만을 위해 사는 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천무제는 웃었다.
“시작들 하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