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76
부들부들-!
천지교의 교주 육철완은, 한 권에 책을 손에 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틀림없이 그가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말년에 쓰인 것이다 보니 이 책의 값어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책자를 들고 있는 육철완은 좀처럼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무신을 향해 검을 뽑은 이는 소국자라는 이다. 무림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는 것이 뛰어난 무예를 익히고 있는 이가 틀림없다. 그런 그가 검을 뽑고 한 걸음 움직이려는 순간…… 시체가 되었다.
-또다시 누군가가 무신을 습격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몸이 반으로 갈려 피와 내장을 쏟으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최 이 인간이 사람을 어찌 죽이는지 알 수가 없다. 뭐가 보여야 파훼를 할 방법을 찾는데, 눈알이 빠지도록 쳐다봐도 사람만 죽어 나갈 뿐 칼질은 보이지도 않는다. 똥은 사람처럼 싸는 인간이, 칼질은 인간이라 볼 수가 없다.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육철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에 쥔 책자가 서서히 구겨져 가고 있음에도 그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내 종국에는 중간 부분부터 통으로 찢겨나가, 더 이상 내용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이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괴성을 내질렀다.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장내로 울려 퍼져 나가자 주변에 있던 이가 귀를 틀어막고 바닥으로 온몸을 바짝 눕히며 머리를 숙였다.
“저…… 전서로 보내왔을 때부터 이미…….”
“도대체 어떤 놈이……!”
“마형단의 부단주가 보냈다 합니다만…… 이미 사라져 종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육철완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순간이던가.
처음, 그 대법왕의 기연을 우연히 얻게 되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손에 꼽고 또 꼽았던 날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것은 그가 그토록 고대하고 또 손꼽아 찾아 헤맸던 내용이 아니다.
“마형단은……. 어찌 되었나……?”
“마교에 사로잡혀 구금되었다 합니다.”
“큭……!”
육철완은 질끈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모든 계획이 하나둘씩, 수포가 되는 것을 느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과 무력함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가 털썩 의자에 몸을 기대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완벽했고, 이렇다 할 변수조차 존재치 않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일이 틀어진 것이고, 이리되었단 말인가!
쾅!
육철완이 있는 대로 주먹을 휘둘러 앞에 있던 탁자를 부쉈다. 마치 지금 그의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듯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조각이 되어 뿌려졌다.
“그런데 교주…… 기이한 일이 있습니다.”
“기이한 일?”
그때 보고하고 있던 사내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정보를 통괄하고 보고를 하는 그의 관점에서, 걸리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연이라 치부하기에 너무 이상한 것 말이다.
“지난번, 추작한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래, 그걸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느냐?”
“그때 무당에서 추작한이 붙잡혔을 당시…… 한 일행이 있었다 합니다.”
“일행?”
육철완 역시 들은 기억이 있다.
추작한이 정파인들을 선동하여 무당을 공격하였다 하지 않았던가? 상황이 그러다 보니 어떠한 일행이 있다 하여도 이상하다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걸린단 말인가.
“예, 추작한이 교주의 명령 없이 일을 벌였습니다만…… 그 연유는 백호라는 신수를 붙잡으려 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
육철완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들이 워낙 많은 탓에 백호에 대한 것을 완벽히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천하의 신수를 이끌고 다니는 소녀라 했던가?
“그 일행이 무당에서 사천…… 또다시 서장을 거쳐 천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뭐?”
“또 그들이 움직인 길을 맞춰 보니……. 무당은 물론이고, 사천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천산까지 동일한 시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육철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무당에서부터 천산까지 벌어진 모든 일에 그들이 끼어 있었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어쩌면 사천에서 신녀와 진태공이 사라진 것도 말이다.
어쩌면 자신이 놓쳤던 변수가 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하는 것들인지…… 낱낱이 알아 와라. 또,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말이다! 모든 신도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육철완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이 모든 것이 그들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 한다면 결코 가만 내버려 둘 수 없다. 또, 놈들이 이번 마교 일에 개입했다고 한다면 또 다른 경전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일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경전마저 훔쳐 갔다고 한다면 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임이 틀림없다.
* * *
“드디어 돌아가네요.”
“허허- 그렇구나. 참 오래도 걸렸구나.”
마차를 몰며 다시금 중원으로 향하고 있는 단우현은, 어느덧 들어선 청해의 풍경을 눈에 새겼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청해를 벗어나 감숙으로 들어갈 것이니 마지막 목적지라 할 수 있는 안휘와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끝이 보이니 하나같이 표정들이 밝다.
단소미는 언제나처럼 환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으며 남궁천과 사도학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도 바둑을 두는 여유를 부렸다.
장삼태는 마부석에 느긋하게 앉아, 마차를 모는 진태공을 닦달하고 있었으며 남궁소혜는 마차 구석에서 검을 닦으며 힐끗힐끗 금지란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천산에 있었을 때부터, 무엇에 홀린 사람마냥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한껏 움츠러들었던 탓이다.
“괜찮아요?”
“머…… 멀쩡해요! 이, 신녀의 걱정은, 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남궁소혜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신녀라 말하는 것은 전과 같으나, 기이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진 듯한 말투다. 말을 하면서도 남궁소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이, 마치 황제를 눈앞에 두고 얼굴을 들지 못하는 이와 같지 않은가?
“저기…… 무슨 일 있었나요?”
“무, 무슨 일이라니요! 이, 이 신녀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아, 아가씨가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없답니다! 호호호.”
그 모습에 남궁소혜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이곳까지 오는 와중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단소미를 챙겨 주느라 차마 묻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꼴을 보아하니 대강 알 것 같았다.
그녀의 게슴츠레한 시선이 자연스레 남궁천과 사도학을 향했다.
“뭐…… 한 거예요?”
“허허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이 할애비가 이상한 짓이라도 했을까 봐 그러는 것이야?”
“뭔가 하긴 했다는 거네요.”
“커컴!”
남궁소혜의 입에서 하아- 하며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도학과 함께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인가? 아니면 숨겨진 남궁천의 천성과도 같은 것인가.
저 힘 없는 것이 뭘 안다고, 다그친 것이다.
천하의 남궁천이 다그쳤으니 기가 죽을 법도 했다.
“할아버지가 뭐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순간, 진태공과 금지란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손녀인 남궁소혜라면 가볍게 말을 해도 딱히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이 아닌 타인이라 한다면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누가.
천하의 검황 앞에서 기가 죽지 않을 수 있는가?
심지어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지만 무형의 압박과 태산과도 같은 압도적인 기세를 정면에서 받아 보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와 진태공의 입장에선 그냥 기죽고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보는 것이 가장 편안한 시간인 것이다.
남궁소혜 같은 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상황이다.
그것을 알까, 이 기집애는?
금지란은 얄미운 시누이를 바라보듯 쏘아봤다.
“그래…… 알아낸 것이라도 있나?”
그때 단우현이 상황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남궁천이 저들을 건드렸다면 그 이유는 뻔하다.
정도무림에 혼란을 일으키는 자들이니만큼, 토벌을 하기 위해 정보를 끄집어내려 했을 것이다. 단우현 역시 경전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것을 노리려 했던 교주에게 흥미가 생긴 상황이니만큼, 이 질문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교주의 이름은 육철완……. 그 주위로 장로와 호법 열 명이 있는가 보더구만. 사천황이라 불린 이들도 말일세. 지금은 이천황이 되었을 테지.”
흐음- 하며 작은 신음을 흘린 남궁천이, 바둑판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천지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였기에 그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것들은 상당한 고급 정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천황이라 해 봤자 죄 등신들 아닙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그때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삼태가 콧방귀를 뀌었다. 처음 보았던 추작한부터 진태공까지 하나같이 조금 강하냐 조금 더 강하냐 수준이고, 그렇기에 중원에 널리 퍼진 천지교 사천황이라는 두려움 따위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설프다, 어설퍼.
장삼태가 혀를 쯧쯧 찼다.
“남은 둘을…… 나나 추작한같이 생각하면 안 될 거요.”
“뭐? 그래 봐야 거기서 거기지.”
장삼태의 말에 진태공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추작한은 전투에 특화된 이가 아니었다.
무(武) 쪽으론 재능이 없었으나, 그 매혹적인 생김새와 두뇌야말로 그가 사천황이 된 결정적인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진태공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신녀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시작을 하였으나, 나름 실력이 좋았고 재능도 있었다. 하지만 사천황에 오를 정도의 실력이라 할 수는 없었는데, 신녀의 곁을 보필하는 이가 일개 호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금지란이 막무가내로 우겨 그 직위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나날이 성장하여 지금은 교 내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을 얻었으나, 다른 두 사람과 비교를 한다면 조족지혈이다.
“듣기론 사천황 두 명은 십존에 버금간다 하더구만, 허허.”
“십존? 그 십존 말이냐?”
십존이라는 말에 장삼태가 놀라 입을 다물었다. 또한 사도학이 눈을 반짝 빛내며 흥미를 드러내었는데, 이는 오황이 사라진 이 무림에서, 십존이야말로 현존 최강 고수들을 일컫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무슨 그런 광종 놈들 실력이 십존에 버금갈 수 있습니까요?”
장삼태가 영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추작한과 진태공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노부도 믿기지는 않네만…… 거짓말을 할 상황은 아니었을 테니 진짜일 것이네. 허허허-”
남궁천이 너털너털 웃음을 지으며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십존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영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하긴, 그 정도는 돼야 암약하는 놈들이라 할 수 있겠지. 조금 더 강하면 좋은 거고.”
“허허허- 자네도 그리 생각하는가?”
“당연하지! 무릇 암약하는 놈들은, 양지에서 노는 놈들보다 강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야!”
사도학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깃들었던 흥미는, 어느덧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백대고수이든 십존이든, 그들이 강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만 이 세 사람에게 있어선 하룻강아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때 남궁천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아, 그리고. 본인 스스로…… 무신의 후예라 자처를 한다더구나.”
“……!?”
“헉!”
“하아…….”
남궁천의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부석에 있던 장삼태가 놀라 휘둥그레 눈을 떴고, 바둑돌을 내려놓으려던 사도학이 움찔 손을 멈추었다. 또한 남궁소혜가 미간을 짚고 한숨을 쉬고는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순간, 덤덤하기 짝이 없었던 단우현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재미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