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6
염화도 감춘.
사도학을 필두로 똘똘 뭉친 마교에서, 왼팔이 총사 동방구였다면 염화도 감춘은 사도학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이다.
마교인 전체가 사도학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우상시하며 경외하고 그로 인해 고개를 숙인다면, 그 곁을 지키며 스스로 모든 일에 앞장서 해결하며 사도학의 근심, 걱정을 덜어 주는 역할을 했다.
막강한 무공은 모든 이들에게 공경받아 마땅했고, 거침없이 진격하여 적을 압도하는 기백은 그야말로 천산마교의 뒤를 이어 충분할 인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학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없었다면 말이다.
“…….”
그런 감춘은 항상 사도학이 앉아 있던 권좌에 앉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는 교주가 되었으니 천마신공을 익혀야 했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난해하고 어려운 탓에 아직 사 성조차 이루지 못했다.
이 신공을 고작 약관 나이로 대성한 사도학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란 말인가?
“교주…….”
감춘은 하아- 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교주 직위에 올랐으니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다.
사도학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아직도 걷히지 않은 것이다. 과거, 그를 따르던 세력들이 천마신공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감춘에게서 등을 돌렸고, 이제는 그 자리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포달랍궁의 공격이라니?
심지어, 그 이유조차 아직 알지 못한다.
과거의 마교를 생각해 본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쳐들어오는 포달랍궁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 싸움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사분오열이 되어 있는 결과다.
“이를 어찌한다…….”
감춘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동방구나 사도학이 없는 마교를, 혼자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같이 괴팍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들인지라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따르게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사도학의 곁을 지키며 그 이름을 드높였던 감춘이지만 현 마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재라 불리는 사도학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사도학처럼 확 은거해 버릴까?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이놈 저놈 치고받고 싸우며 피를 튀기든, 내장이 쏟아지든 전혀 상관없지 아니한가? 가장 마음 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된다면…….
마교는 사분오열이 될 것이다.
사도학과 동방구가 한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곳이다. 그런 곳을 무림맹처럼 분열시키는 것은, 죽은 동방구나 사도학에게 못할 짓이지 않은가.
하여, 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쿠릉-!
그때 느닷없이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앉아 있는 그 상태로 의자가 천천히 뒤로 밀려나며 바닥에 커다란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이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이 또 없다.
저도 모르게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뭐냐, 이 상황은?
감춘의 표정은 한없이 얼이 빠졌다.
“어때? 끝내주지? 동방구 그놈 몰래 만들어 놨지.”
“허허허- 이런 걸 만들어 놓고 뭘 하려 했던 것인가?”
“하긴 뭘 해! 그냥 동방구 놈 피해 밖에 나가서 술이나 마시려 했던 거지.”
이내 도란도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은 익숙하고, 다른 이는 어디선가 들어 봤던 느낌이 들었다. 이내 터벅터벅- 공간을 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하나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컥!”
“허허-”
이윽고 가장 앞서 모습을 드러낸 사도학이, 뒤에 있던 감춘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시간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건…… 감춘 아니던가.
“할 일이 없는 거냐? 왜 이 시간에 여기 있어?”
“아, 아니…… 여긴, 제 공간입니다만…….”
“미련한 놈 같으니. 여기 앉아 있을 시간에 가서 수련이나 더 해라.”
“에…… 예!”
감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상황이 기이하기는 하나, 사도학의 얼굴과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몸이 자연스레 반응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이질감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교…… 교주?!”
“으하하! 잘 있었느냐?”
사도학이 기겁하며 소리치는 감춘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한 것이,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이 몹시 반가운 모양이었다.
“어…… 어찌 이곳에……. 시, 심지어 저자는…… 거, 검.”
“뭐, 사정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마라. 알겠지?”
사도학이 손을 뻗어 감춘의 어깨 위에 턱 올렸다. 힘을 준 것은 아니지만 명백히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졌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교주인가?”
“으하하! 그래, 이놈이 내 오른팔이었던 감춘이다. 인사하거라.”
“아, 안녕하십니까. 감춘이라 합니다.”
감춘은 상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눈앞에 있는 사내의 모습이, 자신보다 훨씬 젊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 무슨 짓인가?
천하의 염화도 감춘이,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단우현이다.”
자연스럽게 내뱉는 말도 반말이다.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다 있는가?
어른 공경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놈인 듯싶었다. 사도학만 아니었다면 당장 칼을 쥐고 목을 베어 버렸을 것 같은 자였다.
그때 그 젊은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많이 고쳤군.”
“네놈이 날려 먹은 곳이 한두 군데여야지. 감춘 이놈이 고생을 좀 했다. 그러게 좀 작작 하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반파를 시켜 놓고 발뺌이냐!?”
시선을 돌리는 단우현을 보며 사도학은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 한 놈 잡겠다고 건물을 날려 버렸으니 그 피해가 오죽했을까?
고치는 데만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들었던 것으로 안다.
“저…… 저저자가…… 설마……?”
“응? 아, 네 녀석은 처음 보지. 마교를 쑥대밭으로 날려 먹고 도망간 놈이다. 그러니…… 알지?”
감춘이 꿀꺽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다마다.
함부로 기어오르지 말라는 의미다.
일이 벌어졌을 당시, 감춘은 밖에 있었던 탓에 상황을 상세히 알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돌아와 들은 이야기들은, 실로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였다.
그 장본인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사도학이 한 말이니만큼 믿을 수밖에 없고, 또 수긍해야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갑작스레 돌아오신 것도 그렇고……. 옆에 있는…… 두 사람도 그렇고……. 심지어 저쪽은…… 금천수왕이 아닙니까?”
하나같이 놀라운 상황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검황도 그렇고 마교를 날려 먹은 자도 그렇고. 하지만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금천수왕의 존재다.
가장 끝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매섭던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나를 아시는가?”
“그대 역시 나를 알고 있다 믿소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지금은 서로 전쟁이 벌어져 있는 상황.
대법왕의 곁을 지키는 금천수왕이야말로, 최전선에 서 있는 장군과도 같은 위치일 것이다. 여기서 저자를 죽인다면 앞으로 벌어진 싸움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다.
하여, 감춘이 손을 뻗자 어디선가 도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감춘의 손에 쥐어지지는 못하였는데, 허공섭물을 펼친 것은 틀림없이 감춘이건만 기이하게도 그의 도(刀)는 어느새 단우현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멋진 칼이로군.”
“……!?”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피 볼 생각으로 데려온 거 아니니까.”
사도학마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눈동자 속에 일렁이는 천마신공의 기운이, 자연스레 흘러들어와 온몸을 옥죄이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과거보다 그 기백과 힘이 더한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벽을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감춘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나 사도학은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구자곡…… 그놈 어디 있냐?”
“구자곡…… 말씀이십니까? 그자는…… 근래, 본 기억이 없습니다.”
순간, 사도학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감춘은 천산마교의 교주다.
약육강식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천산마교의 수장이 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형단 단주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눈치챈 사도학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남궁천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씩 하며 웃음 짓는 것이 보이자 저도 모르게 와락 얼굴이 구겨졌다.
“모…… 른다고?”
“본 적이…… 없습니다.”
“…….”
순간, 사도학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본 것마냥 허탈한 웃음을 입에 걸며 천장을 바라봤다.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그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자조적인 미소를 입에 걸며 감춘과 어깨동무를 했다.
“잠깐…… 따라와 볼래?”
“예? 어디를……?”
“잠깐, 저쪽이다.”
사도학은 자연스레 감춘을 이끌며 움직였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탁! 하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근처에 다른 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는 모양이다.
“끄아아아아악?!”
“이런 개놈이 나랑 장난치는 게냐?!”
이내, 격렬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울려 퍼지는 것은 틀림없는 교주의 고함이다. 이내 퍽퍽, 수박 깨지는 소리는 둘 중 누군가가 격렬하게 얻어맞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와장창-!
집기가 쏟아지고 부서지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평생을 함께했던 이를 상대로 훈계를 하는 정도가 아닌, 마치 죄를 지은 이를 두들겨 패는 포졸처럼 자비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허허- 사람 참 격하구만. 좋게 타일러도 될 것을 말일세.”
“타일러 될 상황이라면 그랬을 테지.”
남궁천이 혀를 차고 단우현마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정파 무림보다 마교가 낫다, 단언하는 사도학이었는데 마교의 상황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가슴속에 응어리가 질 만했다.
“교…… 교주! 그…… 그것이 아니옵고!”
“아니긴 뭘 아니야, 새끼야!? 딱 봐도 견적 나오는데? 이 따위로 하라고 네놈한테 넘기고 나간 줄 아냐!?”
“교…… 교주……. 끄아아악?!”
그러한 소리를 들으며 금천수왕은 신음을 삼켰다.
염화도 감춘, 현 마교의 교주는 전대인 사도학보다 못하다고는 하지만 서장이나 중원에서도 그 이름이 대단한 인물이다.
실제로 맞붙는다면 금천수왕 역시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에 고수다.
그런 이가 두들겨 맞고 있다.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