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9
당문혜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천지교의 사천지부를 박살 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역할을 해낸 셈이나 다름없으나, 조금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반드시 잡아야 할 이를 붙잡지 못한 것이다.
천지교의 신녀.
교주와 신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천지교의 특성상, 신녀를 붙잡는다는 것은 그들을 와해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를 꿰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도통 잡히지 않는다.
혹, 등잔 밑이 어둡다 싶어 성도에도 사람을 풀어 샅샅이 뒤졌고, 놈들이 도망간 동선을 쫓아 끈질기게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리 큰 성과가 있지는 않았다.
“이쯤이면 죽은 거 아닙니까? 사실 습격할 때 꽤 많이 죽었던데…… 그 속에 섞였을 수도…….”
“아니, 그럴 리가요.”
당문혜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만약 그러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천지교의 보복이 있어야 함이 옳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것이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신녀가 살아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어휴, 그놈의 천지교가 뭐라고 사람을 이리 귀찮게 하는지……. 본진만 알았다면 벌써 밀어 버렸을 것을…….”
“……그게 쉬웠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리가 없었겠죠.”
당문혜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천지교 신녀를 잡는다는 것은, 천지교에 대한 영향력과 놈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한 방이라는 점만이 아니다.
무림맹도 하지 못한 것을, 천도회가 해냄으로써 정파의 영향력이, 천도회 쪽으로 조금 더 기울게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 중심에 사천당가가 있다고 한다면?
남궁세가를 뛰어넘어 최고 세가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아…… 아가씨! 아가씨!”
그때 누군가 밖에서 크게 소리를 쳤다.
이내 벌컥 문이 열리고는, 또 다른 사내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한 장의 서찰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빠르게 그것을 당문혜의 앞에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흔적을 찾았답니다!”
“그래요? 어디인가요?”
“산을 벗어나 대로로 간 듯합니다. 길을 확인해 봤더니 마차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답니다.”
“마차…… 마차라…….”
그렇다면 마차를 빼앗아 달아난 것인가?
당문혜는 머릿속에 지도를 그렸다.
사천당가의 영향력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그리고 그곳으로 가장 단시간에 갈 수 있는 길목은?
이내 확실하게 무언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좀처럼 웃지 않는 당문혜가, 입가에 미소를 걸며 입을 열었다.
“독살대를 풀어 청해로 가는 길목을 따라 추적하라 하세요. 저도 곧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청해는 구파일방의 세력인 곤륜이 있다.
비록, 옛만 못하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이 성도에서 가장 빠르게 당가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하여, 틀림없이 청해로 가는 길을 택했을 거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붙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 볼까요?”
“아이고…… 귀찮아.”
당문혜의 모습에 사내가 귀찮은 표정으로 어기적어기적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덜컹덜컹-
마차는 유난히 크게 들썩이고 있다.
길을 제대로 닦아 놓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돌부리에 걸리는 탓이다. 하여, 두 짝의 관과 함께 누워 있는 금지란 역시 그 흔들림에 들썩이다 이내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쿵!
“아아……!”
아프다.
굉장히 아프다.
금지란은 이 고통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으으으윽……! 도, 도대체 뭐가……?”
이내, 차츰 고통이 가라앉기 시작하니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정면에 있는 무언가와 마주쳤다.
사람의 얼굴인지, 아니면 괴물의 얼굴인지 모를 이의 모습이다. 한쪽 얼굴이 심하게 퉁퉁 부어올랐고, 심하게 멍까지 들어 있으니 어두운 곳에서 본다면 기겁을 할 만했다.
“으아아아아악-!?”
이내 경악성을 터트리며 저도 모르게 발을 내질렀다.
퍽! 하며 눈앞에 있는 것을 걷어차자 그가 움찔하며 작은 신음을 흘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의 효과도 없는 것인지 크게 아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있다.
“으…… 윽……! 시…… 신녀님……?”
“태…… 태공? 태공인가요?”
“여, 여기는 어딥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도대체 뭐가 어찌 된 거죠?”
이 덜컹거리는 느낌은 무엇이며 진태공의 얼굴은 도대체 왜 저리되었는가? 그렇지 않아도 잘생기지 못한 얼굴이, 이제는 흉측하게 변해 버렸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 깨셨어요?”
그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앞쪽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금지란이었다.
“어…… 어떻게 여기에……?”
“네? 여긴 저희 마차고요, 두 분은 길바닥에 쓰러져 계셔서…… 거기 넣어 두었어요.”
“너, 넣어 뒀다고…… 요?”
“네!”
힘차게 대답을 하는 단소미를 바라보며 금지란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소미를 보고 있자니 조금의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원래 말투가 저런 것인가?
아니면 요즘 애들은 원래 그런 것인가.
금지란은 잠시 자신의 상식을 의심했다.
“몸은 괜찮으세요?”
“아…… 예, 저는 괜찮습니다.”
“다행이에요! 며칠 동안 꿈쩍도 하지 않으셔서 이대로 묻어 드려야 하는지 고민했거든요.”
“…….”
“…….”
손뼉을 짝 치며 하는 천진난만한 여인의 말에 금지란과 진태공은 말을 잃었다. 사람이 살아 있는데 묻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죽은 줄 알고 묻는다는 말인가?
당최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깼나?”
그때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금지란이 움찔했다. 단소미의 곁에서 힐끗 얼굴을 드러낸 이는, 틀림없이 성도에서 보았던 그 사내다.
여전히 무심한 시선을 보내며 깨든, 깨지 않든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구, 구명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감사해야지.”
그때 단우현의 입가에 피식 작은 미소가 걸렸다.
단소미가 없었다면 결코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칼을 뽑고 마차를 막아선 것만 보아도,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시, 신녀님, 아는…… 사이입니까?”
“에, 예, 아주 잠깐…….”
금지란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구겼다.
분명, 마차를 빼앗아 도망을 친다 하였는데, 그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꼴을 보아하니 진태공은 얻어맞았고, 자신들은 포로로 잡힌 모양새다.
‘병신 같은 새끼! 하필 잡아도 이런 자들을…….’
마지막까지 진태공을 믿었건만 마지막에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이야? 차라리 당가에 붙잡히는 것이 더욱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쪽은 괜찮으세요? 얼굴이 많이 부었는데…….”
그때 남궁소혜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다.
순간, 진태공이 눈을 치켜떴다.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그녀의 주위로 빛이 내려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고, 시들었던 꽃들이 봉오리를 맺고 이내 환하게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아직도 얼얼한 얼굴의 고통 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처럼,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은 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이거 금창약인데 필요하면 좀 바르세요.”
남궁소혜의 친절한 모습에 금지란은 고까운 표정을 지었다. 얼굴도 이쁜 것이 마음까지 좋아 보이니 괜스레 질투가 난 것이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진태공은 일편단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여, 여유로운 표정으로 진태공을 돌아봤다.
이윽고 순간,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남궁소혜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진태공이 보였던 탓이다.
“태, 태공? 뭘 그리 빤히 쳐다보나요?”
“좀…….”
“예?”
“좀 가만있어 보십쇼. 지금……. 선녀께서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서…… 선녀요?!”
“네?!”
금지란이 깜짝 놀라 하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지금까지, 진태공은 단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이내, 저도 모르게 남궁소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다소 어이가 없는 것인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하. 고맙네요. 이거…… 필요 없는가 보죠?”
“주…… 주십시오! 선녀께서 주시는 것인데 뭔들 못 받겠습니까?”
“네네.”
남궁소혜는 큰 감흥이 없다.
손에 쥔 금창약을 휙 내던지자 진태공이 그것을 받아 들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신적인 존재에게 귀중품을 하사받은 사람마냥, 그의 모습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손하면서도 경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광경에 남궁소혜가 혀를 내두르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하필 데려와도 정신 나간 사람을 데려와요?”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만……. 나쁜 바람이 불지는 않았다.”
“어휴…… 그놈의 바람. 두 번 불었다간 집안 말아먹겠네.”
남궁소혜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단우현이, 저들을 마차에 태웠다는 것은 곧 이 여정에 필요한 인재라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거기에 불만을 뱉을 생각은 없지만 아무리 봐도 저 사내의 성격은 맞지 않아도 크게 맞지 않는다.
앞으로 고생을 좀 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조금 전에 듣지 못했나?”
“뭘 말이에요?”
어떠한 말이 오갔던가?
워낙 어이없는 이야기만 하던 이들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여,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신녀라 하더군.”
“……네?”
남궁소혜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어이없는 소리가 들려올 리가 없으니까.
신녀? 신녀라니?
당문혜가 찾고 있던…… 그 사람 말인가.
그럼 저 여인이, 천지교의 주축 중 한 명.
바로 그 신녀란 말인가!?
“뭐라고요?!”
이내, 앙칼지다 못해 귀를 찢는 고성이 마차 안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