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20
진도세가.
한때는 난주상단이라고 불렸던 그곳은 현재 감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무림세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상단을 운용하고 있으니 그 자금력은 당연히 독보적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진도세가를 감숙에서는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니, 그야말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진도세가의 마당.
수많은 사람이 그곳에 나와 있었다.
진도세가의 가주는 물론이고 세가의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모든 이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는데, 어떤 이는 통쾌하다는 표정인 데 반해, 또 다른 이들은 창백한 안색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도세가의 가주 진도유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도무지 상황을 읽을 수 없어 미간을 부여잡았다.
눈앞에는 한 사내가 있다.
짝-!
“컥!”
그리고 그 사내를 향해 거침없이 손을 휘두르는 공백지가 있었다.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으며, 눈마저 퉁퉁 부어 그 형태를 제대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저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이를 어쩔꼬…….’
진도유는 질끈 눈을 감았다.
공백지가 무슨 짓을 할 것이란 생각은 했다. 하지만 살각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의뢰를 하는 비용만 해도 엄청난 양의 돈을 바쳐야 하는데, 그런 이들을 한둘이 아닌 대여섯 명을 한꺼번에 고용했다.
심지어 감숙에서 이름난 무인들에게 가져다 바친 돈만 하여도 수십 냥은 될 것이니, 장삼태 한 명을 잡고자 평생 써야 할 엄청난 재산을 탕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화가 난 진도유가 소리쳤다.
이러한 일은 바라지도 않았다. 물론 공천문이 멸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했지만, 무림맹의 조사 결과, 결국 공천문의 잘못이 아니었던가?
이런 식의 해결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모르는가?
“무슨 짓이라니요? 보면 모르나요? 복수를 하고자 함이에요.”
하지만 공백지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오라비를 죽인 장삼태에 대한 복수심만이 가득했다.
“감히…… 감히 이런 거렁뱅이 같은 놈이 우리 오라비를 죽이다니!”
“퉤! 미친년아, 네 오라비는 재수가 없었어. 뒈져도 쌌다니까?”
“아직도 그 입을 나불거리는구나!”
빠각!
공백지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단숨에 칼로 그 목을 그어 버리는 것보다 지독하게 괴롭히며 때려죽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손속에 사정을 절대 두지 않았다.
장삼태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것을 뒤에 있던 살각의 인물들이 받아 내어 다시금 무릎을 꿇렸다.
“끄으으…….”
장삼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프기는 하지만 참을 만하다.
여인이 내력을 실어 때린다 한들 오황들의 주먹만 하겠는가? 차라리 단소미가 툭툭 때리는 것이 더욱 아플 것이다.
퉤 하고 침을 뱉어 입안에 고인 피를 내뱉은 장삼태가 후우 하며 한숨을 쉬었다.
맞아 주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럼 나도 좀 묻자. 이십 년 전 주천 저잣거리에서 때려죽인 여아를 기억하느냐?”
힘을 쥐어 짜내며 가까스로 물었다.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려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이십 년 전 벌어진 일이니 누구 하나 기억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곳에 있는 이들은 상단에서도 제법 직위가 있는 자들이니, 수하들을 시켜 벌인 일을 제대로 기억할 리가 없다.
“아이……?”
그때,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 말을 했다.
어딘지 모르게 살짝 떨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장삼태의 고개가 그곳을 향해 돌아가려 하였는데, 그와 동시에 공백지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
“내가 알 게 무엇이더냐! 여아가 죽든 말든! 어차피 저잣거리의 거지 년 아니더냐!”
“거지 년이라고?”
“그래! 오호라, 보아하니 그 계집아이와 뭔가 관계가 있는가 보구나! 하지만 잘 들어라. 어디 그딴 계집과 우리 오라비의 목숨을 동등하게 생각하느냐! 거지 따위가!”
짝짝짝-!
공백지는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도세가 사람들 대부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하의 호남단가.
그곳 사람을 거지 취급을 하다니? 다소 웃긴 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공백지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망할! 그 아이가 네년에게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살각의 인물들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내 슥 빠져나갔는데, 그 귀신과도 같은 몸놀림은 살각의 인물들이라 하여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쾅!
진각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땅이 파였다.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파편이 휘날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들은 날아가고 엎어지며 순식간에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다.
“천마군림보?!”
살각의 한 사내가 그것을 바라보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진각을 밟는 것 같지만 실제로 주변을 공격하는 것은 틀림없는 천마군림보.
하지만 기이한 것은 장삼태의 몸에서 마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더욱 살각인들의 머릿속을 흔들었다.
하지만 다른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장삼태가 의뢰인인 공백지를 향해 다가서려는 것이다.
의뢰인을 지키는 것까지가 이번 의뢰였으니, 장삼태가 다가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괜히 움직이지 마쇼. 비천웅 그 인간한테 뒈지고 싶지 않으면.”
장삼태가 툭 말을 던졌다.
그 한마디에 다가서려던 살각 인물들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비천웅은 틀림없는 살각의 황제. 살각인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 한마디를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무슨?”
“내 시벌 쪽팔려서 이런 짓 안 하려 했는데 이름 좀 팔아야겠수. 움직이지들 마쇼, 진짜로. 비 어르신 내 말 한마디면 쫓아와 댁들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테니까.”
움찔!
살각의 인물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장삼태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풍겨 오는 분위기만 보아도 거짓말 같지는 않으니, 확신이 있기 전에 괜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살황께선…… 종적이 묘연하시다. 그걸 네놈이 알고 있다고?”
“정 못 믿겠으면 나중에 찾아오시든가, 악양으로.”
“…….”
사내가 힐끗 뒤에 있는 수하들을 바라봤다. 움직이지 말라는 듯 눈빛을 교환하고는 슬쩍 뒤로 물러섰다. 그들에게 있어 살황의 위치가 의뢰인보다 중하니, 설령 장삼태의 말이 거짓이라 한들 믿어 볼 요령인 셈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호남단가.
괜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당장 나를 지키세요!”
“…….”
“이익!”
앙칼지게 소리를 쳐도 살각의 살수들은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계약 위반이라 말을 하고 싶지만, 다른 곳도 아닌 천하의 살각이다.
눈앞에 있는 의뢰인들을 전부 몰살시키면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지 새어 나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 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살수들이 단검을 손에 쥐었다.
우두머리의 명령이 떨어지면 어느 누구도 살 수 없으리.
“뭣들 하는 거야, 너희들은! 당장 저놈을 잡지 않고!”
결국 공백지는 주변을 향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이야기를 쉽게 들으려 하지 않았다. 조금 전 보았던 한 수만 하여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로는 감당이 되지 않음을 안다.
진도세가가 영향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상단에서 세가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응당 무림고수를 상대로 할 만한 실력 좋은 자들 역시 이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네년! 다시 한번 말해 봐라. 내 동생이 뭐라고?”
“이 빌어먹을 종자 새끼가!”
결국 궁지에 몰린 공백지가 칼을 뽑아 들었다. 매섭게 발검하며 단박에 장삼태의 머리를 베어 내려 했다. 하지만 슬쩍 고개를 치켜드는 것만으로 칼날은 허망하게 비껴 나갔다.
이미 공백지와 장삼태의 수준 차이는 그 정도에 이르러 있는 것이다.
뻐걱-!
단숨에 주먹을 내지른다.
복부를 얻어맞은 공백지가 토악질을 하며 새우처럼 몸을 꺾었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연약한 여인으로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장삼태는 그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짝짝짝-!
매섭게 후려쳤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휘둘렀다. 공백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 헝클어졌다. 그녀를 지켜야 할 진도세가의 무인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려 하였는데 동시에.
퍽퍽퍽-!
섬전과도 같이 날아든 각법에 그 몸이 훌쩍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감히 네년 따위가 내 동생을 뭐라고?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그래, 시벌! 내가 잘못했다. 비단 훔쳐서 미안하다, 개새들아!”
그때 장삼태가 화를 터트리며 전낭 주머니를 꺼내 던졌다. 촤륵 하고 흩어지는 은자들은 오래전 그가 훔쳤던 비단 값의 몇 배는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어린애는 죽이지 말았어야지! 차라리 나를 죽였어야지!”
쩌렁쩌렁-!
장삼태의 목소리는 한없이 높아져 갔다.
빠르게 다가가 진도유를 안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엎어진 그는 땅에 틀어박힌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아프다는 생각조차 제대로 들지 않을 만큼 극심한 고통이 머릿속을 뒤흔들며 장악하고, 모든 생각까지 멈추게 했다.
퍽!
“꾸웩!”
장삼태의 발이 진도유의 복부를 후려치고, 다시금 손을 뻗은 그가 곁에 엎어져 있는 공백지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안면을 후려쳤다.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게 만드는 손속에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둘렀다. 누구 하나 말릴 수 없었던 것은, 장삼태의 주먹은 딱히 두 사람만을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퍽퍽퍽-!
삽시간에 온 주변에 있는 이들을 두들겨 팼다.
멀쩡히 서 있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 주먹을 격렬하게 뻗었는데,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살각의 인물들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디 종놈 노릇이나 할 것 같은 놈이었는데…… 과연 호남단가입니다. 대단하군요.
전음이 들려오자 사내들의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울분히 치솟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어설픈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삽시간에 주변을 제압하는 저 움직임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쿨럭쿨럭, 그…… 그 아이…… 내가 기억하오…….”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금 공백지와 진도유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던 장삼태가 휙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끝에는 쓰러져 있는 이들 중 한 사내가 격하게 피를 토하며 장삼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내가…… 기억한다고 했소.”
“……거짓말이면 죽는다.”
“무, 물론이오, 비, 비단을 훔친 아이를 말하는 것 아니오? 내가 기억하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삼태가 악귀나찰과도 같은 표정으로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라고, 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