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4
“공천문이 망했다는 게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그러네! 관아에서 지금 그 장원에 시신들을 모조리 끌어냈다니까! 내가 봤네. 공천문주의 시신도 있더구먼…….”
“도대체 누가…….”
“공천문도라면 상당히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던데…….”
곳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공천문은 천도회와 비견되는 곳이고 또한 악랄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로 유명했다. 그런 곳이 한순간에 망했다는데 어느 누가 입을 열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소곤거렸다.
그 말은 순식간에 전 중원으로 퍼져 나갔다.
무인들은 깜짝 놀라고 공천문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자연스레 상황이 그리되니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공천문을 무너트린 이에 대한 정보로 쏠렸다.
이윽고 살아남은 공천문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든 이들을 경악케 하였는데 이는 바로.
“호남단가!”
“천하제일세가?”
여기저기 말이 오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잠잠했던 호남단가에서 일을 벌였다 한다.
무슨 이유로 공천문이 호남단가와 척을 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남단가의 힘이 가볍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 준 일이기도 했다.
공천문과 연관이 있던 모든 곳이 숨을 죽였다.
호남단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들었어?”
“응…… 듣기는 했지.”
악양 거리에 나와 있는 단소미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기에 어디가 무너졌다거나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밖으로 나가 있는 네 사람에 대한 원망감이 커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소문이 들릴 때마다 악양 거리 사람들은 더욱 단소미에게 허리를 숙이는데, 그것은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한동안 또 시끄럽겠네.”
주지약이 안쓰러운 시선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악양에 머무는 각 단체의 간자들인데,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기도 하였고, 또한 새로운 이들이 몰려 들어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따라가는 건데…….”
단소미는 하아- 하며 큰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움켜쥐었다.
주위에는 단소미를 바라보며 애써 웃음 짓는 이들이나, 두려움에 몸을 숨기는 자들이 있었다.
한때나마 악양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였던 단소미는, 이제는 유명하기는 하나 함부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소녀가 되어 버린 것이다.
“후후, 뭐 어때? 재미있잖아? 건드는 사람 없고 좋지.”
“그런 거 필요 없는데. 그렇지, 은월아?”
“네, 물론입니다.”
시선을 돌린 단소미가 여은월을 바라봤다.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 있는 그녀는, 단소미의 안전만을 위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누군가 단소미를 향해 해코지를 하려 한다면 손에 쥔 칼이 목을 그어 낼 것이다.
단소미가 그것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주지약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그렇게 사랑을 받고 있던 단소미가 두려운 대상이 되어 버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은월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다가오는 사내는 이를 갈며 쫓아내고, 약간의 위협을 가하려 한다면 팔다리를 부숴 놓는다.
하여 자연스레 단소미 주위로 사람들이 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좀 과하지…… 하아.’
이렇게까지 과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은월 역시 아직 과거의 일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 볼까? 사람 없는 곳 말이야.”
“있어, 그런 곳이?”
“안 됩니다. 위험한 곳에는 갈 수 없습니다.”
“…….”
“…….”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주지약이 제안을 하였지만 여은월에 의해 칼같이 끊어졌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런 곳은 그만큼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소녀들이 모여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아니…… 너도 있고 나름 괜찮을 것 같은데……?”
“안 됩니다. 최근 인근에 흉흉한 자들이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자칫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여은월은 칼같이 말했다.
악양 인근은 워낙 말썽들이 많다.
유동 인구가 많은 탓인지, 아니면 호남단가라는 기운이 주위에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어디서 기이한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하오문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자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은월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단소미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그녀의 안전이 곧 주위의 평화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있고 나도 호위가 있는데?”
“…….”
주지약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여은월을 바라봤다. 왕부의 호위와 여은월 정도라면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능히 헤쳐 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안 된다 하는가?
“또…… 어느 한 문파나 세가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으신 겁니까?”
여은월은 단소미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그래,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이 아니다.
어떤 상황도 헤쳐 나올 자신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누군가와 부딪친다면 결국 그 누군가는 시체가 되리라.
호남단가를 건드린다는 의미는 바로 그러한 것이니까.
악양에 세워진 수많은 문파가 어떠한 이유로 무너졌는가?
또한, 왜 중원의 무림인들이 호남단가를 그리도 두려워하는가?
이는 호남단가를 적으로 두고 살아남은 이가 없기 때문이다.
“끄응…….”
그러한 사실을 단소미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래…… 아빠가 돌아오시면 유람이라도 다녀오자 해야겠네…… 하아…….”
“히, 힘내.”
주지약은 한숨을 내쉬는 단소미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뭐든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행동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호남단가의 이름이 품고 있는 의미이기도 했다.
* * *
그런 불편한 단소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우현과 사도학, 남궁천은 좋은 구경을 마치고 한 객잔에 머물러 있었다.
산속에 나 있는 길에 있는 점포였는데,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파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객이 오가고 있었다.
“이야, 그놈 제법이야. 혼자 공천문인지 뭔지 하는 곳을 박살 내다니.”
사도학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최근 그가 가르치기는 했지만 이처럼 빨리 실력이 늘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제법 유명한 문파 한 곳을 박살 내 버릴 정도였으니, 이미 백대고수 안쪽에는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은 상황이었다.
“쯧쯧, 마공을 가르쳐 놓고 그리 좋은 것이냐?”
“마공도 마공 나름이지, 이놈아! 다른 것도 아닌 천마신공이라고!”
사도학은 히죽 웃음을 지었다.
천마신공은 마교의 무공. 이것으로 자연스럽게 호남단가와 마교 사이에 인연의 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남궁천은 그러한 것이 없으니 괜스레 심통이 난 것 같았다.
“뒤처리는 잘한 것이냐?”
그러나 정작 단우현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산세를 보고는 물었다.
이렇게 한 문파를 결단내 버리면 언제나 뒤처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원한을 품은 자들도 있을 것이고, 이 일로 인하여 장삼태를 죽이기 위해 살수들 역시 움직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니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물론 잘했네. 하오문에 의뢰를 넣었으니 금세 해결을 해 주더군.”
남궁천은 피식 웃었다.
뒤처리라 해 봐야 별것 없다.
그저 호남단가가 나서 공천문과의 분쟁을 해결했다는 것 정도일까? 결국 호남단가가 공천문을 무너트렸다는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퍼짐으로써 장삼태에게 날을 갈고 있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것이다.
더욱이 장삼태가 호남단가의 인물이라 믿지 않았던 자들에게도, 그가 틀림없이 단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 주며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기도 했다.
단우현이 묘한 표정으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가 무엇을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지만, 너무 크게 일을 벌이지는 마라. 소미가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야.”
“허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이러한 소문들은 금세 죽기 마련이다. 또 호남단가의 이름이 커지면 커질수록 덤벼드는 이들이 없으니 좋지 않으냐?”
“미친놈, 커지면 커질수록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네놈이 지금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야?”
사도학의 말에 남궁천은 수긍했다.
물론 그 정도는 안다.
괜히 정파 최고위에 있던 인물이 아니다.
힘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단소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애당초 이미 그런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그 아이가 깨닫지 못한 것에 불과하지. 이제는 슬슬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할 때가 아니더냐?”
“흠…….”
남궁천의 말이 틀리다 반박은 하지 못했다.
천하제일세가, 그러한 수식어가 붙은 이상 단소미는 결코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녀를 어렵게 대할 것이며 또 다른 이들은 시기하며 부러워할 것이다.
무림은 언제나 강자존.
강자에 대한 경외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니까.
남궁천의 행동이 어떤 의미에선 단소미를 더욱 옥죄이게 하는 것이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모든 상황이 그 아이를 위함이라는 것 역시 변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좋다. 소미는 소미일 것이니.”
“허허, 그렇지. 당연한 말을 하고 있구나.”
단우현은 이 역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단소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단소미다.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으니 힘든 일이 있다 하여 그것을 회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이겨 낼 것이다.
“네 녀석이 그리 말을 한다면 나 역시 할 말은 없지. 그런데 삼태 녀석은 어디로 간 거야? 왜 안 보이는 거지?”
사도학은 더 이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단소미가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 할 수 있었는데, 두 사람이 수긍을 해 버리니 굳이 입에 담을 가치가 없다 판단을 한 것이다.
지금은 그보다 장삼태다.
뒤를 따라서 온 것이 분명한데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경공을 펼쳐 나아갔다 하여도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상당 시간 이곳에 눌러앉아 있는 탓에 그것조차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비가 내리면 자연스레 흔적이 지워진다.
장삼태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목적지는 알고 있으니 가다 보면 만날 테지.”
“그런 말 해 놓고 돌아와서 구경하는 건 무슨 심보냐?”
사도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처럼 그저 목적지만을 향해 걸었다. 장삼태를 찾는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니 발길을 돌렸으며, 결국엔 그 뒤처리까지 해 주며 돌봐 주니 이것을 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까?
“새침한 놈 같으니라고…….”
“…….”
사도학의 말에 단우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였는데,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였고 상당히 놀란 모습 같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 그저 보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지…….”
단우현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한마디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며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단우현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