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4
“크흐으…… 아직도 골이 울리네.”
“내참…… 그 상태로 살아난 것만으로 대단한 겁니다.”
강상춘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신선객잔에서 여인을 구해 내기 위해 기세 좋게 달려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느닷없이 객잔이 무너지며 그 잔해에 깔린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골을 가격한 것 같기는 했는데,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 탓에 무엇에 얻어맞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뭐, 몸 성히 살아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필 그때 지진이 일어날 게 뭐람…….”
“지, 지진이라고요?”
“그래, 지진. 그것 말고는 답이 없잖아. 안 그래?”
금대길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상춘을 바라봤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무인이 무공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확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성자일 수도 있고, 혹은 그보다 높은 교주 같은 사람들의 짓 말이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금대길 역시 마찬가지다.
사내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객잔이 무너져 내렸으니 이는 자연적으로 일어났다기보단, 사람의 힘으로 인해 벌어졌음이 명확했다.
그러나 강상춘은 그것을 쉬이 믿지 않는다.
“아니, 소문주님…… 정말로 사람이었다니까요?”
“예끼! 네놈도 날 놀리지 마라. 사람 힘으로 그 큰 객잔을 무너트린다는 게 말이 될 성싶으냐?”
금대길은 식은땀을 흘렸다.
눈으로 보고, 직접 몸으로 겪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다. 철권문이라는 작은 우물 안에 있었던 탓에 무림이라는 거대한 바다 따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돌아가지 않고 이 호북과 호남의 경계에 있는 마을에 들른 이유도?
“혹…… 시…… 아직도 그 소저들을 구해 내려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당연하지 않으냐? 나는 보았다. 세뇌에 빠져 흐리멍덩해진 그 여인의 표정을 말이다.”
강상춘은 질끈 눈을 감고 단소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세상 많은 미인을 보았지만 그처럼 순박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또 처음이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은 그 커다란 눈망울은, 반드시 자신이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진짜 세뇌당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금대길은 두 여인을 떠올렸다.
아무리 봐도 누군가에게 현혹되거나 혹은 세뇌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표정 변화도 완벽했고, 강상춘을 오물 쳐다보듯이 바라보던 시선 또한 말이다. 그런 표정과 감정을 드러내는 이가 누군가에게 현혹 혹은 세뇌가 되었다라?
쉬이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다.
뭔가 일이 꼬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대로가 아닌 소로를 탔을 테니 이 마을을 반드시 들를 거다.”
“어디서 그런 확신을…….”
“봐라,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잖아?”
금대길이 힐끗 주변을 둘러봤다.
손에 무기를 든 무인들이 상당히 많다. 하나같이 용모파기와 같은 것을 손에 들며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해 보고 있었다.
천지교의 사천황, 마성자를 붙잡기 위해 찾아온 자들이다.
“그런데 그 천지교라는 놈들이 얼마나 악랄하면 사람들이 이 난리일까요? 우리 정말 위험한 거 아닙니까?”
“아, 진짜! 사내놈이 이렇게 간이 작아서야, 원. 괜찮다니까. 그래 봐야 일개 종교 집단 아니냐?”
그 일개 종교 집단에 두들겨 맞고 실신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모르긴 몰라도 객잔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실신한 이들의 수를 세어 본다면 최소 스무 명은 넘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일개라고 취급할 수 있는 건, 무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강상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나쁜 놈들인 건 맞잖아? 그럼 된 거다. 이 강상춘 님이 확실하게 그 여인들을 구해 줄 테니까.”
“어이구야…… 영웅 나셨네…….”
“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금대길은 슬쩍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뭐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객잔에서 보았던 한 사내의 모습이 뇌리에서 잊히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는 그 순간.
느닷없이 강상춘이 걸음을 멈췄다.
“저건……?”
이윽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 * *
“사람들이 엄청 많네…….”
단소미는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칼을 찬 무인들이 사방을 경계하고 있고, 그들이 쥐고 있는 용모파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장삼태의 것이 확실해 보였다.
처음부터 장삼태를 향해 악적이니 뭐니 하였으니 그의 용모파기가 그려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를 마차에 두고 온 것이 정답이었다.
“거기! 거기 기다리시오, 소저-!”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깜짝 놀란 단소미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시선을 돌리자 처음 보는 사내가 헐레벌떡 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다가와 멈춰 선 그 사내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헉헉…… 드, 드디어 찾았네.”
“네?”
“소저! 나를 모르겠소? 장가계에서 그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지 않았소?”
그런 일이 있었던가?
단소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정신없는 일이 벌어졌던 곳인지라 많은 일이 머릿속에 담겨 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사내에 대한 기억은 아무리 끄집어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잘 만났소. 지금부터 내가 소저를 보호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네?”
뜬금없는 말에 단소미가 당황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상춘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더욱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의 거친 손이 단소미의 손목을 부여잡기 직전.
단소미가 손을 들어 올리며 반보 뒤로 물러섰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요. 저는 그쪽을 알지 못하고, 보호받을 생각이 없답니다.”
“그게 바로 그 악적에게 세뇌를 당해서 그런 것이오, 소저! 내 반드시 소저의 세뇌를 풀 방도를 마련할 테니 어서 내게 오시오.”
강상춘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닌 금나수를 펼쳤다. 확실하게 제압을 하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휙-!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
“…….”
강상춘이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교묘하게 금나수를 섞은 탓에 그 경로를 쉬이 예측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휙!
“큭?!”
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기를 쓰고 손을 뻗어도 단소미의 손목을 붙잡을 수가 없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비켜 나가니 강상춘의 입장에선 미쳐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소저! 자꾸 이러면 부득불 힘을 쓸 수밖에 없소!”
“아하하……. 그…… 누구인지도 모르는 분에게 보호를 받을 생각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단소미는 조금 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표정과 눈빛에 경멸이 가득했으나, 그것을 차마 드러내지 않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어쩔 수 없이 손을 쓰겠소-!”
강상춘이 달려들었다.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며 보법을 펼치며 파고들었다. 단숨에 주먹을 뻗어 단소미의 복부를 노렸는데, 이는 타격을 주어 혼절을 시킬 요령인 것 같았다.
하지만.
수월하게 보법을 밟고 움직이던 그의 발이, 느닷없이 돌부리에 걸리며 균형을 잃었다. 동시에 온몸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퍼어억-!
“아…….”
“끄어어억…….”
“소…… 소문주님!?”
단소미는 엎어진 강상춘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얼굴이 땅에 붙어 있는데, 시뻘건 피가 줄줄 새어 나오며 바닥을 적셨다.
코가 깨진 듯 보였다.
물론 코만 깨진 게 아니라 입도 터졌을 거다.
꽤 험한 소리가 들렸으니까.
단소미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의방에라도 데려다주어야 하나 싶었으나, 곁에 다른 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그럼 실례할게요.”
급하게 시선을 돌리며 총총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단소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혼자 장을 보러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따라오려는 두 노인을 만류하였는데, 지금 보니 그들의 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강상춘을 뒤로한 채 서둘러 길을 걸었다.
하지만 재촉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 컸던 것인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아! 죄송해요.”
“…….”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내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내가 씩 웃었다.
“괜찮소. 고작 이런 일로 고개 숙이지 마시오.”
그 순간, 저잣거리 곳곳에서 작은 탄성이 들렸다.
이는 눈앞에 있는 사내 때문이다.
세상 그 어떤 남자를 가져다 놓는다 한들 이만한 외모를 지닌 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은가? 사내를 본 여인이라 한다면 무릇 감탄을 터트리고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다.
그런 이가 웃음을 지으니 여인들의 탄성이 나올 만했다.
하지만 단소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멀뚱멀뚱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그녀 역시 싱긋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 그래요? 그럼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잠시 기다리시오.”
“……? 무슨 일 있나요?”
사내는 잠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지그시 미간을 눌렀다. 수많은 여인을 만나 보았지만 단소미와 같은 반응을 하는 이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소…… 소저-! 기다리시오!”
그러나 상황은 사내를 도와주지 않았다.
느닷없이 들려오는 강상춘의 목소리에 기겁한 단소미가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총총걸음으로 어찌나 빠르게 달려 나가는지 어느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사내가, 어느새 사라져 보이지 않는 길 속에서 단소미의 그림자를 찾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신기한 일이 다 있군.”
-잡아 올까요?
“아니, 되었다. 내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지. 그보다 지금은 다른 일이다.”
사내는 단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소 못마땅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사라져 버린 여인의 뒤를 쫓아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강상춘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기분이 상했는가?
앞만 보고 달리는 멧돼지와 같은 그 모습을 확인하며 저도 모르게 발을 걸어 버렸다.
퍽!
“꾸웩!”
순간, 강상춘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꾸물거리며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번에는 충격이 좀 컸던 모양이다.
“소…… 소문주님?!”
뒤에서 다른 이의 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정작 이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사내는, 누가 달려오며 소리를 치든, 엎어진 강상춘의 코에서 줄줄 피가 새든 말든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인상을 썼다.
“제길…… 도대체 어떤 놈이 내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것이야? 그것만 아니었어도…….”
-속히 알아 오겠습니다!
“당장 가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사내, 아니 마성자 추작한의 입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