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3
“하아…… 진짜,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호북을 향해 길을 가고 있는 일행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빠른 대로를 향해 가지 못하니 작은 길을 통해 마차로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다 보니 피로감과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보름을 이동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길을 통해 가다 보면 원치 않는 만남이 이뤄지기도 하는 법이다.
“하아…….”
순간, 마차를 몰고 있던 장삼태가 한숨을 쉬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마치 무언가를 본 것마냥 인상을 찌푸리고는, 힐끗 남궁소혜를 돌아봤다.
그녀 역시 미간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아마도 같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
“한 열 번은 넘은 거 같은데?”
“진저리가 나네요, 정말…….”
두 사람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순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느닷없이 십여 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들은 마치 길을 가고 있는 마차를 멈춰 세우려는 듯 보였다.
“거기 서라-! 이 길은 우리 감추, 커억?!”
커다란 박도를 들고 있는 산적이 멋드러지게 모습을 드러내며 호쾌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우렁찬지 산 전체가 쩌렁쩌렁할 정도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삼태가 마부석에서 몸을 날려 안면을 깨 버리니, 얻어맞은 산적은 그대로 고꾸라져 바닥으로 처박혔다.
엎어진 산적이 바닥에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요즘 뭐 이리 산적이 많은 거야?”
“최근 무림이 흉흉하니까 치안이 안 좋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때 남궁소혜가 슬그머니 손을 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주위로 십여 명이나 되는 산적들이 어이없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장삼태가 우두머리의 안면을 깨부수는 순간, 함께 몸을 날린 남궁소혜가 주변을 제압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을 제압했다고는 하지만 경공이 가장 빠른 장삼태의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면 남궁소혜의 솜씨가 보통을 넘어섰음이 느껴질 정도다.
“허허, 정말 많이도 보는구나. 평생 볼 산적, 도적들을 다 보는 것 같지 않으냐.”
그때 남궁천이 작은 탄식을 터트렸다.
무림의 치안이 좋지 않다.
무림맹과 천도회가 날뛰는 천지교를 신경 쓰고 있으니 그 틈을 타 곳곳에서 산적들이 나타나고 도적 떼가 들끓는다.
하나의 현에 한 곳밖에 없는 관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이니 기세등등한 산적, 도적들이 날뛰고, 당하고 빼앗긴 이들이 또 먹고살기 위해 칼을 들고 같은 짓을 벌인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 좋은 꼴이다, 이것아. 정파가 둘로 쪼개지니 지랄도 이런 지랄이 따로 없네, 쯧쯧.”
“허허허- 마교가 이보다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네.”
“뭐라고?! 우리만큼 조용한 곳이 어디에 있다고?!”
“듣자니…… 마교가 옛만 하겠는가? 자네가 없으니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말일세.”
순간, 사도학의 볼살이 파르르 떨려 왔다.
휙 시선을 돌려 무림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남궁소혜를 쏘아보니 그녀가 시선을 돌리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흐…… 흥! 그래도 이런 잡것들이 난리 치진 않지. 얼마나 힘이 없으면 산적이 들끓을까? 안 그러냐, 삼태야?”
“엑? 뭐…… 그런, 겁니까? 저는 잘…….”
순간, 장삼태가 당황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럴 땐 되도록 말을 아끼는 편이 좋다.
누군가의 편을 들어 주는 순간, 어느 한쪽에게 박살이 나는 건 매한가지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단소미를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너는…… 뭐 하는 거냐?”
“저쪽에…… 뭔가 보이는데요?”
단소미가 슬쩍 시선을 위로 주며 무언가를 바라봤다. 어렴풋이긴 하지만 건물과도 같은 것이 슬쩍 보이었다.
아마도 산채가 아닌가 싶었다.
그것을 확인한 단소미가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눈빛에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세상 마음 착한 아이이니 만큼, 혹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일 테지. 하여,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 확인해 보거라.”
“네! 다녀올게요.”
싱긋 웃음을 지은 단소미가 움직이니 곁에 있던 남궁소혜 역시 자연스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찌 보면 보모를 보는 듯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자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단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보듬어 주는 것을 보고 있자면 모녀 관계 같은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었다.
단우현은 그것을 지켜보며 웃음을 짓고는 쓰러진 산적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품을 뒤져보니 전낭 주머니가 두둑하다.
제법 많은 돈을 벌어 놓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여비가 더 늘었군. 좋은 일이야.”
“늘어나면 뭐 합니까? 쓰지를 못하는데…….”
장삼태의 말에 단우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나같이 불만이 많다.
원해서 그리된 것도 아니고, 그리되었다 한들 꼭 나쁜 쪽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는 법이다. 앞일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 사는 인생이 아니던가?
“걱정하지 마라. 곧 쓸 곳이 있을 테니.”
“허허. 그래, 가주의 말이 맞지. 조금만 더 가면 큰 마을이 있으니 가 보면 되지. 안 그런가, 가주?”
뜬금없는 한마디에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그런 일을 벌이고도 당당하게 마을로 들어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인간들밖에 없을 거다.
하긴,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겠지?
그럼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건가?
혹시 모르니 저잣거리에 가서 질 좋은 소금과 향신료를 사 둬야겠다 생각했다. 또, 객잔에 들러 가장 맛있는 요리를 있는 대로 시켜 먹을 것이다.
장삼태는 주먹을 불끈 쥐며 그리 다짐했다.
“그래도 뭐, 저놈은 못 가지?”
“예?”
“아니, 네놈 용모파기가 제일 확실할 거 아냐? 악적이니 뭐니 하면서 달려든 놈이 있으니까.”
“……? 그…… 그래서요?”
“그러니까 네놈은 마차를 지켜야지. 함께 가면 우리까지 말려들 거 아니냐.”
“허허허- 미안하게 되었네. 내 좋은 술과 음식을 사 올 테니 잠시 기다리게나.”
장삼태는 순간 말을 잃었다.
얼빠진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지금 뱉어진 말들이 전부 사실이냐? 하는 눈빛을 보내자 그가 아무런 말 없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시벌! 장난치나, 진짜!?”
장삼태의 외침이 산속 곳곳으로 멀리 뻗어지는 것과 동시에 퍼억! 하며 수박 깨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뭐라 감사를 해야 할지…….”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단소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같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된 일을 당한 것인지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했다.
그들은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찰나에 단소미가 나타나 갇혀 있던 옥사의 문을 열어 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여,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게 감사를 하실 필요는……. 다른 분들이 다 하신 건데요. 전 그냥…….”
하지만 고개 숙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소 불편한 것인지 단소미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모든 것은 장삼태와 남궁소혜가 했다.
가장 위험한 산적들을 제압한 것이 두 사람이었으니 응당 모든 공은 두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처음, 단우현이 시켜 산채에서 사람을 구해 낸 직후부터 지금까지 재주는 두 사람이 하고, 감사의 말은 단소미가 듣고 있다.
그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힐끗 남궁소혜를 바라보니 그녀 역시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럴 땐 뭐라 한마디 거들어 주었으면 하지만 단우현이나 남궁소혜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어…… 어쨌든 무탈하셔서 다행이에요. 산채에 있는 돈과 먹을 것들은 마음대로 하셔도 괜찮아요.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그리고 또…….”
“아니…… 그런 것까지 저희에게……. 구해 주신 그것만 해도 감사한데…….”
“그러게 말이에요.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저희는 정말…… 흑……. 그런데도 재물과 먹을 것까지 주시다니…….”
단소미는 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런 것은 지약이 잘하는데, 이 자리에 없으니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감사를 받고 있는데, 왜 이리 불편하단 말인가?
저 사람들의 눈빛 보이나?
존경과 경외심이 가득 담겨 있으며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빛과 표정들이다.
몹시 부담스럽다.
껄끄럽다.
단소미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벌써 저런 눈빛과 표정의 사람들만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본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아……! 하…… 하다못해 존함이라도!”
“조…… 존함이라니?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호호호.”
단소미는 서둘러 남궁소혜를 이끌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급하게 산채를 벗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뒤에서 사람들의 감사 인사가 쩌렁쩌렁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단소미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그들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멀리서 들려왔다.
그제야 단소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호, 곧 있으면 무림 영웅이라고 소문이 나겠어.”
“언니는 참! 그렇지 않다니까요. 더군다나 다 아저씨랑 언니가 한 건데…… 저는 한 게 없어요.”
웃음 짓는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단소미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단순히, 사람을 구해 주는 일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지나치게 띄워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딱히 그런 것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다들 죽음 앞에 서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네가 와서 손을 내밀어 준 거야. 당연히 고마운 마음이 들겠지.”
“그건 알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건 부담스러워요.”
“호호호- 언젠가는 익숙해질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 여기면 안 되는 거지.”
“하, 하하…… 이걸 당연하다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깨가 축 처진 단소미가 힘 빠진 웃음을 지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있다면 만나 보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