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0
쾅-!
날아든 검강은 정확히 장삼태를 향해 쏟아졌다. 어찌나 강맹한 힘이 실려 있는 것인지 휘두르는 순간 그 힘을 짐작게 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거센 폭음과 함께, 뿌연 먼지가 자욱하게 떠올랐다.
“하아, 하아, 하아…….”
추작한은 그 광경을 눈에 새기며 입술을 이죽거렸다.
모든 내공을 쏟아부은 한 수다.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몰아쳤고, 목표를 완벽하게 적중시키며 천지교 사천황의 위엄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그 개자식을……!
“아-! 시발! 뒤질 뻔했잖아!?”
“이 모지리 같은 놈아. 경공은 뒀다 국 끓여 먹을 심산이냐?”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추작한이 부들부들 입꼬리를 떨었다. 극성의 내력을 발휘해 쏟아 낸 검강이다. 모든 것을 걸었으니만큼 어느 누구도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여겼다.
하지만 뭔가, 이 소리는?
멀쩡하다 못해 조금의 타격조차 입지 않은 것 같지 않은가.
추작한은 설마 하며 정면을 바라봤다.
이내, 뿌연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며 상황이 드러났다.
“……?!”
보이는 것은 가면을 뒤집어쓴 노인과도 같은 자다.
시꺼먼 흑의를 입고 있는 그의 주변으로 파괴된 흔적이 역력하나, 그가 서 있는 곳의 뒤로는 그 어느 곳 하나 힘이 닿은 모습이 없다.
“이 무슨…….”
“제법이구나, 꼬맹아. 하하-! 오랜만에 받아 보는 검강인데, 꽤 힘이 묵직한 것이 어깨 두드릴 때 쓰면 딱 좋겠군.”
사도학은 가볍게 손을 털며 웃음을 지었다.
극성의 공력을 쏟아부은 한 수임이 틀림없으나, 어디를 보아도 사도학의 옷자락 하나 잘라 내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추작한의 머릿속엔 장삼태와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부들부들-
몸이 떨려 왔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단순한 검강이 아니다.
교주에게 하사받은 최강의 무예를 펼치며 휘두른 한 수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누구 하나 다친 이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
“허허, 이 사람아. 나서지 않는다 하지 않았는가.”
“계속 보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원…….”
남궁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며 천천히 움직였다. 사도학이 약속을 깨고 나섰다면 그 역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내, 지쳐 있는 남궁소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앉혔다.
“하, 할아버지…….”
“고생했구나, 허허허- 조금 쉬고 있거라.”
“하아- 진작 좀 나서 주시지 그랬어요.”
남궁소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대일이라면 자신 있는 그녀이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수를 계속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녀의 내공 역시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칼날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드니 정신력을 더욱더 갉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남궁천이 힐끗 산 밑에서 올라오는 이들을 바라봤다.
끊임없이 오르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남궁소혜가 힘들어 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이럴 때는 말이다. 겁을 주는 것으로 물러서게 할 수도 있단다.”
“네?”
뜬금없이 내뱉는 말에 노기가 서렸다.
멀리서 보고 있을 때는 몰랐으나 막상 남궁소혜의 상태를 보니 괜스레 울화가 치민 듯했다. 그가 천천히 한 손에 검을 쥐고 공력을 일으켰다.
우우우웅-!
거센 검명과 함께 힘이 웅축되었다.
마치, 조금 전 추작한이 날린 검강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그 힘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었다.
콰콰콰콰쾅-!
이내,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땅이 갈라졌다.
지축이 흔들리며 땅이 파헤쳐지며 뒤집혔다. 무수히 많은 나무가 두부 썰리듯 잘려 나갔으며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며 무수히 많은 파편을 사방으로 뿌려 댔다.
“컥?!”
“으아아악!”
“뭐…… 뭐야, 지금?”
“이, 이런 건 못 들었는데…….”
“괴…… 괴물…….”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보인, 그 말도 안 되는 힘에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고작 사람이 수십 장을 초토화시키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
다가오려던 자들의 걸음이 멈춰 섰다.
“조, 조금 심한 거 아닌가요?”
“허허허- 이 정도는 해야 올라오지 못하지. 안 그런가, 늙은이?”
“흥! 나였으면 모두 죽였을 거다.”
“오해가 있어 벌어진 일인데 죽이면 쓰나. 허허-”
사도학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주변에 수많은 시신을 깔아 공포를 심어 주는 것이다.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놈들은 저쪽하고 다른 것 같은데, 뭐냐, 네놈들은?”
인상을 찌푸린 사도학이 추작한을 돌아봤다.
시꺼먼 그의 눈과 마주하는 순간, 모든 이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냐, 이자들은?
어찌 사람이 저런 힘을 낼 수 있는가?
극성의 공력이 실린 한 수를 가볍게 막아 낸 것도 모자라, 주변 수십 장을 너무나도 쉽게 초토화시키는 광경을 눈에 새겼다.
누가 가능하겠는가, 저런 것이?
천지교의 다른 사천황?
혹은 교주?
아니다.
천지교에서 아무리 대단한 무공을 지닌 이들이 있다 한들, 저만큼의 힘을 지닌 이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신위.
이것이 바로, 반선이라는 경지에 오른 인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저도 모르게 온몸이 굳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바들바들 몸이 떨려 왔다.
압도적인 숫자?
정도무사들을 이용하는 계략?
그러한 것들은 저들 앞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 교주께 알려야 한다…….’
추작한은 그러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교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무림에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발은 떨어지지 않았고, 가면을 쓴 흑의인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다.
“뭐냐니까?”
* * *
무당산이 지닌 수많은 봉오리 중에서도 가장 높고 뾰족한 곳. 그러나 가장 높기에 무당 전체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두운 밤임에도 그런 곳에 오른 단우현은, 자그마한 봉분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나, 태공진이라 하오.
아주 오래전,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한 수를 청하던 모습이 생생했다. 길을 가로막는 이들을 남김없이 죽이는 단우현이었으나, 그 당당함과 여유로움에 차마 목을 베지 않았다.
만약 그때 목을 베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단우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악연도 인연이라 하였지?”
태공진이 언제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다.
악연도 인연이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생각을 해 보면 제 스스로 단우현과 태공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 년 동안 얼음에 갇혀 시간을 보낸 것도, 혈마의 부활과 그로 인한 사투도.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니까.
그것을 알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단우현은 들고 온 술병의 마개를 따며 피식 웃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독한 술 냄새가 퍼져 나갔다.
언제나 술은 화주가 최고라며 독한 술만을 마셨던 태공진을 위해 가지고 온 것이다.
쪼르르- 봉분 위에 그것을 천천히 부었다.
“이제 더는 마실 일이 없을 것 같아 가지고 왔다.”
더는 마주할 일도, 또는 상대할 일도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의 악연은, 이미 십 년 전에 끊어졌으니까.
또한 이곳에 묻혀 있는 태공진의 시신이, 그가 만들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여, 이 모든 행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음 또한 안다.
그럼에도 단우현은 딱히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다.
누군가를 기리는데, 꼭 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네가 가장 좋아했던 봉우리다. 하여, 이곳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남은 인연의 끈을 끊어 내며 단우현은 남아 있는 술을 모조리 부어 냈다. 그의 표정이 조금은 가벼워졌는데,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무언가를 훌훌 털어 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다시 찾아올 일도…… 또 엮일 일도 없을 테지. 하여, 좋지 않은 연을 모두 끊어 내고 가겠다.”
단우현은 이 모든 것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신선놀음에 당해 천 년을 갇혀 있었으나, 그 때문에 단소미를 만났고, 곁에 있는 다른 인연들을 얻었다.
천 년을 묵혀 있는 동안 과거라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살의(殺意)가 사라졌으며 감정이라는 것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단우현의 옛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이 본다면 이는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여,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굉장한 풍경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무당산 전체를 눈에 담았다.
과거, 기억하고 있는 무당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는 했으나 그렇기에 단우현은 현재의 무당산을 다시금 눈에 담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과거를 지워 내고 현재를 담는 듯했다.
때문인가? 내려가는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이내, 그 높은 봉우리에서 내려온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백호가 단소미를 등에 태운 채 모습을 드러냈다.
느긋한 백호의 표정과는 다르게 단소미는 제법 급해 보였다.
“여기까지 와 있었느냐?”
“그, 그게 큰일 났어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구나.”
“이, 이상한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몰려와서……! 그 아저씨랑 언니랑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할아버지들은 그냥 구경만 하고…….”
단소미는 열심히 상황을 설명해 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도저히 이런 것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싶었다.
단우현이 허둥지둥거리는 단소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의 기운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가자 그제야 단소미의 표정이 조금 침착해졌다.
“하아…… 그러니까.”
“좀 진정이 되었느냐?”
“에…… 예, 괘, 괜찮아졌어요.”
단소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은 조금 전까지 허둥지둥거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그런데 저……!”
“……슬슬 가 보는 것이 좋겠군.”
걱정스러워하는 단소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윽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불어 그의 곁을 스쳤다.
“좋은 바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