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
악양으로 달려간 남궁소혜는 무림맹 지부를 향해 내달렸다.
상당히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신속한 길만 골랐으며, 노숙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채 길을 재촉했다.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무신이라니?’
달리면서도 남궁소혜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물론 무신이라는 별호를 가진 이가 있었다는 전설을 듣기는 했다.
당시, 정사마의 체제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을 무렵,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나 다름없는 그 무림에서 최고봉에 올랐던 인물.
마지막에는 수만의 무림인들을 베고 팔선에 의해 죽었다고 전해지는 자.
그녀 또한 어린 시절 무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이다.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그녀다. 삼천(三天)이 존재하는 그 무림에서 최고봉에 올랐다니?
심지어 수만의 인물들을 베었다?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남궁소혜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누군가 꾸며 낸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 것에 지나지 않다고 말이다.
한데.
비동이라니?
‘심지어 삼천의 시신이 왜 그곳에 있다는 거야?’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삼천은 정마를 대표하는 고수 둘에, 다른 한 명은 그 소속을 알 수 없지만 그 둘과 비슷한 힘을 가진 여인을 뜻했다.
그들은 그 당시 무림의 최고봉들이라 할 수 있었다.
남주련을 제외한 둘은 저마다 소속이 있었으니, 수만 명의 무림을 베었다는 무신은 틀림없이 적이었을 것이다.
한데 그들의 시신이 무신의 비동에서 나타났다?
누군가 함정을 파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빨리!’
남궁소혜는 더욱 세차게 말을 몰았다.
어떠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조사를 해 봐야 한다.
* * *
“무신비동?!”
자리에 앉아 있던 권무진이 벌떡 일어서며 표정을 굳혔다.
남궁소혜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사달이 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전설로만 내려오던 자.
무신, 혹은 무극신마라 불리는 자.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존하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그 존재의 비동이 드러났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
이 정보를 얻어 온 장삼태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믿지 못하여 홍원창의 정보력까지 동원한 그다.
“무신…… 비동이라……?”
그러나 단우현만큼은 태연하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턱을 매만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권무진이 서둘러 입을 뗐다.
“가야 합니다. 무신이 실존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무언가 좋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장주님! 그건 천재일우의 기회라니까요!”
권무진과 장삼태가 맞장구를 치며 언성을 높였다.
무수히 많은 중원인들을 베어 내었다는 자.
단순히 무공만 고강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까지 지녔던 자.
팔선에 의해 죽었다고 전해지는 자.
그런 전설의 끄나풀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나 단우현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다.
“어디라고 하더냐?”
“군…… 군자도입니다.”
“이틀 거리로군.”
“마음만 먹으면 금방 갑니다! 무림맹이나 다른 놈들이 선수를 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버럭버럭 고함을 내지르는 권무진을 보며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곧 여전히 관심 없는 표정으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가 봐야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거다.”
“예?”
“아무것도 없는 곳이니까.”
“그걸…… 어찌……?”
권무진은 묘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주시했다.
아직 들어가 보지도 않은 곳에 무언가가 있을지 없을지 또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저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신의 기연을……?’
단우현의 강함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고수들 중 누구 하나 백대고수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인데, 지금 그는 백대고수는커녕 어쩌면 칠성(七星) 혹은 십존(十尊)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결코 평범하지 못하니 어떠한 기연을 얻었다는 게 분명하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연 따위 얻지 않았으니 안심하거라.”
“하…… 하오면 어찌…….”
피식-
단우현은 웃었다.
군자도…… 군자도라?
지금은 그렇게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있을 무렵에는 그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외딴 섬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으며, 설령 들어간다 하여도 살아 나올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곳.
‘천 년 이무기가 있었던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지하에는 천 년 이무기가 밤마다 사냥을 하기 위해 밖으로 기어 나오고, 섬 안팎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괴한 것들이 많았다.
주위에 널린 것이 독초이며 독충이었고, 멧돼지 한 마리조차 흔히 보던 그러한 멧돼지들의 몇 배 이상 컸다.
그것은 전부 이무기가 뿜어내는 영력(靈力) 탓이었다.
그 탓에 밤에 잠을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으며, 밤낮 상관없이 긴장을 하지 않고는 결코 생존할 수 없는, 그러한 섬이었다.
‘이십 년이었다. 그곳을 정리하고 나온 게…….’
열다섯 살 무렵 그 섬에 들어가, 서른다섯이 넘어 나왔다.
현재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생존 방법, 그리고 넘치는 재능을 이용해 상대를 수월하게 제압하는 방법, 심지어 단우현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천일조화공 또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듭하였고, 구사일생이라는 말조차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죽음을 경험하였다. 사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벽에 새겨 놓은 수련의 흔적 정도이다.’
고작해야 그런 것을 다시 보기 위해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미 단우현은 그 당시 새겨 놓았던 검흔들보다 압도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후루룹-
차를 들이키며 단우현은 생각했다.
그러한 검흔을 보고도 깨달음을 얻는 자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기연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이고, 장주님! 지금 하남에서 무림맹주까지 내려오고 있답니다! 군자도는 온통 기연을 찾기 위해 몰린 사람들 탓에 피바람이 몰고 있다고도 하고…… 빨리 가지 않으면…….”
“기연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더냐?”
단우현은 가만히 장삼태와 권무진을 바라봤다.
이들은 현재 기연을 얻고 싶어 한다.
무극신마의 기연을.
“네놈들이 지닌 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다른 것을 얻어 무엇에 쓰려고?”
“…….”
“끄응…… 하지만 지금 군자도에 있는 놈들도…….”
“그놈들이 안에 들어간다 한들 무언가 얻을 성싶더냐?”
검흔으로 기연을 얻을 정도라 한다면 뛰어나다 못해 천재(天才)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수준 높은 검흔이었고, 보통 사람들에겐 그저 벽에 새겨 놓은 낙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검을 갈고닦아 그것을 제 손에 익히는 데 십 년이다. 하나의 무공을 손에 넣고 그것을 제 몸에 익히는 데는 평생도 부족하다.”
“그…… 그렇습죠…….”
장삼태에겐 도무지 와닿지 않는 말이기는 했지만, 일단 단우현이 내뱉는 말이니만큼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준 높은 무학일수록 그것을 완성시키는 데 그보다 긴 세월을 보내야 하거늘, 너희들의 수준으로 그것을 본다 하여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을 거다.”
“그렇다면 무림맹주나 현 마교의 사도학은 어떻습니까?”
“사도학?”
“오황의 일인이자 마교의 정점인 마황입니다.”
“마……황?”
“예.”
단우현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오황이라는 것이 별호가 어째 이상하기 짝이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예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어느 놈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배꼽 잡고 자지러질 거다.
“그들이라면 기연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 저희들이 지금은 알지 못해도 훗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수련이나 하거라. 운이 좋다면 그 기연이 너희들에게 닿을 수 있을 테니까.”
피식 하며 단우현은 웃었다.
이들은 기연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제법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사람을 놀리는 것이 이리도 신이 나는 것인지 또 처음 알았다.
그는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은 채 차를 들이켰다.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곳에 가지 않는다 결정을 하였으니 번복할 일은 없을 거다.
“그래도 안타깝기는 합니다. 볼 수 있었는데 말입죠.”
“뭘 말이냐?”
“삼천(三天)의 유해 말입니다.”
순간 차를 들이켜던 단우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눈동자가 빠르게 장삼태를 향했고, 그것은 곧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털석-!
“어…… 어…….”
장삼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단우현의 살벌한 눈동자와 마주하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 힘이 빠지며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숨이 턱턱 막히며 입마저 메말렸다.
“뭐라 하였느냐?”
“사, 사…… 삼천, 이라고…….”
“그들의 유해?”
“에…… 예, 그…… 그곳에 삼천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있다고…… 드…… 들었습니다.”
장삼태는 덜덜 몸을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많은 모습을 보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다. 저 눈빛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며, 이렇게까지 두려움을 안겨 준 적도 없었다.
권무진 또한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장삼태처럼 주저앉지는 않았으나 떨리는 손을 억지로 갈무리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냉랭하기 짝이 없는 그의 눈빛과 이 기세는 전설로만 듣던 심즉살(心卽殺)의 경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이, 이번에 찾은 무신의 비동에서…… 삼천의 유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태공진과 마교의 천무광…… 그리고 남주련의 유해가…… 그래서 더 난리고요…….”
장삼태가 힐끗 단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살짝 기세가 죽기는 하였지만 저 살벌한 눈빛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그 이름이 나올 때마다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두렵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고 싶다.
공기마저 탁하게 변하고 바람의 흐름마저 끊겼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떨어졌다.
탁-!
이윽고 단우현이 잔을 내려놓는 순간, 끊어졌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흐름을 되찾고, 가라앉은 공기가 되살아났다.
너무나도 기이한 현상에 두 사람은 할 말조차 잃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가 보자꾸나…… 군자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