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89
“쿨럭!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거대한 무황성의 전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눈앞에서 본 관태형은 온몸에 먼지를 묻힌 채 연신 기침을 토해 냈다.
주변은 온통 흙먼지로 가득했고, 곳곳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과 신음 소리가 귀를 두들겼다. 또한 잔해에 깔려 미동조차 없는 이들의 손과 발이 보였으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피가 주륵주륵 바닥을 적셔 가고 있었다.
이 무슨 일인가?
큰 지진이라도 일어났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진이라 볼 수 없었다.
느닷없이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전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고, 그것들이 떨어짐과 동시에 땅이 흔들렸으니 지진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인위로 벌인 짓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말이 되는가?
정도의 무림맹과 천산마교 그 두 세력과 비견된다 불리는 무황성이다.
그런 곳을 무너트리려 한다면 진천뢰 수백 발은 필요했을 것인데, 아무리 봐도 그런 것이 터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초…… 총사!?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나도 알지 못합니다!”
한 장로가 급하게 다가와 물었으나 영문을 모르는 것은 권형태 역시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무황성이 붕괴되다니?
오랫동안 산서를 지켜 왔던 상징이 어찌 이리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 영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권형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서…… 성주가?”
“그럴 리가 없소이다…….”
장로의 말에 권형태는 입술을 악물었다.
해독조차 불가능한 독을 썼다고 알고 있다. 자신감 가득했던 그들이니만큼, 결코 허언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이 불길함은?
“내 다녀오리다!”
권형태는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조차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려 나갔다. 이리 상황이 급박해지니 평소에는 그리 넓다고 느껴 보지도 않았던 무황성이 왜 이리 넓게 느껴지는 것인지.
최대한 빠르게 경공을 발휘하여 달리고 또 달렸다.
드넓은 정원을 지나 성주인 적무성이 생전 기거했던 곳을 넘어 안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는 막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분명 누가 봐도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권태형은 멈추지 않고 길을 재촉하며 가장 끝부분에 다다르는 순간.
그의 몸이 마치, 공간에 사로잡히듯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법이 깔려 있던 것이다.
이내 드러난 공간은 울창한 숲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성주들이 폐관을 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성주를 제외한 그 어떤 이들의 출입조차 불가능한 장소다.
그 울창한 산길을 따라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이윽고 동굴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헉…… 헉…….”
권형태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입구에 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있기는 하나, 주변을 둘러봐도 누군가 나온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내,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은 그가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은 그리 깊지 않다.
다만 사람이 수련을 하는 곳이니만큼 공간이 넓다.
자연스레 권형태의 시선은, 본디 적무성이 있어야 하는 커다란 침상을 향해 돌아갔다.
“쿨럭! 쿨럭! 뭐…… 뭔가…… 바쁜 일이라도…… 생기셨나…… 총사.”
“……!”
있다.
틀림없이 노쇠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적무성이 그 자리에 힘없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지난번 보았을 때와 비교해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한 모양새.
저 몸뚱이로는 걷는 것은 물론이며 칼을 쥐고 휘두르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이가 무황성을 부순다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흐…… 흐흐흐…….”
그런데 돌연 적무성이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어찌나 기괴한 웃음소리인지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적무성을 노려봤다.
“뭐가…… 웃긴 것이오?”
“왜…… 그러는가? 뭔가…… 불길한 것이냐?”
“……!?”
“하, 하하하……!”
권형태는 더욱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적무성의 멱살을 잡아끌고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만 같은 살기를 뿜어 댔다.
“이대로 성주를 죽일 수도 있소!”
“흐흐…… 어디 한번 해 보거라.”
“……!”
“이…… 내가 죽는다 한들…… 또 죽지 않는다 한들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 무슨 소리…….”
“드…… 들리지 않으냐……?”
“……?”
“저승…… 사자가 너희 곁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그런 말을 남기며 적무성은 더욱 웃음을 지었다.
혈도가 막히고 오감 역시 옛만 못하다 한들, 그는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있다면 반드시 두 놈도 있을 것이다.
“언젠…… 가, 이리될 줄은…… 알았으나…… 조금 늦었구나. 망할 것들…… 같으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권형태는 더욱 소리를 지르며 적무성을 몰아세웠다. 고문이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쾅! 하는 거대한 폭음이 들리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장난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에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했다.
“하, 하하, 하하하!”
적무성이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이 몹시 거슬렸으나 그것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해야 함이 옳다. 도대체 누가 무황성을 습격한 것이고, 그들이 누구이기에 아직까지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적무성의 처분은 뒤로 밀어도 상관없다.
권형태가 거칠게 적무성을 밀쳐 내며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급하기 짝이 없는 그의 뒷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막을 수…… 없을 게다. 어느 누가 그를…… 막는단 말이냐?”
적무성은 작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토했다.
시간이 흐르면 세월도 흐르고, 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 오랫동안 산서에 우뚝 세워진 채 시대를 풍미했던 무황성 역시, 그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 무신이 중원무림의 시대를 박살 내고 농락하며 시대의 흐름을 바꾼 것과 같이, 지금 중원무림 또한 그의 손에 의해 바뀌는 것이다.
정파가 둘로 갈라진 것이 그러한 흐름이었고, 새로운 통솔자 밑에서 개혁을 시작하는 마교 또한 마찬가지다. 사파 역시 그러한 흐름에 발을 얹은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적무성은 웃었다.
그러나 어찌하여 이리 눈물이 나오는 것인가.
* * *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이냐?”
산서의 성도 태원 인근에 있는 커다란 산속.
높디높은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서의 성도인 태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러한 곳이다.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육철완은 눈을 부릅뜬 채로 도무지 감지 못했다.
그것은 곁에 있는 황도진이나 백만량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무황성이 번쩍이는 빛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광경은 실로 경악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있었다.
무황성이 무너지다니?
심지어 무너지기 전 보았던 그것은 검기(劍氣)가 아니었던가? 마치 칼로 두부를 썰듯 똑바르게 잘려 나간 그 모습은, 어디를 어떻게 본다 한들 검을 이용한 기술이 분명했다.
“뭐가 어찌 된 것이냐-!”
육철완이 악을 쓰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현재 그의 기분이 어떠한지를 보여 주고 있었으며 떨리는 눈빛에는 틀림없이 당혹감이 깃들어 있었다.
하긴, 눈앞에서 천하의 무황성이 썰려 나갔으니 당연한 일이다.
“속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백만량이 시퍼렇게 질린 안색으로 달려 나갔다.
그 역시, 지금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차라리 폭음과 함께 터지는 것을 보았다면 진천뢰라도 썼으려니,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인데, 그것은 틀림없이 검에 의한 것이었으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교도들도 소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육철완의 곁에서 한참 동안 무너진 무황성을 바라보고 있었던 황도진은, 얼빠진 교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너진 곳을 바라본다고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벌어진 그 상황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은 교도들을 불러 교주의 안위를 보호하고, 만약에 있을 사태를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를 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였다.
“내가…… 내가 어찌 공을 들였는데…… 그것이, 이리 한순간에…….”
“교주!”
“시끄럽다-!”
육철완은 소리를 치며 황도진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만큼 울화가 치민 것이다.
하늘의 도움으로 대법왕의 비급을 얻어 무공을 익히고, 천지교를 세워 세상을 다 가질 준비를 차근차근 실행해 냈다.
무림에서 암약하며 모든 이들의 시선을 천지교로 돌렸으며 자연스레 무황성에 사람을 심어 넣어 고위급들을 흔들었다.
그리고 적무성을 끌어내리고 그들에게 힘과 권력을 내어 줌으로써, 천천히 저들의 힘을 천지교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중원 일통을 위한 마지막 단계까지 완성을 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대법왕이 숨겨 두었다는 경전을 손에 넣어, 무신의 무공에 대한 단서만 얻었다면 새로운 무신의 탄생과 함께 중원을 최초로 일통하는 절대자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겨우겨우 찾았던 경전은 쓸모가 없다.
심지어 오랫동안 돈과 시간을 들여 밑 작업을 했던 무황성은, 눈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꼴을 보았다.
파르르-
입꼬리가 절로 떨렸다.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뭉개지고 짓밟힌 것이다.
“도대체…… 어느 놈이……!”
“백만량이 확인을 하러 갔으니 곧 어떠한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혹, 무황성이 저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으니 준비를 하시지요.”
“그래…… 저들이 없으면 아니 되지…….”
육철완은 까득 이를 갈며 숨을 골랐다.
정파는 절대 넘어오지 않고 마교의 고위층은 흔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런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사파의 무리를 흡수하여 마교와 정파보다 더욱 큰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사파무림을 구해 내야 했다.
“가자!”