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8
“그럼 그 잡것들이 단가도 습격을 했단 말이야?”
“예, 비 어르신 덕분에 실패하긴 했습니다만…….”
사도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집어삼켰다.
천지교 놈들의 정보력이 어느 정도 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하니 호남단가까지 알아낼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꽤 이름이 높았던 곳이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이가 없고, 무림맹이든 천도회이든 간에 호남단가라 말을 하면 줄줄 식은땀을 흘리며 부리나케 도망가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단우현이 하오문의 정보를 틀어막고, 제갈운이 다시금 무림맹으로 들어가며 호남단가에 대한 모든 정보를 틀어막았다.
그렇게 십 년이 넘었으니만큼 쉽지가 않았을 것인데, 찾아낸 것을 보면 과연 보통 놈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남궁천 역시 마찬가지인 듯 신음을 삼켰다.
“담이 크구만, 허허허.”
하지만 곧 무언가 뿌듯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모든 정보를 가려 놓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호남단가의 이름을 듣는다면 공포에 떨며 주저앉는다.
무림맹과 천도회를 이끄는 이들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호남단가와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천지교가 그러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정도를 이끄는 고위급들을 포섭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았다.
마교도 당하고 사파도 당했는데 정파는 멀쩡하다.
이보다 뿌듯한 상황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궁천은 힐끗 사도학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기분 나쁜 새끼…….”
“허허-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나. 원래 뿌리가 깊을수록 단단한 법이니 말일세.”
“그런 놈들이 반으로 갈라져 저 지랄이냐?”
“허허허- 그것도 곧 다시 하나가 될 것일세. 더 강하게 말일세.”
한껏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펴는 남궁천을 보며 사도학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반박을 해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오랫동안 보아 온 정파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남궁천의 말이 딱히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좋다. 다만…… 집을 습격하려 했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때 단우현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역시,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것인지 눈빛이 좋지 않다.
만약 비천웅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비록, 쳐들어온 놈들을 막아 낼 수 있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집은 불타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았고, 장삼태의 두 아이 또한 안전하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다.
흐음- 하며 신음을 뱉은 단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야? 어딜 가려고?”
“무황성이다.”
“뭣?!”
“헉!”
“그…… 그게 무슨……?”
느닷없이 무황성이라는 말이 들리자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권무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우현이 무황성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곧, 그곳 역시 천지교와 어떠한 관계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슬쩍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이내, 그녀가 입술을 들썩이며 전음을 건넸다.
하나부터 열까지 현재 사파의 상황이 전해짐과 동시에 권무진의 안색이 점차 굳어지고 있었다. 마치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사람마냥, 눈빛으로 격렬한 부정을 해 보았으나 머릿속으로 파고든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미 확인한 사실이에요.”
“그…… 그분은 오황의 일인이시오!”
“모르는 사람 있나요?”
권무진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안다.
자신이 믿고 따르던 이가 끌어내려져 유폐되어 행방불명되었고, 무황성 대부분이 천지교 세력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찌 멀쩡할 수 있겠는가.
이미 떠났어도 마음만은 그곳 사람인데.
남궁소혜는 하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내…… 당장 가 확인을……?!”
“자자- 일단 침착하게나. 단 가주, 자네도 좀 앉고 말일세.”
결국, 시끄러운 상황을 중재하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이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무황성으로 달려가려는 단우현을 붙잡아 앉혔고, 눈빛으로 권무진을 제압하며 입을 닫게 했다.
“끅!?”
권무진은 순간, 악귀나찰을 본 것마냥 숨을 삼키며 입을 닫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분을 토해 내며 화를 쏟아 내려던 이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고양이 앞 생쥐마냥 어깨를 움츠린 채 다소곳이 자리에 앉았다.
“할 말이 있나?”
“허허- 아까도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단우현의 보보(步步)에는 언제나 피가 흐른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적이라 판단되면 확실하게 베어 버리고,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천지교를 잡고자 무황성까지 쓰러트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이대로 무황성이라는 기둥이 무너진다면 사파무림은 그야말로 대혼란, 다시금 권력과 힘을 얻으려는 무리가 칼을 들고 나타날 것이며 곳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산서는 쑥대밭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어디 그뿐이랴?
정파 쪽도 만만치 않게 긴장을 해야 할 거다.
단순히 산서에서만 그 싸움이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최대한 조용히 천지교만 축출해 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허- 여기는 조금 침착하게…….”
“그렇군……. 상대가 호의적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순간,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남궁천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마냥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더니 이내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허허- 이것 참…… 곤혹스럽구나.”
“뭘 곤혹스러워. 처음부터 이리될 운명이었던 거지.”
사도학이 탁자에 놓인 술잔을 들이켜며 소매로 입가를 닦아 냈다. 마치 이제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의 입가에 한껏 미소가 걸렸다.
“그럼 이의는 없는 것으로 알지.”
그리고 순간, 단우현의 검이 뽑혔다.
콰콰쾅-!
* *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곳에서 소탕하라니…….”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군말하지 말거라.”
무황성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돌격대인 광검대는, 커다란 객잔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기실 그들은 저 안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위에서 토벌령이 떨어졌고, 자신들은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찝찝함을 영 지울 수 없으니만큼, 하나같이 먼저 나서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가 먼저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성주께서 치료 차 폐관하신 뒤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무황성 분위기도 그런 말입니다.”
“시끄럽다…….”
광검대 대주 송현 역시 내심 찝찝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임무다. 성도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에 대해 토벌령이 떨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던 탓이다.
또한 적무성이 폐관을 한 뒤부터 묘한 분위기가 무황성 안에 흐른다. 전혀 몰랐던 자들이 느닷없이 고위직을 차지하지 않나, 갑작스레 우르르 입궁을 하는 자들도 늘지 않나.
하나부터 열까지 기이한 일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오로지 하나다.
성주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총사가 내린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 말이다.
하여, 더는 의문을 품을 수 없고, 품어서도 안 된다. 설령 그것이 무황성을 나락으로 이끄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멈춰 서면 안 되는 것이다.
“가자!”
광검대가 일제히 객잔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단숨에 나아가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한 마리의 제비를 보듯 날렵하고 빨랐기에 모든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지켜봐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순간.
무언가가 번뜩였다.
서걱-!
“컥?!”
송현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세 명의 수하들이 몸이 갈라진 채 시뻘건 핏물과 장기를 널브러트리며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금 객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쾅-!
이내 또다시 엄청난 폭음과 함께 빛이 번뜩였다.
“피해-!”
말 그대로 찰나다.
빛이 번뜩이는 순간 외쳤으며 그의 말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누가 봐도 전광석화와도 같은 몸놀림이라는 것은 틀림없는데, 그럼에도 날아드는 검광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서거걱-!
“끄아아악!”
“크억!”
또다시 수하들이 시신이 되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이 중원무림에서 하나같이 이름을 날리는 뛰어난 인재들이, 제대로 손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식은땀을 흘린 송현이 객잔을 주시했다.
그와 동시에 끼익- 소리와 함께 객잔의 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한 젊은 사내를 중심으로 기묘한 가면을 쓴 두 노인.
자세히 보이지는 않으나, 천하의 광검대를 눈앞에 두고도 심드렁한 눈빛이 역력했다. 마치, 귀찮은 파리를 보는 듯하지 않은가.
송현이 입안이 메말라 가는 것을 느꼈다.
저들의 눈빛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오한이 일고 몸이 떨렸으며 흐르는 식은땀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마치 본능적으로 저들을 상대해선 안 된다, 도망쳐야 한다며 경고를 보내는 것 같았다.
“무황성이 저것이더냐?”
그때 중심에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저 멀리 보이는 무황성의 드높은 전각을 바라봤다. 별다른 흥미조차 갖지 못한다는 눈빛이 역력하였으나, 이내 그 곁에 모습을 드러낸 이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 주군. 틀림없습니다.”
“그렇군…….”
“……!?”
저자는 분명 권무진이 아닌가?
오래전, 사파를 떠나 은거를 한 이가 이런 곳에서 나타나다니? 당최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여 총사는 권무진을 토벌하기 위해 자신들을 보냈단 말인가? 그렇다면 조금 전 그 한 수는 권무진의 것이었던가?
그런 의구심을 품는 그 순간.
가장 앞서 있던 사내의 검이 휘둘러졌다.
“……?!”
“헉!”
그것은 우아한 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동작이었다. 그저 가볍게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보는 이들을 모조리 사로잡는, 그러한 검로다.
어디 하나 군더더기가 없고, 또 어디 하나 빈틈이 없다.
파고들어도 베일 것이고, 피하려 해도 베일 것이고, 막아도 베일 것이다. 그런 느낌을 주는, 단순한 일검인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보인 광경은 경악을 초월한 아득함을 안겨 주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소리.
진동하는 대지.
뒤이어 발생한 거대한 풍압이 몸을 밀어내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레 무황성을 향해 시선이 돌아가는 그 순간.
콰르르릉-!
산서 성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사파의 상징.
무황성이 반쪽이 되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