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68
선검문도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상대는 고작해야 둘이다.
또한 그들이 이 절강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힘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자신들의 승리가 확실시된다고 여겼다.
본디 우물 안 개구리는 언제나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그 어떤 적수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문주님의 명령이다. 죽어라.”
한 문도가 그런 말을 내뱉었다.
눈빛에 맺혀 있는 것은 자신감.
마치 자신이 말을 내뱉으면 상대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것 같았다.
절강에서도 선검문이 있는 주산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피식하는 비웃음이 들렸다.
단우현만이 아닌 장삼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필시 대단하기는 하지만, 두 사람을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장삼태가 우둑우둑 몸을 풀었다.
“더 짖어 봐. 멍멍 하고 말이야.”
도발을 하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사내의 심기를 긁었다.
선검문도들이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중원에서 얼마나 이름을 날리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절강이고 선검문의 영역이다! 우리를 무시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어차피 죽일 생각이면서 무슨 말이 그리도 많아?”
장삼태가 귀를 후벼 파며 헛바람을 터트렸다.
저들은 공격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무시니 뭐니 이야기를 해 봐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은 죽고 죽이는 그러한 상황.
장삼태가 게슴츠레 눈을 치켜뜨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응?’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예전이라면 이런 상황, 몹시 두렵고 떨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개가 짖는 것처럼 들려왔으며, 또한 떨리지도 않았다.
상대와의 역량 차이조차 한눈에 보였다.
“장주님, 이상하게 하나도 무섭지 않은 건 뭡니까요?”
“네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일 테지.”
“오호라…….”
들려오는 말에 장삼태가 손뼉을 쳤다.
그래, 두렵지 않다.
앞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또한 어떤 자들인지 지금의 장삼태에게는 하등 상관없다.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깃들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었다.
장삼태는 씩 하며 웃었다.
그 표정은 마치 단우현이 상대를 농락할 때 보이는 표정 같았다.
함께하는 사람은 닮아 간다고 하더니 꼭 그 짝이 아닌가.
“덤벼라, 이 새끼들아!”
“죽여!”
쩌렁쩌렁!
선검문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혹은 그 어떤 누구라 할지라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그것들이 서로 부딪쳤다.
* * *
장량은 판잣집 사이에 숨어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의 괴성이 귀를 자극했다.
쓰러지는 소리, 알 수 없는 울림들.
격렬하게 들려오는 그 모든 것들이 장량의 오감을 자극했다.
꿀꺽하며 마른침마저 넘어갔다.
손아귀에 흥건하게 식은땀이 맺히고 긴장감은 극도로 치솟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 사람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와 장량을 더욱더 긴장시켰다.
‘하다못해…….’
몸을 숨기고 있었던 장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 안을 둘러보다 이내 박도 하나를 발견했다. 언젠가 죽을 때가 된다면 선검문도 하나 정도는 죽이고 가겠다는 생각에 준비해 두었던 물건이다.
그것을 손에 쥐었다.
수많은 선검문도들과 고작해야 두 사람.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미 그 승패가 보이니, 하다못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을 품고 칼을 손에 쥐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겠다.’
장량의 마음속엔 오로지 그것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했던 사내들. 그들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어 준 고마운 자들.
그런 이들을 위해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놈들! 내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호탕하게 소리를 치며 칼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순간, 말문이 막힌 듯 그 자리에 석상처럼 멈춰 섰다.
한 사내가 움직이고 있었다.
몸놀림은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어느 누구도 움직임을 따라올 수가 없을 만큼 빠르다. 사실 장량의 눈에는 저것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그저 픽픽 쓰러져 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만을 눈에 새겼다.
“…….”
그리고 또 한 사내.
우두커니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한 손에 쥔 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다가오는 이들은 막아 내지 못하고 피하지도 못한 채 널브러졌다.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장삼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체들을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장량이 박도를 떨어트렸다.
지금까지 선검문이 최고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 선검문이라는 이름이 땅에 떨어진 채 너무나도 나약하고 볼품없으며 초라하게 보였다.
장삼태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러한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윽고 힐끗 단우현이라는 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마치 장량의 마음속에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단박에 씻겨내 버렸다.
장량은 저도 모르게 박도를 내려놓고 등을 돌렸다.
집의 문을 열고 다시금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나서 봐야 도움 되지 않는 상황임을 인지한 것이다.
“저 인간은 뭐 한다고 나왔데?”
퍼걱!
장삼태가 각을 뻗었다.
순간 곁에 있던 사내의 목이 돌아가고 몸뚱이는 날아올랐다. 중원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경공을 구사할 수 있는 자.
그런 이의 각력이 보통일 리가 없다.
또한 단우현의 수련으로 인하여 그 각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으니, 한 대를 때리는 순간 사람의 뼈 정도는 쉽게 으스러트릴 수 있었다.
지금 장삼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인 셈이다.
그때, 뒤에서 싸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대로 몸을 비틀었다.
허공에서 몸을 틀어 날아 들어오는 칼날을 피해 낸 장삼태가, 그대로 손가락을 뻗었다.
퍼걱!
빛살과도 같이 날아간 지법이 상대의 몸을 꿰뚫었다.
한때 단우현이 가르쳐 주었던 지법.
단우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그것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른 장삼태다.
또한, 지금까지 이러한 싸움이 벌어진다면, 단우현의 훈수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오지 않는 것을 볼 때, 그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다는 것과 같았다.
장삼태는 조금 더 자신감을 얻었다.
“뒤다.”
그때,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장삼태는 반사적으로 뒤를 조심하며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동시에 사악 하는 날카로움이 느껴지고,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칼이다.
아슬아슬하게 장삼태의 옷깃을 베어 낸 검.
그것을 보며 칼을 휘두른 이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호, 노부의 검을 피하는가?”
“뭐야, 이 늙은이는?”
장삼태가 마음을 쓸어내리며 인상을 썼다.
조금 전 들어온 그 수법.
지금까지 상대했던 이들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기세와 힘, 어느 면을 보더라도 최소 절정에 이른 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주님, 장주님! 위험한 놈이 튀어나왔습니다만……?”
장삼태가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단우현을 찾았다.
여전히 자신감이 가득하지만, 위험하게 이런 자를 상대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는 완벽하게 이기는 싸움을 원하는 것이지, 생사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 단우현의 입이 열렸다.
“한두 놈이 아니로군.”
장삼태의 곁으로 그와 동일한 수준의 고수 세 명이 있다.
또한 지금부터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들은, 단우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절정 고수 이상이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선검문의 사기가 치솟아 올랐다.
“호…… 호법과 장로님들이……!”
“이, 이겼다!”
“개자식들! 이번에는 무사치 못할 거다!”
선검문도들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처음 그들이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수많은 동료가 당했다.
사기가 밑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호법과 장로들이 가세하자, 괜스레 몸에 힘이 들어가고 사기가 치솟았다.
이것으로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한 모든 상황을 단우현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문주는 없는 건가?”
“네놈들 따위를 상대로 문주님이 오실 것 같으냐?”
“그렇군…….”
단우현은 다소 실망스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깨달은 것도 있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
그것은 바로 혈마신공을 다소 비틀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사공이다 보니 그 힘은 다른 무예들과는 전혀 달랐다.
하여 강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장삼태가 상대를 하게 놔두는 것 역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괜찮을 테지만, 그러기엔 상대의 수가 너무 많고 시간이 아까웠다.
단우현이 눈을 좁혔다.
순간 그의 눈빛에 살기가 머물렀다.
“아무래도 네놈들…… 주산군도와 관계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구나.”
“…….”
“……!”
“큭!”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그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었던 장삼태가 부리나케 몸을 날려 단우현의 곁으로 되돌아와야 했을 정도.
선검문도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어떠한 대가로 힘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충분히 즐겼을 테지?”
가진 힘을 이용해 많은 것들을 누려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즐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단우현은 더 이상 사정을 둘 생각이 없었다.
쉽게 얻은 힘은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감히 그따위 소리를 입에 담다니! 우리가 허투루 보이느냐?”
장로 중 하나가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혔다.
선검문이라는 자존심.
이 세상에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이니 하는 것들이 힘자랑하며 다닌다지만, 선검문이 나선다면 그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었을 거란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단우현이 선검문을 취급조차 하지 않는 듯하니 괜스레 울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단우현은 굳이 또다시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이기로 마음을 먹었고, 시체와 대화를 하는 것 역시 그의 취미가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서늘한 바닷바람이 단우현의 곁을 스쳤다.
천천히 손을 내미는 순간, 불어온 바람은 선검문 전체를 휘감았다.
모든 이들이 그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어찌 존재할까? 이 자리에 있는 선검문도 전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황홀경에 빠져 있는 순간.
촤아아악!
바람은 칼날로 변하여 모든 것들을 갈가리 찢었다.
“히이익?!”
지켜보고 있는 장삼태마저 그 상황에 기겁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