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95
천무제는 지그시 천환옥을 바라봤다.
푸른빛을 내고 있는 그것을 보고 있자면, 그 어떤 보석들도 이 천환옥 앞에서는 빛을 잃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것이 바로 천환옥
선계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하지만 오행의 기운이 가득 담기지 못하고 그 힘마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으니, 곧 빛을 잃고 단순한 돌덩이가 되어 버릴 것이다.
천무제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선계의 문을 열고 천제의 목을 따는 것을.
다시금 그곳의 왕이 되고픈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천무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꿈이었기 때문이다.
“놈…….”
머릿속에는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익살스러운 표정.
하늘, 그 어떤 이들보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 많은 이들의 삶을 살피고 바라보는 자. 지금도 그 하늘 위의 옥좌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절로 이가 갈렸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호흡을 골랐다.
그래, 이래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허점이 생긴다. 천무제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한 중심을 유지하며 그 어떤 틈조차 만들어 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천무제.
한때나마 천제 다음으로 선계에서 가장 강했다고 전해지는 자다.
하지만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자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단우현…….’
그러한 존재가 나타나는 것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왜 그럴까?
인간이 아무리 강해 봐야 진정한 선인을 이길 수 없는 법인데, 단우현은 천 년 전에도 그러하였고 지금도 그러하였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천무제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원 땅에서 유일하게 천무제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아마도 단우현일 것이다.
‘천제 놈…….’
그자가 인간이라고?
그자가 다른 이들과 같다고?
아니다.
천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우현은 만들어진 존재다.
이 세상 어디를 뒤져 보아도 고작해야 인간이 선인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그것마저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라면 결국 누군가 손을 대 만든 존재여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천제.
지상에 내려와 있는 천무제를 견제하기 위하여, 천제가 내려놓은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또한 그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천무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계에서 쫓겨나 이 중원을 전전하면서도 천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존심이 구겨지고 화마저 났다.
놈의 목을 비틀어 버려야만 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울고불며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기에 선계의 문만큼은 반드시 열어야 했다.
“하지만 뭘까……?”
천무제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유난히 먹구름이 끼었다.
천기마저 읽을 수가 없다.
하늘 전체가 흐트러져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그 묘한 기운과 상황은 천무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상항이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불안감마저 스며 들었다.
“태서, 있는가?”
천무제가 입을 열었다.
동시에 사악 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스며들었다. 그 안개는 마치 구름처럼 보이기도 하였는데, 이윽고 그 속에서 류태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천무제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오늘 하늘이 영 좋지 않구나. 혹……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류태서는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달라진 것은 찾을 수 없다.
그들이 묵고 있는 곳 중심으로 백 리 안팍으로 수많은 수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응당 알려 와야 할 것인데 그러한 것도 없었다.
또한 그 역시 천기가 흐트러진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흔히 있었던 일이 아닌가? 그 어떤 이라 하여도 매일같이 천기를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천무제 역시 마찬가지다.
선인이라 하여도 이 지상에 있는 이상, 때론 흐트러지는 천기를 완벽히 읽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없으니 심려 놓으십시오, 형님. 하루속히 완쾌되시는 것에만 힘쓰시면 되십니다. 일이 있다면 이 류태서가 나설 것입니다.”
“허허허, 든든하구나.”
천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서서히 몸 상태가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완벽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움직여, 이 천환옥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잡아 낼 것이다.
그것이 한 명이든 백 명이든 혹은 천명이든 간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 * *
단소미는 주저앉아 있었다.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처음보다는 확실히 많이 밝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혼자 놔두면 가끔 보이는 외로운 눈빛은, 틀림없이 단우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워 할 만했다.
어떤 식이든 간에 단우현은 단소미의 보호자였으며, 항상 곁을 지켜봐 준 동반자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이가 몇 달 동안 연통조차 없었으며, 심지아 호남단가에는 커다란 사건이 연이어 터지지 않았던가?
그런 불안감과 불길함 속에서 단소미는 단우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휴…… 저 녀석의 애비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무천풍이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혀를 찼다.
곁에서 바라보는 것 역시 힘들다.
저 어린아이가 아비를 그리며 있는 모습은 눈에 담기조차 힘든 감정을 안겨 주었다.
마치 오래전 돌아가신 자신들의 부모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애틋하였으며 또한 불쌍했다. 그렇기에 괜스레 단소미에게 더욱 잘해 주게 되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된 셈이다.
“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다른 사람도 아닌 단 장주네. 어떤 일이 있어도 돌아올 것이니 말일세.”
남궁천은 모든 상황이 긍정적이었다.
천하의 무신이 헤어 나오지 못할 상황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직까지도 전설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만큼 강한 이가 이 중원 땅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천하오황 전부가 그를 향해 칼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만약 그러한 이가 존재한다면 결코 인간은 아닐 것이다.
“맞는 소리다. 사람이든 귀신이든 그 뭐가 됐든지간에…… 그놈을 벨 수 있는 놈은 없어.”
사도학마저 거들며 입을 열었다.
단소미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단우현에 대한걱정이 드는 것은 아니다. 잠시 무슨 일이 있어 연락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 그가 죽었다는 생각은 일절 들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단우현이라는 자에 대한 믿음 아니겠는가?
반대로 적무성과 무천풍은 두 사람의 태연한 모습을 바라보며 기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연락이 없으면 강하든 강하지 않든 간에 찾아볼 법도 한데, 두 사람은 전혀 그런 기미가 없었다.
믿어도 너무 믿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러다 장례 치르면 퍽이나 좋겠다.”
적무성이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단우현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 중원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는 바, 결과적으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늪에 빠졌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때문인가?
남궁천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군, 자네.”
“왜 그거 있잖아…… 천 년 전인가? 아직도 최강이라 불리는 무신이 얼음 속에 봉인됐다고도 하고 말이야. 싸움 잘한다고 다는 아니라니까.”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내뱉는 적무성의 말에 남궁천과 사도학이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천 년 전 일이 아니던가? 심지어 그가 얼음 속에서 빠져나왔을지도 모르지.”
“그런 이야기는 없잖아. 더군다나 빠져나와도 뭐라더라? 동정호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는데 용케 살아 올라오겠다, 쯧쯧.”
“하하하.”
“허허허.”
남궁천과 사도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마치 적무성의 말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였기에, 모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애초에 옛날이야기에 너무 크게 웃는 것 아닌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 옛이야기다.
실제로 적무성의 말처럼 동정호에서 죽었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뭐가 우습냐?”
적무성이 불만 섞인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자신의 말 중 어떠한 것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인지 조금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적무성의 어깨를 다독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나중에 단 가주 놈이 오더라도 그런 말 입에 담지 마라.”
“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적무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언가 굉장히 찝찝하였지만 도통 입을 열지 않으니 답답함만이 마음속에 남았다.
그때였다.
푸드득 하며 무언가가 하늘 높은 곳에서 날아와 호남단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그곳을 향해 돌아갔다.
전서가 올 곳은 하오문 정도일 것인데, 혹여 무슨 일이 또 터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든 것이다.
하늘을 배회하던 전서구가 서서히 내려와 사도학의 팔에 주저앉았다.
“특급이로군.”
전서의 색을 보니 특급 전서임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그것을 펴 보는 것 자체도 괜한 불안감이 들었다. 또 어떠한 일이 터졌기에 이런 것을 보내는가 싶었다.
또다시 피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모든 이들이 긴장 어린 시선으로 사도학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도학은 그 시선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서신을 열어 보아야 했다.
이윽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읽은 그가 피식 웃었다.
“무슨 내용인가?”
“장삼태가 돌아온다는구나.”
“……?”
“……!”
곳곳에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연통조차 없었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연통이 날아온 것이다. 심지어 돌아온다고 하고 있으니 이만한 희소식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단 가주는 잠시 어디를 들렀다 와야 한다는군.”
단소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먼 거리에서 후다닥 뛰어 다가오더니 이내 사도학의 손에 쥐여 있는 전서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이윽고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새발 쓰여 있는 글자를 읽어 나갔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글자도 있기는 했지만, 장삼태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며, 단우현은 무사하고 곧 일이 끝나면 돌아온다는 내용임은 알 수 있었다.
단소미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그것이 서찰을 적셨다.
기쁨의 눈물인가?
이 자그마한 아이는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주저앉았다. 흐르는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아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정도이지만, 기뻐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하하.”
사도학이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다독였다.
오늘만큼 기쁜 날이 또 있을까?
이제 곧 예전의 삶을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