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09
“아! 진짜 따라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요?”
“예끼, 이놈아! 오랜만에 만나는 스승한테 너무하는 것 아니냐?”
“이미 뒈진 줄 알았으면서 무슨…….”
“커컴…….”
뒤에서 쫓아오는 금대량 때문인지 장삼태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차라리 단우현을 만나는 것이 더 좋게 느껴졌는데, 이는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한 기억이 아직 선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 장삼태에게 그러한 경공을 알려 준 연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이는 일종의 실험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렇기에 금대량을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래, 인석아. 어떻게 지냈느냐? 몸은 괜찮고?”
“내 몸이 걱정입니까요? 아니면 정말로 어찌 살아왔는지 걱정되어 묻는 것입니까요?”
“그야…… 두…… 둘 다지.”
“옘병…….”
“뭐라?!”
“뭐요!”
금대량이 까랑까랑 소리를 쳐 보지만 과거와 같지 않다. 애초에 장삼태가 너무나도 커 버린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세월이 흘러 예전만큼 기력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러쇼? 이미 나랑 끝난 사이 아닙니까요? 왜 자꾸 따라오시냐 이겁니다!”
“오랜만에 만난 스승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금대량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분명 장삼태에게는 못할 짓을 하였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를 테지만, 금대량으로서는 나름대로 장삼태의 부족한 삶을 채워 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였다.
동생을 잃고 삶을 포기한 아이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아이에게 있어 삶의 동기를 부여해 주는 일이었으니, 나름대로 자부심 역시 있었으며 그것이 잘못되었다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본다면 좋게 생각할 수 없을 것임을 알기에, 그저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휴, 진짜!”
장삼태가 그런 금대량의 표정을 보았는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조금 전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곳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래, 스승님은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요? 그간 모은 재산은 다 탕진한 겁니까? 배수짓이나 하고 다니는 게 영 이상한데?”
“크큼!”
금대량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누구인가?
온 천하가 인정하고 있는 도둑이다.
오황이라 불리는 이들의 집조차 금왕수가 움직인다면 안전하지 못한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로 대단한 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이가 집은 털지 않고 배수짓 따윌 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장삼태가 묘한 시선을 보냈다.
“그…… 그것이 말이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금대량이 슬그머니 장삼태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어린 시절 보았을 때는 그 어깨와 몸이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한참이나 왜소해 보였다.
그것이 장삼태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뭡니까요?”
“네놈도 이제는 알고 있을 테지? 우리 사문의 경공이 최고이기는 하지만…….”
“죽는다는 거 말입니까요?”
“그…… 그래…….”
단박에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에 금대량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하면서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으니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고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해 보았단다…… 하지만 쉽지가 않더구나.”
“흠…….”
장삼태는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 사천에서 그가 해 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또한 지금 이 상황에서 금대량이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하게 엄청난 걸 들어 버렸지…… 바로 포달랍궁 안에 무신의 비급이 숨겨져 있다고 말이다.”
금대량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무신의 비급이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가 어찌 되는지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새어 나가지 않게, 오로지 장삼태에게만 들리도록 소리를 낮추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란 장삼태가 곧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요?”
“그래서이긴 뭘 그래서야. 이 금대량이 누구더냐? 바로 금왕수 아니더냐. 바로 가서 훔쳐 왔지.”
“…….”
천하의 포달랍궁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마도 금대량밖에 없을 것이다.
장삼태가 혀를 내두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대량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가슴을 두들기며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도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로 무신의 무공이었습니까요?”
“그럼 당연하지 않으냐! 내 그것을 가져다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그런뎁쇼?”
금대량은 벅벅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한 노인과 만났다. 과거 하오문에 몸담았었다고 하는 그자는 상당히 초췌했고 눈에는 살기가 깃든 자였다.
그렇다고 무섭지는 않았는데, 이는 바로 그자의 몸집이 너무나도 작은 탓에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오문……?”
“그래…… 그놈과 몇 달을 함께 지냈는데 말이다…… 이놈이 내가 자는 사이에 비급을 가지고 도망쳐 버렸더구나. 허어…….”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났다.
천하의 금대량이 도둑을 맞았다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다 죽어 가는 놈을 살려 주었더니 냅다 뒤통수를 치고 사라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두 발로 걷는 놈들 중 믿을 놈이 없다고 하더니, 참…….”
“하면 그놈 찾으러 나왔다 이거요?”
“그, 그래…….”
금대량은 머릿속에 떠올린 이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당장 눈앞에 있으면 갈가리 찢어발기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였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으니 답답함만 늘어 갔다.
“어떤 놈인데 그럽니까요?”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으로 금대량을 바라봤다.
그 까칠하고 의심 많던 노인도 세월이 흐르니 성격이 많이 죽은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호의를 베풀지 않고 모든 이들을 의심하며 살아온 이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하니 그만큼 웃긴 일이 또 있을까?
“한때 하오문주였다더군. 웃기지도 않아! 하오문주가 하오문주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닐 리가 없는데 말이야. 이 금대량이 미쳤나 보구나, 허어…….”
“…….”
“무슨 복수를 한다고 하였는데 제대로 되었을라나 모르겠구나. 내 보기에 그 비급은 함부로 익혀서는 안 되는 신물인데 말이다. 보나 마나 어딘가에서 시체가 되었을 거다.”
장삼태가 삐딱한 표정으로 금대량을 바라봤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계속해서 누군가가 떠오르는데, 그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가 지끈거리는 미간을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네놈 때문이었냐, 이 미친 늙은이야!”
“뭐야?! 갑자기 왜 지랄이냐, 지랄이! 내가 뭐 했다고!”
“아이고, 이 답답한 노친네야! 왜 그런 걸 빼앗겨서 사람 귀찮게 하냐고!”
“네놈이 뭐가 귀찮아, 귀찮기는?! 뭐 한 게 있다고! 답답한 건 오히려 나란 말이다!”
장삼태는 억울했다.
금대량이 포달랍궁에서 비급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것을 머저리 같은 놈에게 빼앗기지만 않았더라면 굳이 찝찝하게 사람을 죽일 필요도, 그러한 노력을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장삼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그거라면 포기하쇼. 이미 어딘가에서 잿더미가 되었을 테니…….”
“에잉!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그것만이 아니야!”
“그럼 또 뭐요? 무슨 사고를 그리 치고 다니시는 겁니까요?”
금대량은 팔짱을 끼며 신음을 삼켰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한 것인지,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게 말이다…….”
저벅저벅-!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장삼태가 주변을 둘러보자, 기묘한 복장을 입은 이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空)이라는 자수가 새겨진 옷을 보아, 어딘가에 있는 문파인 것 같았는데 그런 이들이 왜 길을 막는단 말인가?
심지어 한두 사람이 아니다.
적게 잡아도 스무 명.
하나둘 모이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그 두 배는 될 법했다.
장삼태가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모여 있는 이들이 어느새 검을 꺼내 들었다.
“이…… 이보쇼,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겁니까?”
“아니, 글쎄 말이야. 저놈들이 내가 비급을 가지고 있는 걸 어찌 알았는지 자꾸 쫓아오는 게 아니냐.”
“지금은 없다면서요!”
“안 믿는다!”
금대량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이 있었다.
비급은 도둑맞았는데 그것을 노리고 저들이 찾아왔다. 애초에 도둑맞았다,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야기를 해 봐도 도통 믿어 주지 않았다.
저들은 그저 핑계라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안 믿겠다만…….’
장삼태가 어색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신의 비급이다. 그것을 도둑맞았다는 말로 얼버무리기에는 다소 사안이 컸다. 설령 정말 잃어버렸다 한들, 사본이라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저들에게는 있을 것이다.
“금왕수! 얌전히 따라오겠느냐? 아니면 어디 하나 부러져 보겠느냐?”
“야 이 미친놈들아! 왜 이렇게 끈질겨? 정말로 없다니까!”
금대량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를 쳐 보았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듯이 저들은 그저 비웃음을 머금었다. 애초에 무신의 비급이라는 것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으니, 없다 말을 한다 하여도 그것을 쉽게 믿어 줄 리 없었다.
“얌전히 따라와라!”
“칼 빼 들고 따라오라 하는데 너 같으면 가겠냐, 미친놈아!”
장삼태마저 어이없는 상황에 소리를 쳤다.
이미 상대는 위협적으로 나오며 압박하고 있으니, 겁 많은 사람이라도 따라가는 순간 목숨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로.
“튀자!”
“으악!”
금대량은 장삼태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은 진정 금왕수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중원 최고의 경공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한순간 쭉쭉 사라지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사내들은 당황했다.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쫓아!”
* * *
“대체 저놈들은 누구입니까요?”
장삼태가 앞서가는 금대량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쫓아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는 했지만, 천도회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낮에 추격전을 벌일 정도로 간이 부어 있는 자들.
저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들키는 일 따위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였다.
“공천문이다, 공천문! 모르느냐?”
“내가 어찌 압니까?”
“그 왜, 예전에 혈천이니 뭐니 했을 때 말이다. 그때 생긴 놈들이거든. 지금은 제법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천도회조차 쉽게 못 건든다고 하던가?”
“……그런 놈들이 또 있었습니까요?”
시대가 많이 변했다. 천도회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숨죽이고 있을 당시 세력을 키웠던 이들은 현재 구파나 팔대세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 중 공천문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문파. 그 힘만으로도 능히 천도회와 견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주는 곳이다.
“내 참, 당신은 왜 자꾸 이상한 놈들과 꼬이는 거야!”
울상을 지은 장삼태가 소리를 쳤다.
아주 오래전, 사천당문과도 엮여 죽을 위기를 겪었는데, 이번에도 그와 못지않은 자들과의 인연이 시작된 모양이다.
장삼태는 눈물을 머금고 단우현을 그리워했다.
차라리 그의 옆에서 수발이나 드는 게 마음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