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0
“……?”
“뭐가? 왜?”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빨랫감을 던져 놓은 장삼태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금지란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척 봐도, 뭘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이 여인은 도통 감을 잡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뭘 모른 척해. 빨래하라고.”
“저보고…… 지금, 남이 입은 옷을 빨라고 하는 건가요?”
반면 금지란 역시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온 것은 맞으나, 천지교가 세워진 이후에는 이런 것 따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모와 함께 흘러넘치는 신성함.
추작한처럼 어떠한 술수조차 부리지 않았음에도 사람을 매혹하는 능력이야말로, 그녀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사내가 뭐라고 하는 건가?
“잘못 들은 거라 믿겠어요.”
“뭘 잘못 들어, 잘못 듣기는. 빨래하라고, 이년아. 밥 처먹고 실성했나, 진짜.”
“뭐…… 뭐라?!”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리며 쏘아보는 금지란은,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니 빨래하라는 것은 맞는데, 신녀의 몸으로 이런 잡일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녀가 후우- 호흡을 고르고는 힐끗 다른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니 진태공이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엉망진창으로 뭉개져 버린 얼굴만 보아도, 또 누군가에게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두들겨 맞은 듯싶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와…… 줄까요?”
그때 누군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건넸다.
분명, 단소미라고 했던가?
이 웃기지도 않은 이들 중에서도, 그나마 제정신인 것 같은 아이다. 웃기도 잘 웃고, 성격도 참 좋아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는다.
금지란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럼 맡기…….”
“아, 일단 옷을 물에 담가야 해요.”
“뭐?”
“옷을 물에 담그라니까요.”
“이…… 이렇게?”
“네! 맞아요. 참 잘하시네요. 그다음에 손으로 조물조물하고, 방망이로 팡팡 두들기면 돼요.”
퍽퍽퍽-!
가녀린 손으로 방망이를 손에 들고 더러워진 옷을 향해 매질을 시작했다.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이리도 자연스러운 것인가.
빨랫감에서 들려오는 찰진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댔다. 잠시 그것에 몰두하던 금지란은,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힐끗 옆을 바라봤다.
그런데…… 저 아이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가?
“굉장히 잘하시네요. 저는 손목이 다 아프던데…….”
“호호, 이, 이런 것쯤 일도 아니지!”
“맞아요! 정말 쉽죠?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돼요.”
싱긋 웃음을 짓는 단소미를 보던 금지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순진무구한 표정에서 나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사람을 쥐고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러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저들인가?”
“예,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당가의 인물들은, 진태공과 금지란의 용모파기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는 천지교의 신녀.
그리고 사천황 중 한 명인 진태공이 분명하다.
이런 곳에서 거물 둘이 있을 줄이야.
“다른 이들은 누구냐?”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천지교 놈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로군.”
“송구합니다.”
사내는 수하의 말을 들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신녀와 진태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여섯 명의 인물 역시 천지교의 교도라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어찌하여 진태공은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고, 신녀가 빨래를 하고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아마도 저희를 속이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속여?”
“예, 저희에게 붙잡혔을 때를 대비하여 정체를 숨기려고 말입니다.”
과연,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다.
만약, 붙잡은 천지교인들을 고문해 용모파기를 얻어 내지 못했다면 저들을 만난다 해도 누구도 저들이 신녀나 사천황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모습은 시녀 혹은 하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런 얄팍한 수 따위로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 하찮군.”
“어찌할까요?”
“뭘 어째? 곧 아가씨가 오실 거다. 그 전에 상황을 정리하고 싶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부스럭-
그때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는데, 무언가 있는 기색은 없고, 또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산짐승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크르르릉-!
어디선가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정확히 귀를 맴돌았고, 이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호랑이……!”
“하, 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호랑이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리지만 어디서 들려오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마치, 천하의 손꼽히는 고수들이 기척을 죽인 것처럼, 전혀 인지가 되지 않고 있었다.
“산군…… 일까요?”
“어느 쪽이든…… 긴장해라.”
호랑이는 강하다.
평범한 호랑이 한 마리가, 일류고수를 물어뜯어 죽이는 것 정도는 흔한 일이다. 만약 그것이 산군 정도 되는 호랑이라면 어떨까?
절정에 오른 고수들조차 쉬이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크와아아앙-!
* * *
단우현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을 자고있는 것인지, 아니면 명상을 하고있는 것인지 벌써 반 시진 동안 그 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소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슬쩍 손을 뻗어, 단우현의 볼을 콕! 찌르는 순간, 미동조차 없었던 그의 눈이 슬그머니 떠지며 단소미를 바라봤다.
“심심한가 보구나.”
“헤헤, 너무 곤히 주무고 계시길래 한번 해 봤어요.”
“그렇구나…….”
“참! 그 언니 있잖아요? 정말 그때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빨래하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아서 제가 도와주고 왔답니다!”
“하하, 잘했구나.”
단소미가 자랑스러운 듯 한껏 신이 난 표정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항상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우기만 했던 아이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쳤다는 것에 기분이 고조된 것 같았다.
크와아아앙-!
그때 산속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모든 이들이 하는 일을 멈추고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들려오는 것은 틀림없이 호랑이의 울음소리.
산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시킨다. 또한 소리에 맺힌 기백이 대단하여, 다소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단소미 역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백호가 또 장난을 치나 봐요.”
“그렇구나.”
“어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왜 저러나 몰라.”
단소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볼멘소리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덩치도 산만 한 녀석이, 치기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온 산을 누벼댔다.
“허허- 그래도 저 녀석이 있으니 든든하지 않으냐?”
“그거야 그런데……. 저번에는요. 엄청 커다랗고 시뻘건 뱀 한 마리를 잡아 가지고 왔다니까요! 심지어 살아 있는 상태로!”
“허허……. 호, 홍사…… 그 귀한 걸. 그, 그걸 살아 있는 상태로 잡아 왔다고?”
“놀랐겠구나.”
“정말 그랬어요. 그것도 모자라 사람 얼굴을 같은 거미를 잡아다가 가지고 놀고 있지 않나…….”
“뭐라고?! 그 거미는 어떻게 했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사도학이 기겁을 하며 달려왔다. 틀림없이 인면지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뭘 어째요? 내다 버리라고 아주 혼꾸녕을 내줬죠.”
“그걸 버리라고 하면 어떻게 해!?”
“네에? 하지만 엄청 징그러웠는걸요. 할아버지가 봤어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
“어휴…… 아까운 것…….”
“허허허-”
남궁천과 사도학이 입맛을 다셨다.
평생 보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영물 아니던가?
그런데, 저 호랑이 녀석은 잡아다 장난을 치고 있었다니? 만약 알고 있었다면 무수히 많은 내단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아……. 어찌해야 할지.”
“내버려 두거라.”
“정말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래, 앞으로도 쭉 고치지 못할 거다.”
백호는 영물 중에서도 영물이라 불리는 존재다.
신수라 일컫는 이유 역시 그러하다.
살아남기 위해 영물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 더욱 강해지기 위해 영물을 사냥하여 내단을 취하는 것이다. 그 역시도 자연의 이치이니만큼, 말려서도 안 되고 고치려 해서도 안 된다.
백호가 영물을 사냥하지 않는다면 천적이 없는 그것들이 우후죽순 늘어나지 않겠는가. 그리된다면 사람들이 영물을 손에 넣는다 하여,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산림을 훼손할 것이다.
“저, 저 소리는…… 분명? 배, 백호님이죠?! 그렇죠?”
그때 금지란이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달려왔다. 어찌나 다급하던지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한 상태로, 단소미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 런, 데요?”
그 모습에 단소미가 당황을 하며 대답을 하자 금지란의 표정이 한순간이 뒤바뀌었다. 마치 신을 영접한 사람마냥 눈빛이 몽롱하게 바뀌었고, 이내 주저앉아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아아- 이 얼마나 늠름하고 멋진 울음소리입니까.”
“네?”
“허…….”
모든 이들이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경이로운 존재를 쳐다보듯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천천히 절을 하며 땅을 바닥에 처박았다.
그 행동들이 어찌나 공손하던지 누가 보면 저곳에 황제라도 있는 줄 알 것이다.
“비록 보이지는 않으나, 당신의 힘이 느껴집니다. 이 금지란, 언젠가 그 존안을 꼭 뵙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나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남궁천과 사도학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런 것은 차라리 못 본 척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은 단소미 역시 마찬가지다.
금지란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은 그녀가, 슬그머니 거리를 벌리며 단우현의 곁으로 다가섰다.
“역시…… 머리가 이상한 거 같아요. 안쓰럽게.”
“그렇구나.”
단소미가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싶은 것인지 그녀의 눈빛과 표정에는 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는 듯했다.
그때.
“야, 이 미친년아! 빨래 안 하고 어딜 도망가?!”
장삼태가 목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