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87
쾅-!
남궁천이 제일 먼저 나서며 칼을 휘둘렀다.
뻗어 나가는 일검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정교했다. 상대의 목젖을 노리는 결정적인 한 수. 기습적이었으며 다가서는 순간까지 갈황은 그의 존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큭!”
그대로 목을 틀어 방향을 비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가고, 동시에 갈황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남궁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곳을 향해 일장을 퍼부으려 했다.
하지만 생각까지였다.
그가 손을 내지르려는 찰나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자 ‘쾅!’ 소리와 함께 사도학의 장력이 쏟아지며 땅을 후려쳤다.
어마어마한 폭음과 그 파동이 전해졌다.
온몸이 찌릿할 정도다.
갈황은 인상을 썼다.
“거지 같은 놈들!”
“허허, 혼자서 불가능할 것 같으니 둘이서 하는 것이라네. 충분히 그대의 힘이 두렵다 판단한 것이니 좋은 일 아닌가?”
갈황은 다가오는 남궁천을 이를 갈며 쏘아봤다.
일대일 상황이었다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남궁천의 검술이 제법 기이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눈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파훼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협공이다.
두 사람의 협공은 합이 잘 맞는다.
마치 오랫동안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같이, 한 수 한 수를 펼칠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메워 버렸다.
갈황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전개다.
‘이렇게 되면…….’
갈황은 안다.
이러한 불리한 싸움은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다.
최대한 단시간에 싸움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두 사람의 실력이 남다른 탓이다.
만약 이 자리에 비천웅마저 있었다면, 갈황은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한 채 목이 따였을 것이다.
카카카카캉-!
그때, 남궁천의 검이 쏟아져 왔다.
마치 절대군림한 제왕이 검을 휘두르는 것 같은 위압감. 일검을 내지를 때마다 느껴지는 강인한 힘은 마치 제왕의 기세를 품고 있었다.
묵직하다.
근래 만났던 이들 중 남궁천과 사도학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임은 틀림없었다.
그러한 것을 알기에 갈황은 더욱 힘을 끌어올렸다.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칼날을 막아 내며 등을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사도학의 각이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것을 보았다.
몸을 틀어 피하는 것과 동시에 손을 뻗었다.
뒤에서 찔러 들어오는 칼날을 쳐 내며 일장을 후렸다.
쾅!
손에서 뻗어 나온 장력이 남궁천의 등을 노렸지만, 마치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사도학의 기운이 뻗어 나오며 갈황의 장력을 상쇄시켰다.
“이놈들……!”
갈황은 더욱 이를 갈았다.
이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체계적이다.
허점과 허점 사이를 파고든 한 수이기는 하지만, 저들은 마치 읽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하나하나를 파훼시켜 나갔다.
땅을 디딘 갈황이 두 사람을 쏘아봤다.
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때, 사도학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명백한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때는 정말 무서웠는데 말이야. 이렇게 되고 보니 그냥 똑같잖아?”
“허허, 정말로 그러네.”
사도학과 남궁천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똑같다는 말은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본디 사람의 움직임이란 한정되어 있는 법이다. 칼을 어떤 식으로 뻗을지, 또한 그것을 피해 낼지, 허점을 파고드는지 마는지, 피할지 말지, 이러한 움직임은 무공을 익히는 순간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것들이고, 또한 무공을 익힌 후에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들은 하수 중수 고수를 나눈다 하여도 다들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경지가 다르므로 조금 더 빠르게 볼 수 있다. 혹은 사람과 사람의 경험이 모두 다르기에 조금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이들이 더 많은 예측을 하고 다음 수를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하수와 고수의 차이.
그리고 만약 이것이 비등한 수준이라 한다면, 결국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격을 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반선에 올라 한때나마 팔선에 있던 이들이라 하여도 말이다.
“자네, 오늘 죽겠구먼…….”
남궁천이 너털너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사도학과 남궁천은 알고 있다. 아직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엄연한 차이는 그곳에서부터 나기 시작하는 것인데, 그런데도 도발을 하는 이유가 있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의 전력을 끄집어낸다.
그것이 이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한 수가 되리라.
“개자식들이!”
쿵!
갈황이 한 발을 내디디며 소리쳤다.
고작해야 발이 땅에 닿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주변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리고 내디딘 곳은 움푹 파여 사방으로 그 조각들을 흩뿌렸다.
암기와도 같이 쏟아져 나간 무수히 많은 조각 때문인지, 남궁천과 사도학이 급하게 몸을 날리며 그것을 피해 냈다.
사악!
갈황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어느새 남궁천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쾅!
사도학이 그것을 깨닫고 한 수를 뻗으며 막아서려는 찰나, 더욱 빠르게 휘둘러진 갈황의 장력이 남궁천을 후려쳤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남궁천의 몸이 날아갔다.
땅을 가르고 쭉쭉 밀려 나가는 그 모습은, 어떤 이가 본다 한들 결코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밀려 나가던 남궁천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몸을 날렸고, 동시에 날아든 갈황의 지법이 바닥을 후려쳤다.
퍽퍽!
사도학이 어느새 갈황의 옆으로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극강의 마기가 담겨 있는 손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손길과도 같았다.
닿는 순간 모든 것을 앗아 가 버릴 것 같았다.
팡!
하지만 갈황은 가볍게 손목을 쳐 내고 몸을 틀었다.
작은 빈틈을 발견함과 동시에 뻗어진 각이 사도학의 가슴을 후려쳤다.
퍼걱!
“컥!”
사도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고작해야 단순한 각법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에 실려 있는 힘은 결코 우습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도학은 그대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치며 거칠게 토혈했다.
“머저리 같은 자식들! 네놈들 따위가 정녕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
갈황은 자신감 가득히 소리를 치며 두 사람을 노려봤다. 분명 남궁천과 사도학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기는 하였지만, 그 역시 팔선에 올라 오랜 세월 무수히 많은 경험을 쌓아 온 자.
이제 갓 문턱에 올라선 이들이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갈황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있었고, 또한 치솟은 분노로 인하여 결코 이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열을 토했다.
그때.
촤아아악!
“크악!”
느닷없이 갈황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한 차례 크게 비틀거리던 그가 간신히 균형을 잡고 땅을 디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그 순간, 사도학과 남궁천이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웃었다.
“확실히 곱게 죽지는 않을 것 같네. 하지만 우리를 너무 무시하지 말게나. 이렇게 보여도 그 무신과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말이야.”
“……!”
남궁천과 사도학은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는데, 이는 단우현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믿음이었다.
비록 그 세월이 길다 하면 길고 짧다 하면 짧다. 고작해야 이, 삼 년 정도의 세월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곁에서 배움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미호를 비롯하여 천무광과 남주련에게까지 가르침을 받았던 두 사람이다.
갈황 한 사람을 상대함에 있어 진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이는 단우현에 대한 배신이고, 믿음과 신뢰로 가르침을 내려 주었던 세 사람에 대한 자긍심이었다. 이 자긍심을 뭉개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개, 개자식들이, 감히 이 갈황을…….”
갈황은 치미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진정하고 평정심을 되찾으려 하여도 저 여유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그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하찮은 벌레라 여겼던 존재들에게 당하고 있는 사실이, 그가 가지고 있던 오랜 무인의 자긍심을 짓밟아 놓았기 때문이다.
화가 치민다.
그것을 억누르지 못하니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로지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심(殺心).
죽이고자 하는 마음.
본디 무인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자, 가장 자제를 해야 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갈황의 눈에는 이미 그러한 것 따위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뿐이니, 그는 곧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만약 이 자리에 류태서나 다른 이들이 있었다면 그를 진정시켰을 테지만, 갈황 홀로 이 자리에 있던 것 자체가 치명적인 맹점으로 작용되어 버린 셈이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역으로 갈황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그의 움직임마저 단순하게 만들어 버렸다.
쾅!
한 발을 내디디며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두 사람과의 거리를 좁혔다.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기에, 갈황의 손에 맺혀 있는 기세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치솟았다.
남궁천과 사도학 역시 그것을 느꼈다.
재빠르게 다가오는 갈황에게서 벗어나려 해 보았지만,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쪽 역시 맞수를 준비해야 했다.
피할 수 없고 막을 수 없다고 느낀다면 상대를 압도하는 힘으로 누르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걸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뻗어진다.
세 사람의 기운이 한곳을 향해 몰려들었다.
쾅!
격한 소리가 들렸다.
사방으로 파편이 휘날리며 터진 그 자리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음과 힘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자연재해라 입을 모아 말을 할 정도였다.
거대한 구덩이가 파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궁천은 물론이고 사도학과 갈황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가?
“쿨럭!”
이윽고 소리가 들렸다.
수 장 이상 날아간 사도학이 토혈을 하며 어렵사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와 몸 상태를 보아, 내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어선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워 있는 것은 죽여 달라는 것과 동일시되는 말이니까.
사도학의 시선이 돌아갔다.
제일 먼저 남궁천의 모습을 찾는다. 사도학이 있는 곳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 거칠게 기침을 하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도학은 안도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커억!”
그리고 보았다.
사도학의 시선 끝에는 갈황의 모습이 있었다. 멀리 날아가 버린 그의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두 사람의 극성의 내력을 온몸으로 받아 낸 탓인지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또한 그 힘에 의해 날아가던 중 나무에 부딪혔는데, 피를 머금은 거대한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가슴을 꿰뚫고 나와 있었다.
“쿨럭…….”
갈황이 토혈을 하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이미 심장이 꿰뚫렸으니 살 수 없다.
“비…… 어머글…….”
그의 작은 목소리가 더듬더듬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