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3
콰아아앙-!
형운각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천마회천공이 작렬하는 그 순간, 종이 한 장 차이로 몸을 비틀어 내지 못하였다면 틀림없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것을 깨달았다.
보아라.
회천공이 휩쓸고 간 곳에는 수하들은 피떡이 되어 널브러졌고, 동굴 벽면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지금도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훼손되고 흔들려?
“큭?!”
삽시간에 머릿속에 무언가를 떠올렸다.
동굴 안에서 엄청난 힘이 터진 것이다. 전체가 흔들렸고, 파괴된 곳도 여기저기 있다. 아무리 잘 버티고 있었던 곳이라 한들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쿠르르릉-!
형운각의 생각이 결코 장난이 아닌 것이, 작게만 느껴졌던 진동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쩍쩍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금이 가고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렸다.
우두커니 선 장삼태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를 맞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 야?”
“뭐긴 뭐예요!? 무너지려 하는 거지!”
“뭐야!? 왜 갑자기!”
“당신이 무식하게 힘을 쓰니까 그렇죠!”
거칠게 들려오는 남궁소혜의 한마디에 장삼태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이내 휙! 하고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있던 형운각이 전력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으…… 으아아악!”
“다, 달려! 죽고 싶지 않으면 달리라고!”
“살려 줘-!”
여기저기에서 거친 비명이 들렸다.
동굴은 깊고 넓다. 또한 복잡하다 못해 여기저기 미로와도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니만큼, 무너지는 순간 설령 깔려 죽지 않는다 한들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 두 사람을 살리고 싶으면 어서 빨리 움직여요! 시간이 없으니까!”
“으아아악! 왜 이렇게 된 거야!”
장삼태가 절규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뭐 이리 복잡하게 생긴 동굴이 있는가? 시간이 없는데 길이 이리저리 나 있다. 막혀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탓에 도무지 두 사람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대로 버리고 나갈까?
장삼태는 힐끗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얼굴에 핏기가 없다. 그녀 역시, 이곳에 갇힌다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대로 버리고 나갈까?!”
“장난쳐요, 지금!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찾기나 해요!”
“장난이라니? 그놈들 찾다가 뒤지게 생겼잖아, 지금!”
“누구 때문인데 그래요!”
남궁소혜가 매섭다 못해 싸늘한 시선으로 장삼태를 쏘아봤다. 때와 장소를 가리면서 힘을 써야지 무작정 휘두르고 보는 멍청이가 어디에 있느냐 말이다.
그것도 천마회천공이라니?
파괴력 하나만큼은 중원 으뜸이라 불리는 그것을, 이런 동굴에서 펼쳐 버렸으니 아직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여…… 여기요-! 저희 여기에 있어요!”
그때 어디선가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가던 길을 멈춘 남궁소혜가 가만히 귀를 기울이더니 또다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쪽!”
“아니, 그냥 나가자니까!”
“닥치라고요!”
저 스스로 상황을 이리 만들어 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장삼태는 연신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만약, 어디 한 군데라도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모든 이들을 내버려 두고라도 도망을 칠 것이 분명한 인간이다.
망할 새끼.
바득바득 이가 갈렸으니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서둘러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려갔다.
이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금지란과 진태공이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그대들의 얼굴이 이리 반가울 줄은 또 몰랐군요.”
“반갑기는 마찬가지지만…… 지금 떠들 때가 아니니 어서 일어서요. 어떤 미친 인간 때문에 동굴이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까!”
“헉?! 그, 그럼 이 진동은……?”
순간, 진태공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부터 진동이 심상치 않다 느끼고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설마 동굴이 무너지려는 전조였을 줄이야?
묻고 싶은 것이 많았으나 시간이 없다.
남궁소혜가 두 사람을 재촉하듯 소리쳤다.
“어서요!”
* * *
“망할!”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 형운각은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금지란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데, 하필이면 이상한 것들이 끼어들었다.
더군다나 천마회천공이라니?
마교의 새로운 소교주라도 세워진 것인가?
하지만 회천공을 쓴 이보다 더 불길한 것은, 칼을 들고 있던 그 계집이다. 정순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풍기는 것으로 보아 정파의 인물이 분명한데, 검술을 펼칠 때 보이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천마회천공을 쓴 이가 다소 미숙한 느낌이라면 그 여인의 칼은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고 능숙하며 또한 강한 힘이 깃들어 있다.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 정마의 인물이 모여 있단 말인가?
혹, 천지교를 붙잡기 위해 손이라도 잡은 것인가?
어느 쪽이든 좋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했다.
쿠르르릉-!
그때 동굴이 안쪽에서부터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양의 먼지가 입구에서 쏟아지고, 동굴을 이룬 지형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 보였다.
틀림없이 동굴 안은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
“콜록콜록…… 시벌, 죽는 줄 알았네!”
“하아, 하아, 하아……. 다시는…… 당신 일 도와주지 않을 테니 그런 줄 알아요.”
“괘…… 괜찮으십니까? 남궁 소저?”
“나…… 나를 걱정하라고!”
“어억?!”
형운각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정녕 이해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것도 운이 좋다 여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들은 금지란과 진태공마저 데리고 빠져나왔다.
심지어 어디 하나 다친 곳조차 없어 보였다.
이게 뭔가?
말이 되는가?
동굴은 무너지지 않았는가!
“이…… 이, 이 무슨……!”
그렇게 얼빠진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순간, 한참 동안 기침을 하던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형운각을 바라보며 고함을 쳤다.
“야-! 이 늙탱이! 네놈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당신 때문이잖아요!”
“저놈이 지랄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이 안 벌어졌지! 안 그래?”
“뭐…… 그렇긴 하지만요…….”
“나참, 늙었으면 얌전히 뒷방에 앉아 손주나 키울 것이지…….”
“당신도 늙고 있거든요.”
“너는 왜 자꾸 토를 다는 거야? 짜증 나게?!”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난 장삼태에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눈앞에 남궁천이나 사도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우현과 단소미조차 없으니 입이 다소 험해도 상관이 없다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씩씩거리며 서서히 형운각과 거리를 좁히는 순간.
채채채채챙-!
여전히 남아 있는 그의 수하들이 장삼태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그 순간, 다가가던 장삼태가 슬그머니 뒤로 빠지더니 남궁소혜를 힐끗 바라봤다.
“자! 해결해라!”
“장난치나, 이 인간이?!”
“……?!”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것 같은 남궁소혜를 피해, 장삼태가 훌쩍 뒤로 물러섰다. 그 광경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마치 이형환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형운각마저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이…… 이, 무슨……!”
이형환위라는 것은, 최고 수준의 경공을 펼칠 수 있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숱한 무림 생활을 하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펼치는 이를 본 적이 없으니만큼,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후우…… 그렇다고 놔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제가 저자를 맡죠. 당신과 진태공은 다른 이들을…….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그때 남궁소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느새 검을 뽑아 형운각을 향해 겨누며 말을 뱉으니 장삼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진태공 역시 상태가 좋지 않으나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형운각이 더욱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검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하시길!”
“이 망할 년이! 감히 이 형운각이 우스워 보이는 게냐?!”
일갈이 터지는 순간, 남궁소혜가 몸을 날리며 접근했다. 그녀의 얼굴은 다소 놀란 표정이 가득하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형운각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금 표정을 수습하며 옅은 미소를 입에 걸고 검을 휘둘렀다.
캉-!
“무림맹에 있을 때 들은 기억이 있답니다. 도박하다 처자식 다 팔아먹고 그도 모자라 도박장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사라진 사람이라면서요?”
“큭?! 네 이년!”
형운각은 몸을 비틀며 그녀의 검을 막아냈다.
분노에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았기 때문이다.
캉카카캉-!
두 사람의 검이 삽시간에 교차하며 울림을 만들어 냈다. 강한 내공을 흘려 넣은 형운각의 검이 휘둘러지면 강한 바람과 함께 검풍이 일며 땅을 쩍쩍 갈라냈다.
그러나 남궁소혜의 검은, 조금의 내력조차 깃들어 있지 않은 것인지 검풍이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기이한 것은 그리 강한 검과 부딪치면서도 검은 부러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카아아앙-!
이내 두 사람의 검이 정면으로 맞붙으며 커다란 검명이 일었다. 남궁소혜의 검 또한 느껴지지 않으나 확실히 내력이 실려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이…… 이년……!”
“이년, 저년 하지 마세요. 저도 집안에선 귀한 딸인지라.”
“큭?!”
형운각은 신음을 삼키며 반보 뒤로 물러서며 인상을 썼다. 한 번 검을 부딪칠 때마다 손목이 저려 오고 있었다.
분명, 검에는 어떠한 내력조차 깃들어 있지 않은 듯하였는데, 기이하게도 부러지지도 않고 맞붙으면 오히려 밀려 나간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검의 궤도를 읽을 수 없다.
한 보 한 보를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나비와도 같으나, 삽시간에 검을 찌르며 파고드는 행동은 쏘아 대는 벌과 같다.
휘두르는 검로는 예측할 수 없고 힘으로 밀어내려는 그와는 다르게, 그녀의 검은 부드럽게 받아넘기며 형운각의 힘을 확실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촤촤촤악-!
온몸의 살이 베이고 피가 튀어 올랐다.
남궁소혜의 검 역시 치명적인 한 수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있으나, 자잘하게 상대의 몸을 베어 내며 확실하게 상처를 입혀 내고 있었다.
하여, 형운각의 몸은 그야말로 난자당한 듯한 모습이다. 조금씩이지만 곳곳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이는 명백히 밀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며 확실하지는 않으나 남궁소혜의 검이 통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카카카캉-!
남궁소혜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없었으니만큼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노고수를 상대로 통하고 있다.
하여, 그녀의 눈빛은 오롯이 형운각에게 집중하고 있었으며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처럼 본능적으로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이런 망할?!”
남궁소혜의 검격을 막아내며 틈을 노리던 형운각이 크게 휘청였다. 검을 막아내는 것에만 급급하며 땅에 있던 나무뿌리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남궁소혜는 결코, 그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서걱-!
순식간에 뻗은 검이, 그야말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형운각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