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72
마교의 정점
천마라는 직위에 오른 직후부터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까지 사도학은 절대군주의 위상을 보이며 마교를 다스려 왔다.
그러나 수하들이 어떠한 잘못을 했다 하여 심한 벌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유인즉슨 힘을 가진 이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휘둘러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상, 사도학 역시 마교의 힘을 제멋대로 휘두를 때가 많지 않았는가.
아무리 청렴결백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만큼, 심한 일이 아니라면 대강대강 넘기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하지만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있기도 하다.
마교를 배신하는 것.
천산마교라는 하나의 덩어리에서, 무언가 하나가 떨어져 나간다면 떨어져 나간 자리는 또 다른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곧, 덩어리 전체를 붕괴시키는 일과 같다.
하여,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마교를 배신하는 것만큼은 참지 않았다.
마형단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이들을 모아 가르치고, 그중에서도 최상의 재능과 힘을 보인 이들만이 입단할 수 있는 곳이다.
사도학이 만들었으며 그렇기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마교를 배신하고, 전쟁에 빌미를 주어 피해를 줬으며 심지어 다른 곳으로 이적을 하려는 꼴만큼은 절대 볼 수가 없다.
이는 마교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며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여, 사도학은 자신을 막아서려는 포달랍궁을 노려봤다. 날카로운 눈빛은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와 눈 같았고,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가히 태산이 짓누르는 감각이다.
“내가 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 말해 봐라.”
“……포달랍궁에 일이니 끼어들지 말라 하였네.”
“내가 말하지 않았냐? 이건 마교의 일이라고.”
“저들은 포달랍궁을 모욕하였고, 또 중요한 물건을 훔쳤소이다. 이게 어찌 포달랍궁에 일이 아닐 수 있겠소이까?”
금천수왕 역시 쉽사리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사도학에게 일 처리를 맡기게 된다면 포달랍궁은 마형단에 손조차 댈 수가 없을 것이다.
저들이 포달랍궁을 모욕했고, 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주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놈들의 목과 함께 훔쳐 간 모든 물건들을 되찾아야 함이 맞다.
그렇기에 사도학에게 맡길 수 없다.
더욱이, 무신의 경전이라는 것을 발설한 이상 사도학이 그것을 곱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여, 두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를 막아 보겠다?”
“허허허- 막는다기보다는 양보를 해 주었으면 좋겠소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 노부 역시 부득불…… 출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푸하-!”
기가 찬 사도학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금천수왕은 분명히 강하다.
서장과 신강을 합친다면 틀림없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강자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사도학은 전 중원에서도 두 손가락이며 그것이 벌써 십 년 전까지 일이다.
세월이 십 년이나 흘렀고, 단우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괴물 곁에 있었으니 만큼, 성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여전히 오십 중반에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의 몸에서 흐르는 천마신공의 기세가 더욱 강해진 것 역시도 그러한 이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 사도학의 패배는 없다.
“큭?!”
그러나 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구자곡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포달랍궁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느닷없이 사도학이 나타났다.
왜 이런 시기에?
천산마교를 내버리고 나갈 때는 언제고, 이제야 나타나 훼방을 놓는단 말인가. 제아무리 광신도처럼 그를 따르던 구자곡이라 한들, 그것은 이미 십 년이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다른 이를 섬긴다.
하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쾅!
순간,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연막이 터져 올랐고, 삽시간에 시야를 가렸다. 이는 상대의 시야를 가리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였는데, 대부분 강자를 상대로 도망을 칠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사악-!
사도학이 슥 하며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연막이 걷혀 버렸다. 몸을 날리려던 구자곡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는 그 순간.
서거걱!
느닷없이 눈앞에 수하들의 목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내 앞에서…… 도망을 치려고?”
사도학의 고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를 어떤 방식으로 도망친다 하여도, 붙잡힐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한마디다. 애초에 마황이 눈앞에 있는데 도망을 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러나 구자곡의 의지는 한결같았다.
이를 악물고 발을 놀렸다.
그 순간, 사도학이 슬쩍 칼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차마 휘두르지 못하고 멈춰 섰는데, 이내 사도학의 시선이 어느새 자신의 목 앞까지 다가온 봉을 향했다.
그 봉 끝에는, 금천수왕이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 보였다.
“이곳은…… 노부에게 맡기고 뒤를 쫓게나.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금천수왕의 의지가 느껴지는 한마디에 라마승들은 더 이상 어떠한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알겠다, 라고 대답을 하고 사라져 가는 구자곡을 쫓는 것이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어휴…… 이 답답한 늙은아. 라마승 따위로 마형단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허허- 포달랍궁을 만만히 보아선 아니되네, 교주.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강하니 말이네.”
사도학은 피식 하며 웃음을 지었다.
포달랍궁과 붙어 본 적 없으니만큼,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포달랍궁의 전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있지 않은가.
포달랍궁이 드러낸 전력이.
“그럼 너는?”
“…….”
“강하냐?”
사도학이 이죽거리며 검을 휘둘렀다.
쾅-!
* * *
구자곡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극성의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고 있는 그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라마승들이 뒤를 쫓고 있다는 것도 있으나, 그러한 것보다 사도학이라는 거대한 존재 때문이다.
“이런 미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교주 육철완의 계획은 완벽했다.
물건을 훔치기 전부터 포달랍궁과 천산마교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모든 이목이 이 둘을 향해 가 있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궁 내부의 경비가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하였고, 그 덕분에 수월하게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이후, 모든 것을 마교에 뒤집어씌운 뒤 유유히 빠져나가기만 하는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잘 되었다고만 여겼는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일기 시작했다.
왜, 두 곳에 전쟁이 멈췄는가.
또, 금천수왕은 왜 자신의 뒤를 쫓았는가?
어째서 사도학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자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켰다. 도주하고자 극성의 경공을 펼치면서도, 불안감이 쉬이 가시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라마승들의 경공이 보통이 아닙니다. 어찌할까요?”
그때 부단주가 힐끗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공이라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마형단이지만 라마승 역시 못지않다. 뒤를 따르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기세 역시 만만치가 않다.
막상 도주를 멈추고 칼을 겨눈다면 이쪽 피해 역시 상당할 것 같았다.
문제는, 저들과 손을 섞는 사이 사도학이 다가온다면 더 도망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자곡은 결코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반드시…… 교주께 전해야 한다!’
구자곡은 눈을 빛내며 굳게 다짐했다.
육철완을 떠올리는 순간 그의 눈빛이 다소 흐리멍덩하게 변하였으나, 그 짧은 변화를 눈치챈 이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사방으로 연막을 터트리며 달려라. 반드시 이곳을 벗어나 중원으로 갈 것이다.”
“……예!”
구자곡의 굳은 결심이 깃든 한마디에 부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전음을 이용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곳곳에서 펑펑! 하며 연막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작 하나라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는 연막이다. 하지만 그것이 여럿이고, 계속해서 터진다면 뒤를 쫓고 있는 이들에게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구자곡은 이를 악물며 부단주를 바라봤다.
이윽고 알 수 없는 전음을 주고받은 이들이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이들마저 연막에 휩싸이고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때.
“거봐라, 여기서 기다리면 온다 하지 않았나.”
“저…… 정말이네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막 속으로 모습을 감춘 구자곡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분명 자세히 보이지 않으나, 그의 정면으로 두 남녀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사내가 가볍게 검을 들고는 휘둘렀다.
사아아악-!
가볍게 휘두른 것에 지나지 않은데, 쏟아져 온 검풍이 자욱하게 낀 연막을 가볍게 날려 버렸다. 그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마형단의 모습이 속속 드러났다.
“많기도 하군.”
“라마승들도 있네요. 결국 포달랍궁은 끝까지 포기를 할 것 같지 않네요.”
“그럴 테지.”
이내 모습을 드러낸 이들을 바라보며 구자곡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젊은 사내와 여인, 누가 봐도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 모습인데 사방에 깔린 연막을 날려 버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구자곡이냐?”
“……?!”
이내 들려오는 사내의 말에 구자곡은 인상을 썼다.
틀림없이, 노리고 온 놈들이 분명하다.
그 정체를 도통 알 수가 없으나,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였고 입술을 깨물며 칼을 쥐었다. 피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안하지만…… 품에 있는 것은 놓고 가야겠구나.”
“헛소리.”
“……놓고 가거라.”
내뱉어진 말은 명령이다.
결코,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놓고 가라는 명령이다. 듣는 순간, 오기가 생긴 구자곡이 입술을 씰룩이며 칼을 쥐었다.
“별 미친놈을 다 보았구나!”
상황은 급하다.
뒤는 라마승, 더 멀리는 사도학이 언제 쫓아올지 모른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었다간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하여, 구자곡은 있는 대로 내공을 끌어 올렸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결코 약자가 아님을 알기에.
단숨에 제압을 해야 했다.
그의 검이 우웅- 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기세를 칼날에 담았다. 어찌나 강맹한 기세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압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비키거라!”
“…….”
구자곡은 이내 거칠게 소리를 치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 맺혀 있던 힘이 단박에 터져 쏟아지며 나아갔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