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2
“뭐라고?”
황금색 장포를 입은 한 사내가, 들려오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하며 말을 건넨 이를 되돌아봤다.
“추, 추작한과 그 수하들이 모조리 붙잡혀…… 현재 무림맹으로 압송 중입니다.”
“하하…… 그걸 믿으라고?”
사내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추작한이 누구던가?
교에서 자랑하는 사천황 중 한 명이다. 비록 무예가 다소 떨어지기는 하나, 그가 가지고 있는 매혹술은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것을 가장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이가 바로 추작한이니 만큼 남녀노소, 그 마성의 매력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결코 질 수가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붙잡혀 갔다?
하하- 하며 웃던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험악해졌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아마도…… 교주께서 받으신 그 서신에 있던 자들이 아닌가 합니다.”
“…….”
사내, 아니 천지교의 교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윽고 그가 슬쩍 손을 들어 올리자 어디선가 서찰 하나가 날아들며 손에 쥐어졌다. 웬만한 사람들은 쉬이 할 수 없다고 전해지는, 허공섭물의 경지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다……?”
교주는 가만히 서찰의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웃기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가 추작한의 별호를 팔고 있고, 그 일행 중 한 계집이 신수 백호를 데리고 다닌다. 하나부터 열까지 믿을 수 없는 말들만 늘어놓았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중원에서 누군가의 별호를 파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하여, 그것은 둘째 치더라도 사방 신수 중 하나인 백호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영물이니 영수이니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중원 바닥이지만 그러한 것을 실제로 마주했다는 이는 생각보다 적다.
하여, 교주마저 보고를 쉬이 믿지 않았다.
“확인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생각합니다.”
“백호…… 백호라…….”
교주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추작한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실세 백호가 존재한다면 어찌 될까?
교주는 슬쩍 고개를 들어 방 안을 둘러봤다.
수백 명이 단번에 들어와도 여유 있을 것 같은 그 공간 안에는, 천지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백호의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다.
“내가…… 진정한 신수의 힘을 품을 수도 있겠군.”
백호가 실제로 존재한다 하여 그것을 붙잡아 교의 상징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언제나 교의 중심은 교주인 자신이어야만 하며 자신이야말로 신수의 힘을 이어받은 특별한 인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추작한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했다.
“어디에 있느냐?”
“……현재, 백방으로 추적 중입니다.”
“찾지 못했다는 건가?”
“예, 무당을 떠난 뒤 종적이 완벽히 사라졌습니다.”
“흐음…….”
교주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종적이 완벽하게 사라지다니?
천지교의 정보력은 현 중원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그것을 피해 사라질 정도라면 보통 놈들은 아닐 것이다.
“찾아라. 모든 교도를 동원해서…… 놈들의 뒤를 쫓아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또 무슨 일이냐?”
교주는 뜸을 들이는 수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러한 녀석의 표정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종종 보여 주던 것이기 때문이다.
“시, 신녀께서…… 그 신수를 찾으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망할 계집년 같으니…….”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교주의 안색이 더욱 험악해졌다.
천지교를 양분하는 두 세력.
교주를 따르는 세력과 신녀를 따르는 세력.
처음 천지교를 세웠을 당시에만 해도 교주와 신녀, 이 둘을 기반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점점 세력이 늘어나고 힘과 영향력이 생기니 어느 순간부터 패가 둘로 갈라져 힘이 양분되었다.
물론 교주의 세력이 압도적인 나머지 신녀의 세력이 무언가를 할 수는 없겠으나, 만약 그 계집년이 백호를 손에 넣는다면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년은 어디에 있느냐?”
“……현재 사천에 계십니다.”
교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천이라면 호북과 제법 거리가 있기는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못 갈 정도의 거리라 할 수 없다. 심지어, 신녀가 가장 원하는 영물을 손에 넣을지도 모르니만큼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거슬린다.
몹시 거슬린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쓸모가 있어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계집이다. 그 이국적인 외모와 아름다움을 이용해 교주인 그가 직접 신녀로 만들어 추대했고, 덕분에 수많은 신자를 거느리며 탄탄한 기반을 쌓을 수 있게 만든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슬린다.
머리가 커져서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인가? 그 계집년의 행동 하나하나가, 교주라는 자신의 직을 넘보고 있는 것이 보이니 슬슬 정리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년이 죽는다면 교도들은 더욱 분노하여 정도 무림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교주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사천이라…… 당가가 있었지, 아마?”
* * *
“으하, 으하하하-!”
“꺄아악!”
미친 듯이 폭주하는 마차가, 대로를 가로질러 빠르게 서쪽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어찌나 속도를 내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피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벌어졌을 것이다.
퍼억-!
“꾸웩!?”
그리고 순간, 장삼태의 머리가 거센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손을 뻗은 남궁소혜가 말고삐를 잡아챘다.
“워- 워워-!”
이내, 천천히 마차의 속도가 죽자 남궁소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날카롭게 장삼태를 돌아봤다.
“뭐 하는 거예요?!”
“아니, 뭘 하긴! 너야말로 사람 머리를 그렇게 때리면 어쩌냐?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잖아?”
장삼태는 분을 삭이며 머리를 매만졌다.
욱신거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골이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지독한 년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이미 죽었을 거예요.”
그러나 남궁소혜 역시 할 말은 있었다.
뾰족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쏘아보며 힐끗 마차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시퍼렇게 눈을 뜬, 단우현과 남궁천, 그리고 사도학의 모습이 보였다.
거세게 흔들리는 마차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한 듯싶었다.
“아……! 그…… 그냥 기분이 좋아 그랬습니다. 헤헤헤.”
“적당히 하거라.”
“알겠습니다요!”
싸늘하게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는 힘차게 대답을 하며 다시금 말고삐를 빼앗아 들었다. 혼이 났음에도 전혀 기죽지 않는 것을 보니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술이라도 마셨는가?
그때 남궁소혜가 미간을 부여잡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좋아해야지! 암!”
장삼태는 뻔뻔하게 말을 하며 웃음을 입에 걸었다.
비록 놈을 못 알아보기는 했으나 그게 뭐 어쩌란 말인가? 이제라도 붙잡았고, 뿌려진 용모파기 역시 회수될 테니 진정한 자유를 맛볼 기회를 얻은 것 아니겠는가.
“단순해서 좋겠어요.”
“에이! 우리 지나간 일은 잊자고! 세상 밝게 살아야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사냔 말이야.”
남궁소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불과 며칠 전만 하여도 속앓이하고 있었던 이가 누구던가?
바로 장삼태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좀 지났다고 자신의 실수 따위 조금도 생각지 않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사람이 저리 단순할까?
사람이 이처럼 단순한 것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허허- 너무 몰아세우지들 말거라. 어찌 되었든 저놈 덕분에 천지교의 거대 무리를 잡은 것은 맞으니, 공을 세웠다 해야지.”
“맞아요! 다행이에요. 이제 숨어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저씨랑 같이 객잔에도 갈 수 있고요. 안 그래요?”
“그렇지? 푸하하-! 역시 소미밖에 없다니까. 네 말이 다 맞다. 이제 둘이 손잡고 객잔도 가고, 저잣거리도 가고! 우리 신나게 돌아다녀 보자!”
그러나 뒤에 들려오는 단소미의 말에 장삼태가 크게 웃음을 지었다. 바닥을 찍었던 기분이 다시금 치솟아 오른 것인지 그 초롱초롱한 눈빛과 표정에 많은 기대감이 깃들었다.
그러나 순간, 단소미의 표정이 변했다.
무언가 내키지 않는 것인지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소, 손, 손잡고요? 아, 아하하……. 아저씨 혼자 다니세요.”
“뭐라고?”
“아니…… 아니에요.”
단소미는 차마 큰 소리로 말을 하지는 못하겠는지 애써 쓴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도 아닌데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것은 내키지 않는 듯싶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삼태는 저 먼 거리에 보이는 커다란 마을을 바라보며 들뜬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사천 성도입니다요! 하하-!”
정파의 주축 가문 및 문파가 몰려 있다시피 하는 사천.
그곳의 성도가 눈앞에 보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청해로 들어설 테고, 그곳에서부터 신장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지인 천산에 도착할 수 있다.
“성도에는 들리지 않는다.”
“예?!”
그때 들려오는 단우현의 목소리에 장삼태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는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사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단우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이들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해가 중천도 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가라.”
“아…… 아니! 정말로 사천 성도에 들리지 않을 셈이냐?”
사도학이 당황하며 소리를 쳤다.
유람이라면서 성도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헛소리인가? 그렇지 않아도 고된 여정인데, 이런 낙이라도 없으면 어찌 버티겠느냐 말인가.
“갈 길이 멀다.”
“허……. 그, 그렇기야 하다만…… 너무한 것 아닌가? 노인들에게 쉴 시간은 주어야지.”
남궁천마저 나서며 단우현을 나무라지만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지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 것이, 사천에서 천산까지 아직도 한참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깐 들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그때 단소미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래도 사천의 성도인데, 한 번쯤 보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맞아요, 단 공자. 저도 부탁할게요.”
이내 남궁소혜마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애원을 하니 단우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루만이다.”
“고마워요!”
단소미와 남궁소혜가 방긋 웃음을 지으며 탄성을 터트리니 마차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단우현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어이없고 기가 찬 표정들을 지으며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마부석에서 힐끗 시선을 돌려 그 광경을 지켜본 장삼태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하여튼…… 지도 사내새끼라고, 컥?!”
빠악!
이내, 그의 시야가 시꺼멓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