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5
사천 무림은 언뜻 보기엔 다른 곳보다 조용해 보이나, 실상 내부는 그렇지 않다. 천도회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사천당가의 영향력과, 무림맹의 청성파와 아미파가 공존을 하는 곳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영향력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천지교가 틈을 치고 들어왔다.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현혹시켜 교도로 만들고, 그 영향력을 차츰차츰 넓혀 가고 있으니 정파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세 곳에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 이 세 곳은, 현재 천지교를 뿌리 뽑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중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사천당가에 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게 사실인가요?”
“여러 각도로 조사해 본 결과 틀림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를 가지고 놀다니…….”
당문혜는 긴급으로 가지고 온 서신을 읽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천 땅에서 암약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천지교가, 너무나도 대놓고 교도들을 모은 흔적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그 중심에는, 천지교의 신녀가 버젓이 말이다.
그녀가 와락 서신을 구겼다.
“당가를 얕봐도…… 너무 얕보았군요.”
“…….”
사천당가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다는 이 사천 바닥에서, 그것도 성도에서 당당하게 신도를 모으는 것도 모자라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하고 다녔다.
심지어, 천지교의 신녀가 말이다.
이 사실을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는 것 역시 창피한 일이다.
당문혜는 와락 인상을 구겼다.
이 사실이 천도회나 무림맹의 귀에 들어가면 귀찮은 일이 생긴다.
사천당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토벌대를 구성하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뽑아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당문혜의 결연한 한마디에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사천당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재라 불리는 여인이다. 비록, 소문주가 되지는 못하였으나 은근히 그녀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많다.
하여, 그녀의 말에 토를 다는 이들은 한 사람도 없다.
“……사천당가가 왜 독종인지 천지교는 뼈저리게 알게 될 겁니다.”
모든 이들이 당가를 독종이라 말을 한다.
그러나 당가의 사람들 역시, 그것을 결코 틀린 말이라 하지 않는다. 당한 것이 있다면 열 배로 갚아 주는 것은 물론이며 그 수법 또한 잔인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하여, 오랫동안 이 사천의 맹주라 함은 청성파나 아미를 말함이 아니라, 사천당가라 입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천의 자랑거리이면서도, 가장 두려운 존재.
그것이 바로 사천당가인 것이다.
당문혜는 동경 앞에 멈춰서 질끈 머리를 묶어 올렸다. 이내, 소검 한 자루를 허리에 차고 손에는 당가에서 특별히 제작한 장갑을 끼었다.
마지막으로 허리띠에는 기이한 형태에 단환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여럿 묶어 매달았다.
이윽고 등을 돌린 그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빛과 같았다.
* * *
“그런 점쟁이가 있었던 말이냐? 허허허- 재미있구나.”
“정말 이상했다니까요.”
객잔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단소미는, 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어 대고 있었다. 황당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는데, 그것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남궁천은 단소미의 모습이 매우 귀여운 듯 재잘거리는 그녀에게, 당과를 쥐여 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듯했기에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소혜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제 약관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단소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남궁천의 모습이 자신이 어린 시절 보았던 그 모습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저 어렸을 때도 똑같이 좀 대해 주지 그러셨어요, 할아버지.”
“커, 커컴! 그, 그게 무슨 소리더냐. 나는 언제나 네게 상냥하지 않았느냐, 허허허.”
남궁소혜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어린 시절, 남궁천은 그야말로 하늘 중의 하늘이었다. 이미 검황이라는 별호가 있었으며 집에 있는 날보다 무림맹에 가 있는 날이 더 많아, 얼굴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다 가끔 얼굴을 보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무예를 지도한답시고 들들 볶아 대었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엄청난 호통이 들려왔다. 마치 천둥이 바로 옆에서 치는, 그러한 호통 말이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끔찍하던지.
지금 단소미에게 보이는 모습을 그녀의 아비가 보았다면 다른 사람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남궁소혜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제 어린 시절은 정말…… 고통이었는데…….”
“아, 아니 그,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느니라. 그리고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었지. 허허허.”
“호호- 정말로 잘됐네요. 할아버지 덕분이에요.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보모 노릇도 하고, 시녀 노릇도 하고…… 아! 농사도 지어 봤죠. 알아요, 농사? 제가 농사를 지었다고요.”
남궁소혜가 퀭한 눈으로 하하! 하며 웃음을 머금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모든 경험이다. 딱히 나쁜 경험으로 들리진 않는군.”
그때 단우현이 술 한 잔을 홀짝이며 피식 웃었다.
농사를 짓든 뭘 하든 간에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이 그리 나쁘다 여겨지지 않았다. 그것으로 인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남궁소혜는 납득을 하지 못하겠는지 술을 한 잔 벌컥 들이켜며 거칠게 잔을 내려놓았다.
이미 얼굴이 시뻘게진 것을 보니 취기를 날리지 않고 그대로 마시고 있는 듯했다.
“에효…… 내 팔자야.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고 있는 건지…….”
“네가 좋아서 있는 거지, 그걸 누구한테 뭐라 해? 너 간다고 해도 안 말려, 나는.”
“그쪽은 닥치세요. 진짜 머리를 잘라 버릴라.”
“뭐라고?!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뭐야?!”
남궁소혜가 흐릿한 시선으로 칼을 잡았다.
순간, 장삼태가 깜짝 놀라 사도학의 뒤로 돌아서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십 년 전이라면 또 몰라도, 지금 남궁소혜에게 덤비는 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름없음을 안다.
그만큼 엄청난 성장을 했으니까.
물론 장삼태 역시 과거 같지는 않을 테지만 언제나 수련에 매진하는 남궁소혜와, 여러 잡일을 하며 태평하게 지낸 이의 차이점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아……. 제갈 아저씨가 떠날 때 함께 갔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벌컥벌컥 술병을 나발 분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며 후회를 입에 담았다. 만약, 그때 함께 떠났더라면 지금쯤 남궁소혜의 이름은 온 중원 천지에 알려졌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장삼태 따위와 같은 취급은 받지 않았을 거란 것이다.
“나름 도움은 되고 있다 생각한다.”
“예?”
“엉?”
“뭐…… 뭐라?!”
그때 단우현이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남궁소혜의 눈이 휘둥그레 치켜 떠졌고, 모든 이들이 입을 쩍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단우현이, 그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소미마저 당과를 입에 집어넣다 말고, 석상마냥 굳은 채 좀처럼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바, 방금 뭐라고 했어요?”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한다, 라고 했다.”
“지…… 진짜예요?”
단우현은 대답 대신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곧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을 하였는지 순간, 남궁소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펑! 하며 터져 버린 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게 들고 있는 잔이 떨어졌는데도, 그것을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허허허- 좋은 일이로구나. 단 가주가 저리 말하니 말이다.”
“무슨 바람이 분 거냐?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세상이 멸망하는 거 아니야?”
“재…… 재앙이 올지도. 아까 분명 그 점쟁이가 그런 말을 했었는데요…….”
단소미가 엉겁결에 무시무시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선, 단우현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을 도무지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단소미에겐 친절해도 다른 사람에겐 아니지 않던가.
“자, 장주님! 저는요? 저는 어떤데요! 제가 장원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요!?”
순간, 단우현이 힐끗 장삼태를 바라봤다.
이윽고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밖이 조금 소란스럽군.”
“아니! 저는 어떠냐고요! 저는! 왜 나만 가지고 그럽니까?!”
“시끄럽다.”
“와……. 진짜 너무하십니다!”
장삼태가 힘 빠진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 역시도 칭찬이 듣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단우현에겐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그때 단우현이 슬쩍 창밖을 쳐다봤다.
“일이 벌어진 모양이로군.”
“허허- 아까부터 들리는 소리 말인가? 또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어졌는가 보이.”
“뭔 소리야? 바람결에 독 기운이 일렁이는 게, 분명 당가 놈들이 또 개 같은 짓을 벌이고 있는 거겠지.”
사도학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바람을 타고 옅게 전해지는 독 기운이 있다.
사람 몸에 해를 입힐 수준은 아니지만 이러한 것이 뿌려졌다는 것은, 사천당가에서 누군가를 향해 독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그것 곧, 근방에서 당가의 응징이 시작되었다는 말이 된다.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불쌍하게 됐어.”
“허허허- 당가가 독하다 한들 잔인하지는 않다네. 또 그들 역시 정도를 지향하니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닐 것이네.”
“그러다 모용 놈한테 뒤통수 맞았지, 아마?”
순간적으로 뱉어진 사도학의 말에 남궁천이 눈썹을 들썩였다. 이내, 곁에 놓아둔 검을 슬그머니 잡아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 술 취한 남궁소혜는 취기를 날려 버리며 단소미 곁에 붙었고, 장삼태가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허허허- 오랜만에 죽고 싶은 겐가?”
“틀린 말 하냐? 친우한테 뒤통수 맞은 건 사실이잖아?”
“허허허.”
“하하하.”
쩌저저적-!
갑작스레 퍼진 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강맹하던지 객잔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신선 객잔 꼴이 날지도 모른다.
탁-!
그때 단우현이 가볍게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이 기운이 갑작스레 사라지며 팽팽했던 기세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남궁천과 사도학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괴물 같은 놈…….”
“허허- 아직도 닿지 않는구나.”
“소란스럽구나. 이쯤 하면 됐다.”
단우현은 두 사람의 눈빛을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넘겼다. 설령 그들이 극성으로 기운을 끌어 올린다 하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듯 말이다.
그러한 상황을 알기에 사도학은 더욱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고, 남궁천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십 년 전보다 월등히 강해졌음을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있건만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자에게는 아무런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억울하다 느끼는 것이다.
“이만 돌아가 쉬도록 하지. 아침 일찍 출발을 할 생각이니.”
이내 단우현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