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8
“뭐…… 뭐라고?”
장삼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오문도를 바라봤다. 천하의 호남단가, 그 주인과 이름난 고수들을 눈앞에 둔 지부장은 덜덜 몸을 떨었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살기를 느꼈다.
그 살기가 찌릿찌릿 전신을 압박하니 숨이 턱턱 막히고 말 한마디 내뱉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태어나 지금까지 이러한 살기를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그…… 그러니까…… 나…… 난주상단에서 그 일대를 사들이면서 그곳에 있는 이상한 것들은 모조리 파헤쳐 내다 버렸습니다…….”
“파…… 파헤쳐?”
“에, 예, 무슨…… 공천문이 이용할 장원을 만든다 어쩐다 하며 땅을 크게 샀었는데…… 결국 무마되고 말았지요.”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그 근처는 땅이 좋지 않다.
사람이 오가기에 적합한 환경도 아니었으며 살 수 있는 집을 짓는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장소다. 경사도 있고 오르는 길 자체가 원체 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동생의 시신을 묻기 가장 좋은 장소라 생각을 하였는데, 또다시 난주상단이 그러한 모든 것들을 들쑤시고 파헤쳐 비수를 꽂혔다.
부들부들 몸이 떨려 왔다.
“언제…… 언제 그런 거요?”
“하…… 한 십여 년 정도 되었습니다…….”
“하…….”
“허허…….”
근래 일어난 일도 아니고 십여 년이나 지난 일이다. 어린아이의 시신을 파헤쳐 내버렸다 해도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그곳에 있던 무…… 무덤은……?”
“드…… 듣기론 땅을 사 놓고 주변을 정리하다 무덤 몇 개를 발견하였는데…… 모…… 모조리 끄집어내 버렸다 합니다.”
남궁천이 질끈 눈을 감았다.
평소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단우현조차 작은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장삼태가 어떠한 기분일지 상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여동생을 죽인 무리가 결국 여동생의 무덤까지 파헤치고 그 시신마저 내다 버렸으니, 장삼태의 기분은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의 힘이 풀린 것인지 주저앉은 장삼태는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눈동자는 풀린 채로 힘없이 자신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아이고…… 아이고, 멍청한 새끼야…… 결국 또 사고를 쳤구나…… 이 머저리 새끼!”
이러한 모든 책임이 마치 자신에게 있다는 것처럼, 장삼태는 머리통을 두들기며 흐느꼈다.
조금 더 생각하고 동생을 묻었다면, 조금 더 빨리 이곳을 찾아왔다면, 이러한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기만 했다.
눈물 짓고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한들 돌이킬 수 없음이다.
그저 어리석음에 한탄하고 원통해야 했다.
“내다 버린 곳은?”
“모……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난주상단이라면 알지 않겠습니까?”
사내는 힐끗 단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기실 이 자리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인간.
호남단가의 가주이자 사실상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자. 이러한 이가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금을 할 것 같은 오싹함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저 눈을 보아라.
바라보는 순간 숨이 끊어질 것 같지 않은가.
“확실히 진도세가가 난주상단이라 했지?”
단우현이 힐끗 창밖을 바라봤다.
작은 목소리로 대꾸하는 지부장의 대답을 들으며 무언가 내키지 않는 듯, 또는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으로 밖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매서웠기 때문인가?
남궁천이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섣불리 움직이는 건 좋지 않을 것이네. 어찌 되었든 오래된 일이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지금 당장 잘못한 것은 없으니 말이야.”
애석하기는 하지만 남궁천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심지어 장삼태의 잘못으로 시작되었고 난주상단은 장삼태의 잘못을 다소 심하게 되돌려준 것뿐이다. 물론 그러한 일들을 잘했다 말할 수 없을 테지만, 호남단가가 직접 그 일을 걸고넘어질 수는 없다.
“제 돈으로 땅을 샀으니 그 안에 무엇을 버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지. 그 또한 정당하니 말이야.”
“이 빌어먹을 늙은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쳤어?”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천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슬쩍 몸을 비트는 것으로 손길을 피해 냈고, 균형을 잃은 장삼태의 다리를 가볍게 걷어찼다.
쿵!
장삼태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들었지만 장삼태는 입을 꽉 닫은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남궁 늙은이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이 자식아. 제 놈들이 제 돈 들여 땅을 샀는데 그곳에 시신이 있으면 기분이 좋겠느냐? 심지어 누구인지도 모를 텐데 말이야.”
사도학이 쯧쯧 혀를 찼다.
그의 눈빛에는 동정심이 가득하였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떠한 말을 한다 하여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고, 또한 결국 이 모든 사태는 어린 시절 장삼태의 어수룩함으로 인하여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진도세가, 이 개새끼들!”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 아픔 따위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오래전 묵었던 그 원한을 끌어낸 것인지, 눈빛에 가득 살기가 맺혀 어떠한 이들이라 하여도 진도세가의 인물이라면 갈가리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빠각-!
“컥!”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 같았던 장삼태가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단우현이 머리통을 후려친 것이다.
주저앉아 신음을 흘리고 있는 장삼태의 눈빛은 살심이란 것은 더 보이지 않고 그저 고통의 신음을 흘리는 인간의 눈빛이었다.
“살기를 품지 말거라. 살심만으로 가득 찬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을 해하기 마련이다.”
“아, 시벌! 그럼 어찌하란 겁니까요?! 기껏 찾아왔더니 동생 무덤은 다 파헤쳐져서 보이지도 않고, 시체를 어디에 버렸는지는 모르는데 말입니다요! 이 분을 도대체 어디에 풀어야 합니까요!”
씩씩거리는 장삼태가 벌떡 일어나 단우현을 마주 봤다. 예전과는 다르게 눈을 직시하는 것이, 그의 주먹조차 무섭지 않다 느끼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가서! 그 가주 놈인지 뭔지 하는 놈 멱살이라도 붙잡고 물어봐야 할 것 아닙니까요!”
“멍청하긴…… 십 년이나 지난 일이다, 새끼야. 어디다 버렸는지 알아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사도학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버린 장소를 알아낸다 하여도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다. 십 년이나 지났으니 홍수가 나 떠내려갔을 수도 있고, 뼈까지 씹어 먹는 들짐승이 나타났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사실상 여동생의 시신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찾는 건 불가능하지만…… 원한은 갚을 수 있겠군.”
“뭐라고요?”
그때,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린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그의 표정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는데 오랫동안 단우현을 보아 온 장삼태의 감이 결코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인상을 찌푸린 장삼태가 천천히 다가와 밖을 바라봤다.
동시에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저…… 저게 뭡니까요?”
“사람이지 않으냐.”
피식 웃음을 짓는 단우현의 모습이 어찌나 어이없던가?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따라 웃을 뻔하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무인들이다. 족히 수십은 될 법하다.
하나하나 그 기도가 대단하여 장삼태 못지않은 고수들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들은 홍등가 거리를 점령하듯 있었다.
사방으로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들쑤셨다. 하오문 패거리들은 물론이고 인근에서 꽤 힘 쓰는 자들조차 지레 겁을 집어먹고 몸을 피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오호라……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들이 꽤 있구먼. 전부 감숙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야.”
남궁천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곳을 주시했다.
모여 있는 수십 명은 틀림없이 감숙에서 이름난 자들이다. 하나하나가 절정을 이루었고 또는 그것을 넘어선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는데, 저들은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누구를 찾는 것 같은데?”
사도학 역시 흥미를 나타냈다.
혹여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얼굴이다.
“이 노부가 보기에는…….”
남궁천이 상황을 읽은 것처럼 말을 흘리며 힐끗 장삼태를 주시했다. 그것은 마치 장삼태를 가리키는 것 같은 모양새였기에 시선을 받은 그가 깜짝 놀라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레 단우현의 말이 흘러나왔다.
“네 손님들인 것 같구나.”
“예?! 저는 저런 사내들 따위는 모릅니다만?”
“저들은 너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창밖으로 시선을 내린 장삼태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저 무슨 일이 터져 누군가를 찾는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주위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찾던 한 사내가 고개를 드는 순간, 장삼태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마치 찾던 이를 발견한 것처럼 소리쳤다.
“있다! 저놈이다!”
쩌렁쩌렁-!
그 목소리는 무식하리만큼 커다랗게 퍼져 나갔다.
주변을 서성이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조리 장삼태를 향해 돌아갔는데, 무수히 많은 이들의 눈빛이 돌아오자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윽고 치켜 올려진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주며 등을 돌아봤다.
뒤에는 단우현과 사도학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찌 보면 저 손가락이 이 둘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저…… 저놈이라는뎁쇼?”
“네놈일 테지.”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는 피식 웃었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창문으로 다가간 장삼태가 자신에게 시선을 주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능글맞은 그의 행동에 사내들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보쇼-! 도대체 누구를 찾는데 그리 소란입니까요?”
“우린 장삼태라는 놈을 찾고 있다! 바로 네놈 말이다!”
밑에 있는 한 사내가 소리쳤다.
손에 쥐고 있는 용모파기를 번갈아 바라보며 확신에 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장삼태의 인상이 구겨졌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요! 이놈의 이름은 단우현입니다만?”
“이 미친놈을 봤나!”
“네놈이 우리를 농락하느냐! 어디를 어떻게 봐도 이 용모파기와 흡사하지 않으냐!”
단우현의 이름을 사칭한 장삼태는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힐끗 뒤를 바라보니 날카로운 시선들이 뒤통수를 자극했다.
이는 틀림없이 단우현의 눈빛이다.
또한 피식 웃는 소리마저 들렸는데 명백히 단우현의 비웃음이 아닌가 했다.
“잡아!”
사내들이 소리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경공을 펼치며 그들이 있는 이 층까지 뛰어 올라오는 자들도 있었으며, 기루로 들어와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올라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온 주위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이게 대체 뭐냐고?!”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목표가 되어 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다른 것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당탕하며 문과 창문이 부서지고 무수히 많은 무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들짐승처럼 장삼태를 바라보며 검을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