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71
장원에 남아 있는 미호는 기이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무언가 조짐이 좋지 않다. 심지어 불어오는 바람마저 스산했다.
검을 휘두르며 상념을 떨쳐 내 보려 하였지만, 그 역시 쉽지만은 않았고, 그저 왜 이러한 기분이 드는지만을 골똘히 생각하며 숨을 삼켰다.
‘뭘까…….’
미호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불안감이 몸을 사로잡고 공기마저 가라앉은 느낌.
한데, 그것을 느끼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녀뿐인지, 다른 이들은 멀쩡하게 수련을 하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때, 다가온 것은 남궁소혜였다.
그녀는 미호의 기이함을 눈치챈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날과는 어딘지 모르게 판이하게 다르다. 수련을 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어딘지 모르게 초조함마저 느껴졌다.
남궁소혜는 그런 미호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뭔가 재미없죠? 단 공자님도 없고 다른 분들도 다 나가셔서…….”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에요.”
미호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이곳에 머무는 것은 오로지 미호의 의지다.
단순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닌, 이곳이 부서지면서 무너질 단우현의 마음 때문이다.
미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그녀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미호와 남궁소혜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었으며, 또한 친한 것도 아닌 어색한 사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결국, 그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미호를 정적을 깨는 한마디를 뱉었다.
“그건 그렇고 아이들은 어디를 간 거죠?”
“으음…… 악양에 간다 했으니까 거기 있지 않을까요?”
“악양…….”
악양이라는 말을 미호는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러는 찰나.
“크와아아앙!”
어디선가 커다란 울림이 들렸다.
그것은 틀림없는 동물의 포효였다.
호랑이의 외침은 쩌렁쩌렁 울려 먼 곳이긴 하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
수련을 하고 있던 마장강이나 권무진은 물론이고, 남궁소혜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순간 미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 그 외침은 틀림없는 백호.
그 아이의 울부짖음은 보통 것과는 아주 달랐다. 생명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담긴 소리를 듣는 순간, 미호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지금 당장 가야……!”
사사사삭!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귀를 자극하는 그 풀 밟는 소리에, 우뚝 멈춰 선 미호가 긴장 어린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는 곁에 있는 남궁소혜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불길한 바람이 몰아치고 그 탓인지 심장은 더욱 요동쳤다.
사삭!
이윽고 무언가가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수십 명의 인물이다.
각기 각색의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자들.
하나같이 보통은 아닌지 기도가 대단했다.
“하하, 역시 이곳에 있었느냐!”
동시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담장을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섰는데, 그가 땅을 딛는 순간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크게 흔들렸다.
거대한 곤을 들고 있는 자.
키는 작으나 덩치는 거대했으며, 들고 있는 곤은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척 보아도 상당한 무게를 자랑할 텐데도, 마치 여의봉을 휘두르는 손오공처럼 쉬이 잡고 움직였다.
“철백곤!”
미호의 외침을 듣는 순간, 철백곤은 씩 하며 웃었다.
한때 팔선이었던 자.
그러나 천무제를 따르기 위해 그 자리를 벗어던진 지금은 천무제의 수족인 자.
그 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한 기백 역시 대단하니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용케도 내 얼굴을 기억하는구나. 미인이 기억해 준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철백곤은 입술을 핥으며 서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일련의 행동만으로도 온몸이 위축되는 느낌이다.
주룩.
미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여우년…… 오늘은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
미호는 위협을 느꼈다.
철백곤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이 모든 상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좁혔다.
“분위기가 묘하더니…… 당신 때문이던가요?”
“글쎄…… 어떨까?”
철백곤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미호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살기를 뿜었다.
“당신들…… 설마?”
“푸하하하! 저쪽은 신경 쓰지 마라. 일단 네년부터……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지.”
철백곤은 그러한 말을 내뱉으며 크게 곤봉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남궁소혜는 당황했다.
철백곤이라는 자가 곤을 휘두르는 순간 벌어지는 그 모든 일들. 눈앞에서 전각이 날아가고 담장이 허물어졌다.
단우현과 함께해 왔던 추억들이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부서지고 무너지고 조각이 되어 흩뿌려졌다.
거세게 부는 바람은 마치 그녀를 거부하는 것처럼 날려 버렸고, 폭풍이 휘감는 장원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카카캉!
미호와 철백곤이 격렬하게 몸을 놀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날아 들어온 복면을 쓴 이들이, 남궁소혜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심하시오!”
무호가 권력을 내뿜으며 막아섰다. 그러나 상대는 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자인 것인지, 가볍게 그것을 막아 내며 더욱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남궁소혜가 검을 뿌렸다.
촤락!
휘둘러지는 검 속에 그녀가 배운 모든 것들이 깃들어져 있다.
검황의 가르침, 단우현의 가르침, 심지어 미호의 가르침마저.
하나하나 그 기세를 담은 힘들은 더욱 날카롭게 검을 변형시키며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 정도의 힘이 실렸다.
캉!
하지만 막아선다.
애초에 그런 것으로 막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남궁소혜가 빠르게 몸을 피했다.
쾅!
동시에 지축이 울렸다.
철백곤이 휘두른 곤이 땅을 후려친 것이다.
미호와 격한 싸움을 하면서도 이쪽 상황을 읽고 있는 듯한 행동이었다.
크게 휘청이며 균형을 잃었다.
사내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촤락!
“윽?!”
남궁소혜는 허리가 베였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픔보다는 뒤이어 다가오는 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땅에 엎어진 채로 뒤로 몸을 날렸다.
순간 마장강이 끼어든다.
“이놈!”
거대한 도를 휘둘렀다.
부웅!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그것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실려 있었다.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한들 단박에 그것을 베어 내며 쪼갤 것 같은 힘이다.
하지만.
서걱!
사내들의 힘에는 당해 내지 못했다.
“마 대협!?”
몸이 베였다.
가슴부터 허리까지.
깊게 베인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커다란 몸을 가진 마장강이 어이없게 쓰러졌다.
넘어가는 소리 역시 컸다.
다행히 죽지는 않은 것인지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한 시간조차 주지 않고 쏟아지는 이들은 확실하게 상대를 죽이기 위한 살수만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일념만이 남은 것인지 손속에 망설임이라는 것이 존재치 않았다.
콰쾅!
남궁소혜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내질렀다.
검풍이 뻗어 나가며 다가오는 이들을 위협해 보았지만, 그저 소리만 클 뿐 아무런 영향조차 주지 않았다.
나약함.
자신이 이렇게 나약했던가?
숨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내력은 서서히 떨어져 갔다.
땀은 흥건하고 몸에서는 힘이 빠져나갔다.
상대는 수십.
고작 한 사람조차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상황을 버텨 낼 자신이 없었다.
남궁소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점점 더 거리를 좁히며 압박을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눈에 새기며, 동귀어진의 한 수를 준비하는 듯했다.
이는 권무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서든 한 놈이라도 죽이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때.
쾅!
느닷없이 폭음이 터졌다.
이어 밀려 들어오는 강렬한 힘이 주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남궁소혜와 권무진, 그리고 겨우 버티고 서 있는 무호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힘은, 그들을 향해 덤볐던 자들을 쓸어 냈다.
사아아악!
사라졌다.
눈앞에 있던 사내들이 그 흔적조차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는 순간.
“망할 새끼들…… 내가 없는 사이에 잘도 놀고 있구먼.”
사도학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곁에는 유유히 미소를 짓고 있는 천무광이 있었는데, 그는 사도학과는 정반대로 미호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 어르신…….”
“그래, 괜찮으냐?”
남궁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각오한 찰나 나타난 사도학의 모습은,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사도학이 천천히 걸어 쓰러진 마장강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곤 누운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쯧 혀를 찼다.
이윽고 기세를 풀어 헤쳤다.
번뜩이는 눈빛에 살기가 짙게 묻어났다.
눈앞에 있는 수십 명의 사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도 같았다.
“살 생각은 버려라!”
쩌렁쩌렁.
사도학의 외침이 퍼져 나갔다.
“천무광……!”
그와 반대로 천천히 걷고 있던 천무광은 철백곤의 앞에 섰다. 그리고 우두커니 선 채 삐딱한 시선을 보내며 입가에는 한 줄기 미소를 걸었다.
“오랜만이다?”
말투 또한 여유롭다.
그 한 마디가 철백곤의 신경을 자극했는데, 미호의 곁에 있던 그가 빠르게 움직여 천무광을 향해 곤을 내질렀다.
쾅!
격한 힘이 터졌다.
그러나 조금 전처럼 땅이 흔들리거나 하지 않았다. 곤은 바닥을 찍었고, 그와 동시에 천무광의 발이 그 곤을 짓눌렀다.
또한 퍼져 나간 천무광의 기세가 철백곤의 힘과 부딪치며 상쇄되었다.
“감히 우릴 배신한 놈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왔느냐!”
철백곤의 언성이 쩌렁쩌렁 들려왔다.
이는 천무제를 배신한 그를 향한 일갈이며, 마음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를 털어 내려는 격한 목소리였다.
천무광은 그것을 들으며 웃었다.
왜 당연한 것을 묻느냐 하는 표정이다.
“여전히 멍청하기는…… 당연히 널 죽이러 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