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96
단우현이 향하는 곳은 주산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그렇다고 절강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었다.
기실 이러한 기운을 뿜어 댈 만한 곳은 두 곳이 있었다.
하나는 주산군도와 붙어 있는 보타산이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주산에서도 훤히 보일 만큼 가까운 데다 기이한 기운을 뿜었기에 그런 곳에 천무제가 숨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천목산이다.
주위에는 마을은커녕 오가는 사람들조차 없다.
이유인즉슨, 천목산은 원체 산세가 험하고 들어가는 순간 너 나 할 것 없이 길을 잃고 헤매다 시체가 되는 것으로 유명했던 탓이다.
이것이 근래 발생했던 일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천 년 전, 단우현이 한참 동안 이 중원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도, 천목산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곳 중 한 곳이었다.
당시, 그 자리에 존재했던 무인들의 수준이 지금보다 월등히 뛰어났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단우현 역시 인근을 지나간 적은 있었지만 천목산 자체에는 오르지 않았는데, 그곳에는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그 기운의 정체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주산군도에서 천무제의 기운을 완벽하게 파악해 버린 단우현은 미약하지만, 그 기운이 천목산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아무도 이곳의 기운을 깨닫지 못했을까.
천무제의 기운이 너무나도 교묘하여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자연지기 같았고, 겉보기에 이곳은 그저 산세가 험한 곳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천목산이 나름 절강에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중원 전체를 놓고 보자면 특출한 것이 없는 곳이다 보니, 소문은 절강에만 그쳤으며, 설령 그 소문을 듣는다 하여도 딱히 신경 쓸 만한 일이 벌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이곳의 존재를 아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호는 단우현과 천무제의 부딪침을 원치 않았고, 그렇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단우현은 그 천목산 앞에 서 있었다.
단순히 선 것에 지나지 않은데 찌릿찌릿 온몸에 잔털마저 곤두서는 감각을 느꼈다.
이는 단우현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오행의 기운을 모조리 담아낼 수 있는 천일조화공을 익히고 있기에, 미약하게나마 흐르는 기세를 파악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일 터.
단우현은 우두둑우두둑 몸을 풀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각오를 해야 한다.
어떠한 적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우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의 긴장을 조금씩 억누르며 숨을 삼켰다.
이윽고 심신을 달랜 그가 천목산을 바라봤다.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마치 오래전 사라진 천살성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그의 주위로 날카로운 기세들이 몰아치고, 쥐고 있는 검은 검명을 일으켰다.
“그럼 슬슬 얼굴을 보러 가도록 하지.”
단우현은 그런 말을 내뱉으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모든 것이 그를 안내해 줄 것이다.
그 믿음은 곧 현실로 화해 미약하게 바람이 불며 단우현의 걸음을 이끌기 시작했다.
산을 굽이굽이 오른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러한 기분 또한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었다.
“누가 스승과 제자가 아니랄까 봐…… 똑같은 짓들을 하고 있군.”
장백산을 오르고 있을 당시 느꼈던 시선들.
온 사방에서 느껴지는 것은 틀림없는 적의(敵意)다.
그럼에도 단우현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멈춘다는 것은 사내로서 할 일이 아니었고, 무신이라는 이름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베어 버릴 생각이다.
사사사삭!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다.
하지만 단우현에게는 마치 코앞에서 울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왔고, 그것은 곧 상대가 공격할 것이란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네놈들의 주인을 죽이러 온 것이다. 머리만 죽일 생각도 없으니…… 죽고 싶은 놈들은 모조리 나서라.”
단우현은 그리 경고하며 더욱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뎠고, 동시에 기세를 풀어헤쳤다.
무신이 지닌 고유의 힘이 사방으로 흘러나와 퍼져 나가니, 천지사방이 그의 힘으로 가득해 공기마저 팽팽해지는 듯했다.
다가오면 벤다.
접근하면 죽인다.
죽을 생각이라면 언제든지 나서라.
그러한 경고 섞인 기운들이 미친 듯이 퍼져 나가니, 누구도 선뜻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단우현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았다.
상대가 겁을 먹고 공격하지 않으면 귀찮음을 더는 것이고, 겁 없이 돌진하면 베어 버릴 것이다.
앞을 막아서는 자는 누구든 죽일 테니까.
서거걱!
이윽고 그의 검이 뻗어 나갔다.
역시나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명령을 따라야 하는 처지인지는 몰라도, 일단 베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그러한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죽인다.
뭐든 죽인다.
오늘, 눈앞에 있는 것들은 모조리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으니, 그것을 되돌린다는 것은 단우현의 성정상 결코 있을 수 없었다.
이것은 전쟁이다.
단우현과 천무제.
죽고 죽이는 전장인 만큼 단우현 역시 목숨을 걸었다.
촤악촤악!
그는 말없이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가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자들인지, 그러한 것 따위는 그에게 관심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모조리 벤다.
“끄아아악!”
“커어억!”
단말마의 비명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앞길을 막아서는 이들이라면, 그것이 설령 누가 되었든 간에 확실히 목숨을 앗아 가는 일검.
서걱!
치고 들어오는 이의 목을 베고 옆으로 몸을 이동하며 또다시 검을 그었다.
목이 잘리고 가슴이 베인 이들이 피를 뿌리며 넘어갔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검풍과 검기가 몰아치며 단우현을 압박했다.
사아악!
하지만 맞지 않았다.
틀림없이 강한 힘이 실린 것은 분명하나, 마치 무언가가 단우현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검기는 흩어지고 검풍은 스쳐 지나갔다.
그 기이한 현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단우현의 곁을 감싸고 있는 것은 바람.
그 누구도 그 바람으로 이루어진 방벽을 꿰뚫지 못하였다.
서걱!
베고, 찌르고, 목을 꺾고, 가슴을 부쉈다.
얼마나 많은 시체가 쌓였는지 셀 수조차 없다.
이 천목산을 지키고 있는 자들의 수가 상당한 만큼, 그 시체로 산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촤아악!
또한 피가 터져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니, 이것이야말로 피로 강을 이룬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단우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또한 죄책감조차 갖지 않았다.
살의를 머금은 그의 눈빛은 이미 옛적의 무신으로 되돌아가, 오로지 살육만을 생각하는 살귀(殺鬼)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때, 사방에서 몰려드는 이들을 바라보던 단우현이 씩 웃었다.
천천히 칼을 들어 올리며 휘둘렀다.
쾅!
* * *
쾅!
지축이 울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지만, 자연재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소리는 인위적인 것이다.
명상을 하고 있던 천무제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류태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혀…… 형님?”
“결국, 이리 되었군…….”
기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은밀했던 기운이 느닷없이 폭사되어 천목산 전체를 휘감았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이 기운은 틀림없는 무신의 기세.
그가 가장 포악했던 때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칠기 짝이 없었다.
천무제는 그것을 느끼며 어이없는 실소를 지었다.
이렇게 될 줄이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천무광과 남주련, 그리고 유백.
그 세 사람이 엄청난 확률을 뚫고, 무신 단우현을 부활시킨 것이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봉인으로도 막을 수 없겠지…….’
만년빙정이 없는 이상, 무신을 봉인할 수 없다.
이미 일반적인 봉인을 한 차례 부수고 빠져나온 전적이 있는 자다.
또다시 부수고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천무제 본인만 온 힘을 다 쓰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천무제는 피식 웃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그에게 남은 수는 하나.
누군가는 죽어야 했다.
그것이 무신이 될지, 천무제 본인이 될지 모르는 일이나,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이 분명했다.
“반겨 주어라.”
“예, 형님.”
천무제의 말에 류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담하게 들려오는 말에 서슴없이 움직이며 준비를 했다. 천하의 단우현을 상대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임에도 류태서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것은 천무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 어떤 것이 되었든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류태서의 맹목적인 믿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담담하게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벽에 걸려 있는 검을 손에 쥐었다.
얼마 만에 만져 보는 것인가?
손아귀에 쥔 검의 감촉이 상당히 낯설었다.
“그럼…… 강녕하십시오, 형님.”
“허허, 왜 작별 인사를 하는가? 금방 다시 볼 것이니 그런 말 말게나.”
“하하하, 알겠습니다. 하면 다녀오겠습니다.”
류태서는 짧게 인사를 하며 등을 돌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천무제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한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뒤를 돌아봐서야 쓰겠는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귀를 울림과 동시에 류태서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무신이라…….”
그가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류태서 역시 못지않았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간에 천무제가 살아 돌아오라 이야기하였으니 반드시 그것에 따를 것이다.
하여 죽지 않고, 반드시 무신을 죽이리라.
그의 눈에 그러한 결심이 서려 날카로운 빛을 냈다.
이윽고 한참 동안 걷고 있던 류태서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어두운 밤, 수풀을 가르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마치 야수와도 같았다.
“오랜만일세?”
류태서는 무신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