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0
마을에 도착한 단우현과 사도학, 그리고 남궁천은 어수선한 저잣거리 풍경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많은 사람이 소곤거리고 웅성거렸는데,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삼태 그놈이 또 사고를 친 게 분명하군.”
사도학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사건을 크게 만드는 것은 장삼태의 특기인 만큼, 어떠한 일에 엮였든가 혹은 말려든 것일 터다.
단우현과 남궁천이 부정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벌였기에 이리 소란스러운 것인지…….”
“글쎄……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해 보이는구나.”
단우현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에 담으며 웃음을 지었다.
공천문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누군가를 쫓느니 마느니.
장삼태만 쫓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 또한 쫓기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만 들어도 장삼태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닌 듯했다.
“공천문이라는 곳을 아나?”
“아…… 들어 본 적은 있지.”
“그러고 보니 나도 들어 보았네. 분명 제갈운이 뭐라 했던 것 같았는데…….”
사도학과 남궁천이 끙 하며 신음을 삼켰다.
기억이 날 듯 말 듯했다.
본디 이름조차 없었던 문파였던지라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고, 어차피 곧 천도회가 정도의 중심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의 이름을 굳이 기억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또한, 이미 중원무림에서 한 발 빼기도 하였고 말이다.
“현재 정도연합이라는 곳의 다섯 문파 중 하나였을 것이네.”
“정도연합?”
남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문파가 혈천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하나로 합친 것은 사실이나, 그 모든 일이 끝난 직후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힘을 모은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정도연합이라 부른다.
몇몇 군소 세가와 문파들이 팔대세가 혹은 구파일방이 힘을 잃고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고, 그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그 힘이 상당하여 천도회조차 어찌할 수 없는 곳이라 하였지만,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확신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도회가 완벽히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정도연합 따위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구파일방과 팔대세가.
긴 세월 동안 이 이름을 가진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심지어 사천당가의 기세가 과거보다 더욱 커졌으며, 검황이 없다고는 하나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남궁소혜가 있는 남궁세가마저 천도회에 합류를 하였다.
이러한 힘만으로도 정도연합은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할 테지, 제 놈들도. 하루라도 빨리 힘을 얻어야 천도회에 대항할 테니까 말이야.”
사도학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저 우스운 일이다. 중소문파라 불리는 이들이 언제까지고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밑에 머무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왜 팔대세가, 구파일방, 천산마교가 명문이라 불리는 줄 아는가?
그것은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도는 이름을 날리는 고수들을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럼 어찌할 셈인가? 쫓을까?”
“아니, 되었다. 우리는 잠시 이곳에서 쉬다 길을 따라 올라가도록 하지. 어차피 가는 길에 만나게 될 것이다.”
“그놈 굶어 죽지 않을까 싶네만…….”
남궁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돈 한 푼 쥐고 있지 않은 놈이다.
자칫 배를 곯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일절 걱정하지 않는 사람처럼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다. 천하의 장삼태가 아니더냐.”
확신 어린 단우현의 말이 왜 이리 와닿는지, 남궁천은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신음만을 삼켰다.
* * *
“헉헉…….”
“하아, 하아…… 하아…….”
장삼태와 금대량은 마을을 벗어난 숲속에서 숨을 죽이며 헐떡였다. 반 시진 가까운 추격전 끝에 겨우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난 것 같기는 하였지만, 나름 추격술에 상당히 능한 것인지 금세 쫓아오기를 반복했다.
주저앉은 장삼태는 품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진이 다 빠졌다.
“크아- 후우, 죽을 뻔했네.”
“이놈아, 나도 좀 줘라.”
“알아서 드십쇼, 좀.”
날카로운 장삼태의 시선에도 금대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냅다 물통을 빼앗아 들었다. 벌컥벌컥 시원하게 한 사발을 들이켠 그가 턱 하니 물통을 내려놓고는 입가를 닦아 냈다.
“이제 어쩌지?”
“그걸 왜 저한테 묻습니까요?”
“이놈아, 네놈은 내 제자이니 당연히 생각을 해야지, 생각을!”
“와…… 이 뻔뻔한 노친네 보소?”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금대량을 바라봤다.
말려들게 한 것만으로도 화가 날 법한 일이거늘,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고 끝까지 장삼태를 끌고 가려는 모습 때문이다.
기실 장삼태는 이번 일과는 연관이 없다.
‘무신도경을 태운 건 나니까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장삼태는 ‘하아-’ 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신도경.
전대 하오문주가 금대량에게서 훔치고 익혀 돌아온 그것. 그를 제압한 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였으며, 또한 그의 품에 있던 무신도경을 불태운 것 역시 장삼태였다.
따지고 보면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굳이 그러한 말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어 보였고, 또한 연관되고 싶지도 않았다.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금대량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 네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할 줄 아는 건 경공밖에 없으니…… 이렇게 한없이 도망 다니다 목줄 끊어지는 거지 뭐…….”
“…….”
“괜찮다, 괜찮아. 이 늙은 몸 언제 뒈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네놈이라도 도망가서 원하는 삶을 살거라. 이 스승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음이야.”
“……이 망할 노친네 같으니!”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 다 산 사람 같은 표정으로 말을 내뱉고 있다. 연관되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 버리고 가는 것 역시 찝찝한 일이다.
“도망친다 한들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요?”
“있다!”
금대량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장삼태의 손을 붙잡고 반짝 눈을 빛내더니, 마치 한 줄기 구원의 손길을 잡는 것처럼 힘을 주었다.
“뭡니까요?”
“공천문 문주를 설득하는 거지.”
“서, 설득?”
장삼태는 더욱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
설득이라는 것이 통할 인간이었다면 이러한 짓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터인데도 마치 엄청난 생각이었다는 양 가슴을 퉁퉁 치는 금대량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두통이 몰려들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살 방도는 그자를 설득하거나 죽이는 거라고, 이 멍청한 녀석아. 그놈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니냐?”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말입니까요?”
금대량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곧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처럼 손뼉을 치며 웃었다.
“너…… 돈 좀 있느냐?”
“있으면 그 길바닥에 나자빠져 있었겠습니까요?”
장삼태가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에 돈이 있었다면 금대량과 만날 이유도 없었다. 그저 객잔이나 홍등가에 틀어박혀 당분간 거리를 나다니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설령 있다 한들 그걸로 뭘 하려는 겁니까요? 설마 공천문주라는 놈에게 돈이라도 찔러 주려는 겁니까요?”
“쯧쯧,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어디 이 금왕수의 제자라 할 수 있겠느냐?”
“…….”
“그것은 바로 말이다…….”
금대량은 마치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그의 진중한 눈동자가 빛을 냈다.
“살황에게 의뢰를 하는 거지. 공천문주를 죽이라고!”
“별 미친 진짜…… 아오…….”
“아니, 이 새끼야! 이게 욕할 일이야? 가장 깔끔하고 편한 일이잖아! 살황 새끼는 돈만 받으면 안 하는 일이 없다고! 듣자 하니 검황을 죽인 것도 살황이라는 소문이 있더구먼!”
“그런 소리를 악양에서 입에 담았다간 동정호 깊은 곳에 가라앉을 테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마쇼.”
“엉?”
금대량이 영문 모를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저놈이 혹시 살황과 면식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애초에 저런 멍청하고 종놈 짓이나 할 것 같은 놈과, 살황이 면식이 있다는 것이 웃긴 일이 아닌가?
“차라리 그냥 죽으쇼. 그게 마음 편할 것 같으니까.”
“에잉! 이 썩을 놈이 스승한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아, 그럼 진짜로 어쩌란 말이오? 나는 여동생 보러 가던 길인데 웃기지도 않은 일에 엮여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요?”
장삼태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물론 여러 가지 것들을 목표로 하기는 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여동생의 무덤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금대량 탓에 시간이 지체되고 있으니 화딱지가 날 만했다.
“에이! 그럼 꺼져 버려라! 나 혼자 알아서 할 테니! 나쁜 놈 같으니! 내가 네놈을 어떻게 먹여 살렸는데!”
“뭘 먹여 살려, 이 인간아! 내가 당신을 먹여 살린 거지!”
장삼태가 크게 언성을 높였다.
어린 시절 수련을 빙자한 구타가 일상이었고, 스승을 먹여 살리는 것이 사문의 철칙이랍시고 일을 시켰다.
지금 장삼태의 모든 살림살이와 관련된 능력 대부분은 그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씩씩거리며 한껏 얼굴을 붉히자 금대량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에이, 퉤! 이 썩을 놈! 어디 가서 금왕수의 후예라는 소리 따위는 하지도 말거라.”
“안 해! 안 합니다요! 할 생각도 없습니다!”
“천벌 받아 죽을 놈!”
“에이, 빌어먹을 늙은이!”
“흥!”
“흥!”
두 사람은 서로 동시에 등을 돌렸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으니 마치 두 번 다시 얼굴을 보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윽고 금대량이 먼저 주섬주섬 품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장삼태에게 내던졌다.
“옛다, 이 새끼야! 뭐 좀 처먹고 다녀라, 이놈아! 그리고 두 번 다시 보지 말자고!”
금대량이 내던진 것이 휙 날아들어 장삼태의 앞에 떨어졌다. 그것은 훔친 전낭이었는데 상당히 묵직한 것으로 보아 큰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윽고 금대량은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여전히 금왕수의 이름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매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는 것을 보니, 장삼태에게 미련조차 없어 보였다.
“……망할.”
홀로 남은 장삼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눈앞에 있는 돌을 걷어차며 숨을 골랐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금대량의 모습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자 괜스레 마음이 울적해졌다.
“아, 몰라! 나보고 어쩌라고!”
그러나 생각이 나는 것과 도움을 주는 것은 다르다. 애초에 이상한 일과는 더는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며, 심지어 공천문이라는 곳이 그리 대단하다면 곱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으아아아악-!]그때, 멀리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장삼태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은 틀림없이 금대량이 사라진 곳이었다.
깨닫는 순간 미간을 부여잡았다.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오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팠다.
이 무림은 경공이 빠르다 하여 잘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갖 권모술수들이 가득한 곳이니, 아무리 금왕수 금대량이라 하여도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하아- 하며 긴 한숨을 내쉰 장삼태가 입을 열었다.
“진짜 몰라! 아아악! 짜증 나―!”
장삼태가 소리를 치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 나는 일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