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8
가장 첫 목적지라 할 수 있는 곳은 호북의 무당산이다. 천하무림의 본산이라 불리는 소림과 함께 정도무림의 기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정도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곳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여, 죄를 저지르거나 수배를 받는 이들에게 있어선 지옥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으음…….”
마차를 몰고 있는 장삼태는 주륵주륵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갓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수상한 이임을 강조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마부석 뒤에 있는 일행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말을 몰고 있는 이보다 보이지 않는 다른 이들이 더 궁금한 모양이다.
“어휴…… 살 떨리네, 진짜.”
“죄지은 것이 없으면 당당해라.”
“아니, 장주님! 저놈들은 전-부, 제 목을 노리고 온 놈들이라고요?!”
장삼태가 함께 마부석에 앉아 있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목소리가 저들에게 조금이라도 들린다면 큰 곤혹을 치를 것임을 알기에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
한둘이 덤비는 것이야 무섭지 않다.
하지만 떼로 덤벼내면 누가 감당을 할 것인가?
그렇다고 단우현이나 다른 두 늙은이가 도와줄 것 같지 않으니만큼, 홀로 그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죽을지도…….
아직 어린 두 자식과 매향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제길……. 따라나서는 게 아니었다.
“기다리시오!”
그때 누군가 마차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수 명의 사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차 주변을 둘러쌌고, 그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와 힐끗 단우현과 장삼태를 바라봤다.
“천도회 호북 지부에서 나왔소.”
“그런데?”
단우현 역시 지그시 그 사내를 바라봤다.
덤덤하기 짝이 없는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조차 없다. 마치, 어쩌라고? 라는 말을 내뱉는 것 같기도 했다.
사내가 짐짓 식은땀을 흘렸다.
“천도회에서 쫓는 죄인이 호북에 들어섰단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오. 미안하오만 저자는 갓을 벗어 얼굴을 드러내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내려 주셔야 할 것 같소.”
“뭐?! 이런 개-”
명령과도 같은 한마디에 장삼태가 울컥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사방에서 칼 뽑히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천도회의 무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으며 장삼태를 향해 겨누었다.
매우 빠르고 정교한 몸놀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단우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누가 보면 천도회가 황제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단체인 줄 알겠군.”
“뭐…… 뭐라?”
“천도회든 뭐든 간에 내 길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말이다.”
단우현의 표정과 시선은 굉장히 냉정했다.
실상, 힘을 가진 자만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림이다. 하여, 천도회라는 배경이 있고, 그곳을 위해 칼을 든 무사들은 이 중원에서만큼은 황제의 권력과 같다.
모든 무림인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여,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이자가 감히 천도회를 모욕하는가?!”
사악!
사내가 순식간에 발검하며 단우현을 향해 칼을 날렸다.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빠른 발검 솜씨는 그자의 실력이 결코 보통이 아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칼날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목을 위협하며 멈춰 서려 하였는데,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오며 검을 뽑았다.
캉-!
“큭?!”
분명, 발검은 사내 쪽이 훨씬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칼날이 어이없이 튕겨져 날아올랐고, 이윽고 몰아친 힘에 의해 몸이 밀려 나갔다.
“아무한테나…… 검을 휘두르다간 목이 온전치 못할 거예요, 당신…….”
사아악-
남궁소혜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바람이 불었다.
말을 내뱉으며 모습을 드러낸 남궁소혜조차도, 이런 자신의 모습이 상당히 멋지게 느껴졌던 것인지 입가에 뿌듯한 미소를 걸었다.
그러나, 불어오는 바람은 폭풍마냥 거셌고, 그녀의 기나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정신없이 휘날려 대기 시작했다.
“…….”
“…….”
멋들어지게 등장한 것과는 다르게 긴 머리카락이 치솟아 오르고, 얼굴까지 집어삼켜 버렸으니 어느 누가 봐도 선녀강림이라는 말보다 귀신강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았다.
“멋지게 등장했군. 귀신강림이라…….”
“귀신 아니구요!”
남궁소혜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이 결코 아니다. 설마, 그 순간에 그런 바람이 불 거라 누가 생각을 했단 말인가.
포옥 고개를 숙인 남궁소혜는, 창피한 나머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시금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광경에 장삼태가 미친 듯이 깔깔거렸다.
“아이고, 배야! 나 죽네, 나 죽어!”
“너도 시끄럽다. 마차나 몰거라.”
사내는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위협이었다고는 하지만 마차 안에서 튀어나와 뻗은 검이 먼저 들어갔던 그의 검을 쳐 내는, 말도 안 되는 쾌검.
어느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그 상황조차, 저들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신경조차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보통 놈들이 아니다.
꿀꺽-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가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검문조차 하지 않고 보내 주게 된다면 천도회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다 보니 사내는 이들을 곱게 보내 줄 수 없었다.
“큭…… 당장……?!”
“주…… 주군 아니십니까! 어찌 이런 곳에?!”
그때 어디선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가 저도 모르게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현재 의창에서 저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악양의 현령이자 영웅.
홍원창이 아니던가?
그가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허겁지겁 달려와 단우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주군입니까? 이게 꿈은 아니죠?”
“오랜만이구나.”
“하하-! 인사드린 지가 벌써 일 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자자, 이런 곳에 계시지 말고 저쪽으로 가시죠.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쪽이 좋겠군.”
단우현 역시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 만남이 결코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때 마차의 문이 열리며 단소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아저씨, 안녕하세요?”
“소…… 소미 아니냐?! 너도 있었구나. 하하하! 이 아저씨가 오늘 복덩이를 만났구나, 복덩이를!”
무엇이 그리 좋은 홍원창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마치,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걱정거리를 이제야 떨쳐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표정은 물론이며 눈빛마저 들떠 있음이 보였다.
“어서-! 어서 가시죠! 제가 오늘 크게 한턱내겠습니다. 하하하-!”
홍원창이 크게 웃음을 지으며 마부석 위로 올라섰다. 자연스레 단우현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여지것 멈춰 있던 마차가 서서히 출발을 시작했다.
“…….”
“이거…… 뭡니까?”
그러한 광경에 천도회 사내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찌릿했던 긴장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느껴지지 않고, 칼을 뽑은 이들은 그것을 거두지 못한 채로, 떠나가는 마차를 바라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홍원창의 거처는 의창 현령이 사용하던 장원이다. 때문에 의창에서 가장 크고 거대하며 웅장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커다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무수히 많은 산해진미가 차려지기 시작했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요리는 물론이며 쉽게 찾을 수 없는 것까지. 또, 단소미의 입맛에 맞춘 것까지 하나하나 따져 보자면 그 수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을 것이다.
홍원창이 단우현에게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제가 얼마나 주군을 보고 싶었는지 모르실 겁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아부하는 사람마냥 홍원창은 가장 비싼 술을 사 와 조심스레 단우현의 잔에 따랐다. 이후 방긋방긋 웃음을 지으며 두 노인의 잔을 채웠다.
“네가 날 보고 싶을 때는 언제나 곤란한 상황이었을 때지.”
순간, 홍원창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이내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표정을 지웠는데,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하여 그의 생각이 너무 쉬이 읽혔다.
남궁천이 혀를 차고 사도학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홍원창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둘이 아니던가.
“헤헤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째, 점점 삼태랑 비슷해지는구나.”
“허허, 나잇값 좀 하게나.”
홍원창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힐끗 밥을 먹고 있는 장삼태를 바라보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한껏 인상을 찌푸린 장삼태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뭐? 하는 듯한 표정을 드러내자 홍원창 또한 불쾌감을 숨기지 못한 채 입꼬리를 들썩였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다.
왜 그때 옥에 처넣지 않았는지 후회막심이다.
“그런데…… 저놈은 왜 있는 겁니까? 집에 애도 있을 텐데……?”
“커큼! 나한테 왜 그리 관심이 많으쇼? 신경 끄고 삽시다, 우리.”
“하하하- 나는 그저 궁금해서 그런다네. 설마…… 마누라, 애 버리고 나온 것은 아닌가 해서 말일세.”
“……에, 에이, 다, 다 허락받고 나온 거지, 무슨…….”
장삼태는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다른 것에는 감이 없는데, 이상하게 장삼태의 일 만큼은 감이 날카롭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댁은 여기 왜 있는 거요? 또 뭔 사건이라도 맡았나?”
장삼태의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옴과 동시에 홍원창이 반짝 눈을 빛냈다.
순간, 남궁천이 미간을 짚었고, 사도학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내 두 사람의 눈이 날카롭게 변하며 장삼태를 향해 쏟아졌다.
“모지리 같은 놈이, 진짜…….”
“허허……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어서야, 원…….”
“아니, 내가 뭘 했다고요!?”
“됐다. 시끄러우니 언성 높이지 마라.”
단우현 역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굳이 물을 필요 없는 것을 물어본 장삼태나, 어떻게 해서든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홍원창이나 단우현이 보기엔 매한가지인 놈들이다.
단우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잠시 용무 차 들른 거…….”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홍원창이 슬그머니 손가락 다섯 개를 쥐었다 폈다. 그것을 본 순간 남궁천과 사도학이 아연실색하였고, 단우현은 느닷없이 말을 멈추었다.
이내 지그시 홍원창을 바라보자 그가 다시 한번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았다.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역시 주군! 저를 생각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지랄도 풍년이네, 진짜…….”
“허허허……. 돈은 귀신도 부린다 하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구만.”
두 노인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천하의 무신이라는 놈이, 돈 앞에 무릎을 꿇다니? 평생을 써도 남을 재산을 모아 두고도 아직도 모자라다 생각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