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
“하암- 이거 참 지겨워 죽겠구먼.”
길게 하품을 하며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는 장삼태는 지겨움을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장주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 같아선 누워 잠이라도 청하고 싶었다.
하나,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초리 때문에 함부로 행동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봐, 저거 소쌍검……?”
“그런 것 같군. 사파 놈이 여긴 왜 있는 거지?”
정파와 마교,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권무진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명하기도 하는 데다, 나름대로 사파 쪽에선 영향력을 지닌 존재이니,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 살다 살다 이런 눈총을 받아 보긴 또 첨이오.”
“가끔 좋지 않냐? 네가 어디 가서 이런 눈총을 받아 보겠어?”
“이게 싫어서 하는 말이라는 거 모르오? 졸지도 못하겠네. 우리 현령님도 완전 쫄아서 석상처럼 서 있잖소.”
“이, 이놈이? 누…… 누가 쫄았다는 거야? 나, 나는…….”
“괜찮아요, 괜찮아! 내 그 마음 다 아니. 이런 살벌한 무인들 사이에 섞여 있으니 무공도 못하는 현령님이라면 당연히 무서워해야지.”
“……네, 네놈도 못하지 않으냐!”
“어이쿠? 누구랑 누굴 비교하는 거요? 나 이래 봬도 요즘 좀 강해지고 있소!”
크음- 하며 홍원창이 헛기침을 뱉었다.
그러고 보니 장삼태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불과 몇 개월 못 본 것에 불과한데 마치 다른 사람처럼 상당히 다부져 있다.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제대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한 수 한다, 이놈아.”
“낚시는 집에 가서 하시고.”
“이놈이 진짜?”
티격태격거리는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권무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디를 가나 장삼태의 입이 말썽이다.
그렇지 않아도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리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니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권무진이 하아- 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지랄들을 하네. 도긴개긴인 것들이 닥치고 앉아 있어라.”
“흥!”
“크엄!”
권무진의 한마디에 장삼태는 그제야 상황을 살폈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쳐다보며 부리부리하게 눈을 치켜뜨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그 또한 몸이 위축되었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동정호를 향해 주고 한숨을 쉬고 있는 찰나.
기이한 것을 발견하였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뭐요?”
“뭐가 말이냐.”
“저 앞에 배 말이오, 배. 배 수십 척이 이쪽을 보고 있잖소.”
그제야 홍원창과 권무진 또한 동정호를 바라봤다. 아직 다른 이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였지만, 확실히 장삼태의 말 그대로 수십 척에 배가 이쪽을 향해 있다.
단순히 향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랍쇼? 저거 포 아니오, 포?”
“대포 말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느 미친놈이 고작 동정호의 띄우는 배에 포를 달아?”
“어? 잘 보쇼. 진짜 포요. 배 하나당 세 대씩은 달고 있는 것 같은데?”
홍원창은 피식 비웃음을 머금으며 배들을 주시했다. 배를 옆면으로 대 놓고 가만히 움직이는 않는 그것들은, 정말로 포를 쏘는 것 같은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어디 포를 쉽게 구할 수나 있단 말인가?
그런 것들은 대부분 황실에 허락이 없으면 손에 넣을 수 없고, 설령 불법으로 얻었다 하여도 걸리는 순간 반역죄로 목이 잘릴 법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네. 자네 나를 놀리는 건 그쯤 해 두게.”
펑-!
홍원창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그 순간,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들리며 배에서부터 날아들어 온 탄이 그대로 홍원창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쳤다.
쾅-!
“힉!?”
“헉!”
깜짝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연이어 들리는 천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수십 여발의 포탄이 군자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말이다.
쾅쾅쾅-!
“끄아아악!”
“저…… 적이다!”
비명이 난무하며 포탄에 맞은 이들의 신음이 곳곳에서 터졌다. 조용했던 군자도는 한순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동정호를 지켜보고 있었던 장삼태가, 시퍼렇게 질린 표정에 홍원창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거, 거보쇼. 포 맞지?”
“이런 미친놈이! 지금 그게 문제야! 도망가야지!”
“일단 물러선다. 이곳에 있어 봐야 좋을 것은 없어 보이니까.”
권무진은 힐끗 동정호의 있는 배들을 살피며 판단을 내렸다.
누구인지는 모른다. 깃발도 없고 딱히 특색 있는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마교와 정파의 경계를 뚫고 저 많은 배를 끌고 들어온 점, 심지어 쉽게 구할 수 없는 포를 가지고 있는다는 점에서 거대한 단체가 아니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사파 쪽인가?’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그들이다.
그들 또한 무신의 비동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니까.
특히.
‘제일 장로.’
무신의 비동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보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짓을 벌일 만한 이는 그 하나라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물론 확신은 없다.
그저 추측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시급했다. 또다시 쏘아진 탄환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피해!”
콰쾅-!
* * *
“이,이건?!”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 진입을 하고 있던 남궁소혜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란에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단순히 지진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포를 쏘는 것과 같았으며, 어렴풋이 사람들의 비명 소리까지 섞여 있음을 깨달았다.
이는 틀림없는.
“적?!”
“도대체 누가!”
현 무당칠검의 일인 고담진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신성한 땅에 포를 날리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가득 깃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모든 이들이 우뚝 멈춰 섰다.
“남궁 소저, 일단 밖 일을 살피는 게 급선무 같소만?”
마교 내에서도 이름 있는 실력자.
구황이 슬쩍 검파를 들어 올렸다. 이는 결코 평범치 않은 상황이니만큼 먼저 밖을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 판단을 한 거다.
입구는 찾았으니 막기만 하면 된다.
이곳에 있는 이들 이외에 누구도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으니만큼, 내부에 있는 것들은 뚫리기 전까지 안전할 것이다.
남궁소혜는 시선을 돌려 호남 무림맹 지부장을 바라봤다. 그 또한 상당히 고민을 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되돌려 습격을 막아 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소. 고 대협께서도 동의하시겠소?”
“무당 또한 무림맹의 한 일원이네. 비록 태 조사님의 존안을 지금 당장 뵙지 못하는 것이 한이기는 하나, 신성한 이 땅에 불을 지른 놈들을 처단하는 것이 급선무일 테지.”
고담진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이들은 등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그곳을 벗어났다.
일다경도 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온 그들 앞에는, 군자도 전체에 포탄이 떨어지고 곳곳에 불길이 치솟는 광경이었다.
그것은 정말로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도대체 어느 놈들이!”
빠득!
고담진이 이를 갈며 시선을 돌리자, 저기 먼 곳에서 탄환이 또다시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가 허공으로 몸을 날려 수차례 장력을 뿜어냈다.
쾅쾅쾅-!
날아들던 탄이 격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터졌다. 지금까지 누구도 막지 못했던 그것을 막아 내자, 사람들은 그 존재를 바라봤다.
“고…… 고 대협이다! 무당칠검의 수장이시라고!”
“젠장!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다만 우리 마교를 건드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라!”
우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사기가 치솟았다.
고담진만이 아니라 마교에서도 그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구황마저 나타났다.
그 뒤로 우르르 몰린 실력자들을 보며, 당하고 있던 이들의 사기가 치솟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배에서 쏟아지는 포격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채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멈추었다.
더 이상 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인지 배들은 천천히 군자도를 향해 다가왔다.
난전이 시작되었다.
“으랴랴럇!”
빠각!
장삼태가 박치기를 하며 상대의 얼굴을 들이박았다. 움직임은 다소 노련하지 못하나 확실하게 치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니 누구도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적들을 농락하는 것 같았다.
그와 반대로 권무진의 소쌍도는 날카롭다.
서거걱-!
현란한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힘까지 실려 있으니만큼,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은 누구 하나 산목숨이 아니다.
피가 튀고 살점이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그곳에 두 사람이 결국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몰려드는 적들 또한 상당히 노련했고, 진법을 짜 듯 움직이고 있으니 막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윽?!”
카카캉-!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장삼태가 재빠르게 옆을 바라봤다.
남궁소혜를 중심으로 세네 명의 흑의인들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 칼날을 날리고 있었다.
한순간에 날아간 그것들은 쉽게 피할 수 없는 살(殺)이 담겨 있었다.
그대로 남궁소혜의 온몸을 꿰뚫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삼태가 몸을 날렸다.
‘더러워도 여잔데!’
그가 젠장! 하며 욕을 내뱉고는 그대로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캉 소리와 함께 칼날이 일제히 튕겨 나갔다. 그러나 장삼태의 주먹은 칼날을 막아 낸 덕분인지 살점이 뜯겨 나갔다.
그렇다고 아프다 소리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궁소혜가 자세를 바로잡고 그대로 칼을 뻗은 것이다.
서거걱-!
“끄아악!”
한순간에 번뜩이는 칼날이 한 사내의 목을 베고, 빙글 돌아 거리를 좁히더니 팔꿈치로 상대의 목을 후려쳤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보며 발을 내질러 턱을 가격한 뒤, 그대로 주저앉자 그녀의 머리 위로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빠각!
장삼태의 주먹이 상대의 코를 후려쳤다.
콰다당-!
거친 소리와 함께 세 명의 흑의인들이 모두 고꾸라지자, 장삼태와 남궁소혜가 호흡을 고르며 서로를 바라봤다.
“제법인데요? 덕분에 살았어요.”
“내가 죽겠다, 이년아!”
“그럼 죽지 않을 정도로 더 노력하세요!”
말을 끝마친 남궁소혜가 재빠르게 검을 움직였다.
한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