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2
“…….”
무림맹.
천운각 안에서는 무림맹주 남궁천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팔대세가의 인물들은 물론이며, 구파일방의 고위급들 또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녕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자칭 기연 사냥꾼이라는 자 한 명이 군자도에서 틀림없이 무신의 비동을 발견하였다 합니다. 한데 그곳에서…….”
“삼천의 시신이 있었다?”
“예…….”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흘렀다.
삼천(三天).
칼을 들고 있는 무인들 중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무당의 삼봉, 소림의 달마, 마교의 천마, 그들 이후로 이 무림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세 명의 인물들이다.
삼천 이후로 하늘 천(天)이 붙은 별호를 얻은 인물은 없다.
현 무림의 다섯 하늘조차 오황이라 이름 붙은 것만 보아도, 천이 들어간 별호가 이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보통이 아니다.
전 중원이 들썩일 것이며 모든 이들이 들고 일어날 거다. 정사마, 심지어 세외까지.
삼천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를 생각해 본다면 결코 헛된 말이라 할 수 없는 셈이다.
“우리 무당은 그곳에 가 봐야겠소.”
무당의 장로 허공은 질끈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었다.
태공진.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가 무엇이냐?
장삼봉이 무당을 세우고 태극권을 창시하여 무학의 도(道)를 걸었다 한다면, 태공진은 그 장삼봉이 무학의 이치를 깨닫게 해 준 존재이다.
장삼봉이 우연찮게 삼재검법이라는 태공진의 기연을 얻으며 그 안에 도학의 무리를 깨닫고 만든 것이 바로 현 무당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무공들이다.
태극검법, 양의검법, 태극혜검, 태청검법.
현허칠성검법, 오행검진, 십단금, 제운종.
장삼봉이 무당을 세우고 무학의 기틀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으나, 현 무당의 도인들은 태공진을 더욱 높이 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남궁천이 긴 수염을 쓸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태공진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부터 이럴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런 일에는 최대한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한데, 무당이 움직인다고 한다면 무림맹 또한 가만있을 수 없다.
문제는…….
“마교가 움직일 것이오.”
천무광.
천마가 천산에 자리를 잡고 천마신교를 세운 뒤 나타난 최고의 인재.
현 마교의 체계를 잡아 놓았으며, 오랫동안 천산마교와 적대시하며 세력을 부풀렸던 혈마를 죽였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이의 유해가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다면 마교 또한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자칫 정마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이번 일에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여 무림맹 고수 이백을 내어 드리리다. 무당은 그들은 통솔하여 태공진…… 그분의 시신을 무당으로 옮기도록, 또한 무신 비동 내부의 조사도 맡기겠네.”
“감사합니다, 맹주.”
깊게 고개를 숙이는 허공을 보며 남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멋대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니 최대한 이쪽에서 선수를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태공진과 천무광의 시신은 정파와 마교가 수습을 하며 될 일이다. 하지만 남주련…… 남주련라니…… 도대체…… 누구일까?’
남궁천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남주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삼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였지만, 다른 두 사람의 비해 어떠한 업적조차 존재치 않았으니까.
정도를 걷던 자인지 사도를 걷던 자인지, 혹은 마도를 걷던 자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던 탓에, 어느 누가 이 일에 또 끼어들려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숨을 골랐다.
* * *
“더…… 덥다…….”
“물 좀 가져올 생각 없냐?”
“댁이 가져오시죠?”
평소 입고 있던 옷이 아닌 밭을 매는 평범한 아낙의 복장으로 주저앉아 있는 남궁소혜는 식은땀을 닦아 내며 장삼태를 쏘아봤다.
불과 몇 발자국만 가면 물이 있는데, 다른 사람을 시키는 그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거다.
“에휴, 이렇게 더운 날 밭을 매고 있으니 죽겠네, 진짜. 계곡이라도 가서 놀고 싶은데 말이야.”
“동정호 물이 그렇게 좋대요.”
“거긴 깊잖아! 빠지면 죽는다고!”
“실험해 봐요. 죽나 안 죽나. 혹시 알아요? 당신은 약간 특이한 인종이라 물에서 숨이라도 쉴 수 있을지.”
“이, 이년이!”
“해볼래요?”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남궁소혜를 쏘아봤다. 여차하면 손이라도 쓸 법하지만 이내 헛기침을 가다듬고 주저앉았다.
두 주먹을 쥐고 있는 남궁소혜가 무서워 보였으니까.
“싸우지들 말고 밭이나 매라.”
“당신이나 잘해요.”
“댁이나 잘하쇼!”
권무진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처음 바위를 깰 때에는 나름 수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으니 어느 정도 할 법했다.
하지만 바위를 전부 부수고 밭을 매며 돌멩이를 고르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지겹도록 시간이 가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하는 둥 마는 둥.
권무진의 상태가 그러했다.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는 사이, 남궁소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단 공자는 이런 밭을 일궈서 뭐에 쓰려고…….”
툴툴거리면서도 남궁소혜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사실 밭을 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나, 이 장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놀고먹는 것이 전부다.
심지어 장원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밭을 일구기 위해 일을 하는 실정이니, 남궁소혜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여 심심한 나머지 결국 도와주는 신세가 되었다.
밥도 공짜로 준다는데 해야지, 암!
“뻔하지.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직접 재배해서 먹는 게 싸니까.”
“설마 그런 생각으로 하겠어요?”
“하하, 충분히 그럴 사람이다.”
권무진조차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미에게는 은자니 금자니 아끼지 않고 퍼붓는 인간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돈을 쓰는 걸 굉장히 아끼려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 도대체 뭐 하던 사람일까요?”
남궁소혜의 질문에 장삼태와 권무진이 흠 하며 짧은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이들 대다수가 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우현만큼은 아니다.
“무공이 엄청 고강하니…… 칼밥 먹었겠지 않겠어?”
장삼태가 당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권무진과 남궁소혜는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에 고수다. 칼밥 먹는 생활을 하였다면 응당 정사마 어느 단체 중 한 곳에 이미 귀에 들어왔을 거다.
하지만 어느 단체도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무림 생활을 했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단소미가 귀를 쫑긋하며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아빠는요, 목수였어요.”
“으, 응?”
“…….”
“의미를 모르겠네…….”
정녕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단우현이 목수?
지나가던 개가 다 웃을 일이다. 그만큼 목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니까.
무언가를 짓는 것보다는 때려 부수는 게 어울리는 인간이다.
“정말이에요! 소미는 알아요. 이 집도 아빠가 보수를 한 거고요, 저기 창고도 만들었어요. 집 안에 있는 대부분 것들은 전부 아빠 작품인걸요?”
“마…… 말도 안 돼…….”
“기가 막히는군.”
남궁소혜는 입을 쩍 벌렸다.
장원 안에서 이미 소미가 말한 것들을 보기는 하였다.
창고는 결코 혼자 힘으로는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으리으리한 데다, 정말이지 튼튼하게 잘 만들었다.
그걸 단우현이 했다고?
남궁소혜가 놀란 표정으로 손에 괭이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단소미가 싱긋 웃었다.
“그것도 아빠가 만들었어요.”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연이어 나온다. 저런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고작해야 목수였다는 걸 어찌 믿으란 말인가?
남궁소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는 권무진 또한 마찬가지다.
목수가 이렇게까지 강하다면 온 중원 천지에 목수들이 무림인들을 씹어 먹었을 거다.
“남의 과거를 탐색하는 건 그만두거라.”
“단 공자? 언제 그곳에…….”
“조금 전부터다.”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어디 이런 인간이 목수라는 걸 믿기야 하겠는가?
“정말로 목수였어요?”
“하하, 그래 보이더냐?”
“절대 아니죠.”
세 사람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목수와 단우현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연상되지 않는 것이니까.
묻는다 해도 대답을 해 주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 고 있는 세 사람은 그저 궁금함에 머리를 쥐어 싸매야 했다.
“그건 그렇고, 최근 악양 인근이 소란스럽더군. 무슨 일이 있는지 아나?”
하루에 두 번.
단우현은 악양으로 단소미를 바래다주고 혹은 데려오는 일을 한다. 한데, 최근 보름 동안 무림인들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지난번 흑도회를 압송했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수다.
마치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 그런 느낌.
바람마저 미약하게 요동을 치고 있다.
“글쎄요. 여기 있은 후로 나가 본 적이 없어서…….”
남궁소혜는 어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장원에 살면서 그녀는 나태해졌다.
맛있는 것들이 하루 세 끼 나오는 데다, 풍경마저 좋으니 저도 모르게 늘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느꼈기에 이렇게 밭일도 도와주는 거고.
하루 두 번씩 악양으로 가는 단우현이 모르는 일을, 장원 안에 틀어박혀 있는 세 사람이 알 수 있을 리가 없는 노릇이다.
“무림인들이 많이 늘었더군.”
“지난번 그 일 때문이 아닙니까?”
권무진이 살벌한 시선으로 눈을 빛냈다. 혹여라도 장원에 피해를 입히는 이들이 있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러한 신념이 보였다.
“아니, 그런 쪽은 아닌 것 같더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단우현이 음, 하며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딱히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림인들이 움직이는 것이야 어디 가나 비슷한 이유였으니 말이다.
분명 이 동정호나 악양 혹은 장사 인근에, 비무대회 같은 것이 열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만약 그러한 일이 아닌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면, 홍원창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당장 이곳을 향해 달려 왔을 것이 분명하니까.
“소미는 알아요.”
“응? 무엇을 말이냐.”
헤헤 하며 소미가 작게 웃음을 지으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몹시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었던지라 단우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학당에도 떠들썩해요! 뭔가를 찾았대요.”
“뭔가라? 그게 무엇이냐?”
“헤헤! 맞춰 보세요!”
단우현이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 맞춘단 말인가?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단소미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재미 삼아 웃으며 입을 열려고 하는 그때.
푸드득-!
어디선가 전서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느닷없이 나타나 마치 주인을 찾는 듯 주위를 뱅뱅 돌더니, 이윽고 남궁소혜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발에는 자그마한 전서구통이 달려 있다.
통이 붉은색인 것으로 보아 어떠한 표식이 아닌가 싶었다.
“특급……?”
남궁소혜가 떨리는 손으로 전서를 바라봤다. 붉은색 통은 무림맹에 비상이 걸렸거나 그의 준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만 날리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하필이면 이 시기에 온 것이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그녀가 손을 뻗어 전서구를 꺼냈다.
자그마한 종이를 펼쳐 본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한 채 그 어떠한 말조차 잇지 못했다.
“무슨 일이더냐?”
결국 단우현이 묻었다.
그녀의 행색으로 보아 보통 일이 아님을 느꼈으니까.
남궁소혜의 눈동자가 파도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단우현을 바라봤다.
“가…… 가 봐야겠어요.”
남궁소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움직였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보통이 아님을 증명시키는 것이다.
단우현과 권무진, 그리고 장삼태의 눈동자가 빠르게 사라지는 남궁소혜를 쫓았다.
이내 완벽하게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한동안 말이 없었던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삼태야.”
“예?”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