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0
“호남단가?”
“예……! 여기저기 정보를 모아 확인할 결과…… 그렇습니다.”
육철완은 중원무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를 그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는 자다. 그래야만 혹여나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 쉽기 때문이고, 어느 곳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단가라?
처음 듣는 곳이다.
그리 강한 이들이 모여 있는 세가가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레 귀에 들어왔을 것인데, 어찌하여 지금까지 무시되었단 말인가.
그의 눈빛이 게슴츠레 치켜 떠졌다.
“뭐 하는 곳이냐?”
“듣기론 동정호 인근에 하룻밤 사이에 장원이 세워졌다 합니다. 그 뒤로, 마을 전체가 풍족해졌고 치안도 좋아진 덕에 사람들이 그곳을 신선이 사는 장원이라 부른답니다.”
“신선이…… 산다?”
“예, 마을 안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는 모르고 있었단 말이냐?”
무언가 내키지 않은 표정에 육철완이 수하를 쏘아보았다. 정보를 관리하는 놈인데, 그 정보가 비었다고 한다면 이는 그의 잘못이 크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스산한 눈빛이 내리꽂혔다.
그리고 순간, 불온한 바람이 장내에 몰아쳤다.
“소…… 송구합니다. 하…… 하지만 저에게도 들어오지 않아서……. 아마도 하오문 쪽에서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오문…… 이?”
“예! 틀림없습니다.”
육철완이 눈썹을 들썩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해야 돈이나 받아먹는 삼류 나부랭이들 따위가, 감히 자신의 뒤통수를 쳤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오문을 정리하고 문주를 내 앞에 데려오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호남단가의 주춧돌 하나 남기지 말고 쓸어버리거라. 나의 계획을 방해했으니 천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명령대로 수행하겠나이다.”
수하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슥, 하며 그림자 속으로 그의 몸이 사라지는 순간, 그 어떠한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삽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제야 권좌에 앉아 있던 육철완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힐끗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올려놓은 찢어진 책자를 바라보고는 미간을 움켜쥐었다.
“되는 일이 없군…….”
* * *
“아,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객잔을 나선 장삼태는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왔음에도, 그들을 보았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밤이었던 점이 크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도망을 친 것이 아니라면 결국 객잔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객잔 주변은 다른 곳보다 조용하고, 밤이면 사람들조차 잘 오가지도 않은 통에 납치가 된다 한들 알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골 때리네, 진짜.”
신음을 삼킨 장삼태가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오문이라도 가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고는 하지만 반나절 전에 일어난 사건까지 알 수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찌 찾아내야 할까?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언니. 아까 그 사람이 입에서 불을 뿜었어요.”
“호호- 불이 아니라 술을 뿜은 거야. 독한 술을 입에 물고 말이야.”
“아-! 그럼 저도 할 수 있을까요?”
그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울림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자 저잣거리를 다녀오는 중인 것인지 한껏 신이 난 단소미와 남궁소혜가 보였다.
순간, 장삼태가 눈을 번뜩였다.
그래, 저 아이라면!
“소미야-!”
“어? 아저씨! 숙취는 좀 괜찮아요?”
밤새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을 알고 있던 단소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평소라면 객잔 어딘가에 뻗어 일어나지 못했을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표정이 멀쩡했다.
진짜 밤새도록 술을 마신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으하하! 나는 멀쩡하다! 그보다 두 사람을 본 적 없느냐?”
“으음…… 딱히 기억나지 않는데요. 그쵸, 언니?”
“그러네……. 어제 이후로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네요.”
단소미와 남궁소혜가 어깨를 으쓱했다.
장삼태와 함께 저잣거리로 나간 뒤 보지 못하였으니만큼, 묻는다 한들 명쾌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장삼태와 함께 있던 이들이지 않던가.
“아직도 못 찾았어요?”
“그래-! 어디로 꼭꼭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혹시…… 나쁜 일을 당한 것인지도…….”
장삼태가 힐끗 단소미의 눈치를 살폈다.
다른 누구보다 마음씨 좋은 아이다 보니 반드시 같이 찾으러 갈 것이란 확신이 있는 눈빛이다.
그러나 순간, 남궁소혜가 장삼태와 단소미 사이에 끼어들었다.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미간을 지그시 누르는 것이, 이미 장삼태의 계획을 꿰뚫어 본 듯 보였다.
“그럼, 당신이 찾으면 되겠네요. 소미에게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아니……. 뭐, 나도 있고 그쪽도 있는데 위험할 일이…… 있나?”
“아주 당연하게 저도 끼어 있네요…….”
“당연하지! 같은 호남단가의 사람이니까 말이야!”
장삼태는 당당했다.
금지란과 진태공을 찾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단소미만큼은 어떻게든 안전하게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뒤를 받쳐 줄 사람이 필요한데, 남궁소혜라면 딱 적임자가 아닌가?
칼질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잘하니까.
더군다나.
“애초에 그쪽, 명색이 호남단가의 호위무사인데…… 호위다운 거 한 적 없잖아?”
“윽?!”
“맨날 눈 뜨면 칼질하고 내가 차려 준 아침밥 먹고 소미랑 놀아 주고. 그러다 배고프면 내가 차려 준 밥 먹고 칼질하고 소미랑 놀아 주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거랑 뭐가 달라?”
간지러운 것인지 콧구멍을 후비적거리며 남궁소혜를 바라보고 있는 장삼태의 표정에는, 다소 한심하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틀린 말이 없다.
십 년 전 사건, 사고가 잦았을 때를 제외하면 남궁소혜가 하는 것이라곤 연무를 하는 것과 소미를 돌보는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게 보모이지 어디 호위인가?
그렇다고 돈을 안 받느냐??
그건 또 아니다.
죽어라 일을 하며 녹봉을 받아 가는 장삼태와는 다르게, 저러한 일을 하면서도 남궁소혜는 장삼태보다 많은 돈을 받아 가고 있었다.
그것이 못마땅했다.
“지금 네년 실력이 왜 그렇게 올라간 줄 알아?! 네가 칼질하면서 땀이나 흘리고 소미랑 여기저기 놀러 다닐 때 이 몸이 뼈를 갈아 일하면서 밥 차려 먹인 탓이야. 알아?”
“윽!”
“그런데 고작 이 한 번을 못 도와준다고 그렇게 노려봐? 은혜도 모르는 나쁜 계집애 같으니라고!”
“뭐…… 뭐라고요!?”
“내가 틀린 말 했으면 어디 반박해 봐라!”
장삼태가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히며 히죽 웃음을 지었다. 기실 그의 말이 틀리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기는 했으나, 남궁소혜 역시 그녀 나름대로 호남단가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보이지 않아 문제인 것이지.
하지만 장삼태가 저리 당당하게 나오는 데다, 또 틀린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에 남궁소혜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한 일을 줄줄이 읊어 본다 한들, 장삼태의 말이 칠할 이상이 사실인지라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남궁소혜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아- 아-! 진짜, 알았어요! 도와줄게요. 도와주면 되잖아요, 진짜!”
“으하하!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왜 안 들어도 될 말을 듣는 거냐, 멍청하게?”
사악-!
순간, 장삼태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번뜩였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잘려 나간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나풀나풀 떨어져 내렸다.
“죽어요, 진짜…….”
“끅! 그, 그래……. 미…… 미안하다.”
장삼태는 매섭다 못해 살기 가득한 남궁소혜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사과를 하며 입을 다물었다. 미인은 화를 내도 미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쏘아지는 살벌한 시선은, 정말이지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아하하……. 그런데 정말 어디 가셨을까요?”
“소미야, 어디를 먼저 찾아보면 좋겠냐?”
“소미야, 어디를 먼저 갔으면 좋겠어?”
“네?”
그때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단소미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몹시 부담스러워 저도 모르게 어색하게 웃었다. 이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동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으음…… 저쪽은 어떨까요?”
“으하하! 그래, 네가 저쪽이라는데 맞겠지. 가 보자!”
“뭐…… 같은 생각이네요.”
웬일로 합이 맞은 두 사람이, 단소미가 가리킨 동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치 그곳에 금지란과 진태공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알 수 없는 상황에 단소미가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내 총총걸음으로 앞서가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 * *
“뭐라……. 무신?”
형운각은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무신? 무신이라니?
천 년 전, 전 무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던 그 무신을 말하는 것인가? 팔선에 의해 동정호 깊은 곳에 가둬진 채 지금은 전설로만 전해진다는 그자를 말함인가?
너무나도 어이없는 말에 이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신녀의 표정은 덤덤하다.
결코, 거짓을 입에 담지 않고 있다는 듯한 눈빛과 표정. 그것을 확인하며 형운각은 부들부들 몸을 떨어야 했다.
“그게…… 사실이냐?”
“거짓 같으세요?”
“…….”
형운각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육철완이 정말로 무신의 무예를 익혔다고 한다면 그 말도 안 되는 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언제나 그의 곁에 머무는 묘한 바람.
수많은 무공을 보고 겪어 봤음에도, 그런 이질적인 무예를 본 적이 없었던 형운각은, 그것이 만약 무신의 무예라 한다면 이제야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닌 고금제일의 사내다.
지금까지 누구도 뛰어넘은 적이 없고, 누구도 그에게 다다른 적이 없다고 전해지는 그런 전설적인 인물이란 말이다.
저도 모르게 씨익,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온몸이 떨려 왔다.
무신! 무신이라니!?
삼천의 이름만으로도 온 중원이 들썩거리는데, 그들마저 능가하고 명실상부 고금제일의 사내가 된 이의 무공을 얻을 수 있다면?
육철완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중원이 대수인가?
새외는 물론이고 마교까지 집어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네년의 말이 사실인지 어찌 증명할 수 있느냐?”
“…….”
금지란의 말에 확신을 얻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