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61
“이쯤이 좋겠구나.”
악양 거리를 돌아다니던 남궁용은, 커다란 장원 한 채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주변 풍경도 괜찮고 이 정도 규모면 남궁세가 전체가 들어가 산다 하여도 충분할 것 같았다.
더 이상 안휘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 남궁용은 하루라도 빨리, 악양에 거처를 잡으려 하였지만 혈천이니 뭐니 하는 이들 탓에 상당히 지체된 상황이었다.
또한, 여전히 현 무림은 뒤숭숭하여 남궁세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 느긋하게 집을 고를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그저 마음에 들면 사야 했다.
남궁십육검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남궁용의 머릿속에 그러한 것들이 들어올 리 없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으냐?”
시선을 돌려 아들을 바라봤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강이 한참 동안 장원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크긴 합니다만…….”
“그렇지? 이만한 물건도 없을 거다.”
“폐가 아닙니까!?”
남궁강은 식은땀을 흘리며 언성을 높였다.
분명 크고 싼 집이다.
남궁세가의 사정상 비싼 집을 고를 여유도 자금도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식솔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건 조금 심하지 않은가?
아무리 싸다 하여도 폐가라니?
집은 한참 동안 고쳐야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으며, 그냥 내버려 둔다면 귀신이라도 몰려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도 감지덕지하지. 그분이 있는 곳과 가깝기도 하지 않느냐?”
“끄응…….”
남궁강은 미간을 부여잡았으나 더 이상 남궁용을 말릴 수 없었다.
이미 마음을 먹은 것 같았으며,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다른 곳을 볼 여력이 없었다.
힐끗 남궁십육검을 바라보니 그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무슨 일 있느냐?”
“아니, 그게…… 여기는 말입니다…….”
“그래.”
“……말씀드리기 굉장히 송구합니다만, 그놈들과 너무 붙어 있는 것 아닙니까?”
남궁용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놈들이라니?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며 손뼉을 쳤다.
“흑우대 말이냐?”
“예…… 매일같이 싸울 것 같습니다만…….”
남궁십육검의 대장 남궁한중은 이곳이 내키지 않았다. 싼값에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흑우대와 이렇게까지 근접해 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잠을 자고 뒷간에 갈 때, 언제나 칼날을 조심해야 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라. 그놈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덤비겠느냐?”
그러나 남궁용은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
이미 호남단가에서 보지 않았던가?
정사마의 우두머리들이 함께 있는 그 광경을 말이다.
그렇다면 남궁세가 역시 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때나마 피 터지게 싸우던 자들이기는 하지만, 지금 와서 손을 섞을 필요는 없으니 괜한 걱정이다.
“일단 이 집으로 하는 것으로 하지. 식솔들에게 연통을 넣고…… 목수를 불러 집을 고쳐야 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한데……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천도회 일…… 말입니다만…….”
“남궁세가는 더 이상 천도회에 소속된 가문이 아니다. 그쪽 일은 그쪽이 알아서 할 테지.”
남궁한중은 하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천도회의 명성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사천당가를 필두로 한 정사의 인물들이 한데 모여 혈천의 잔당을 청소하고, 나빠진 치안을 바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들려오는 소문에는.
“당문혜가 역귀를 잡았다 합니다만…….”
“……듣기는 했다.”
“그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이 사천당가를 따르고 있습니다. 천도회 회주도 곧 바뀔 거라 합니다. 정말로 이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남궁세가는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느 세가보다 그 명성을 확실하게 떨치며, 만인의 환호와 경외를 받던 가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사천당가에게 밀려 그 이름을 되찾는 것이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하여 남궁한중은 악양에 머무는 것보다 천도회로 가는 편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용은 아니던가?
그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무런 걱정거리조차 가지지 않은 자의 표정이다.
“너무 심려치 말거라. 우리는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있으며 또한…… 소혜가 있다.”
남궁용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팔대세가의 으뜸? 명예?
그러한 것 따위 지금 당장 내준다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남궁소혜가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면, 다시금 그것을 되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남궁용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제왕검형.
검황이 만들어 낸 무학이자 앞으로 남궁세가의 새로운 절기가 될 무예.
그것을 익히기 위해 이 악양에 머무는 것 아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웃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일단 이 악양에 남을 수 있게 허락을 받는 것 정도일까?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저씨!”
남궁용이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수 명의 아이들이 쪼르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앞에서부터 단소미와 주지약, 그리고 홍진랑이었고, 그 뒤로는 어린아이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었다.
“하하, 너희들 왔구나!”
남궁용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악양에 머물기 위해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줄 아이.
그것은 바로 단소미다.
그렇기에 남궁용은 이제부터 단소미를 구워삶기 위해 상당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
* * *
쾅!
“커억!”
“으아악!”
“살려 줘!”
수많은 이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갔다. 맞아 뒹굴고 피가 터지는 그 광경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였지만, 벌써 몇 달째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제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여인.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넋을 빼놓을 것 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는 미호는, 손에 쥔 칼을 회수하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지난번보다는 낫네요.”
이것은 진심이다.
미호 역시 상당히 놀란 일이었다.
단소미가 빠르게 실력이 느는 것은 본디 가지고 있는 재능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남궁소혜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단소미만큼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인이 아닌가 싶었다.
미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웃음을 머금으며 남궁소혜를 바라보자,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궁소혜가 벌떡 일어나 다시금 칼을 쥐었다.
“때론 쉬는 것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
미호가 고소를 머금으며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뒤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살기가 치솟았다. 깜짝 놀라 등을 돌리며 재빠르게 몸을 틀자, 맹렬한 마기가 쏟아져 바닥을 후려쳤다.
쾅!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울림이 들리고 그 파편이 사정없이 휘날려 올랐다.
피했다고는 하지만 적중했으면 필시 무사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일격이다.
하지만 미호는 그 자리에 존재치 않았다.
어느새 허공으로 몸을 날렸으며, 다시금 발검하며 사도학을 노렸다.
채채채챙!
그것을 중간에 차단해 낸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이다.
한 손으로 펼치는 검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모습.
미호와 연무를 하기 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검은, 어찌 보면 이대로 승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미호가 허공에서 공기를 차고 몸을 날렸다.
“허공답보!”
단순히 허공을 걷는 것이 아닌 걷어차며 움직이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남궁소혜나 권무진 같은 자들만이 아니다.
“그 정도는 나도 한다!”
사도학이 날아들며 허공을 밟았다.
한 번 내디디며 떠오르니 미호가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뒤이어 사도학이 내지른 검은 그대로 미호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허공답보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닙니다. 특히 미숙하다면 더더욱.”
팟팟!
미호는 그대로 두 번이나 더 허공을 밟고 움직였다.
날렵하기 짝이 없는 몸놀림으로 발을 내디디며 몸을 틀어 버리니, 칼날은 어이없이 목표를 잃었으며 사도학은 경악하며 뒤를 돌아봤다.
허공답보라는 것은 굉장히 내력을 낭비하는 수법이다. 하여 많은 이들이 단순한 보여 주기 의외에는 써먹지 않는다.
또한, 허공답보를 경공을 펼치듯이 써먹는 것은 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가능하다 한들 공력을 퍼붓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허공답보를 이용해 경공을 펼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심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호의 움직임은 그런 사도학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촤촤촤촤악!
또다시 칼날이 휘둘러지고 사도학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허공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미호가 빙글 몸을 돌리며 검풍을 뿌렸다.
밑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적무성과 무천풍이 기겁을 하며 물러섰고, 동시에 기습을 하기 위해 뒤를 잡았던 비천웅이 검풍을 맞고 날아갔다.
콰다다다당!
모든 이들이 다시금 엎어졌다.
조금 전 기세들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남궁천마저 우두커니 선 채 그저 하염없이 미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검을 내지른다 한들 통할까?
통하려면 어떠한 검술을 펼쳐야 할까?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자극하였지만, 차마 몸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저 먼 곳에서 보이는 미호의 날카로운 시선 역시, 남궁천의 칼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후우…… 이 정도인가요? 처음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늘었네요.”
미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실력이 늘기는 하였지만, 아직 멀었다.
남궁소혜나 그런 이들의 경우 아무래도 좋았지만, 가장 기대를 하는 다섯 명은 여전히 그 벽에 틀어박힌 채 좀처럼 뚫고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보만 더 움직인다면 능히 뚫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러한 수련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허…… 허허, 정말 대단하이. 이런 무공을 눈으로 보고 또한 부딪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남궁천이 검을 회수하며 어이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감탄사를 내뱉긴 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오황이라 불리는 다섯 명이 모조리 덤벼 지금까지 옷자락 한 번 스치지 못하였으니, 이미 그 자존심은 뭉개지고 짓밟힌 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미호는 느꼈는가?
엎어져 있는 다섯 사람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벽을 넘어설 의지가 없다면 의미 없는 일이죠.”
“……그래 보이는가?”
“지금 당신들의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체가 될 겁니다. 그래도 좋나요?”
“망할…… 그런 소리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
그때, 사도학이 벌떡 일어섰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그가 씩씩거리며 미호를 바라봤다.
다섯 사내 중 가장 강함에 목말라 있는 자.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몸으로 언성을 높이면서도, 미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에 담긴 투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미호가 그것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먼 동쪽을 바라봤다.
‘그건 그렇고…… 올 때가 지났는데 안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