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23
“응? 단 공자가 없네요?”
장원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던 남궁소혜는 단우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 동안 사라진 적도 있었고, 또한 근래 장삼태를 따라 감숙 여정을 하기도 하였기에, 또다시 어딘가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함에 휩싸였다.
그녀의 표정에서 불안함이 묻어나자 한쪽에서 ‘하!’ 하고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동정호에서 낚시하다 소미와 나갔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래요?”
“에라이, 이년아! 그렇게 걱정되면 찾아 나서 보든가.”
“누…… 누가 걱정된다고 그래요!”
남궁소혜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이기 싫은 것인지, 두 손으로 가리며 시선은 날카롭게 사도학을 쏘아봤다. 어찌나 눈매가 매서운지 마치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이구…… 아주 완전히 잡아먹겠다, 잡아먹겠어. 내가 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틀려요!”
“네년이 단 장주를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냐, 여기에?”
“아니라니까요!”
결국 큰소리를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히려 기가 찬 듯한 표정과 시선들이다. 결국, 이 장원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남궁소혜의 마음을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무…… 물론 호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허허, 용기 있게 한 발 더 다가가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 할아버지도 참…….”
남궁천의 말에 남궁소혜는 손사래를 쳤다.
용기 있다고 말을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단우현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단소미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하며, 그 외에는 지금 이 삶을 끝까지 지켜 나가고 싶은 마음 정도일까?
그렇기에 남궁소혜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지금은…… 아닌 거 같아요. 조금 더 지나서.”
“늙어 죽겠다, 이년아.”
사도학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남궁소혜가 제대로 파악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 뭘 그리 재고 있는가?
심지어 단우현 역시 그렇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듯 보였지만, 그것을 굳이 남궁소혜에게 말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남궁소혜와 단우현은 보고만 있어도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휴…… 이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보다 저쪽은 아직도 그러고 있어요?”
“바뀐 게 있겠냐? 무슨 독종들도 아니고…….”
사도학이 쯧쯧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 끝은 연무장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풍경은 보이지 않으나 안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도는 자연스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분들도 고생이 심하시네요.”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사도학이 히죽 웃었다.
호남단가의 인물을 공격한 것은 죽어 마땅한 죄. 이 중원무림은 언제나 약육강식이다 보니 약한 이들은 어떠한 말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순리이다.
하여 죽임을 당한다 해도 억울하다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완전 독종들 아닙니까요? 벌써 나흘째 머리를 처박고 있는데도 쓰러지지도 않지 않습니까요?”
그때, 슬쩍 연무장 안쪽을 확인하고 온 장삼태가 혀를 내둘렀다. 머리를 처박고 있는 살각의 인물들도 그러하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비천웅 역시 대단했다.
단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잠도 자지 않고 나흘을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 살수 놈들은 문제야, 문제. 저런 독종 놈들은 대체 누구 배 속에서 태어나는 거야?”
사도학이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 *
비천웅은 말없이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살각에서도 나름 이름이 있는 자들이다. 그 직위만 놓고 보자면 최고위층들이 전부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들이 땅에 머리를 박고 나흘 동안 버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천웅의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얼마나 버틸까 싶었다.
땅에 머리를 박고 하루 동안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세상에 어느 인간이 그런 짓이 가능하겠는가?
아무리 살황 비천웅이라 하여도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잘 버티고 있다.
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켜보고 있는 비천웅은 미칠 것 같았다.
‘졸려…….’
나흘 동안 쳐다보고 있으니 어찌 졸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머리를 박고 있는 놈들은 버티고 있는데, 그 우두머리라 하는 살황이 졸리다면서 자리를 뜬다는 것 역시 웃기지 않은가?
심지어 이놈들은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미친놈들…….’
비천웅이 생각해도 웃긴 놈들이다.
한 놈이라도 쓰러지면 그 핑계로 자리를 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신음도 흘리지 않고 목석처럼 버티고 있으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부들부들-.
나흘이 지나서야 드디어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한 놈이 덜덜 떨기 시작하니 다른 놈들까지 떤다.
비천웅은 드디어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힘든 것이냐?”
“……아닙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잠시.
더 할 수 있다는 말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살수들은 자세를 다시 잡았다. 떠는 것조차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마지막 남은 힘마저 쥐어짜 내는 것 같았다.
‘독한 새끼들…….’
비천웅은 더욱 식은땀을 흘렸다.
배가 고프다.
졸리다.
장삼태가 만든 식사를 챙겨 먹고 침상에 몸을 눕히고 따스한 이불을 덮고 자고 싶다. 그러한 욕구가 미친 듯이 올라오니, 눈앞에 있는 이들을 죽일까 하는 살심마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 살기를 느꼈는가?
사내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 비천웅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똑바로 서거라.”
한마디를 함과 동시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가 머리에 쏠려 안색이 창백했다. 하긴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었던 것은, 이들은 비천웅의 명령에 자신들의 목숨마저 내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네놈들의 잘못을 아느냐?”
“알지 못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해 임무를 행했습니다.”
그래, 사실 비천웅이 생각해도 딱히 잘못은 없다.
돈을 받았으니 그 돈값을 해야 한다.
애초에 살수들이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자들을 말하지 않은가? 거기에 호남단가가 제외된다는 것 역시 웃기는 일이다.
삐질-.
비천웅은 잠시 신음을 삼켰다.
이리되니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살짝 난감했다.
“뭐? 몰라, 이 새끼들아?”
그때, 비천웅에게 한 줄기 빛이 내리깔렸다.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자는 사도학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다가오더니 서 있는 이들을 향해 냅다 발길질을 했다.
콰당콰당-!
순식간에 수 명의 사내들이 날아가 땅에 틀어박혔다.
격렬한 신음을 흘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것을 보니, 사도학의 발길질이 보통 아픈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호남단가를 건들 생각이었으면 다 죽을 생각도 해야지. 네놈들 지금 살아 있는 게 잘못이다, 썩을 것들아.”
“크윽…….”
“운 좋을 줄 알아. 살각이니 뭐니 다 박살을 내려다 참았으니.”
“아, 아니, 박살은 좀…….”
격렬하게 쏟아지는 사도학의 말에 비천웅은 말을 잃었다.
아무리 이제는 그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그래도 비천웅을 위해 모여 있는 단체이며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인 셈이다.
그런 곳을 박살 내다니?
마교를 박살 낸다 하면 기분 좋겠는가?
비천웅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순간.
사도학은 그러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통을 쳤다.
“뭐해? 이 새끼들아. 들어와 밥 처먹어! 살았으면 뭐든 처먹어야 할 거 아냐!”
사도학의 말에 살수들이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힘이 들었던 것이다.
비천웅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힘들면 말을 할 것이지…….’
그랬다면 진즉 이 어이없는 상황을 끝냈을 것이다.
* * *
권무진은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은, 멈추는 순간 자신마저 멈춰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라야 한다.
장삼태처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사받은 것도 아닌 그는, 이 장원에서 가장 평범한 자다.
하지만 그 평범함으로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마장강!’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마장강에게 특히.
서로서로 웃음을 지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권무진은 결코 멈출 수 없음이다.
촤촤촤악-!
두 자루의 쌍도가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빠르고 정교하고 어딘지 모르게 경쾌하기까지 했다.
일검을 내지르고 이격을 휘두를 때 모습은 마치 악귀와도 같아, 상대하는 이가 있다면 충분히 압박을 받았을 법도 했다.
“쯧쯧, 힘이 너무 들어가는구나.”
하지만 다른 이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권무진의 연무를 단 한 차례도 보지 않았던 적무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권무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려오는 음성에 놀란 그가 칼춤을 멈추려 할 때, 적무성은 마치 호통을 치는 것처럼 소리를 치며 다그쳤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 보거라.”
그 말은 마치 명령과도 같았다.
칼을 거두려 했던 권무진이 더욱 힘을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적무성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더욱 날렵하게 움직이고 휘두르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지르려 하고 있었다.
눈앞에 적이 있다면 누구든 베어 가를 것 같았다.
“어리석긴! 칼에 맡기지 마라! 네놈이 칼을 다스려야 하는 법이다!”
“아, 알겠습니다!”
“갈(喝)! 어디 수련 중에 입을 여느냐!”
적무성은 크게 호통을 치며 권무진을 다그쳤다.
지금까지 그를 가만 놔두었다.
모든 사람들은 성장을 하기 마련이고 그 성장에 있어서 때론 다른 사람의 조언이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무성은 그런 식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기에, 권무진 역시 그러할 것이라 생각을 하며 믿고 놔두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권무진은 노력에 의한 천재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금 누군가 그의 곁에서 가르침을 내려 주지 않는다면, 그 노력조차 산산조각 부서져 더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가만 놔둘 수 없다.
“더욱 강해지고 싶다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네게 길을 내주마.”
적무성은 권무진을 키워 보려 하고 있다.
그 이름이 드높게 하늘에 닿을 정도로.
그것이 권무진이 가지고 있는 소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마음은 적무성 역시 한때나마 가지고 있었기에…….
죽기 전 제자 하나 키워 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적무성은 씩 웃음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권무진의 칼은 더욱 날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