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19
장삼태는 크게 몸을 움직이며 검을 피해 냈다.
스치고 지나가는 칼날의 날카로움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장삼태를 압박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친 듯이 몰려드는 이들의 수다.
“죽어라!”
“목을 따 버려!”
언성을 높이며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휘둘러 들어오는 칼자루는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피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한계의 다다른 것인지 칼날이 살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피가 튀고 옷은 넝마가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상을 입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더욱 웃긴 것은 어느 누구 하나 장삼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놈만 조져!”
모든 이들의 목적이 장삼태다.
단우현이나 남궁천, 사도학 역시 한 방 안에 있기는 하지만 그들을 죽인다 하여도 떨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인지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야, 이 미친놈들아!”
노발대발하는 것은 장삼태다.
차라리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저 세 사람 중 한 명을 건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한 명을 건드는 순간 모든 상황이 끝이 날 테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에라이!”
결국 장삼태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도주를 하는 것밖에 없었다. 장기라 할 수 있는 경공을 최대한 발휘하며 창밖으로 몸을 날리자, 그야말로 순식간에 훌쩍 거리가 벌어졌다.
“쪼…… 쫓아라!”
모든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장삼태의 뒤를 쫓았다. 오로지 그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무슨 짓을 해서든 그를 붙잡겠다는 의지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하나둘, 이들이 방을 떠나기 시작할 때.
우두커니 서 있던 사도학이 길게 하품을 하며 슬쩍 발을 놀렸다.
콰당-!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려 했던 이의 발을 걸었다.
그대로 엎어지며 바닥으로 널브러지자 고통의 신음이 길게 퍼졌다.
“크으윽…… 어…… 어떤 새끼가…….”
사내는 바득 이를 갈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와 사생결단이라도 내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사도학의 시선.
무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눈빛.
모래알처럼 수많은 무림인 사이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내조차 움츠리게 만드는 묘한 기세.
태어나 이 무림에 살면서 느꼈던 모든 경험이 말을 하고 있었다.
저자들에게는 덤비지 마라.
그렇기에 사내는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누가 사주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기는 하다만…… 말해 봐라. 도대체 뭐 때문에 저리 악착같이 삼태 녀석을 쫓는지.”
사내의 앞에 주저앉은 사도학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슬쩍 뻗은 그의 손이 사내의 머리카락을 잡아 쥐었다. 지극히 단순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들이 엄청난 강자일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내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공포와도 같은 상황이었다.
“끅!”
사색이 된 표정으로 딸꾹질을 하며 숨을 집어삼켰다.
* * *
“으아아악! 미친 새끼들이 진짜!”
쫓아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고함을 내질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억울하기만 했다.
“이놈, 게 섰거라!”
“이 새끼야! 너 같으면 서겠냐?!”
“이…… 이놈이! 얌전히 목을 내려놓으면 편할 것을!”
“네놈 목부터 내려놔라, 개새야!”
장삼태는 가장 먼저 뒤따라오는 이를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거대한 대도를 들고 있음에도 상당히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는데, 몸집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물론 그렇다 한들 경공 차이가 나는 탓에 잡힐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간다면 상당히 오랫동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질 것이다.
장삼태는 달리며 바닥에 떨어진 나무 막대기 하나를 손에 쥐었다. 말이 막대기지, 몽둥이와도 같이 생긴 것을 매만지며 기회를 노렸다.
한 놈이라도 먼저 보내 놓으면 뒤가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내 녀석이 배짱도 없는 것이냐! 도망만 가다니 호남단가의 이름이 울겠구나!”
“이름이 어떻게 우냐, 이 멍청한 놈아!”
장삼태는 들려오는 소리에 고함을 치며 그대로 몸을 틀었다.
커다란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급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트니 뒤를 따라오던 이가 깜짝 놀라 속도를 죽였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도 힘든데,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며 장삼태를 쫓아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장삼태처럼 날렵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그 역시 경공에는 꽤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빠각-!
“끄악!”
머리 위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장삼태가 몽둥이를 들고 떨어져 내렸다. 한순간, 피할 겨를도 없이 머리를 후려치니 말 그대로 수박 깨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리며 사내가 엎어졌다.
“이, 이런 미친!”
뒤에서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본 자들이 기겁을 하며 바라봤다. 더 이상 장삼태를 쫓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인지 이를 갈며 암기를 꺼내는 자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이름을 날리는 고수들인 탓에, 암기를 뿌리는 것 역시 삼류들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였다.
퍽퍽-!
격렬한 소리와 함께 쏟아져 온 암기가 나무에 박혔다.
그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던 장삼태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사천당가의 암기술보다는 못하다 할 수 있지만, 자칫 한 대라도 맞았다가는 결코 무사치 못할 것이다.
“이런 망할!”
장삼태는 이를 갈았다.
무서운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번 공천문을 멸문시켰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는 그들보다 수준이 높다는 말이다.
한 사람씩 붙는다면 승기를 잡을 수도 있을 테지만, 이렇게 여럿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퍼걱-!
“컥!”
그때, 느닷없이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소리소문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는 순식간에 장삼태의 복부를 후려치고 안면을 쳐 냈다.
상당한 힘이 실려 있는 한 수였는지 격한 소리와 함께 장삼태의 몸은 그대로 널브러졌다. 도망치고 싶지만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픔이 몰려왔다.
“사…… 살수…… 개새……!”
“…….”
장삼태는 힐끗 사내의 복장을 보았다.
시꺼먼 흑의에 얼굴을 가린 두건.
허리에는 한 자루 칼이 매여 있었으며, 눈앞에 있음에도 그 기척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는 살수였다.
사사삭-!
또한 그 주위로 수많은 흑의인들이 모여들었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다가오던 사내들이 우뚝 걸음을 멈추고 긴장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 이유인즉, 그들 가슴에 새겨져 있는 자수 때문이다.
살각(殺閣).
중원 최고의 살수 단체.
살황의 이름 아래 모여 있는 이들로 지금까지 목표로 삼은 이들이라면 누구 하나 실패한 적 없는 최고의 살수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이 슥 사내들을 바라봤다.
날카로운 시선.
기습이 아닌 정면으로 무인들을 보고 있음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시선을 보내는 것은, 설령 이 자리에서 난전이 벌어진다 하여도 절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우리의 먹이다.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놈들은 앞으로 나와도 좋다.”
한 사내가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낮게 깔리는 음성은 무겁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살각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심지어 그 뒤에 있는 살황의 위엄.
이러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저들의 말을 거부하는 순간 어찌 될 것인지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사내가 피식 비웃음을 머금으며 장삼태를 둘러업었다.
“가자.”
그의 한마디에 살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런 망할! 그 계집년! 살각을 움직이다니!”
“이건 우릴 엿 먹이려는 짓이 분명해!”
사내들은 그러한 상황을 바라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자신들에게 의뢰를 해 놓고 살각을 불렀다는 것은, 결국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믿지 못할 것이라면 의뢰를 하지 말든가.
다 몰아 놓은 사냥감을 중간에 가로채 버리는 살각의 행태도 용서할 수 없지만, 공백지의 행동은 사내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돌아가서 그 계집년에게 항의합시다!”
한 사내가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만약 살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들이 붙잡았을 것이니, 사내들의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구나.”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들이 그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이한 세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슥슥 수풀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호남단가를 건들고 무사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 호남단가?!”
이윽고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모든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삼태를 제외한 다른 호남단가의 인물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었기에 몸은 더욱 긴장하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세 사람은 태연했다.
느긋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많기도 하네. 살각 놈들만 아니었으면 재미있는 것을 보았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사도학은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느닷없이 나타난 살각에 의해 장삼태가 끌려갔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격렬한 싸움을 눈에 새겼을 터인데 그러한 재미가 모조리 사라져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게슴츠레 치켜뜬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 눈빛이 번뜩이니 묘한 기세가 주변을 압박했다.
“그런데 삼태 녀석은 안 구해도 되겠는가? 아무래도 진도세가로 끌려간 것 같은데 말이야.”
남궁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검파를 손에 쥐었다. 느긋하게 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눈앞에 있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주춤.
남궁천과 사도학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사내들이 뒤로 물러섰다.
저도 모르게 공포를 느낀 셈이다.
그것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놈에게는 잘된 일이다. 하지만 살수들에게 잡히다니 아직 멀었군.”
“그건 그렇지…… 애초에 겁이 많은 놈이라 저렇게 대놓고 눈앞에서 봐야 뭐 좀 할 것이야.”
그런 말을 하며 쯧쯧 혀를 찼다.
기감을 항시 펴 놓고 있으란 이야기를 하였고,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마라, 그런 말을 했었다. 만약 장삼태가 그러한 것을 지키고 있었다면 결코 살각 따위에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 역시 수월하게 헤쳐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보시오. 우…… 우린 아무 잘못도 없소!”
“저, 정말입니다! 그, 그저 의뢰를 받은 것밖에…….”
사내들이 겁을 먹고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이 정말 머릿속에 있는 그런 이들이라면,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또한 이리도 많은 이들을 눈앞에 두고도 보이는 저 여유는 그 불길함을 점점 더 확신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제 할 말을 하며 점점 더 사내들과 거리를 좁혔다.
“하긴 삼태 녀석 입장에선 원수의 본거지로 가는 것과 같으니 가만있지는 않을 테지. 좀 거들어 줄까?”
“일단 여기를 정리하고 움직이도록 하지.”
단우현의 한마디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일 생각은 없다.
말 그대로 돈에 눈이 멀어 벌어진 일이니까.
하지만 호남단가를 건드린 대가는 무거운 법이다.
“끄아아아악!”
이윽고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괴성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