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8
“복면을 벗겨라!”
사로잡힌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복면인들을 내려다보며 홍원창이 소리쳤다.
기왕이면 이대로 관아로 끌고 가 고문을 해서라도 입을 열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지만, 그 전에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몇몇 포졸들이 다급하게 다가가 복면을 벗겼다.
“욱!”
“윽?!”
그러나 복면을 벗기는 순간 보이는 그 얼굴에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함인지 이들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뭉개져 있었으며, 코가 짓눌렸다.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단우현은 물론이고 권무진까지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남궁소혜가 입을 틀어막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음지 속에 살고 있는 이들 중 응당 이러한 짓을 스스럼없이 하는 자들 또한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보니 차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이들을 바라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만큼 이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네놈들은 누구이고, 어떤 이가 명령을 내렸느냐?”
그사이, 홍원창이 마음을 다스리고 추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침착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였다. 포졸들을 이끌고 있는 입장이니 그만한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오히려 홍원창을 바라보며 조소(嘲笑)를 날렸다.
“익?!”
“그만해라. 그런 식으로 물어 봤자 입을 열지 않을 테니.”
단우현이 저벅저벅 한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습격해 온 자들 중 명령을 내리는 대장 격으로 보였다.
무릎 꿇고 포박되어 있는 그와 눈을 마주하며 가만히 눈빛을 살폈다.
“음지에 사는 놈들이 아니지?”
“!?”
“그런 놈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만약에 일을 위해 독단을 하나씩 숨기고 다니지.”
손을 뻗은 단우현이 그들의 품을 뒤졌다.
그 안에서 자그마한 단환 하나가 나왔다.
하나 그것을 보고도 단우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들고 다니지 않아. 심지어 너희들은 이번 임무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을 거다. 고작해야 포졸들을 상대하는 일이니까.”
단우현은 손을 뻗어 사내의 턱을 붙잡았다. 시선을 피하려는 그의 행동을 사전에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내 입가에 진득한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너희들의 본거지는 장사에 있겠군.”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지. 너희들이 들은 현령이 마약을 찾았다는 소문은…… 오직 장사에만 퍼진 것이다.”
“크윽……!”
단우현은 오직 몇몇 이들에게만 이야기를 전달하였고, 인위적으로 장사 내부에만 소문을 퍼트렸다.
그 소문이 밖으로 퍼져 나가기도 전에 아편을 가지고 출발하였으니, 응당 다른 현에는 소문이 아직 퍼지지 않았을 터.
한데, 이들은 그 소문을 듣고 습격을 해 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활동지는 장사가 분명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권무진과 장삼태, 심지어 홍원창과 포졸들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행동했단 사실에 놀란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자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지. 남은 것들을 맞춰 볼까?”
“하……!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차라리 어서 죽여라!”
거칠게 반항을 하며 발뺌해 보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우현은 상대의 표정과 눈빛을 관찰하며 조소를 날렸다.
“장사에 퍼진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 분명한데, 아무리 봐도 하오문 패거리들은 아니야. 거지 놈들은 더더욱 아니지. 게다가 이 정도로 체계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다면 정보 단체보단 문파에 가깝지 않을까?”
단우현은 그의 표정 변화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너무 흉측한 몰골이라 처음에는 그 변화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만, 눈빛과 입술, 그리고 몸의 떨림을 인지했다.
“물론, 음지에 숨은 놈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네놈들의 실력을 보면 아무리 봐도 그쪽 놈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륵-!
식은땀이 흘렀다.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권무진도, 남궁소혜도 단우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서 고민을 좀 해 봤다. 아편을 공급하는 놈들의 이름은 삼도회(三道會)…… 체계적으로 무공을 익혔고, 장사의 소문을 빠르게 들을 수 있는 곳. 게다가 흑도회가 망한 후 무척 빠른 속도로 세를 넓힌 것을 보면, 어느 한 곳에서 나선 것은 아니야. 이 삼도회란 이름도 세 곳이 힘을 합쳤음을 뜻하겠지.”
“죽어라!”
사내가 재빠르게 손을 날린다.
최후의 내공을 끌어올려 날린 그 한 수가 단우현의 머리를 직격하려 했다.
하나, 고개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볍게 그것을 피해 낸 단우현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져 사내의 목을 부여잡았다.
우득-!
“컥!”
목이 꺾여 버린 사내가 축 하고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포졸들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 선 단우현이 손을 털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그가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무림에 대한 정보는 그녀가 더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말한 것을 듣고 떠오르는 곳이 있나?”
“……있어요.”
남궁소혜는 아미를 찌푸렸다.
조금 전, 죽은 사내의 행동으로 보아 단우현의 예측은 십중팔구 정확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그에 부합하는 곳은 정확히 세 곳이 존재하였고, 그곳은 다름 아닌 무림맹에 가입되어 있는 문파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화가 났다.
‘또…… 맹의 수치가…… 이렇게 드러나다니…….’
남궁소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저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를 바랐다. 하나, 너무나도 딱 떨어지는 이 상황은 그녀를 점점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었다.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하면 뭐 하나? 가야지.”
“이대로 저한테 모든 것을 맡길 심산이신가요?”
“그럼 어쩌라고?”
“저 사람의 얼굴로 역용했다는 자도 분명 그 세 곳 중 한 곳에 있을 것 같은데요? 더군다나 당신의 예상이 틀렸을지도 모르잖아요?”
“흠…….”
단우현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궁금하기는 했다.
왜 장삼태의 얼굴로 변장하였는지, 그리고 이 지독한 아편을 제조한 이가 누구인지.
어쩌면 저들은 장삼태를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있었으니까.
단우현이 씩 웃었다.
“좋아, 거들어 주마. 물론 그 대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그것 참…… 고맙네요.”
남궁소혜가 포옥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 사내의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였다.
무림맹 지부에서 사람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전투를 벌였을 때 희생될 이들을 생각해 본다면, 단우현과 함께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다.
‘그래도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지만.’
남궁소혜는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타인의 의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사람. 그렇기에 제안을 하면서도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저 한 번 던져 본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한데 그녀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럼 가죠.”
몹시 놀라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나아가야 할 때였다.
* * *
구각진.
칠각문의 문주인 그는 입술을 곱씹으며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눈앞에는 장사를 대표하는 다른 두 명의 문주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침음을 삼키며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을 보낸 뒤, 시간이 벌써 상당히 지났다.
세 문파에서 이런 일을 위해 힘을 합쳐 키워 낸 인재들이기에 실패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이 늦음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
“실패했을 리는 없소. 참고 기다려 보시오.”
“그것은 우리도 잘 아오. 고작 포졸들을 상대로 실패했다면 그만큼 개 같은 일이 어디에 있겠소?”
포졸들을 뚫고 현령을 죽인 다음, 아편을 회수하는 일이기에 간단하다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아이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했다.
“클클클, 너무 재촉하지 말게. 자네들이 키웠고 내가 약을 만들어 준 아이들일세. 기다리면 곧 올 것이니 심려치 말게나.”
추방지.
추 노괴라고 불리는 노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이번에 특별한 약을 사용했다. 일각 정도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신체 능력을 급격하게 늘려 주는 약이었다.
안 그래도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인데, 그런 약까지 복용했다.
한마디로 실패란 있을 수 없었으므로 그는 느긋했다.
“추방지, 자네를 못 믿는 것은 아니나…….”
“흘흘흘, 그대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가 무엇인가? 팔대세가와 구파일방을 능가하는 문파를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던가? 가만히 나를 따르게. 내 그대들의 소원을 이뤄 줄 터이니.”
“커험!”
“큼!”
세 명의 인물들이 저 마다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으니까.
추방지를 영입함으로써 그들의 문파는 고작해야 반년 만에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변했다.
아편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을 수족처럼 부리기 시작하였고, 은밀히 중소문파들을 중독시켜 그들의 재산을 빼앗았다.
인신매매에도 손을 대며 막대한 돈을 벌었으니, 본래 가지고 있던 재산의 몇 배는 될 법한 돈이 반년 만에 흘러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인데, 추방지가 제조한 약들 중에는 신체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셈이 아니겠는가.
이제 용을 잡기 위한 칼만 있으면 된다.
물론, 그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문주들은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추방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때였다.
콰앙-!
느닷없이 들려온 굉음이 이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네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틀림없이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무슨 일이냐?”
칠각문의 문주 구각진이 벌떡 일이나 소리쳤다.
하나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이지?’
그가 인상을 쓰며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카카카캉-!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방 안에 있던 이들은 시퍼렇게 뜬 안색으로 창문을 향해 몰려들었고, 마침내 볼 수 있었다.
“끄아아악!”
수하들에게 시퍼렇게 빛나는 검을 뿌리는 한 여인을.
“저, 저 여인은…….”
“봉황단 단주! 남궁소혜! 그녀가 어찌……?”
일이 요상하게 꼬여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