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7
정마연합을 상대로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공격을 가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군자도 서북쪽은 상당히 조용하기 짝이 없다.
모든 이들이 흑의인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탓에, 단 소수만이 남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곳을 향해 한 무리의 복면인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은밀하게 이동을 하는 그들은, 발걸음 소리는 물론이고 바람조차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신에 능한 모습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 소리는 그들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얻지 못했다.
그들은 오로지 비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아갔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는 행보다.
그러면서 눈앞에 방해자가 존재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서걱-!
“컥!”
한 인물의 목이 어이없이 날아올랐다.
무림맹인지 혹은 마교인지조차 그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시선은 여전히 입구를 향해 있었고, 발은 그곳을 향해 움직이는 것밖에 없는 듯했다.
-더욱 빠르게 움직여라. 이각 남았다.
흑의인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더욱 몸을 숙이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한순간 튀어 나가는 그들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입구를 지키는 세 명의 인물들을 베어 내며, 죽은 이들의 시신이 바닥으로 쓰러지기도 전에 안으로 파고들었다.
비동 내부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일다경조차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은밀하며 민첩하다.
마치 이런 일에 특화되어 있는 자들 같았다.
길고 긴 동굴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주위 풍경에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어둠이 몰아쳤어도 그들은 또렷하게 앞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상당히 깁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습니다.
-아니, 물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지고 있다.
흑의인의 말대로 귀를 기울여 보니 물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한 바람의 세기조차 달라지는 것을 보니, 목적지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았다.
흑의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더욱 빠르게 발을 놀렸다. 그들의 속도는 가히 장삼태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빠르게 치솟았다.
이윽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그 길을 벗어나 거대한 동공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퍼걱-!
콰다다당-!
한 흑의인의 몸이 어이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주륵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의 몰골을 보니 더 이상 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챙챙챙-!
그러나 흑의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보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재빠르게 검을 뽑아 정면을 바라봤다.
“……누구냐?”
거대한 동공
세 구의 유해로 추정되는 것들.
벽면 가득한 검흔, 기이하게 쓰여 있는 글씨들.
이 모든 것들이 들었던 것과 같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눈에 보였다.
한 사내가 서 있다.
그것도 우두커니.
아무런 말조차 없이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은, 덤덤하다 못해 감정이라는 것이 깃들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나 사내가 이내 씩 웃었다.
그 웃음마저 기괴했다.
“수고를 덜었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상대의 꾀에 넘어가 죽는 것 또한 이 무림의 일부분, 그렇기에 이들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훈련을 받았으며 어떤 상황이라 한들 냉정한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검을 상대를 향해 겨누며 기세를 풀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이곳에 너희들 같은 것들이 먼저 들어오다니…… 발자국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남아 있었던 것인데…….”
단우현은 그리 말을 하며 천천히 흑의인들을 둘러보았다. 칼을 들고 있는 저들의 자세는 대단히 안정되어 있다.
그것만 봐도 일류를 오가는 고수임을 짐작케 한다.
하나, 그것보다는 암살과 잠입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은 몸이다. 날렵해 보이고 또한 상당히 냉정하다. 과거의 살수들을 보는 것 같다.
더군다나 정면 대결 또한 약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보았던 그 쓰레기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이니 재미가 있었다.
이런 이들이 아직 남아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그래, 이곳엔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살(殺)!”
대답을 할 가치가 없다.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비동 안에 있었고 혹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인물이니만큼 반드시 죽여야 했다.
흑의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진을 짰다.
상대는 틀림없는 고수.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진법은 자신들보다 고수를 상대할 때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린 이들 중 누구 하나 살아남은 적이 없기에 그들은 자신이 있었다.
“호오? 괜찮은 진이로구나. 어쩌면 소림의 것보다 더.”
단우현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단순히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언제라도 단숨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간격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암기를 던지기에도 적당하고, 설령 독을 뿌린다 해도 안전하다. 또한 언제라도 거리를 좁혀 싸울 수 있으니 한번 걸리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한 이가 달려들었다.
거리를 좁히는 순간 다른 한쪽에서 암기 수십 발이 쏟아져 왔다.
달려드는 흑의인조차 자칫 그 암기에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그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단우현은 그것을 가만 보며 손을 움직였다.
정면으로 날아드는 암기 하나를 잡아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흑의인이 고개를 숙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깜짝 놀란 그가 눈을 치켜뜨는 찰나, 단우현의 손이 가볍게 움직이며 암기로 흑의인의 목을 그었다.
“커억!”
목을 부여잡은 그가 괴로운 신음을 터트렸다. 하나,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이 단우현은 사내의 멱살을 부여잡고 슬쩍 잡아끌었다.
퍽퍽퍽-!
날아들던 암기가 사내의 온몸에 꽂혔다.
“이 정도인가?”
그들의 진이 깨진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이 죽은 것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신묘하여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수하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래 봐야 고작해야 한 명.
다소 희생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사삭-!
흑의인들이 진을 펼치며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암기들이 날아들며 단우현을 위협했다.
상당히 빠르고 날카롭다.
그들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인지라, 어느 누구도 이 현란함을 이기지 못한 채 빠져들 것 같았다.
캉-!
캉캉-!
순간순간, 흑의인들이 빠른 경공으로 치고 들어와 칼을 날렸다. 그때마다 가볍게 움직이는 단우현의 손에서 쥐고 있던 암기가 움직이며 그것을 받아 냈다.
동시에 날아드는 암기마저 쳐 내는 그 광경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선 것 같았다.
우두머리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없는데 이런 곳에서 계속해서 끌고 있을 수는 없다.
“죽여!”
크게 언성을 높이며 그 또한 달려들었다.
필사의 각오를 보이며 뽑아 든 검에 내력을 실렸다.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그 거대한 힘이 칼날에 머무는 것과 동시에, 돌고 돌던 흑의인들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한꺼번에 단우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고작해야 이런 것이냐?”
피식-
그러나 단우현은 비웃었다.
우습지도 않은 짓을 한다.
조금 더 머리를 굴려 생각을 했으면 얼마든지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고작해야 일 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목숨을 버리는 짓에 불과하다.
하나, 그 또한 재미있다.
단우현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암기를 내질렀다.
푹! 하며 한 사내의 목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횡으로 휘두르며 한 발 옆으로 움직였다.
서걱!
오른쪽으로 다가오던 사내의 목이 날아올랐다. 그 시신이 바닥을 떨어지기도 전에 걷어차자, 쏜살과도 같이 날아오른 시신이 다가오던 다른 사내와 부딪쳤다.
퍼억-!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단우현의 움직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것은 곧 이들에게 공포로 남아야 했다.
서걱-!
내공을 쓰는 것인지 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휘두르는 것에 불과한 모습이기는 하나, 흑의인들의 목이 베이고 머리가 꿰뚫렸다.
어떻게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빠진 것처럼, 그들은 누구 하나 물러설 수 없었으며 누구 하나 단우현의 코앞까지 다가서지 못했다.
촤촤악!
“내공이 있다 하여 만능이 아니지. 날붙이는 이렇게 쓰는 거다.”
단우현은 지금까지 내공을 쓰지 않았다.
그저 움직임만으로 고수라 불리는 이들을 도륙하고 있다.
손에 쥐어진 암기는 천하의 더 없는 명검보다 우수해 보였으며, 눈이라도 달려 있는 듯 쫓아와 상대의 목숨을 앗아 갔다.
“말도 안, 컥!”
스물이 넘는 이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우두머리의 목을 꿰뚫은 단우현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입 다물거라. 곤히 자는 녀석들 깨울라.”
퍼억!
단말마의 신음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한 우두머리의 신형이 스르륵 무너졌다.
그것을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던 단우현은 죽은 이의 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신호탄인가?”
대충 상황을 이해했다.
누군가 군자도를 습격하였고 그 틈을 이용해 이들이 시신과 비동에 있을 무언가를 손에 넣는다.
신호탄을 날리면 아마도 공격을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물러날 것이다.
목적을 달성했다는 신호일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한 단우현이 씩 웃었다.
품에 신호탄을 챙기고 죽은 이들을 하나둘 끌어다 절벽에 내던졌다. 이렇게 한다면 당분간 그 누구도 찾지 못하리라.
사방에 퍼져 있는 핏자국마저 지워 냈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죄자 같은 행동이다.
이내 세 사람의 유해를 하나씩 안아 동굴 입구에 챙겨 놓고는, 흑의인들이 타고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를 찾았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보였다.
배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세워져 있었으며, 그곳을 지키는 몇 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훌쩍 몸을 날린 단우현이 배에 올라타는 순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가 지닌 암기가 움직였다.
서걱-!
“끄어억…….”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한 이들의 시신이 하나둘 동정호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모든 것들이 정리가 되자 단우현은 배에 세 구의 유해를 조심히 가져다 놓았다.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삭아 버린 뼈가 조금이라도 부식되지 않게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다.
그 일련의 작업이 끝나자 하늘 높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삐이이이익-!
단우현은 높이 올라가는 그것을 가만 바라보다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군자도를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기이하게도 다른 곳을 향해 움직였다.
배를 대어 놓아도 수풀과 바위 탓에 잘 보이지 않는 곳. 무언가를 숨겨 놓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듯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모인 곳과는 정반대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이들이 이곳을 찾으러 올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정박한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거라. 금방 돌아오지.”
이제는 말조차 하지 않는 유해를 상대로 대화를 한다.
장삼태가 곁에 있었다면 단우현의 머리를 제일 먼저 의심했을지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