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3
창문 밖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금대량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경공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장삼태다.
사람을 속이고 도둑질만으로 평생을 먹고살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제자가, 공천문의 수많은 문도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발하고 있었다.
걷어차고 움직이며 화려한 무공을 선보이고, 그것을 막아 내는 이들마저 어김없이 쓰러트리며 한 명 한 명 제압해 나가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실로 신통방통하여, 금대량의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오랜 세월 동안 중원을 누비며 무림고수라 불리는 많은 이들의 싸움을 눈에 새긴 적 있는 금대량이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장삼태는 그들과 닮아 있었다.
쾅!
“크억!”
심지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상대였던 공천문주마저 압도했다.
이것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 때문이었다.
‘허…… 저놈이 마공까지?’
금대량은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마기가 아니다.
아무리 눈이 없어도 금대량은 알고 있었다. 마교인들이 펼치는 그런저런 수준이 아닌, 실제 마교에서도 최상급에 속한 이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도대체 어디서 뭘 했던 것이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제자의 바뀐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하였지만, 그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만큼은 틀림없는 장삼태였기에 더욱 기이했다.
금대량은 그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쓰러지는 이들을 바라보며 통쾌함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공천문도의 장로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다.
“마, 마기?”
“이놈! 마교의 끄나풀이었느냐!”
“마교의 끄나풀 무슨! 호남단가라니까, 미친놈들아!”
장삼태가 소리쳤다.
순간 들려오는 말에 금대량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호남단가가 어디인가?
현 중원에서도 가장 이름이 있는 곳이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世家).
중원에서 손꼽히는 고수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라 하며, 사실상 어느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최고의 명문가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삼태가?’
허- 하며 금대량의 입에서 헛기침이 새어 나왔다.
평생을 도둑질만 하며 지내다 죽을 것 같았던 녀석이 어떠한 기연을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금대량의 생각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절로 몸에서 힘이 났다.
다 늙은 자신보다 제자 놈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하며 수많은 비급들을 모으고 연구를 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것들 모두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선천지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이의 표정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웃었다.
“이 개 같은 놈들아! 우리 스승님 어디에 있냐―!”
쩌렁쩌렁 울리는 장삼태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렸다.
그런 대단한 곳에서 가르침을 배우고 살고 있는 녀석이 고작해야 도둑놈을 스승이라 부르며 사지로 뛰어들었다.
그것만으로도 금대량은 한없는 기쁨이 몰려들었다.
이것을 뭐라 해야 하는가?
어떠한 감정이라 해야 하겠는가?
나오는 것은 그저 한 줄기 웃음뿐이고 뛰는 것은 가슴이니라.
“하하.”
금대량은 웃으며 질끈 눈을 감았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며 호흡을 골랐다.
성장한 제자의 모습을 다시금 눈에 담고 등을 돌렸다.
* * *
콰쾅-!
기이한 기운들이 솟구치며 사방을 휩쓸었다.
제법 강한 이들이 덤벼들며 장삼태를 압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여유롭게 돌파하는 것 또한 장삼태가 가지고 있는 실력이다.
‘이런 싸움 그놈들에 비하면 뭐…… 식은 죽 먹기지!’
장삼태는 웃었다.
단우현이 얼음덩어리가 되었을 당시 그 섬에서 벌였던 격한 싸움들. 자신보다 한층 더 높은 고수들을 상대로 생존을 위해 벌였던 나날들.
그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들에게서도 명백히 살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었으며 이들의 검과 움직임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그 자리에 있던 이들만큼도 아니었다.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
또한.
“이놈!”
어떤 싸움이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심이 되는 이를 가장 먼저 제압하는 것.
장삼태는 일장을 내지르는 문주의 장력을 가볍게 피하고 몸을 날렸다. 수많은 문도들 사이로 파고들며 한순간에 거리를 좁히자, 그 경공에 문주는 기겁을 하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장삼태는 망설이지 않았다.
상대를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으면 자비심을 가지면 안 된다.
특히 이런 놈들은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뒤탈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손에 기운을 담고 그대로 일장을 뻗어 냈다.
천마장(天魔掌).
근래 사도학이 가르쳐 주었던 무공 중 가장 수위가 있는 것이며, 확실하게 상대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절기이기도 했다.
손을 내뻗는 것과 동시에.
화악-!
공천문주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장삼태를 보았다. 진심으로 호남단가의 사람인 것인지, 설령 그렇지 않다 하여도 느껴지는 기백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았다.
또한 강하다.
이처럼 강한 이를 만난 적이 얼마 만이던가?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다.
한순간에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삼태는 어느 순간 사악 사라지더니 이윽고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문도들 사이를 순식간에 빠져나와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본 순간.
오싹하리만큼 미친 듯한 한기를 느꼈다.
이윽고 그가 일장을 뻗는 순간.
공천문주는 보았다.
“컥!”
한순간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
그것은 마치 악귀와도 같은 형상이었으며, 그 악귀는 명확히 공천문주를 집어삼킬 듯 거대한 입을 열었다. 날카로운 이빨들이 온몸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착각인가?
아니면 단순한 환상인가?
아니, 그보다 이것은 현실이다.
쾅-!
“커어억!”
얻어맞고 날아간다.
훌쩍 날아오른 공천문도의 몸이 처량하리만큼 찢긴 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하는 격한 소리와 인형처럼 늘어져 버린 그 모습은 어느 누가 보아도 그 결과를 예상하게 했다.
“처…… 천마장?!”
“처…… 천마신공이다-!”
“미친……!”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단숨에 그것을 알아차렸다. 본래 천마신공 자체가 워낙 유명한 무공이다 보니, 세간에 들려오는 그것과 너무나도 같은 모습에 겁을 집어 먹은 것이다.
“으아아악, 살려 줘!”
“무, 문주님이…… 어, 어찌하면 되는 거야?”
주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문주가 죽임을 당하고 장로와 호법들은 모조리 쓰러졌다. 잡졸들만이 남아 주위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에게 전의라는 것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던 문주의 죽음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으며 또한 공천문도라는 자부심마저 깨부숴 버렸다.
“헉…… 헉…….”
장삼태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호흡을 골랐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빛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빛을 내고 있었기에, 이미 기세를 잃은 이들에게 충분한 압박감을 줄 수 있었다.
“으아아악!”
“도…… 도망가!”
기세를 잃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내달리며 도망을 치는 것만이 전부였다. 싸운다 하여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문주의 죽음이 그만큼 충격을 안겨 준 셈이다.
장삼태는 우두커니 선 채 주위를 바라봤다.
어느새 남은 것은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과 서 있는 장삼태 정도다.
고요한 정적이 주위를 휘감고 장삼태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찝찝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터벅터벅 금대량이 갇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누구도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이가 없다.
시체가 움직일 수 있다면 가능할 테지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니 장삼태의 걸음은 더욱 거침이 없어졌으며 그만큼 힘이 실려 있었다.
“어휴…… 내가 미치지, 미쳐…….”
그곳을 향해 걸어가며 장삼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복을 안고 태어나 늙은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한탄했다.
“계쇼? 있으면 말 좀 해 보쇼.”
이윽고 금대량이 갇혀 있어 보이는 곳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예 없었다 하기에는 주위 흔적들이 그러지 않았다.
틀림없이 누군가 고문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튀어 있는 피와 발자국.
금대량의 것으로 보이는 찢어진 옷가지 역시 있었다.
하지만 정작 금대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던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안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
틀림없이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조리 본 것일 터.
그럼에도 이곳에 없다는 것은, 금대량은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여튼 이 늙은이는 사람 번거롭게 한다니까.”
탈출을 할 수 있었으면 진즉 하든가, 그렇지 않다면 가만히 있던가.
기껏 구해 주었더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났다.
장삼태는 벅벅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 동안 인상을 쓰다, 고문을 받으며 앉아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의자를 걷어찼다.
콰당-!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그 파편들을 바라보고는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잘 가쇼, 영감!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맙시다! 그리고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말고!”
이미 먼 거리를 나섰을 것이기에 들리지는 않지만, 장삼태는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것은 정확했는가?
한쪽에서 장삼태를 향해 돌이 날아들었다.
가볍게 그것을 손에 쥔 장삼태가 ‘하!’ 하며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굳이 쫓지 않는다.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날아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틀림없이 지켜보고 있던 금대량이 이제야 모습을 감춘 것이다.
“후련하구나!”
장삼태는 쭉 기지개를 펴며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것 하나를 털어 내었다.
얼마나 좋은가?
그래도 지금의 장삼태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였고, 다른 의미로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였으니 이제 와 그 빚을 갚은 것 같았다.
피식 웃음을 지은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윽고 시체와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야. 없으면 고생이지 뭐. 죽은 놈들은 필요 없을 테니 잘 쓰겠수다!”
그런 소리를 하며 차근차근 집안을 털기 시작했다.
결국 단우현과 똑같은 길을 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