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78
시간이 흐를수록 류태서는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천무제는 아직까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정작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호남단가의 인물들은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팔선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아무리 대범한 류태서라 할지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류태서는 고개를 돌려 천환옥을 바라봤다.
푸른빛을 내며 오행의 기운을 가득 담은 채로 빛을 내는 그것이야말로 본래 천무제의 목적이었으며, 오랜 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완벽하지 않아…….’
류태서는 미간을 짚었다.
천일조화공을 익히고 있는 그 계집이라면, 완벽한 천환옥을 만들어 낼 것이라 예상했는데, 기이할 정도로 기운이 모자랐고, 또한 무언가가 내부에서 천환옥을 부수려고 날뛰었다.
천일조화공.
그 기운이 마치 주인의 복수를 하려는 것처럼 크게 날뛰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천무제가 눈을 뜨지 않는다면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렇다면 딱 두 가지 방법만이 남았다.
하나는 구미호를 붙잡아 그 구슬을 취하여 오행의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소미를 붙잡아 그 피를 짜내어 천환옥 내부에 있는 기운들을 진정시키는 것.
전자야 어찌 되었든 후자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천환옥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틀림없이 몸에 구멍을 뚫었으니, 엄청난 천운이 깃들지 않는 이상 살아남았을 리가 없다.
다른 이도 아니고 류태서 본인이 직접 천환옥을 빼내었으니, 죽음을 피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를 어찌한다…….”
탁탁탁―
류태서가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며 인상을 썼다.
모든 것들이 평탄하게 흘러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이 의도한 대로 따라가고 있었으며 변수 따위는 일절 존재치 않았다.
천무제가 단우현의 검에 베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이미 선계의 문을 열고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할 천무제는 깊은 잠에 빠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류태서를 비롯한 다른 선인들은 팔선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호남단가 인물들의 뒤를 쫓아야 했다.
이는 류태서가 바라던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류태서!”
그때,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류태서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몰라서 묻나! 천무광과 남주련 때문이다.”
사내의 다급한 소리에 류태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을 잊고 있었다. 추격자들을 보내어 상대를 시키고 있기는 하였지만, 고작해야 시간 벌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임을 안다.
그렇다 하여 다른 선인들이 나서기에는, 천무광, 남주련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무거웠다.
결과적으로 류태서 본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지금은 그저 바라보며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이 주산군도로 향했다.”
“결국 가는군…….”
다급한 사내의 말과는 다르게 류태서는 여유로웠다. 내뱉는 말투, 표정과 행동, 그 모든 것에 여유가 엿보이니, 마치 그들이 주산군도로 가는 것을 예측하였으며, 그런데도 고작 발 묶는 용도로 수하들을 보냈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사내가 인상을 썼다.
“자칫!”
“걱정하지 말게나.”
류태서는 사내의 걱정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단우현.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박살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무신 단우현이라는 이름은 천무제나 그를 따르는 다른 선인들에게도 공포를 주는 이름이다.
하지만 류태서는 그 어떤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형님의 봉인이네. 그것을 믿지 못하겠는가?”
사내는 할 말을 잃었다.
류태서의 눈빛이 서늘했다. 천무제라면 마치 신처럼 섬기고 있는 자이니, 그를 믿지 못하는 행위는 곧 배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들이라 한들,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류태서는 용납하지 않고 그들의 머리를 칠 것이다.
사내가 움찔하며 할 말을 잃었다.
“만년빙정을 이용한 봉인이니 절대 풀릴 리가 없네. 그러니 괜한 것에 신경을 쓰지 말고……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하게나.”
류태서가 몸을 뒤로 젖히며 한숨을 토했다. 하나같이 단우현이라는 이름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않는 현실이다.
“호남단가를 찾는 거 말인가?”
“그래.”
류태서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미를 잡아 그 피를 이용해 천환옥을 진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였으며, 천무제의 명령대로 혹여 있을지 모르는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 두 번째였다.
첫째든 둘째든 간에 호남단가의 인물들을 찾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으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결과적으로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겠지?”
“물론이네. 그러니 자네에게 맡긴 것 아닌가? 그러니 어서…… 찾으시게.”
사내의 물음에 류태서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한 짓을 한다 한들 하등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표정과 행동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사내가 씩 웃었다.
“잘…… 알겠네.”
* * *
“허허, 이것 참…….”
남궁천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호남단가가 무너지고, 단우현과 장삼태와는 소식마저 끊겼다.
가까스로 군자도에 몸을 숨기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마저도 계속해서 포위를 좁혀 오는 놈들 탓에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은밀히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하여 끼니를 챙기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언제까지 이러한 생활이 가능할지 그조차 알지 못했다.
대부분이 지쳐 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픈 생각뿐인 것 같았으며, 그것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
단소미 역시 문제가 있었다.
눈을 뜨고 깨어난 직후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충격을 받고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문 채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았다. 눈빛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허망하였다.
“의원을 찾아야 한다니까.”
사도학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단소미의 상태는 심상치 않다.
가장 곁에 있어 주어야 할 단우현과 연락이 두절되었고, 이 동굴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며, 좋아하던 아이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미호가 사라지는 것을 눈앞에서 본 충격이 컸는데, 그것을 메워 줄 수 있는 존재가 없다 보니 한시라도 의원에게 보여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천웅과 남궁천은 반대했다.
“움직이는 것은 나중이다. 아직은 숨을 죽여야 할 때다.”
비천웅은 안다.
류태서는 그 누구보다 끈질긴 면이 있다. 이미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호남단가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무언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남았다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이 단소미.
이미 미호라는 여인의 힘을 이어받았으니,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는 류태서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무광이나 남주련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과 부딪치는 것은 하수.
최악의 선택이나 다름없으니 분하기는 하나 숨어 상황을 살펴야 했다.
“그래서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건데? 알잖아, 이미 놈들은 근처까지 와 있다.”
적무성이 인상을 쓰며 비천웅을 쏘아봤다.
그의 의견이 틀리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마냥 쫓기는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태어나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는 다섯은 쫓으면 쫓았지 쫓기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는 자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것은 무천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비천웅과 남궁천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무래도 다 좋다만, 이런 곳에 있어 봐야 도움 되지 않는 건 분명하지. 하다못해 단 가주는 찾아야 할 거 아닌가?”
애초에 단우현이 있었다면 이러한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모르는 이가 없기에 분위기는 더욱 착 가라앉았다.
수개월, 거의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호남단가에 대한소문이 중원 전체에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불안감이 들고 있었다.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오황이라 불리는 자들 모두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들 역시 알게 모르게 단우현이라는 기둥을 곁에 두고 그곳에 기대었던 자들이니까.
그렇게 자연스레 다섯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니, 언성이 높아지고 기세가 달라지고 있었다. 팽팽하게 느껴지는 매서운 감각들은 동굴 내부의 분위기를 차갑게 가라앉혔다.
“싸우시는 건 아니겠지?”
“그…… 글쎄.”
남궁소혜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는 권무진과 무호, 제갈연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넓다고 하지만 이런 곳에서 저들이 부딪치는 순간, 동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순식간일 거다.
“이럴 때 아버지는 어디를 가신 거야?”
제갈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알아볼 것이 있다며 밖으로 나간 제갈운이다. 모든 이들이 극구 만류하였음에도 뛰쳐나간 것으로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틀림없이 사라진 단우현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하는 것일 터. 그것을 알기에 누구도 완강하게 말릴 수 없었고, 결국 수일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제갈운이다.
죽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멍하니 한곳만을 바라보고 있던 단소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무언가를 바라본 것인지 아니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아이는 그저 어떤 곳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싸우던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아이를 향했다.
지금까지 어떤 것도 반응하지 않았던 단소미였기에,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자리에서 일어선 단소미는 한쪽 벽을 향해 다가섰다.
그저 난잡하게 검상이 나 있는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손을 뻗어 그것을 매만졌다.
“…….”
그 손길이 단우현을 그렸다.
그저 난잡하기 짝이 없는 검상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그어 놓은 것이 틀림없이 단우현임을 말해 주는 듯이, 손을 얹고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단소미가 그대로 축 늘어졌다.
“소…… 소미야!”
깜짝 놀란 남궁소혜가 빠르게 몸을 날려 단소미를 붙잡았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게 무엇이기에……?”
남궁천이 묘한 표정으로 그 벽면 앞으로 다가섰다.
아무것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단소미다. 그런 아이가 느닷없이 손을 댄 것이니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
남궁천의 곁에는 사도학도 있었는데, 그 역시 벽면에 그어진 흔적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참 동안 뚫어지게 응시를 하던 두 사람은 이윽고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