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49
어두운 밤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주변에는 습기가 가득하고, 바람마저 격렬하게 불어왔다. 마치 한차례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느낌이 확연했다.
때문인지 밤은 더욱 어둡고, 작은 소리조차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퍽퍽-!
장삼태는 이를 갈며 주먹을 휘둘렀다.
달려드는 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하나를 잡으면 또 따라붙고, 그것을 피하면 옆에서 치고 들어온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게 몰려들고 있었다.
“아-! 니미! 언제까지 쫓아오는 거야?!”
“저희가 다 잡히든가 다 죽을 때까지겠죠.”
남궁소혜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마치 손속에 사정을 두는 것처럼 검을 뽑지 않은 채 움직였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장삼태의 두 배는 잡아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대로 날이 샐 때까지 싸움을 계속한다면 결국 끝까지 서 있는 것은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상대는 고수요! 확실히 경계해야 할 것이오!”
“합공을 펼칩시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남궁소혜는 아연실색했다. 반 시진가량 산을 타고 있는데, 쓰러트린 이들의 수만 하여도 서른은 가볍게 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몰려드는 데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고 있음에도 오히려 더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 같았다.
이리도 끈질긴 이들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퍼퍼퍽!
“아! 영감님들 어떻게 좀 해 보세요! 특기잖아요, 이런 거!”
뻘뻘 식은땀을 흘리는 장삼태가 두 노인을 향해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나서기만 한다면 빠르게 사태를 정리할 텐데도, 뒤에 단소미를 지키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것도 다-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으면서 뭐 그리 힘들다 지랄지랄이냐?”
“도대체 몇 년 전 이야기를 하십니까요!? 그리고 그때는 젊었어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도학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 주변으로 수많은 이가 널브러진 채 신음을 삼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자신이 언제 처맞고 누웠는지 알지 못하는 눈치다.
그만큼 사도학과 남궁천의 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허허- 하지만 정말 끝도 없이 몰려드는구만.”
삭-!
그때 어디선가 기척이 들렸다.
순간적으로 미간을 꿈틀거린 남궁천이, 슬쩍 검갑을 뻗었다.
퍼억-!
“컥?!”
허공에서 갑작스레 등장 이가 복부를 얻어맞고 땅으로 추락했다. 완벽했다 믿은 기습이 실패했다는 것을 아직 인지조차 하지 못하였는데, 휘둥그레 눈을 치켜뜬 채 바닥을 뒹굴었다.
퍼억!
“끄아악!”
이내, 사도학이 소리를 지르며 뒹구는 사내를 확인하고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 안면을 후려쳤다. 분명 힘이 들어가지 않은 일격임이 틀림없는데도, 사내는 괴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저기…… 저는 괜찮으니 아저씨와 언니를 도와주세요.”
“허허, 저 아이들도 괜찮을 게다. 우리는 조금 더 올라가 볼까?”
“그래도…….”
단소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장삼태와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여기저기에서 덤벼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기는 했으나, 끝도 없이 몰려드니만큼 결국엔 지쳐 나가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럴 땐 도와주어야 하지 않은가?
단소미가 굳은 결심을 하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삭-!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이가 단소미의 앞에 멈춰 섰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고, 이러한 경험이 없는 단소미에겐 기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사내의 검이 휘둘러지는 그 순간.
콰르륵!
“끄악?!”
느닷없이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며 휘두른 검에 내리꽂혔다. 바들바들 몸을 떤 그가, 어떤 짓도 하지 못한 채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노…… 놀래라…….”
단소미는 그것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곁에 두 노인이 있기에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칼이 눈앞에서 날아드는 것은 여전히 끔찍한 느낌이다.
“괘…… 괜찮으세요?”
“끄어…… 어어어.”
단소미가 다급하게 시커멓게 타 버린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다행히 신음을 흘리는 것을 보니 용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듯싶다.
“괜찮아…… 보이네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는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생각했다.
“불쌍한 놈 같으니…….”
“그냥 맞았으면 좀 나았을 것을……. 허허.”
사도학과 남궁천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폭풍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조용했던 낙뢰가 갑작스레 떨어졌다.
하필 그 순간에.
하늘이 저 아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남궁천은 너털너털 웃음을 지었다.
하여튼, 그놈의 천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아이다.
그때 풀숲이 들썩이며 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에는 영 흥미가 없는 것인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단소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니가 지킨다고?”
크릉-
사도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백호를 바라봤다.
영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는 하나, 고작해야 짐승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었던 탓이다.
“그럼 데리고 먼 곳에 가 있거라. 여기는 좀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엣?!”
느닷없이 들려오는 사도학의 말에 단소미가 깜짝 놀라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남궁소혜와 장삼태를 도와야 하는데, 멀리 가 있으라니?
그것은 곧,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았다.
“자, 잠깐만요, 저도!”
“놀다 오거라-”
사도학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 * *
일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는 제대로 맞춰져 가던 것들이, 어느새 틀어져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오백 명이 되던 무림인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 가고 있다.
산길이 워낙 험한 데다 놈들의 수가 적으니 찾는 것만으로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운 좋게 놈들을 발견하면 각개격파되어 버리니만큼, 아무리 수가 많다 한들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
“어찌 이런……!”
“어찌할까요?”
추작한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를 갈았다. 천지교를 제거하자 들고 일어선 정도무림인들이, 하등 쓸모가 없다.
오히려 그 안에 섞여 있는 교도들이 더 많은 희생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뭐 하는 것들이기에…… 큭!”
추작한은 이 상황에 기이함을 느꼈다.
고작해야 여섯 명이다.
이쪽은 수백이 될 것이고, 아무리 오합지졸이 끼어 있다고는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은 그러한 격차조차 덮어야 함이 맞다.
하지만 주변을 봐라.
누워 있는 이들만 벌써 백여 명이 넘었다.
정도무림인들은 물론이고, 그 안에 섞여 바람잡이를 하고 있던 천지교의 교도들까지, 무당산을 오르며 쓰러진 이들의 수를 전부 합한다면 절반은 당했을 것이다.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말인가?
추작한은 놈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계집아이가 백호의 등에 타고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놓친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앞에 그 빌어먹을 자식이 있다.
“아이고, 나 죽겠네, 진짜!”
“입 좀 나불거리지 말고 싸워요, 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 계집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그놈은, 척 보아도 상당히 지쳐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흐르는 땀을 보아도 그러하고, 숨을 헐떡이는 것까지 말이다.
결국, 그의 계획이 완벽히 틀어진 것은 아니다.
“전부 모아라. 한 번에 뚫고 올라간다.”
“예!”
사방팔방 퍼져 있는 교도들을 한곳에 모아 단숨에 밀어붙인다. 제일 먼저 빌어먹을 자식을 베어 버리고, 백호를 쫓아간다면 틀어졌던 모든 상황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삐이이이이익-!
이내 호각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교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작한은 칼을 쥐고 기세를 풀어 헤쳤다.
여기서,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어 낸다. 치욕스레 당한 모든 것들을 되갚아 주고, 놈의 앞에서 일행들을 찢어 죽이는 것으로 모든 복수는 완성이 될 것이다.
추작한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호흡을 골랐다.
이내, 길게 한숨을 쉬며 그간 쌓아 놓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죽여 버리겠다. 반드시!”
* * *
“저, 저건 또 뭐야?”
장삼태는 갑작스레 몰려드는 소리에 기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한 사내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놈들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같이 그 기세가 만만치가 않다.
“아-! 시발 또 뭐야, 대체!”
“하아-”
거칠게 욕을 뱉으며 남궁소혜를 바라보자 그녀 역시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삼태 보다 훨씬 많은 수를 제압하였고, 그만큼 움직였던 탓이다.
“뭘 하는 거냐? 똑바로 봐야지. 칼 맞겠다, 이놈아.”
“아, 좀 도와 달라고요!”
“으하하! 이놈아, 우리가 저런 애송이들 상대할 나이더냐?”
사도학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도와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으나 굳이 손을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귀찮은 일이라 여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역시 하나의 훈련이라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노인은 느긋하게 한 곳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금 앞을 바라봤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앞에 있는 사내다. 어찌나 살기가 매섭게 요동치는지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다.
“어? 저놈은?”
“아는 사이에요?”
남궁소혜의 물음에 장삼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얼굴을 어찌 잊겠는가?
하나밖에 없던 감자를 놈의 얼굴에 짓뭉개 줬는데.
“그 왜, 있잖습니까. 매번 습격을 해 왔다고 했던…….”
“아…… 그 모지리 말이냐? 그런데 얼굴 한 번 참, 가관이구나.”
사도학이 시선을 돌려 장삼태가 가리킨 추작한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왔고, 그 얼굴이 확연하게 드러나니 흉측한 피부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러게 말입니다요. 처음 봤을 때는 엄청 곱상했는데…….”
그리고 내뱉은 장삼태의 한마디가 조금 크게 울려 퍼졌다. 다가오고 있던 이들조차 듣지 못한 이가 없을 정도이니 추작한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개…… 개자식이?!”
“하하- 완전 계집애처럼 생겼었다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뭐 저래?”
“죽어 버려, 개새끼야-!”
이내, 추작한이 검을 휘두르며 극성의 공력을 쏟아부었다. 뻗어 나간 검강이 매서운 속도로 나아가 장삼태를 덮쳤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