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8
“끄으으, 윽……!”
“커억!”
대전에 모여 있던 자들은 하나같이 신음을 삼키며 눈물을 머금었다. 나이가 많은 자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엉망이 된 몰골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이는 사도학의 몽둥이가 시뻘겋게 피로 물든 이유와 같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가장 상석에 앉아 씩씩거렸다.
“그러니까, 구자곡에 대해 아는 놈들이 하나도 없다?”
“죄…… 죄송합니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소…… 송구합니다…….”
“그놈이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도 알 지 못하고……?”
“며…… 면목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사도학은 기가 찼다.
얼마나 마교가 개판이었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겠는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간 감춘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였다.
어느 곳에서도 단 일 할의 단합도 되지 않으니 포달랍궁이 쳐들어왔음에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채 번번이 밀린 것이다.
후우- 하며 한숨을 쉰 사도학이 힐끗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간…… 마형단의 정보를 모조리 가져와라.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
“에, 예!”
“또, 하오문도 의뢰를 넣고 놈들을 쫓아 봐라. 거부한다면…… 호남단가의 이름을 의뢰를 넣어라.”
“알겠습니다.”
엎어졌던 이들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아직도 온몸이 삐걱거리며 고통이 느껴지고 있기는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도학 앞에서, 그런 내색을 보였다간 목이 달아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여, 최대한 괜찮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호남단가라니?
그건 또 뭔가?
장로들이 힐끗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무언의 표정으로 아느냐 물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 것이, 호남단가라는 곳에 대해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듯싶었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빨리 안 움직이냐?”
이내, 거친 소리가 들리자 모든 이들이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심기 불편한 사도학을 건드렸다간 좋을 꼴을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 지낸 이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겪어 보지 않았던가.
심지어, 이제는 그런 사도학을 만류할 수 있는 동방구조차 없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이다.
* * *
“허허- 그렇다면 그 마형단의 짓임이 분명하구나.”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단정 짓지 마라.”
천마각 안에 있는 거대한 방에는 사도학을 비롯하여 단우현과 남궁천, 그리고 금천수왕이 두루 앉아 있었다.
다른 이들은 어디로 내다 버린 것인지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혹여 있을 사태를 대비하여 천산마교 밖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남궁소혜와 장삼태가 곁에 있다.
거기에 백호와 백묘까지 합세한다면 오황급 고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포달랍궁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경전이외다.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오.”
이내, 들려오는 금천수왕의 말에 사도학은 있는 대로 인상을 구겼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놈들이 훔친 것이 맞다면 어련히 알아서 찾아 돌려줄 생각이다.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왜 이리 안절부절못한단 말인가.
“그런 중요한 거면 잘 챙겨 놓던가!”
“잘 챙겨 놓았소이다! 설마 그 진법을 파훼하고 안으로 들어가 가지고 나올 것이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소이까? 심지어 포달랍궁 안에서 말입니다!”
금천수왕 역시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 경전은 아주 오랫동안 포달랍궁에 전해 내려오는 비보와 같은 것이다. 하여, 겹겹이 진법을 깔아 보호를 해 놓았고, 그 장소 또한 포달랍궁 중심부에 있다.
침입은 할 수 있으나 결코 얻을 수 없고, 운이 좋아 얻는다 하여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리 감쪽같이 가지고 나간다는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붉히는 금천수왕을 바라보며 사도학은 뭐가 그리 당당한 것인지 어깨를 보며 이죽거렸다.
“마형단 놈들이 그쪽으로 실력이 좋긴 하지. 고위 진법 파훼 같은 건 이미 어렸을 때부터 배우거든. 사실…… 제갈가 쪽보다 실력이 더 좋을걸?”
“참…… 듬직해서 좋으시겠소이다. 허허허.”
금천수왕은 주먹을 꾹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랑을 하다니?
도둑놈을 두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인지 사도학은 큰 웃음을 지으며 금천수왕의 속을 박박 긁어 놓았다. 만약, 사도학만 아니었다면 주먹이 얼굴에 처박혔을 것이다.
“허허- 아무래도 좋네만, 유해는 어찌할 생각인 겐가?”
그때 남궁천이 화제를 돌리듯 이야기를 건넸다.
이미 사라진 놈들에게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지금 당장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다.
더욱이 이 천산마교에 들어온 본래의 목적은 천무광의 유해를 안정하기 위함이니 만큼, 그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맞다 보는 것이다.
더욱이 단우현은 그 외의 것엔 그리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듯했다.
“선조들이 묻혀 있는 곳에 안장을 할 거다. 조금 소란스러운 게 수습이 되면 말이지.”
사도학 역시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심지어, 어서 빨리 유해를 안장해야 안휘로 갈 수 있지 않은가. 남궁천이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아, 그 역시도 하루빨리 안휘로 가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전을 찾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할 것이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포달랍궁의 진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네.”
그리고 또 한 사람, 유해이니 안장이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이가 있다. 금천수왕, 그에게 있어 경전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마형단이 사라진 것으로 모든 책임이 마교에 있다는 사실 역시 확실시 되었다.
그렇다면 포달랍궁 역시 경전을 되찾기 위해 못할 것이 없다. 명분과 의의 역시 포달랍궁 쪽에 있다시피 하니 이 전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역시 궁에 유리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금천수왕의 말투와 행동이 사도학에게 있어선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찾아 돌려준다니까 더럽게 쫑알거리네.”
“허…… 허허- 사 교주께선 입이 다소 험하신 것 같네만?”
“왜 한번 해 보게? 대법왕 서넛은 데려와야 할 텐데?”
“…….”
사도학이 힘껏 기세를 풀어 헤치며 금천수왕을 압박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싶냐는 듯한 그 표정은, 말 그대로 위협적이었으며 수틀리면 당장 손을 써도 무방하다는 듯 보였다.
“그깟 부처 경전 하나가 뭐 그리 대수라고 이 난리야, 대체!”
“그깟 경전이 아니니 이러는 것 아니지 않겠소이까.”
금천수왕은 부드러운 어조를 이야기를 건넸으나, 그 말속에는 굵은 뼈대와 같은 힘이 느껴졌다. 또한 사도학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 역시 결코 밀리지 않았는데, 이는 마치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도학의 눈빛이 게슴츠레 변했다.
금천수왕 역시 기세를 뿜으며 대항했다.
아무리 마교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사도학이라 할지라도,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확연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거기까지 해라. 소란스럽군.”
“큼!”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이내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사도학과 금천수왕은 기세를 죽이며 시선을 돌렸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으나, 단우현이라는 거대한 이가 있으니 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없음이다.
“그래, 그 경전이 무엇인데 그리 필사적이지?”
“…….”
“말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가?”
금천수왕은 짧은 신음을 삼켰다.
포달랍궁에 보관된 경전들은 하나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부처에 관한 것들을 비롯하여 상당히 여러 가지 경전들이 존재하는데, 도둑맞은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다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다.
“그것은…… 천년 전, 무신과 함께 다니시던 대법왕님의 쓰신 것이오.”
그의 말이 들리는 순간,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단우현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동시에, 남궁천과 사도학의 시선이 빠르게 단우현을 향해 쏟아졌다.
아는 일이냐? 하는 듯 묻는 표정이다.
“그런 게…… 존재했던가?”
“아무도 모르게 포달랍궁 안에 봉인되다시피 해 온 물건이니……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금천수왕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천년 전, 대법왕의 경전.
그 내용을 아는 것은 대법왕밖에 없으니, 무엇이 적혀있는지 아는 이가 없기는 하나, 천 년 전 물건이라는 것과 지금까지 지켜져 온 것을 보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지난 습격에서도 그것만큼은 지켜내지 않았던가.
“재미있군…….”
또다시 남궁천과 사도학의 시선이 단우현을 향했다.
그러나 딱히 생각나는 이가 없다.
땡중들이야 많이 보았으나 라마승이라?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보아도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거짓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
포달랍궁은 이미 한 차례, 무신의 물건으로 인하여 홍역을 치렀다. 또한, 비급은 이미 금왕수가 훔쳐 나갔으니만큼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금천수왕의 말투로 보아 그런 것 같지가 않다.
그 외에 다른 것이 숨겨져 있었던 것인가?
과연, 중원무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포달랍궁이다.
단우현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흥미가 동한 것이다.
“어이쿠…….”
“허, 허허- 흥미가 생겼구만, 자네.”
“흥미라기 보단…… 재미가 있어 보이는군.”
사도학이나 남궁천 또한 마찬가지다.
천 년 전 무신에 대해 쓰여 있는 경전이라 하니, 자신들이 모르는 단우현이라는 인간이 적혀 있다는 말이다. 비급이니 하는 것들보다, 오히려 그런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 경전…… 반드시 찾아 주마.”
이내, 한껏 웃음을 머금은 사도학이 말을 내뱉자 금천수왕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찾아 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이리 살벌한 느낌이 든단 말인가.
심지어, 왜 찾아 준다고만 하고 돌려준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불안감이 싹텄다.
“먼저 언질을 해 두겠네만……. 그 경전은 포달랍궁에 대대로 내려오던 물건이외다.”
사도학이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젓는 그 모습에 금천수왕은 더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더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하여, 되도록 포달랍궁이, 마형단 놈들을 먼저 잡아야 했다.
“그럼…… 이 늙은이는 먼저 가 보겠네.”
“그래.”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를 보며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애초에 일행이 아닌 데다, 서로 길이 다르다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여, 금천수왕은 금천수왕대로 움직일 생각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이내 방문을 닫고 사라졌다. 처음 들어왔던 것과 같이,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비밀 통로로 빠져나갈 것이다.
“그럼…… 이제 어쩔 텐가? 대법왕의 경전이라…… 흥미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내 직접 찾아오마!”
애초에 사도학은, 경전을 훔쳐 달아난 마형단을 잡아야 하는 처지다. 또, 그 내용을 궁금해하고 있으니만큼 다음 할 일은 하나밖에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