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6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차 밖을 바라보고 있는 단소미는, 이윽고 산서의 풍경에 감탄하며 한없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간다면 최종 목적지라 할 수 있는 안휘에 도착할 테니 이 길고 긴 여정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이내 휙 하고 고개를 돌린 단소미의 시선에는,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한껏 들뜬 것 같은 눈빛의 남궁천과 남궁소혜가 있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집에 가는 것이니만큼,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였다.
하긴, 몇 년은 되었으나 응당 그리워질 만했다.
하지만 반대인 사람들도 있었다.
마부석에서 얼굴을 가린 진태공은,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얼굴을 가린 금지란은 눈앞에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진태공은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하였고, 금지란은 마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왜…… 저래요?”
어이없는 그 모습에 물음을 던지니 남궁소혜가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심란해서 그런 거 아닐까?”
“심란? 왜요?”
“글쎄…….”
남궁소혜는 저 멀리 보이는 높고 높은 무황성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파의 지존이자 오황의 일인인 적무성이 살고 있는 곳이니만큼, 산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고 있는 장소이다.
사파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는 곳.
사파인들에게 있어 무황성이란 존재는, 정파의 무림맹 이상 가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휴…….”
“하아…….”
“머저리 새끼.”
“…….”
한동안 멀리 보이는 무황성을 쳐다보던 남궁소혜의 입에서 기나긴 한숨이 새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궁천과 사도학의 입이 열렸다.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무황성을 빼앗겨?!”
“허허허- 그도 그러고 싶어 그러했겠는가? 배신한 이들이 나쁜 것이지.”
“놀고 있네.”
사도학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남궁천은 배신을 당해 그토록 오랫동안 정도를 지켜 왔던 무림맹이 둘로 쪼개졌고, 사도학이라는 중심을 잃은 마교는 권력 싸움으로 인하여 사분오열되었으며 사파의 무황성은 광종교 따위에게 빼앗기고 적무성은 행방이 묘연하다.
하나같이 그들이 젊었을 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마치 세월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사도학은 세월의 잔인함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그뿐만 아니라 남궁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놈들이 참, 별 지랄을 다 하고 다니는구나. 무황성이 모조리 넘어간 것도 웃긴데, 지금까지 정도니 마교니 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허허- 그만큼 정보를 숨기는 것에 능하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 탓에 놀아난 것이겠지.”
“우리가 젊었을 때라면 가능했을 일이냐?”
“허허허-”
쓴웃음을 지은 남궁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는 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황이라는 이름이 무림에 주는 무게.
그들 곁을 지키는 제갈운부터 동방구까지.
절대적인 충성심과 경외심으로 모여든 이들이니만큼, 일 처리 따위 허투루 하지 않았으며 사소한 변화 또한 단박에 알아차리며 적이 움직이기도 전에 숨통을 끊어 놓았을 테니까.
그때가 바로 세 사람의 무림이었다.
“뭐든 그런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지.”
“시끄럽다! 어쨌든 적무성 그놈을 먼저 찾아야 할 거 아냐?”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수는 것도 좋겠지.”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모든 이들이 적이라 생각을 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다. 권력과 힘에 눈이 멀어 천지교에 굴복한 놈들이니만큼, 죽음을 코앞에서 본다면 땅에 머리를 처박지 않겠는가.
“허, 허허- 편한 방법이긴 하네만 그럼 피를 너무 많이 보지 않겠는가.”
“피를 보든, 보지 않든 간에! 그 멍청한 놈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지! 그다음 천지교를 소탕하는 거다. 단박에 슥, 하고 말이야.”
사도학은 벌써 신이 난 것인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슥 그으며 웃음을 지었다. 정도와 마교를 손에 쥐고 흔든 놈들을 짓밟아 버린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하지 말게나. 자네가 흥분하면 꼭 일이 꼬이니 말일세.”
“마교를 건드린 죗값은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야!”
사도학의 눈이 번뜩였다.
어디 감히 광종 놈들 따위가 마교를 건드리는가?
세뇌를 당한 멍청한 놈도, 그런 놈을 따르는 수하 놈들도 하나같이 죽어 마땅하나, 그보다 사도학의 분노는 마교를 이용하려 했던 천지교를 향해 있었다.
“한 놈도 놓치지 않을 거다! 특히 그 교주라는 놈!”
“허허허- 맞는 말이네.”
* * *
“…….”
마차 안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목소리에 단소미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 오는 말들은, 누군가를 때려 부수겠다느니, 놓치지 않겠다느니 하는 험악한 것들이기에 그녀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 창밖만을 바라봤다.
아- 오늘도 하늘은 참 맑구나.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산서 여정도 그냥 끝나지는 않는구나.
저도 모르게 한숨을 포옥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몸을 웅크리고 있는 금지란과 시선이 마주쳤다.
“괜찮아요?”
“아…… 네, 괜찮고 말고요. 저, 저는 딱히 두렵거나 하지 않습니다. 호, 호호.”
부르르 몸을 떤 금지란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든든한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은, 육철완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지내 왔던 천지교가 곧 무너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리 교주가 강하다 한들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천하의 오황.
그중에서도 두 손가락에 꼽는다는 검황과 마황이 아닌가?
이제 곧, 천지교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괜한 마음이 들고 있는 것이다.
“어…… 음, 그…… 그러고 보니 산서에 계셨다고 했으니까 좋은 곳 좀 아시나요?”
“에, 예, 물론입니다. 제가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죠.”
뜬금없이 물어 오는 말에 금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산서에서 나고 자랐다.
육철완과 함께 여기저기를 떠돌며 신자들을 모으기도 했으니만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또 어디 풍경이 좋은지 정도는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
저쪽에선 잡아 죽이니 몰살을 시키니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단소미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손뼉을 짝 치며 환한 웃음을 입에 걸었다.
“이따가 객잔에 도착하면 안내 좀 해 줄래요? 백호랑 백묘랑 같이요. 아! 물론 사람 없는 곳으로만요.”
“두…… 두 분과 말입니까?!”
금지란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이제는 백호이니 뭐니 그런 것 따위 의미가 없다. 천지교에서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보니 더 이상 그런 것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지고 싶었다, 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두 존재가 신성하다는 것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여 여전히 그들에 대한 동경심이 남아 있었다.
반짝하며 눈을 빛내는 것이 심상치 않을 정도다.
단소미는 진땀을 뺏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도착하면 밤이 될 것 같으니까 내일로 하죠. 호위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며 단소미가 슬그머니 장삼태가 있는 마부석을 바라봤다. 얼굴을 가린 채로 열심히 마차를 몰고 있는 진태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단소미의 시선을 눈치챈 장삼태가 입을 열었다.
“뭐? 같이 가 달라고? 나야 좋지!”
“아니, 아저씨 말고요…….”
“이런 정체 모를 놈보다 내가 낫지. 안 그러냐?”
장삼태는 작게 중얼거린 단소미의 말을 들었을 텐데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하하 웃음을 지었다. 마치, 어떤 일이 있어도 단소미와 함께 가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뭘까?
“네놈은 우리랑 남아서 뒤치다꺼리해야지, 이놈아. 어딜 가려고?”
“엑?!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영감님! 소미가 호위가 필요하다 하지 않습니까요? 당연히 제가 곁을 지켜야 하는 겁니다. 하하하!”
장삼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단소미를 따라나서지 않는다면 두 노친네의 수발을 모두 들어야 하는 데다, 자칫 잘못하다간 희대의 몰살극의 주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지교라면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는 사도학은 물론이며 정파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없애야 하는 자들이라 생각하는 남궁천.
그리고 딱히 흥미는 없어 보이나 마음먹고 뛰어들면 백이든, 천이든, 만이 되었든 간에 단박에 쓸어버릴 수 있는 단우현이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니,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단우현이 힐끗 장삼태를 쳐다봤다.
“우리와 함께 남아라.”
“예…….”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한 순간, 장삼태는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금지란과 진태공을 찾아 데려올 때는 두 연놈들의 의사를 존중하라고 말을 해 놓고, 결국 단우현은 장삼태의 의사 따위 바닥으로 내던져 버렸다.
아니, 짓밟았다고 해야 하나?
망할 새끼.
있는 대로 욕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꾹꾹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 냈다. 생각 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던 말을 가까스로 멈추었다.
장삼태 역시, 나름 발전을 하는 듯했다.
“그럼 제가…….”
“지, 진 아저씨가 좋으려나-?”
그때 남궁소혜가 나서며 입을 열려는 순간, 단소미가 힐끗 눈치를 보며 먼저 말을 건넸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남궁소혜가 호위를 맡는 것이 당연시되다시피 하였기에 놀란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정말로…… 내가 아니고?”
“에…… 예, 언니는 바쁘잖아요.”
여러 가지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단소미가 하.하. 하며 짧은 웃음을 입에 걸었다.
무림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없으나, 정파무림이라는 곳을 위해서 나서려는 남궁소혜다.
그런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며 또 남궁소혜가 함께 간다면 금지란은 기가 죽어 제대로 구경조차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 그래……? 어쩔 수…… 없지.”
풀 죽은 그녀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으나 어쩌겠는가? 이번만큼은 남궁소혜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럼 진 아저씨가 가는 걸로 해요. 괜찮죠?”
“물론입니다.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들려오는 진태공의 대답에 단우현이 힐끗 단소미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계획을 짰는지 모르지 않다. 심성이 착한 아이이니만큼, 금지란과 진태공에게 바람이라도 쐬어 주려 하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렀다.
“나도 안 되는 것이냐?”
“아빠가 가면 좀……. 다들 불편해하잖아요.”
“……!?”
이윽고 들려오는 말에 단우현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또한 단소미가 뱉은 한마디는 귓가에서 메아리치듯 울리는 것만 같았다.
이내 단우현이 슥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